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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5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59화

제4장 방상 (1)

 

 

북해에서 감숙까지는 굉장히 멀었다. 조윤은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곳에 두어 달씩 머무르며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줬다.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늦었지만 의술이 부쩍 늘었고,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도 얻을 수가 있었다.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에 도착한 조윤은 한적한 객잔을 찾아서 짐을 풀었다.

 

“목욕을 할 수 있을까?”

 

방까지 안내를 한 소녀에게 묻자 그녀가 미심쩍게 조윤을 쳐다봤다.

 

목욕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행색을 보니 돈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조윤이 품에서 은자 반 냥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걸로 되지?”

 

“물론이죠.”

 

어느새 은자를 낚아챈 소녀가 밝게 웃으면서 방을 나갔다.

 

조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옷을 갈아입고 짐을 마저 정리했다. 잠시 후 소녀가 방문을 두드렸다.

 

“뒤뜰에 준비해놓았어요.”

 

“고마워.”

 

“타지에서 오신 것 같은데, 혹시 군에 입대를 하려고 온 건가요?”

 

방 한구석에 놔둔 백아와 빙백신검을 힐끗 보면 소녀가 물었다.

 

감숙은 이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고 일었다. 그 때문에 다치거나 죽는 병사들이 많아서 군인이 항상 부족했고,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나는 사람을 찾아왔어.”

 

“그래요?”

 

“아, 맞다. 혹시 방상이라는 사람을 알아?”

 

“아니요. 들어본 적 없는데요.”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이죠.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다만 돈이 좀 들뿐이죠.”

 

소녀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조윤은 은자 반 냥을 던져줬다. 그러자 소녀의 입이 귀에 걸렸다. 비슷한 또래인데 어지간히 돈을 밝혔다.

 

“바로는 안 돼요. 알아보려면 며칠 걸려요.”

 

“걱정 마. 그때까지 여기에 묵을 테니까.”

 

“알았어요. 또 필요한 것 없으세요?”

 

“저녁은 방으로 가져다 줘.”

 

“네. 그럴게요. 아참, 제 이름은 정소여예요.”

 

소녀가 생긋 웃으면서 이름을 밝혔다. 천성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서 대하기가 편했다. 이에 조윤은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나는 조윤이야.”

 

“좋은 이름이네요. 그럼 나중에 봬요.”

 

정소여가 나가자 조윤은 뒤뜰로 갔다. 거기에는 커다란 둥근 나무통에 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옷을 벗고 몸을 담그자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보고 있자니 지난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조윤은 아직도 가끔 이 모든 것이 혹시 꿈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기에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생생한데도 문득 그런 생각이 한 번씩 들곤 했다.

 

‘그러고 보니 이화 누님은 잘 계시려나? 사부님한테 서찰도 못 보냈네.’

 

그 생각이 나자 조윤은 후딱 씻고 두 사람에게 보낼 서찰을 썼다. 그리고 정소여를 불러 당문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당문 사람이었어요?”

 

“어? 아니. 그건 아니고.”

 

“서찰을 보낼 거라면 주세요. 제가 보낼게요.”

 

조윤은 서찰과 함께 수고비로 약간의 돈을 건넸다.

 

그러자 정소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조윤은 뒤뜰에서 아침수련을 했다. 비연팔식과 쌍검비격술을 차례대로 연습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공수련을 했다. 매일 빼먹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하는 수련이었다.

 

이후 아침밥을 먹으면서 정소여에게 인근에 있는 약재상의 위치를 묻고 혹여 병자가 있는지를 물었다.

 

“의원이었어요?”

 

“응.”

 

“말도 안 돼.”

 

“왜?”

 

“그렇게 안 생겼어요.”

 

“하하. 그래? 이쪽으로 앉아봐.”

 

조윤이 자리를 권하자 정소여가 맞은편에 앉았다. 조윤은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손을 달라고 해서 맥을 짚었다.

 

“어? 무공을 익혔네.”

 

“네? 네. 그게…… 제대로 배운 건 아니고 어깨너머로 조금 배웠어요.”

 

그런 것치고는 제법 내공이 대단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수련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조윤은 더 묻지 않았다.

 

사람은 나름대로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런 건 먼저 묻지 않는 것이 예의였다.

 

“달거리를 한 지는 얼마나 됐어?”

 

“네에? 여, 여자에게 뭘 묻는 거예요?”

 

정소여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걸 보고 조윤은 웃으면서 다시 질문을 했다.

 

“아랫배 이쪽이 단단해서 마치 돌이 들어있는 것 같지 않아?”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뒷간에 가면 시원하지 않지?”

 

“으…….”

 

조윤이 묻는 말에 정소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아는지 말하지도 않은 증상을 딱딱 짚어내니 신기했지만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이라 부끄러웠다.

