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9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99화
구궁보의 휴문을 밟자 호현의 주위로 기운들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우웅!
갑자기 주변의 기운이 무겁게 가라앉자 대별대두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이놈이 별짓을 다 하는군!”
말과 함께 대별대두가 주먹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펑!
주먹에서 터진 기세에 주변을 누르고 있던 기운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호현의 발이 휴문에서 경문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우르릉!
그러자 이번에는 웅후한 기운이 솟구치더니 대별대두를 밀어붙였다.
대별대두도 이렇게 기운이 빠르게 바뀔 줄은 몰랐는지, 경문의 기운에 밀려났다.
그리고 밀려나는 대별대두의 뒤를 쫓아 호현이 양장을 펼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호현이 양장을 펼치며 태극권을 펼치려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대별대두가 머리로 그의 이마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퍼억!
“크윽!”
코피까지 흘리며 뒤로 튕겨 나가는 호현을 뒤따라온 대별대두가 그를 주먹으로 찍어 내렸다.
꽝!
“커억!”
그 충격에 호현은 의식을 잃은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쓰러진 호현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대별대두가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장원에서 진파파가 급히 뛰어나왔다.
“이미 의식을 잃었습니다.”
진파파의 말에 대별대두가 눈가를 찡그렸다.
“지금 이놈을 두둔하는 것이오?”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이 있습니다.”
진파파가 슬쩍 장원 쪽을 바라보자, 대별대두도 그 시선을 따라갔다.
장원의 입구에서 아이들이 놀란 눈으로 자신과 호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으득!”
대별대두는 입술을 깨물고는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최소한 아이들 앞에서는 자신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은 것이다.
“흥!”
콧방귀를 뀐 대별대두가 호현을 그대로 놔버렸다. 호현이 땅에 떨어지기 전 진파파가 재빨리 그를 안아 들었다.
털썩!
호현을 안아 든 진파파를 보며 대별대두가 화가 나는지 절벽 쪽으로 몸을 날렸다.
“제길!”
고함을 지르며 사라지는 대별대두를 보고 한숨을 내쉰 진파파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호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애틋해진 진파파는 서둘러 그를 데리고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
*
*
의가의 내실에서 성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 보는 방 안에 자신이 누워 있는 것을 깨닫고 성녀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스르륵!
성녀의 몸짓에 이불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그리고 성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 입고 있던 옷과는 전혀 다른 옷이 입혀져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옷을 누가…… 헉! 그럼 내 몸을 누가 봤다는…….’
그런 생각에 놀란 성녀가 급히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혹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사이에 무슨 해코지라도 당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성녀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어제만 해도 지독하게 고통을 주던 내상과 근육의 통증들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몸에 생겼던 상처들에는 하얀 붕대들이 꼼꼼하게 매어져 있었다.
붕대를 만지던 성녀의 머릿속에 어제 있었던 일이 조금씩 떠올랐다.
“아! 의가.”
자신이 의가에 왔다는 것을 기억한 성녀가 몸을 일으켰다. 성녀가 몸을 일으킬 때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깨었는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성녀가 급히 답했다.
“일어났습니다.”
성녀의 말에 문이 열리며 의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몸은 좀 어떤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 의복은……?”
성녀의 물음에 의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보지 못해서 그렇지, 사람이 다시는 입을 수 없게 되었더군. 그래서 새로운 의복으로 갈아입혔네. 아! 자네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것은 내 며늘아기가 한 것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게.”
의원의 말에 성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아무리 병을 치료하는 의원이고 노인이라 해도 남자는 남자이니, 그가 자신의 몸을 봤다면 어찌하나 걱정을 했던 것이다.
“운기조식은 하였는가?”
의원의 물음에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눈을 떴습니다.”
“그렇군. 그럼 운기조식을 하게. 무인이 운기조식을 미루면 되나.”
무언가 짐작을 하듯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의원이 밖으로 나갔다.
그런 의원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녀가 아차 싶었다.
‘미처 감사하다는 인사도 드리지 못했구나.’
게다가 어제 자신을 구한 사람에 대해서도 묻지 못한 것이다.
잠시 후 성녀는 침상 위에 정좌를 했다.
일단 운기조식을 하고 난 후 감사의 인사와 그 사람의 행방을 물으려는 것이다.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리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운기조식을 하는 동안의 이런 감정 기복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공을 끌어올리는 순간 그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을 돌며 대주천을 시작한 것이다.
놀란 성녀는 급히 운기조식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대체 이게…….”
진기의 흐름에 막힘이 없고 또 그 속도가 예전에 비해 배 이상 빨라진 것에 성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은 성녀가 눈을 감고는 내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알기 전에 운기조식을 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성녀는 천천히 내공을 움직이며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
*
*
호현이 누워 있는 창고 앞에 진파파와 고노가 서 있었다. 호현의 뒤를 쫓았던 고노는 결국 그를 놓치고 장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전, 고노는 창고에 실신해 있는 호현을 발견하고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진파파에게 제지를 당하고 말았다.
화가 난 얼굴로 창고를 노려보는 고노를 보며 진파파가 말했다.
“그만 화 푸세요.”
