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20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200화
“내 그동안 너희들과 있으면서 충과 효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기억나느냐?”
아이들도 어제 대별대두와 호현의 싸움을 보았고, 거기에 창고 안에서 진파파와 호현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기에 그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침울함이 어려 있었다.
호현은 열흘이 넘도록 같이 지내며 재밌는 옛이야기들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좋은 형이 떠나는 것이다.
침울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호현이 창고와 아이들이 있던 곳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진파파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은 모양이군.’
아이들이 자신이 떠날 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호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야기해 준 충과 효는 사람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마음이다. 효를 알면 인과 덕을 알게 된다. 부모를 공양하고 살피는 마음에는 인과 덕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또한 충을 알게 되면 의로운 마음을 가지게 하니, 충과 효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슴에 새기고 새겨도 부족한 것이다.”
말을 마치고 아이들을 바라보던 호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어려 있는 것이다.
‘하긴 조금 어려운 말이기는 했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저번에 효에 대해 답을 했던 유명을 바라보았다.
“내가 효의 근본이 뭐라고 했지?”
호현의 물음에 유명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장주님을 걱정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 하지만 장주님에게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을 키워주고 살펴주는 다른 분들에게도 걱정을 끼치면 안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밥 잘 먹고 아프지 않는 것…… 그것이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효이니라.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아이들을 하나씩 바라보던 호현이 진파파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진파파가 서둘러 말했다.
“그래, 어서 가게.”
“장주께는 훗날 죄를 청하러 오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으니 어서 가기나 하게.”
대별대두와 고노가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이 정말 걱정인 듯 서둘러 가라 재촉하는 진파파를 보며 호현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절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화아악!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과 동시에 자연지기가 그의 몸을 받치더니, 호현의 몸이 북쪽 하늘을 향해 번개처럼 나아가기 시작했다.
제9-8장 관(官)이 하는 일
호현이 사라지고 잠시 후…….
장원으로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대별대두와 고노가 날아들었다. 얼마나 빠르게 경공을 시전했는지 그들이 절벽에서 솟구친 것과 장원 안으로 들어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런 둘의 모습에 진파파가 깊이 심호흡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진파파의 말에 대별대두가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놈…….”
이미 호현이 장원을 벗어난 것을 아는 듯 다짜고짜 그놈이라는 말을 하는 대별대두를 보며 진파파가 입을 열었다.
“떠났습니다.”
진파파의 말에 대별대두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진파파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뿐, 다른 말을 하지는 않고 그대로 절벽 쪽으로 몸을 날렸다.
“크아앙!”
절벽 쪽에서 빠르게 멀어지는 대별대두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진파파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별대두가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이 가슴 아프기는 했지만…….
‘호 학사가 있었다면 장주께 더 안 좋았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진파파는 고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노 역시 얼굴이 잔뜩 붉게 변한 것이 호현이 사라진 것에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고노의 모습에 진파파가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았다.
탓!
자신의 손길을 털어내는 고노의 모습에 진파파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이가 진짜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구나.’
굳은 얼굴로 있던 고노가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당신이 잘못한 것이오.”
자신을 질책하는 고노를 보며 진파파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진파파를 보던 고노 역시 고개를 젓고는 대별대두가 달려간 곳으로 몸을 날렸다.
*
*
*
휘이익! 휘이익!
바람처럼 하늘을 날며 북쪽으로 빠르게 날아가던 호현은 저 멀리 어제 자신이 들렀던 마을을 발견하고는 땅에 내려섰다.
혹시 마을 근처에 내렸다가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놀랄 것을 대비해서 말이다.
타악!
가볍게 땅에 내려선 호현은 문득 남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대별산 산자락 중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걸어서 이동했다면 하루는 꼬박 가야 닿았을 정도로 아주 멀리 느껴졌다.
그 먼 거리를 단숨에 날아왔다는 생각에 호현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제는 하늘을 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렸구나.”
어느새 걷고 뛰는 것보다 하늘을 나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것에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문득 호현이 하늘을 한 번 보고는 땅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자신이 기억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을 하던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휴우~ 모르겠구나.”
뭔가 생각이 날 듯하면서 나지 않는 것이 갑갑했던 것이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던 호현은 일단 마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생각은 의가가 있는 마을까지 가면서 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마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호현은 의덕장에 있는 진파파를 떠올렸다.
‘진파파께서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지는 않았을지 모르겠구나.’
대별대두와 고노에게 시달릴 진파파에 대한 걱정을 하며 호현은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선 호현은 곧장 의가로 향했다.
성녀를 데리고 왔을 때는 몰랐는데, 대낮에 본 의가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박현의가〉
의가에 걸린 현판을 본 호현은 어제 만난 의원의 이름이 박현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름을 걸어 놓을 정도라면 어제 그 노인 말대로 의술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이름을 걸고 의가를 할 정도라면 그 주인의 의술이 상당히 뛰어날 것이라 생각한 호현은 자신이 환자를 맡기기는 제대로 맡겼다고 생각했다.
