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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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13화
“당신들이 지은 죗값을 모두 치르고 호북 방헌학관의 호현을 찾아오시오. 그리하면 당신들의 금제된 내공을 풀어 주겠소.”
그 말만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 버린 것이다. 무인들에게 내공이 어떠한 것인가? 목숨과 같은 것이다.
그런 내공을 금제해 버리고 나중에 찾아오라니……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그 말은 죗값을 치르기 전에는 내공을 회복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닌가?
게다가 호현은 그들을 숭산 인근 현에서 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무인들을 유인하기 위해 호현이 그들을 데리고 다녔으니 이제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 말은 그들도 이미 관에 넘겨진 무인들과 같은 처지가 될 운명인 것이다.
그에 풍운삼객들의 얼굴에는 절망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의 심성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들의 얼굴에 작은 희망이 어렸다.
“하지만 심성은 심성이고 죄는 죄입니다.”
그 말에 다시 얼굴이 굳어지는 풍운삼객을 보며 호현이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십시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걸어가는 호현을 보니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곧 그들은 고개를 젓고는 호현의 뒤를 따라갔다. 호현의 능력을 며칠 동안 본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발이 두 개가 아니라 네 개라도 그에게서 달아날 재주가 없는 것이다.
그에 풍운삼객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호현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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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름 모를 야산으로 들어서는 호현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풍운삼객의 얼굴에는 걱정이 어려 있었다.
‘왜 이리로 가는 거지?’
‘왜 갈수록 이리 인적이 없는 곳으로?’
‘혹 우리를 묻어 버리려고?’
흉한 상상까지 하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심정으로 걸음을 옮기던 셋은 호현이 멈추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멈춘 곳은 인적 하나 없는 야산의 한 어귀였다. 점점 더 불안해져가는 상상에 풍운삼객이 조심스럽게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들이 흠칫 놀란 얼굴로 주춤거렸다. 어느새 호현이 그들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과 오래 알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여러분들을 지켜보았습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이 긴장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꿀꺽!”
침까지 삼키며 긴장을 하는 셋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들을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니 긴장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곳에는 왜?”
막대일의 말에 호현이 그들을 보다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사실 겁니까?”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때까지 그들은 일이 있으면 일하고 없으면 무공을 수련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는 셋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거창한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사실 생각인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막대일이 슬며시 말했다.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정답입니다. 그럼 어떻게 열심히 사실 생각이십니까?”
어찌 답을 해야 하는지 몰라 말을 잇지 못하는 셋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나라에는 충(忠)하고 웃어른들에게는 효(孝)를 행하며 가족 간에는 애(愛)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이웃들과는 덕으로 산다면 그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그렇게 사시겠다고 한다면 저를 공격하려 했던 일은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막대일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협이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는 꼭 그렇게 살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꼭 그렇게 사십시오. 만약 제가 풀어 주었는데 여러분들이 악행을 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말과 함께 호현이 슬며시 손을 들어서는 근처에 있던 나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펑!
폭음과 함께 호현의 손에 닿은 나무 중간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나무가 호현의 손길에 그대로 허리가 부러지며 쓰러졌다.
우지끈!
그에 풍운삼객들의 얼굴에 사색이 어렸다. 호현의 능력을 볼 때 나무 하나 부러뜨리는 것은 그야말로 여반장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실력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들이 악행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실력 행사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놀란 것은 호현이었다. 호현이 원한 것은 단진처럼 나무의 곁을 갈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무 중간이 폭발하며 부서져 버리니…… 찔끔 놀랄 수밖에…….
멍하니 부서진 나무를 보던 호현이 슬며시 풍운삼객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겁을 먹기는 한 모양이구나.’
의도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한 결과에 만족한 호현이 풍운삼객을 바라보았다.
“이리될 것입니다. 그러니 되도록 착하게 사십시오.”
“착하게 살겠습니다.”
“대협의 말대로 살겠습니다.”
풍운삼객이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리 사십시오.”
풍운삼객에게 새사람으로 살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을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무공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의 무공을 봐 드리겠습니다.”
“저희 무공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호현 같은 고수가 무공을 봐 준다면 그것은 기연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리만 해 주신다면 견마지로를 다해 대협을 모시겠습니다!”
자신을 모시겠다는 세 사람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열심히 살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지 저를 보살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과 함께 호현이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들이 무공을 펼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풍운삼객이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는 그들이 익힌 풍운권의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풍운삼객이 비록 이류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익힌 풍운권은 나름 절기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쭉쭉 뻗어나가는 권과 각은 무척이나 절도 있고 힘이 있어 보였다.
예전의 호현이라면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팽문이나 대별대두와 같은 쟁쟁한 고수들의 권법을 봐 눈이 높아진 그로서는 그 품세가 어색하게 보일 뿐이었다.
‘권과 기가 하나를 이루지 못하니 이상하구나.’
호쾌해 보이는 권세와는 달리 풍운삼객의 권은 움직임을 따라 기가 움직이지 못하고 가다 멈추고 끊기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호현이 손을 들어 그들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됐습니다.”
