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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202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202화

호현이 거인이라는 말에 관병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복장이 허름해 그가 설마하니 거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곡 등도 마찬가지였다.

 

‘향시에 합격한 거인이라고? 그런 사람이 어찌 이리 고강한 무공을?’

 

무인이라 향시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르지만, 수많은 학사들 중 그 시험을 통과하는 자들이 극히 적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 시험을 통과했다면 학문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인데, 이런 고강한 무공까지 지니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놀라운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가!”

 

그들이 호현을 보고 있을 때, 뒤에서 일갈이 들리더니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젊은 남자의 출현에 관병들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예를 보였다.

 

그런 관병들을 본체만체하며 젊은 남자가 무곡 등을 바라보았다.

 

“사숙, 무슨 일입니까?”

 

젊은 남자의 말에 무곡이 슬며시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전음으로 이야기한 무곡이 말을 이었다.

 

- 예를 갖추어 대하거라. 저 나이에 강기를 시전하는 고수라면 그 뒤에 누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으니.

 

무곡의 전음에 젊은 남자, 대서현 지현인 유민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무공으로는 강기를 시전하고, 학문으로는 향시를 합격한 거인이라…… 대단하군.’

 

잠시 호현을 보던 유민이 호통을 쳤다.

 

“송사를 하겠다고 온 사람이 어찌 관에서 이리 방자하게 구는 것인가.”

 

유민의 말에 무곡의 얼굴이 굳어졌다.

 

‘예를 지켜 대하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그리고 호현 역시 자신에게 호통을 지르는 유민의 모습에 얼굴이 굳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지현이라는 사람이 어찌 일의 전후를 알지도 못…….”

 

“나는 황제 폐하께 이 대서현을 다스리는 임무를 받은 지현이다. 호현 학사가 비록 향시를 합격한 거인이라 해도 황제 폐하께서 나에게 주신 대서현 관리에 대한 월권은 용납할 수 없다.”

 

단호한 유민의 말에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아무리 거인이라 해도 관청의 일에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거인은 관인의 대우를 받기는 하지만 정식 관인은 아닌 것이다.

 

굳은 듯 입을 다무는 호현을 보며 유민이 몸을 돌렸다.

 

“크흠, 송사할 것이 있다고 하니 일단 들어는 보겠소. 따라오시오.”

 

유민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유민과 호현, 그리고 웅풍삼걸이 사라지자 그제야 관병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까닥했으면 오늘이 우리들 제삿날이 될 뻔했군.”

 

“그러게 말이야. 어린놈이 저렇게 대단한 놈인 줄 어떻게 알았겠어.”

 

수군거리던 관병들 중 한 명이 문득 관청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 지현 말이야, 나이가 어려서 쉽게 생각했는데…… 방금 보니까 보통내기가 아닌데?”

 

“그러게. 저런 고수 앞에서 할 말 또박또박 하고, 도리어 훈계까지 하잖아.”

 

“이거…… 아무래도 우리 생활이 좀 고달파지는 것 아냐?”

 

서로 이야기를 하던 관병들은 앞으로 생활이 좀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제9-9장 선학(善學)에 대해 논하다

 

대서현 지현의 집무실 안에 호현이 들어섰다. 그런데 안에 들어서던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현의 집무실이 너무나 호화로웠던 것이다.

 

벽에는 송대의 명화와 글이 걸려 있었고, 집무실 한쪽에는 보기에도 무척 비싸 보이는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지현이라는 자의 집무실이 어찌 이리도 호화롭다는 말인가?’

 

호현은 못마땅한 얼굴로 유민을 바라보았다.

 

그런 호현의 시선에 유민이 의자에 앉으며 앞에 놓인 의자들을 가리켰다.

 

“앉으십시오.”

 

유민의 말에 호현이 의자에 앉았다. 잔뜩 굳어 있는 호현의 얼굴에 유민이 웃으며 말했다.

 

“제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합니다.”

 

“대서현의 장이신 지현의 처사를 두고 어찌 일개 거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겠습니까.”

 

잔뜩 굳은 음성의 호현의 모습에 유민이 탁자를 쳤다.

 

탁!

 

“맞소. 현의 일은 일개 거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자신의 말에 맞장구까지 치는 유민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자, 정말 밉상이구나.’

 

그런 호현의 모습에 유민이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을 해 보였다.

 

“본의 아니게 호현 학사께 무례를 범해 송구합니다. 천유학관에서 수학을 한 유민입니다. 스승님께서 예전에 방헌으로 낙향하신 죽대선생의 제자 중 호현이라는 아이가 있어 나중에 한 번 꼭 만나 정세를 논하고 친하게 지내라 하였는데,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천유학관이라는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혹 풍소경 노사의……?”

 

“그러합니다.”

 

유민이 풍소경의 제자라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죽대선생과 앙숙이기는 했지만 풍소경은 호현도 존경하는 대학사였다.

 

게다가 풍소경은 백성들을 아끼고 사치를 싫어하는 인물인데, 그런 대학사의 제자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의아하고 또 이상한 것이었다.

 

호현의 얼굴에 어린 의문을 본 유민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곳 대서현에 지현으로 온 지는 이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틀?”

 

호현의 말에 유민이 방을 훑어보았다.

 

“아마도 호 학사께서는 이 방의 화려함을 보고 저를 속으로 많이 욕하셨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위정자의 방이 이리 화려하면 할수록 백성들의 고달픔은 더욱 심해지는 것입니다.”