은근한 어조로 말하는 진파파를 고노가 노려보……려다 급히 눈을 깔았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차마 하늘같은 아내를 노려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소? 우리의 은인이신 전대 장주께서 대별산에서의 살생을 엄격하게 금하셨소. 그런데 그런 전대 장주께서 명하신 살생을 저지른 년을 저놈이 빼돌렸소.”
“이유가 있었겠지요.”
“이유? 흥! 대별산에서의 살생은 그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오.”
단호한 고노의 음성에 낮게 깔린 살기를 읽은 진파파의 얼굴이 굳어졌다.
몇십 년 동안 봉인하고 있던 고노의 살기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되었던 거예요?”
진파파의 말에 고노가 창고 쪽을 보다가 대별산에서 생긴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진파파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장주께서 왜 이리 화가 났나 했더니…… 사람을 둘이나 죽이다니. 그나저나 장주도 문제지만 이 사람도 문제로구나. 이러다가 이 사람의 마음에 살심이 다시 솟구치기라도 하면…….’
고노가 다시 살심을 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던 진파파가 슬며시 말했다.
“그나저나 장주께서 화가 잔뜩 나서 가셨는데…….”
“장주께서?”
고노가 장원 밖을 쳐다보자 진파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좀 걱정이 되네요.”
걱정스러워하는 진파파의 모습에 고노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내가 찾아보겠으니 당신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려.”
“고마워요.”
진파파의 미소에 고개를 끄덕인 고노가 그대로 몸을 솟구쳐서는 장원 밖으로 사라졌다.
고노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 진파파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호현에게 다가간 진파파가 그의 몸 몇 곳을 두드렸다.
타타탓!
“끄윽!”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뜬 호현의 입에 진파파가 이파리 몇 개를 집어넣었다.
“우욱.”
갑자기 입에 들어오는 이파리에 놀란 눈을 뜨는 호현을 보며 진파파가 말했다.
“대덕의 잎이니 잘 씹어 삼키게. 내상과 타박상에 효과가 있으니.”
진파파의 말에 호현이 입을 오물거리며 대덕의 잎을 씹어 삼켰다.
생 나뭇잎을 씹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입이 썼다. 하지만 대덕의 잎을 먹고 난 지 오래지 않아 쑤신 온몸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대덕 잎의 약효가 무척 뛰어나구나.’
호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진파파가 밖을 한 번 내다보고는 급히 말했다.
“어서 이곳을 떠나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진파파를 보던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주는 어디 있습니까?”
“지금 장주를 찾을 때가 아니네. 아니, 곧 장주가 다시 돌아올 것이니 자네는 어서 대별산을 떠나게.”
진파파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백 일 동안 이곳에 있기로 장주와 약속을 했습니다.”
“나도 그것은 아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어.”
“어제 일이라면 제가 장주께 사과를 하…….”
호현의 말에 진파파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네가 문제가 아니네.”
“네?”
“지금 장주와 남편은 자네한테 무척 화가 나 있네. 자네가 이곳에 있으면 그 두 사람은 더 화가 날 것이야.”
“그러니 제가 사과를 드리고 화를 푸는 것이…….”
“두 사람의 화가 풀리려면 사람을 죽였다는 소저를 그들 앞에 데려와야 하네. 자네 그럴 수 있겠나?”
진파파의 물음에 호현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데리고 오면 대별대두는 상대가 여자라고 해도 자신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심하게 다룰 것이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어찌 여자를 대별대두 앞에 데려올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환자인 여자를 말이다.
난감해하는 호현의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진파파가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래서 그게 문제라는 거네. 두 사람이 화를 내는 것이 자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을 죽였다는 그 소저 때문이네. 두 사람이 분명 자네를 닦달해 그 소저를 데려오거나 있는 곳을 말하라 할 것인데, 자네는 그것을 절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럼 어찌 되겠나? 그 두 사람은 더 화가 날 것이네.”
잠시 말을 멈췄던 진파파가 침을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자네는 장주와 남편에게 사과를 해서 그 화를 풀어 보겠다고 하는 것인가?”
“그건…….”
말을 잇지 못하는 호현을 보며 진파파가 서둘러 그를 잡고 일어났다.
“그러니 어서 가게. 이건 내 부탁이네.”
“하지만 어찌 이대로 갈 수 있겠습니까?”
“자네 진정 내 속이 터져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런가? 자네 때문에 내 남편이 그동안 다스린 살심이 눈을 뜨고 있네. 정녕 그를 망치려는 건가!”
버럭 고함을 지르는 진파파의 모습에 입술을 깨문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가면 진파파께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호현의 말에 진파파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네. 우리 남편이야 내 말이라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위인이고, 장주는…….”
잠시 말을 멈췄던 진파파가 웃으며 말했다.
“한 소리 듣기는 하겠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게.”
어서 가라는 듯 자신을 잡아끄는 진파파를 따라 창고 밖으로 나오던 호현의 눈에 마당에서 권법을 수련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 역시 호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움직임을 멈춘 채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눈을 보던 호현이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잠시 아이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진파파가 힐끗 장원 밖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끝내게. 그 둘이 언제 올지 모르니.”
진파파의 말에 호현이 아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이리들 오너라.”
아이들이 몰려오자 그들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