 

사실 정소여는 변비였다. 며칠 만에 한 번씩 간신히 밀어내기를 하고 있었으나 그마저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침 좀 맞고 약 먹으면 금방 좋아지는데.”

 

“에? 정말요?”

 

“응. 발 내밀어봐.”

 

“발이요?”

 

정소여는 망설이면서 선뜻 발을 내밀지 못했다.

 

이 시대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맨 살결을 보이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웠다. 더구나 발은 꼭꼭 감추고 다니는 부위이기 때문에 더욱이 내보이는 것을 꺼려했다.

 

조윤도 그걸 알고 있었으나 배에 침을 놓는 것보다는 발이 더 나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럼 배에 맞을래?”

 

“아, 아뇨. 저기, 전 아무래도…….”

 

정소여가 주저하면서 치료를 안 받을 것 같이 굴자 조윤은 억지로 그녀의 발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신발을 벗긴 후에 재빨리 침을 꽂았다.

 

“아야!”

 

“됐어. 움직이지 마.”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대신에 효과가 없으면 돈은 안 받을게.”

 

“정말요?”

 

“응.”

 

조윤은 웃으면서 대답을 하고는 즉석에서 약재를 빻고 갈아서 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침을 뽑은 후에 그녀에게 약을 내밀었다.

 

“하루에 세 번, 빈속에 먹어.”

 

“고마워요.”

 

“고맙기는. 아까도 말했듯이 효과가 없으면 돈은 안 받을게.”

 

“가만, 그럼 효과가 있으면요?”

 

“당연히 돈을 받아야지.”

 

“도, 돈이 없는데요.”

 

“그래? 그럼 치료받을 사람들을 모아줘.”

 

“여기에서 치료를 하려고요?”

 

“응. 방상이라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그럴 생각이야.”

 

“음…… 아픈 사람은 누구나 다 치료가 되나요?”

 

조윤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괜한 것을 물었다는 생각에 정소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갑자기 배를 움켜잡고 조심조심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오 일째 뒷간에 가지를 못했는데 신호가 온 것이다.

 

“가 봐도 돼.”

 

“네…….”

 

간신히 대답을 한 정소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방을 나갔다.

 

* * *

 

며칠간 객잔 안에 사람들이 넘쳐났다. 정소여는 생각보다 능력이 좋아서 환자들을 제법 많이 데리고 왔다.

 

하루에 찾아오는 환자가 기본적으로 열 명은 되었다. 그 사람들이 조윤의 의술을 칭찬하며 입소문이 돌자 금방 스무 명, 서른 명이 되었고, 나중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객잔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때문에 정소여는 바빴지만 객잔 주인은 신이 났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손님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차를 마시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매상이 쭉쭉 올랐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정소여가 한가한 틈을 타 조윤을 불러냈다.

 

“왜?”

 

“방상이라는 사람을 찾아냈어요.”

 

“그래?”

 

“네. 서역도호부(西域都護府)의 도호(都護)예요.”

 

“서역도호부가 뭐하는 곳인데?”

 

“서역도호부요? 이민족들이 싸우지 못하게 하는 곳 아닌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역도호부는 서역을 통괄하기 위해 설치한 군정 관청을 일컫는 말이었다. 서역의 침략을 방어하고, 서역통상로(실크로드)를 지키는 일을 주로 맡아서 했다. 그리고 도호는 그곳을 총괄하는 직책이었다.

 

“도호는 뭐야?”

 

“책임자 아닌가요?”

 

서로 모르니 묻는 말에 묻는 말이 돌아왔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눠도 진척이 없을 거라 생각한 조윤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방으로 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을 마저 치료하고 떠나기 위해 짐을 챙겼다.

 

“가는 거예요?”

 

“아니. 그 사람이 맞는지 아직 모르니까 다시 이리로 올 거야. 그동안 짐을 좀 부탁할게.”

 

“물론이죠.”

 

조윤은 객잔을 나와 서역도호부로 향했다. 이틀을 가니 거대한 성채가 나왔다. 서역도호부라고 적힌 편액을 보고 이곳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조윤은 정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다가갔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뭐냐?”

 

“이곳에 혹시 방상이라는 분이 계십니까? 도호라고 하시던데.”

 

“뭐? 방 기도위님을 말하는 거냐?”

 

기도위(騎都尉)가 뭔지 몰라 조윤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소여가 말하기를 분명 도호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도호가 아니라 기도위인가요?”

 

“도호는 이곳 서역도호부의 장(將)을 뜻하는 거다. 그리고 기도위란 나라의 관직이고.”

 

그제야 이해를 한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가 설명한대로 기도위란 것은 관직이고 도호는 직책을 뜻하는 말이었다.

 

“저는 조윤이라고 합니다. 당황학이라는 분의 제자라고 전해주면 아실 겁니다.”

 

“그래? 일단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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