 

약간의 질책성을 담은 호현의 말에 유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은 전 대서현 지현이 사용하던 곳입니다. 이 방의 집기들은 전 지현이 저에게 선물을 하고 간 것인데, 저도 이 방의 화려함을 보고 무척 놀라고 황당했습니다. 며칠 안에 이 물건들을 모두 처분해 대서현 관리에 사용할 생각이니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한 유민이 다시 포권을 해 보였다.

 

“백성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 멋대로 일을 하려는 관병들을 그 자리에서 일벌백계해야 하는 것이 옳으나, 저는 이곳 대서현에 취임한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저를 모르는 수하들 앞에서 호현 학사의 말을 받아들이고 그에 수긍해 일을 처리한다면, 제 체면이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에 그들 앞에서 호 학사를 깎고 제 체면을 세웠으니, 제 짧은 생각을 못났다 생각하지 마시고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공손히 포권을 해 보이는 유민의 모습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러는 거지?’

 

의아한 표정의 호현의 모습에 자신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유민이 설명을 해주었다.

 

“백성들을 살피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관의 일임을 어찌 제가 모르겠습니까. 허나…… 그런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제 밑에 있는 수하들부터 통솔을 해야 합니다. 통솔이 되지 않는 부하들로는 제가 아무리 좋은 정치를 하려 해도 그것이 백성들에게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수하들 앞에서 제가 체면을 차리기 위해 호 학사에게 한 행동들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곳 사정을 파악하는 대로 관인들을 단속해 백성들을 높게 보며, 그들을 위한 일을 하는 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민의 설명에 호현은 자신이 그를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일어나 포권을 해 보였다.

 

“제가 유 공을 오해하였습니다.”

 

호현의 사과에 유민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 학사께서 오해를 하라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당사자인 호 학사께서 오해를 하셨다면 주위에 있던 수하들도 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부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지현에서 이제는 문무겸전의 영웅에게도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지조 있는 지현으로 말입니다.”

 

“아!”

 

유민의 말에 호현이 감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구나. 그 짧은 사이에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무곡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사질이 그리 현명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혼을 내려 했군. 역시 대사형께서 너를 허투루 키우지는 않으셨구나.”

 

무곡은 유민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호현을 적대하려고 해 그를 혼내려 했던 것이다.

 

그런 무곡을 보며 유민이 포권을 해 보였다.

 

“보는 눈이 있어 이 사질이 미처 사정을 설명하지 못하였습니다. 사숙께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니다. 네가 무공을 익혀 전음을 사용할 수 있다면 설명하지 않은 것에 책을 하겠으나, 전음을 하지 못하는 너이니 어찌 설명을 할 수 있겠느냐.”

 

유민에게 웃으며 말을 한 무곡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사질과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학사이신 듯한데…….”

 

“그렇습니다.”

 

“그럼 무공은 어디에서 익힌 것이오?”

 

“무당파에서 조금 익혔습니다.”

 

무당파라는 말에 무곡이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무당이구나. 하긴, 무당과 같은 거파가 아니라면 이런 젊은 고수를 키울 수 없었겠지.’

 

“그런데 송사하실 것이 있다 들었습니다. 무슨 내용이십니까?”

 

유민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병들 문제는 유 지현께서 잘 처리할 것이니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입을 열었다.

 

“대별산 산적이라고 소문이 난 대별대두에 대한 송사를 하러 왔습니다.”

 

대별대두라는 말에 무곡 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에 대한 일은 무림에서도 유명한 것이었으니, 그들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었고 유민은 달랐다. 그는 얼마 전까지 북경에서만 지냈고 무림의 일에 관해서는 그리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대별산에 산적이 있습니까?”

 

굳은 얼굴로 묻는 유민에게 무곡이 입맛을 다시며 설명해 주었다.

 

“있다. 하지만 대별산은 이곳 대서현의 관할이 아니니 네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곡의 말에 유민이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 관할 구역은 아니나, 대별산은 저희 대서현과 근접한 곳입니다. 그런 가까운 곳에 산적들의 산채가 있다는 것은 대서현에도 피해가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인근 지현들과 상의를 해 대별산 토벌을 해야겠습니다. 사숙들께서 도와주십시오.”

 

대별산을 토벌하겠다는 말에 무곡 등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네가 대별산에 있는 산적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우리나 관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대별산에 관한 일은 잊는 것이 옳다.”

 

무곡의 말에 유민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백성들을 위해하는 산적을 어찌 가만히 두고 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저는 그리할 수 없습니다. 이는 황제 폐하께 대서현 관인(官印)을 받은 지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민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풍소경 노사의 제자라더니, 그야말로 옳은 말만을 하시는구나.’

 

유민이 대별대두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대별산을 토벌하자는 말에 난색을 표하면서 빠져나갈 구멍만을 찾던 당서현 지현과는 비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호현은 유민이 대별대두를 토벌하러 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이 간다고 해도 대별대두의 화를 돋우면 돋웠지, 토벌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의 희생만 더 키울 수 있는 일이었다. 비록 대별대두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두들겨 맞고 다치는 사람은 있을 테니 말이다.

 

호현이 유민을 향해 말했다.

 

“제가 대별산 대별대두에 대한 송사를 하러 온 것은 맞지만, 그들을 토벌하자는 송사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그를 건드리지 마시라 말하러 온 것입니다.”

 

“호 학사,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산적을 토벌하지 말고 가만히 두라니요?”

 

의아해하는 유민을 보며 호현이 대별대두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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