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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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08화
우우웅!
“만홍관일(萬紅貫一)!”
만홍객이라는 별호를 만들어준 그의 성명절기가 펼쳐졌다. 수실에서 솟구친 강기들이 창끝으로 모이더니 그대로 호현을 찔러 들어갔다.
번개처럼 찔러 들어가는 창에 호현의 몸이 꿰뚫릴 것 같았다.
하지만 만홍객의 창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호현의 손이 그를 가리키는 순간, 그의 몸이 허공에 붙들린 듯 굳어져 버린 것이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그것에 놀라 당황스러워했겠지만, 나이를 괜히 먹은 것이 아닌 듯 만홍객이 기를 끌어올렸다.
“갈!”
강한 기합과 함께 기를 방출한 만홍객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를 방출해 호현의 기운을 떨치려고 했는데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손짓 한 번으로 절정 고수를 허공에 붙들어 놓는다는 것을 만홍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현의 손이 강하게 땅으로 휘둘러졌다. 그 동작과 함께 허공에 떠 있던 만홍객이 그대로 땅에 내리꽂혔다.
꽝!
“크악!”
신음을 토하는 만홍객을 뒤로하고 호현의 발이 휴문에서 경문을 밟았다.
우르릉!
경문을 밟는 순간, 호현의 발에서 터진 강렬한 기세가 솟구치며 주위를 휩쓸어 버렸다.
“크아악!”
“으아악!”
경문에서 솟구친 기운에 주저앉아 있던 무인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무인들 중 서 있는 사람은 탁홍과 심수 일행들뿐이었다.
쓰러진 무인들 사이에서 탁홍과 심수 등이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고…….”
“으윽! 허리…… 허리가…….”
“커억!”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던 탁홍과 심수 등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단 두 발자국…….”
“무슨 이런 일이…….”
공격을 한 것도 아니고, 발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쓰러지는 무공에 대해서는 그들도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쓰러져 있는 무인들을 보며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이 또다시 굳어졌다.
현 내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졌는데도 관병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무인들이 이런 소란을 피웠는데 어찌 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소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호현은 관병들이 출동하지 않은 것이 못마땅했다.
자신이 직접 관병을 데리러 가야 하나 생각을 하던 호현은 일단 무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중 첫 번째 대상은 직접 공격을 했던 만홍객이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만홍객에게 다가간 호현이 입을 열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 하여 창부터 들이민 당신의 행동은 극악한 범죄다. 하여 당신의 무공을 폐하고 관에 인계할 것이다.”
정신을 잃은 만홍객은 그 말을 듣지 못했지만, 호현의 말을 들은 다른 무인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쓰러지기는 했지만 그들도 귀가 있어 호현이 한 말을 모두 들은 것이다.
“무공을 폐지?”
“이런 미친!”
“차라리 죽여라!”
“아이고!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그냥 이곳에 있던 것밖에는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공 폐지라니, 너무한 처사입니다.”
“무림 초출이라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제발 용서를!”
무인들 중 몇은 차라리 죽이라고 고함을 질렀고, 몇은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몇은 탁홍과 심수에게 호현을 말려 달라는 전음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의 전음은 탁홍과 심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곳에 쓰러져 있는 무인들 중 몇은 그들도 아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쓰러져 있는 무인들 중 극악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대부분 정사 중간의 인물이거나 정파의 인물들이었다. 지금 호현이 무공을 폐하려는 만홍객조차도 정파의 명문인 양가장의 장로인 것이다.
탁홍과 심수가 급히 호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섣불리 말을 걸기 어려워하며 탁홍이 머뭇거리자 심수가 급히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그래도 무당과 연이 있는 탁 대협이 말리는 것이 낫지 않겠소?
심수의 전음에 탁홍이 미간을 찡그리며 힐끗 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과 호현 학사가 연이 깊으니 나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탁홍이 만홍객에게 손을 내미는 호현에게 급히 말했다.
“호현 학사, 멈…….”
멈추게, 라는 말을 하려던 탁홍이 슬며시 뒷말을 올렸다.
아무리 그가 호현에 비해 연배가 높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가 펼친 무공을 보고 감히 말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멈추십시오.”
탁홍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호현의 굳은 시선에 탁홍이 침을 삼키고는 급히 말했다.
“무공을 폐지하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입니다.”
“이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생면부지인 저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공격을 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이들을 제압할 능력이 없었다면 저는 죽임을 당하거나 이들에게 잡혀 고문을 당했을 것입니다. 역지사지라, 두 분께서 제 입장이었다면 어찌 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탁홍과 심수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도…… 호현의 말대로 일이 벌어졌을 것이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호현이 만홍객의 인중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크윽!”
그러자 만홍객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런 만홍객을 보며 호현이 그의 몸 몇 곳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만홍객의 기운이 흐르는 몸의 혈 중 가장 강한 곳을 자신의 기운으로 막아 버린 것이다.
그러자 만홍객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피를 토했다.
“커억!”
그 모습에 호현이 깜짝 놀랐다.
그저 만홍객의 기운이 흐르는 것을 막아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뿐이었는데, 피를 토하니 놀란 것이다.
하지만 호현보다 놀란 것은 탁홍과 심수였다.
‘역혈대법이라니…….’
‘저런 잔인한 수법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사용하다니…… 독하구나.’