호현의 말에 풍운삼객이 권법을 멈추고는 기대감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초롱초롱한 눈빛에 호현은 적잖은 부담감을 느꼈다.
‘이렇게 기대를 할 줄 알았으면 그냥 풀어주고 말 것을 그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일단 그들의 문제점을 말해주기로 했다.
“제가 그동안 본 분들의 권법은 움직임이 일면 기가 절로 흐르고, 기가 흐르면 권이 움직이는 신과 기가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권은 신과 기가 따로 움직였습니다. 권법을 제대로 펼치신 것이 맞습니까?”
호현의 말에 막대일이 침울하게 변했다.
“저희가 익힌 풍운권은 반쪽짜리라서 그렇습니다.”
“반쪽?”
반쪽짜리 무공이라는 것도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 호현을 보며 막대일이 그들이 풍운권을 익힌 전말을 이야기해 주었다.
풍운삼객은 한 피를 이은 형제였다. 그들의 아버지는 약초꾼이었는데 약초를 캐던 어느 날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동굴에서 전대 고수인 풍운권협 마흔이 남긴 권보를 얻었다.
다만 풍운권협이 남긴 풍운권 권보에는 내공 운기에 관한 내용은 없이 오직 권초만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었다.
풍운삼객이 그들이 익힌 풍운권이 반쪽짜리라고 했지만, 내공 운기에 관한 내용이 없는 풍운권은 반의반도 되지 못하는 미완의 무공이나 마찬가지였다.
풍운권을 익히게 된 사정을 설명한 막대일이 말을 이었다.
“풍운권의 내공심법을 알지 못하기에 저희는 소림사의 불광기공(佛光氣功)을 구해서 따로 내공을 익혔습니다.”
불광기공. 말은 거창하지만 이것은 소림사에서 양민들의 양생을 돕기 위해 만든 내공심법으로 몸을 보하는 것에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무인에게는 그다지 적합한 심법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풍운권에 불광기공이라는 심법을 더해 이류기는 하지만 내공을 사용하게 된 풍운삼객은 기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흠…… 풍운권에는 그에 맞는 운기조식 법이 있는데 그것이 없어 불광기공이라는 심법을 익혔다는 말이군. 즉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고 있다는 말이니 권과 기가 따로 움직인 것도 이해가 되는구나.’
이들의 풍운권을 어떻게 하나 생각을 하던 호현이 막대일을 바라보았다.
“풍운권을 천천히 펼쳐 보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막대일이 천천히 자세를 잡고는 풍운권을 펼치기 시작했다.
막대일을 지그시 보던 호현이 자세를 잡고는 풍운권을 따라 펼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불완전한 무공이라고는 하지만 풍운삼객의 독문무공인 풍운권이다. 그런 무공을 호현이 옆에서 따라하는 것은 무공을 훔쳐 배우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풍운삼객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호현 같은 절대 고수가 그들 따위의 무공을 훔쳐 배운다는 것은 태산이 뒷산에 고개를 숙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풍운권의 권초를 따라 몇 번을 움직인 호현이 몸을 멈췄다.
‘곡선을 이루며 끊임이 없이 흐르는 태극권이나 태극호신공과 달리 풍운권은 단(斷)과 중(重)에 중점을 준 듯하구나.’
태극권과 태극호신공이 흐르는 물과 같다면, 풍운권은 도끼 같은 느낌이었다. 묵직하게 지르고 부수고 파괴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풍운권에 대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태극호신공을 펼쳤다.
동공인 태극호신공은 몸이 움직이면 기가 절로 움직인다. 그것을 떠올려 풍운권의 권초에 따라 기가 움직일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풍운권이 아닌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호현의 모습에 풍운삼객의 눈빛이 반짝였다.
호현이 독문무공을 시전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에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호현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들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태극호신공?’
호현이 펼치고 있는 것이 태극호신공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태극호신공이야 워낙에 많이 퍼진 기체조이기에 그들도 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잠시 의아한 눈으로 호현을 보던 막대일이 무언가 마음을 다잡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동생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 대협께서 생각이 있으실 것이다. 우리도 따라하자.”
막대일의 말에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현을 따라 태극호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태극호신공을 펼치는 호현은 자신의 몸 안에서 움직이는 기를 살피고 있었다.
예전 태극호신공을 펼칠 때에는 장력이 사방으로 분출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팽문에게 권에 대한 수련과 대별대두와의 싸움으로 기를 운용하고 제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태극호신공을 시전하던 호현이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는지 동작을 멈추었다.
바닥에 쭈그려 앉은 호현이 땅에다 사람 모양을 그러고는 이리저리 선을 그었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던 호현이 그림을 보다가 몸을 일으켜서는 풍운권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휘익! 휘익!
풍운권을 시전하던 호현의 권에서 은은하게 강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태극호신공의 기의 흐름을 풍운권에 응용하니 자연스럽게 신과 기가 하나가 되어 강기가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웅! 우우웅!
강렬한 진동음과 함께 점점 더 강해지는 강기의 모습을 풍운삼객이 감동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꿈에도 그리던 강기가 풍운권에 맺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