활짝 열려 있는 의가의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선 호현은 한약의 은은한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몸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호현이 미소를 지었다.
회의를 입은 중년인이 탕기들을 들고 나오다 호현을 보고는 급히 다가왔다.
“어디를 어떻게 다친 것이오?”
어디를 다쳤냐고 물으며 자신의 맥을 잡으려 하는 중년인의 손을 피하며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친 곳이 없습니다.”
“아픈 곳이 없다니, 그럼 이 혈흔들은……?”
중년인의 말에 호현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다 아차 싶었다. 어제 성녀가 피를 흘린 탓에 옷자락 여기저기 피가 묻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별대두에게 두들겨 맞는 바람에 흙먼지까지 한 가득 묻어 있으니…… 원래 백의의 학사복이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거지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런 꼴을 하고 마을을 돌아다녔으니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봤을지…… 호현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건 제 피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 피요?”
“어제 이곳에 환자 한 명을 맡겼습니다.”
호현의 말에 중년인이 이제야 그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 아버님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네. 아버님 말로는 며칠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빨리 왔군?”
중년인의 말에 호현이 쓰게 웃었다.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환자는 좀 어떻습니까?”
“그게…… 아침에 떠났네.”
성녀가 떠났다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환자가 떠나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네. 갑자기 사라졌네.”
호현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더 물으려 할 때 의원이 나타났다.
“따라오게.”
대뜸 따라오라는 의원의 말에 호현은 중년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의원에게 다가갔다.
호현이 다가오자 걸음을 옮기며 의원이 말했다.
“맡아 놓은 환자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의원의 말을 들으니 호현의 머릿속에 어제 성녀와 싸우던 복면인들이 떠올랐다.
‘혹 그 복면인들이 납치를……?’
납치를 당한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며 호현이 물었다.
“혹시 제가 가고 난 후에 누가 찾아왔습니까?”
“아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네.”
의원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선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상 위에 있는 이불까지 정돈되어 있는 방을 보며 호현이 물었다.
“방을 정리하신 것입니까?”
“환자가 가면서 정리를 했네. 그리고 이거.”
의원이 품에서 천 조각을 내밀었다. 호현이 천 조각을 보니 그 안에 글이 적혀 있었다.
은공께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를 쫓는 자들이 있어 제가 이곳에 더 머무르는 것이 은혜를 베푸신 은공의 일신에 화가 될 수 있기에 떠나옵니다.
혹 제가 떠나고 난 후 저를 찾는 자들이 나타난다면 구름에 가린 일월에 바람을 주었다 하십시오. 그리하면 일신의 화를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읽고 있는 호현을 향해 의원이 말했다.
“탕약을 주러 왔더니 이것 하나만 놔두고 갔더군.”
‘납치를 당한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회복은 하고 간 것입니까?”
“외상이야 금창약이나 잘 바르고 하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자네 덕에 내상도 많이 나아졌으니 움직이는 것은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지.”
말을 하던 의원이 문득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지 못했군.”
“제 이야기요?”
“그래, 최소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은 알려줘야 했었는데 말이야.”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는 의원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보상을 바라고 그리한 것은 아니니 그것은 괜찮습니다.”
호현의 말에 의원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 말은 자네가 소저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해서이지. 만약 그 얼굴을 봤다면 그런 말이 안 나왔을 것이네.’
목숨을 구해줬다고 바로 연분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은인이라는 호감은 생기기 마련이다.
호현이 성녀의 얼굴을 봤다면 평생 후회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의원이 말했다.
“그나저나 그 소저가 나를 은인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진짜 은인께서 서운하겠군.”
“아닙니다.”
웃으며 호현을 보던 의원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군. 급한 일을 한다고 가더니 씻지도 못하고 돌아온 것인가? 일단 씻기부터 하게.”
의원이 호현을 데리고 씻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깨끗이 씻고 나온 호현은 의원이 주는 거친 천으로 만들어진 회의로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온 호현을 기다리고 있던 의원이 한쪽에 놓인 옷가지들을 가리켰다.
바로 호현이 입고 있던 옷이었다.
“이 옷은 빨아놓으려고 했는데 워낙 많이 찢어져서 걸레로나 써야겠네.”
의원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말은 이때까지 걸레를 입고 다녔다는 말과 같으니 말이다.
“신세를 많이 져 송구합니다.”
“송구는 무슨……. 사람을 구하는 의원이 사람을 구한 것이고, 더럽혀진 사람이 있으니 씻겨준 것이네.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야.”
의원의 말에 호현이 포권을 해 보였다.
“진정 대인이십니다.”
“후후, 대인은 무슨. 그리고 이건 자네 물건들이네.”
의원이 작은 보자기를 내밀었다.
호현이 씻는 사이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보자기에 담아 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보자기를 등에 멘 호현이 그 안에서 돈 주머니를 찾아서 금자를 꺼내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