내혈을 자극해 피를 거꾸로 돌리는 역혈대법은 무인의 내공을 강제로 흩어버리는 효과를 주게 돼, 내공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심한 고통을 주었다.
게다가 그 역혈대법을 시전한 시간이 길면 내공이 폐지 될 수도 있어 정말 살부지한(殺父之恨)의 원수가 아니면 마두들도 잘 사용하지 않는 극악한 수법인 것이다.
탁홍과 심수가 불쌍한 눈으로 만홍객을 보고 있을 때, 호현이 급히 막아 놓은 혈을 풀었다.
“우엑!”
다 늙은 노인이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호현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얼굴을 굳힌 호현이 만홍객을 바라보았다.
“나를 잡았다면 어떻게 하려 했습니까?”
호현의 말에 피를 토하던 만홍객이 그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죽여라!”
“당신은 나라의 국법을 어긴 범죄자입니다. 당신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내가 아닌 국법일 것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나를 잡았다면 어떻게 했을 것입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호현을 보던 만홍객이 침을 뱉었다.
“퉤! 좋다! 네가 물으니 답해 주마. 너를 잡았다면 양가장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너를 가두고 네가 익힌 전진도해에 대한 모든 것을 토하게 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호현의 말에 만홍객이 피식 웃었다.
“네가 아무리 마음이 독하다고 해도…… 너보다 마음이 더 독한 사람 앞에서는 입을 열게 되어 있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독한 놈이라고 해도, 나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그 누구보다 독할 자신이 있다.”
“그 말은 나를 고문했을 것이란 말이군요?”
호현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만홍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클클클!”
더 말을 해 뭐하겠냐는 듯 말이다. 그런 만홍객의 모습에 호현이 탁홍과 심수를 바라보았다.
“이래도 제가 이자의 무공을 폐지하는 것이 과하다 생각하십니까? 힘을 가졌다면 그 힘으로 백성들을 위하지는 못할망정 그 힘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나는 용서 할 수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탁홍과 심수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역혈대법까지 사용하는 호현을 보니 자신들이 그를 말린다고 멈추지는 않을 것 같았다.
둘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을 때, 만홍객이 웃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크크크!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나……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국법이라 하였지?”
“그렇소.”
“내 목숨은 국법으로 처리하면서 내 목숨보다 귀한 무공은 폐지시키겠다? 하! 차라리 내 스스로 죽고 말겠다!”
버럭 고함을 지른 만홍객이 그대로 내공을 역류시켰다. 그러자 만홍객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지더니 칠공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주루룩!
그 모습에 호현이 놀라 그를 잡으려 할 때, 탁홍이 급히 그를 잡았다.
“이미 늦었네.”
탁홍의 말에 호현이 만홍객을 바라보니 그의 몸에서 흐르는 생기가 빠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기를 이용해 자살을 하다니.’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만홍객이 힘겹게 눈을 떴다.
“크크크! 네놈 목숨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내 목숨은 소중하다.”
“무슨 말이오?”
“오늘 너와 맺은 원한…… 내 목숨으로 치르니 양가장은 놔두거라.”
만홍객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직접 대결해 본 호현의 무공은 너무나 대단했다.
만약 호현이 오늘 일을 분풀이하려고 한다면 양가장은 멸문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호현에게는 명분까지 있으니 정파에서도 그들을 도와줄 사람들은 없을 것이었다.
다 죽어가는 노인의 얼굴은 굳건했지만 그 눈에 어린 빛은 간절함이었다.
그것을 보던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현 역시 자신을 공격한 만홍객 이외에 그의 가솔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만홍객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하는 것은 염치가 없지만…… 우욱!”
말을 하던 만홍객이 피를 토하고는 입가를 닦으려는 듯 손을 움찔거렸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쉰 호현이 그의 입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죄는 크지만…… 다 죽어가는 사람을 탓하면 무엇 하겠는가.’
호현이 슬며시 자연지기를 그 몸에 넣어주자, 만홍객의 눈에 정광이 흐르기 시작했다.
“크크크! 병 주고 약 준다더니, 네놈이 참으로 그 짝이로구나!”
만홍객의 몸에 기운을 흘리던 호현은 갑자기 들리는 고함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객잔 지붕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보던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대단한 기운이구나.’
대별대두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그래도 무림에 나온 이후 손가락에 꼽히는 기운을 가진 사람이었다.
호현의 시선에 노인이 손을 휘저었다.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다 죽어가는 노인이 하고 싶은 말이나 하게 돕거라.”
노인의 말에 호현이 만홍객의 몸에 기운을 강하게 넣어주었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린 만홍객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내가 자극해서 움직였을 뿐 그들은 잘못이 없네. 그러니 나 하나로 용서해 주게.”
만홍객의 말에 호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것은…… 어렵습니다. 자극을 받았든 안 받았든 저들은 저를 공격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용서해주라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무공 폐지는 너무 과…….”
말을 하던 만홍객의 얼굴에 순간 핏기가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현이 다시 내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만홍객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은 만홍객의 모습에 호현이 한숨을 쉬고는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제9-13장 무림인을 낚아보자
만홍객의 시신을 보던 호현은 사방에 쓰러져 있는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쓰러져 있는 무인들 중에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감히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만을 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