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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9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95화

‘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쏴라.’

 

병법에 있는 유명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둘을 바라보았다.

 

미부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진파파, 그리고 꼽추에 머리카락도 몇 가닥 남아 있지 않은 못생긴 고노…….

 

‘이 둘이 부부라니…….’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둘을 호현이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을 때 고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흥!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우리들 얼굴이나 보려고 한 것이냐?”

 

“여보, 호 학사에게 좀 좋게 이야기하세요.”

 

“이것보다 얼마나 더 좋게 이야기하라는 거야.”

 

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버리는 고노를 보고 진파파가 고개를 젓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하였느냐?”

 

진파파의 물음에 호현이 대별대두에게 했던 제안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호현의 제안을 들은 진파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 그렇지 않아도 장주께서 사람들을 너무 패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진파파의 말에 고노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는 것인데…… 그것까지 막으면 장주께서 너무 힘들 것이야.”

 

“그래도 장주께서 하시는 일은 의덕장의 가르침과는 다른 거예요. 등선하신 어르신께서 계셨다면 장주의 행동을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장주께서 싫다는 일은 우리가 어찌 하겠나?”

 

고노의 중얼거림에 진파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알고 지낸 대별대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인 것이다.

 

난감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호현이 물었다.

 

“제게 의덕장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으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려는 고노를 대신해 진파파가 입을 열었다.

 

“우리 의덕장의 역사는 송말(宋末)에서 이어진다네.”

 

“송나라 말요? 역사가 깊군요.”

 

“송말,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무림인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이곳이었네. 그때는 무명장이었지. 호 학사도 보았겠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네. 사방이 절벽이라 절정고수가 아니면 이곳에 오를 엄두도 내지 못하네.”

 

진파파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곳만큼 적을 막기 쉬운 곳도 없겠구나. 게다가 절벽 위로 오르는 자가 있다고 해도, 위에서 돌이나 활로 공격을 한다면 그야말로 한 명이 능히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호현이 자신의 말에 수긍하는 것을 보며 진파파가 말을 이었다.

 

“그러다 송이 망하고 원이 들어섰네. 그때 반원을 주장하며 항거하던 많은 문파들이 멸문지화를 당하고 몰살을 당했지. 그리고 그런 문파들의 후인들이 무명장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네. 당시 무명장에 모인 문파들의 수가 백을 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무림에서는 우리 무명장을 백가문이라고도 불렀네.”

 

진파파가 잠시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시 무명장에 모인 무인들은 원의 장수들과 관리들을 암살하고, 원에 항거하다 죽은 무가의 생존자들과 후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였네. 하지만 그 후 원과의 기나긴 싸움으로 무명장 무인들의 많은 수가 희생되었지.”

 

그렇게 진파파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원이 멸망하기 직전, 원의 무인들이 약탈한 중원의 무서들과 보물들을 찾기 위해 무명장의 무인들은 그들의 본거지를 쳐들어갔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무명장 무인들과 원의 무인들은 양패구상을 하고 말았다.

 

원의 장수들과 관리들을 많이 죽인 무명장 사람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원에서 함정을 파 놓고 기다렸던 것이다.

 

당시 홀로 살아남은 무명장 장주였던 천명진인은 자신 때문에 동지들을 모두 잃은 것에 슬퍼하며 이곳에 은거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죽은 동지들의 의와 덕을 기리며 이곳의 이름을 의덕장이라 칭했다.

 

의덕장의 역사에 대해 듣던 호현이 물었다.

 

“그럼 장주께서는 왜 대별산에 길을 내고 계신 것입니까?”

 

호현의 물음에 진파파가 고개를 저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그것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궁금하면 장주께 물어보게.”

 

“물으면 답을 해줄까요?”

 

“기분에 따라 다르겠지.”

 

웃으며 호현을 보던 진파파가 말을 이었다.

 

“한 가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은…… 장주께서는 지금 자신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이네.”

 

“자신의 길?”

 

“그렇게만 알고 있게.”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어 보인 진파파가 슬며시 호현을 바라보았다.

 

“우리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자네 살아온 이야기나 좀 들려주겠나?”

 

“제 이야기요?”

 

“그래.”

 

푸근한 눈빛을 보내는 진파파의 모습에 호현이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호현이 입을 열려는 순간, 이때까지 말없이 있던 고노가 번개처럼 몸을 일으켰다.

 

“어떤 놈들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노가 문을 박차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런 고노의 모습에 눈가를 찡그린 진파파가 그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호현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호현은 굳은 얼굴로 마당에 서 있는 대별대두를 볼 수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호현의 물음에 답 없이 북쪽 하늘을 바라보던 대별대두가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파앗!

 

그 빠름에 순간 공기가 진동을 하며 흔들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고노 역시 몸을 솟구쳐 사라졌다.

 

두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에 의아해하던 호현이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진파파 역시 굳은 얼굴이기는 했지만,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북쪽 하늘만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진파파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현이 힐끗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보면 알겠지.”

 

말과 함께 호현의 몸이 그대로 북쪽 하늘로 솟구치며 사라졌다.

 

순식간에 세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 혼자 서 있던 진파파가 북쪽 하늘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대별산에 살기라니…… 대체 어떤 놈들이!”

 

북쪽 하늘을 보며 중얼거린 진파파가 고개를 젓고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면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

 

*

 

*

 

대별산의 한 능선 위를 성녀가 달리고 있었다.

 

“헉헉헉!”

 

거친 숨을 연신 토하며 몸을 날리는 성녀의 의복에는 여기저기 혈흔이 보였다.

 

게다가 상처가 작지 않은 듯 몸을 날리는 성녀의 움직임을 따라 피가 사방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타타탓!

 

상처가 심한 듯했지만 성녀의 움직임은 비조와 같이 날렵했다. 어두운 산길을 평지와 같이 달리는 것만 보아도 성녀의 무위가 뛰어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산을 달리던 성녀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를 살피듯 뒤를 바라보던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분명 뒤를 쫓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뒤를 보던 성녀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순간 성녀의 몸에서 소름 끼치도록 매서운 살기가 솟구쳤다.

 

화아악!

 

성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을 빠르게 나아가는 흑의인 다섯이 있었다.

 

그들은 중원 제일의 살수 집단인 흑천의 살수들이었다. 그것도 흑천의 십대 살수 중 둘이나 포함되어 있는…….

 

소리 하나 없이 어둠에 동화된 듯 움직여 나가던 흑의인들 중 한 명이 속으로 침음성을 뱉었다.

 

‘이년이 또 살기를…….’

 

마치 자신을 잡아 달라는 듯 살기를 방출하는 성녀의 행동에 흑천 십살 중 오살은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녀가 살기를 방출하지 않아도 추적술을 익힌 그들은 그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며칠 동안 그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성녀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이렇게 일부러 살기를 방출해 자신의 행적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살은 그녀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있는 이곳은 바로 대별산이니 말이다.

 

‘이년이 대별대두를 부르는 것이구나.’

 

성녀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오살이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렸다.

 

아무리 그들이 흑천의 살수들이라고 하지만 대별대두를 상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리된다면 살수로서의 이점인 은밀함과 기습을 할 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기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제길! 계집 한 명 죽이는 데 십살 중 둘을 요구하기에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일이 더럽게 꼬여가는군.’

 

속으로 중얼거린 오살이 동료들에게 수신호를 했다. 그러자 흑의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

 

*

 

*

 

대별산 깊숙이 절곡을 달리던 성녀가 순간 땅을 박차며 몸을 회전시켰다.

 

파파팟!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방금 자신이 있던 자리에 박히는 비도를 바라본 성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제길…….’

 

그와 함께 비도가 날아온 곳의 반대로 몸을 날리려던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느새 절곡의 벽을 박차며 달려드는 두 흑의인과 저 멀리서 암기를 손에 들고 언제든지 방출하려는 자들이 눈에 보인 것이다.

 

발을 멈춘 성녀가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며 살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화아악!

 

성녀가 살기를 끌어올리자 암기를 들고 있던 흑의인들이 급히 손을 움직였다.

 

파파파팟!

 

순간 흑의인들의 손에서 방출된 암기들이 성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또한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흑의인들 역시 더욱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살기를 뿜어내는 것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듯 말이다.

 

섬전처럼 날아오는 암기들과 흑의인들의 모습에 성녀의 얼굴에 고민이 어렸다.

 

염정성을 통해 몸을 숨길 것인가, 아니면 계속 살기를 뿜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성녀의 몸이 철판교의 수법으로 상체가 뒤로 젖혀졌다.

 

파앗!

 

아슬아슬하게 상체를 스치며 암기가 지나가자 성녀의 몸이 그 자세 그대로 뒤로 주루룩 밀려났다.

 

마치 경공을 시전한 듯 빠르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물러나는 자리에는 어느새 흑의인 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파앗!

 

흑의인들의 손에서 섬전처럼 발검된 검이 그대로 성녀의 몸을 쪼개 들어갔다.

 

사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흑의인의 공격에 성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속으로 중얼거린 성녀가 살기를 뿜으며 흑의인들의 검격에 파고들었다.

 

파팟! 푸화악!

 

요혈을 노리는 검격을 등과 허리를 내주는 것으로 막은 성녀는 절로 터지는 신음을 참으며 그대로 양장을 휘둘렀다.

 

“벽력진천장(霹靂振天掌)!”

 

고통을 잊기 위해 큰 소리로 초식을 외친 성녀가 그대로 기운을 방출했다.

 

우르릉!

 

뇌성 치는 소리와 함께 성녀의 양손에서 뇌전이 번쩍이는 장력이 뿜어져 나왔다.

 

미처 그것을 피하지 못한 흑의인 한 명이 가슴이 터져 나가며 뒤로 튕겨 나갔다.

 

다른 한 흑의인은 벽력진천장이라는 말에 이미 대비를 했는지 어느새 회수한 검으로 장력을 쪼개고 있었다.

 

하지만 뇌전지기를 담은 벽력진천장은 쪼개지는 대신 흑의인의 검을 타고 올라갔다.

 

파지지직!

 

“…….”

 

지독한 고통에도 신음 한 번 흘리지 않던 흑의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뒤로 쓰러졌다.

 

쿵!

 

두 흑의인을 쓰러뜨리기는 했지만 성녀 역시 몸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흑의인들의 검에 심한 외상을 입은데다 그 검에 담겨 있던 기운에 내장이 진탕되는 심한 내상까지 입은 것이다.

 

‘우욱!’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려는 핏물을 토할 시간도 없이, 성녀는 흑의인들이 쓰러지면서 생긴 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머리 위에서 한 흑의인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성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오살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방금 성녀의 공격에 십살 중 한 명인 구살이 쓰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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