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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8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82화

제3장 수술 (2)

 

 

“호흡이 많이 안정되었어.”

 

“잠시 그러는 걸지도 몰라. 어쨌든 수술은 끝났어. 모두들 수고했어.”

 

“우리가 뭐 한 게 있나? 네가 가장 수고했지.”

 

“수고하셨어요. 공자님.”

 

“잘했어.”

 

녹초가 되어서 밖으로 나오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당수백과 제갈지인이 다가왔다.

 

“어떻게 되었나? 잘된 건가?”

 

“수술은 잘되었습니다.”

 

“아!”

 

조윤의 말을 듣고 제갈지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비틀거렸다. 그간의 긴장이 일시에 풀린 것이다. 그러자 당수백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소?”

 

“네. 괜찮아요.”

 

제갈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조윤을 항해 물었다.

 

“그럼 이제 완치가 된 건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막힌 아홉 개의 맥 중에서 마지막 하나를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효주가 더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서둘러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살 수는 있는 건가?”

 

“아직 모릅니다. 구음절맥을 치료한 사례가 전혀 없어서 이런 경우 참고를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효주의 상태가 좋아진다면 한 번 더 수술을 해서 남은 하나의 맥을 뚫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마시고, 조금 더 기다려보십시오.”

 

“알았네. 지금 효주를 볼 수 있겠나?”

 

“안 됩니다. 이미 말했듯이 칠 일 동안은 일체 그 누구도 들어 올 수 없습니다.”

 

“으음…….”

 

당수백과 제갈지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런 두 사람을 남겨두고 조윤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쓰러지듯이 누워 잠이 들었다.

 

* * *

 

조윤은 수시로 당효주에게 내공을 주입했다. 그러느라 지쳐서 잠이 들 때가 많았고, 그러면 이화와 흑묘, 그리고 당예상이 돌아가면서 당효주의 상태를 확인했다. 삼 일이 지나자 드디어 당효주가 눈을 떴다.

 

“조윤은…….”

 

제일 먼저 조윤을 찾는 것을 보고 흑묘가 미소를 지었다. 조윤은 한 시진 전에 당효주에게 내공을 주입하고 피곤해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요. 곧 불러올 테니까.”

 

흑묘가 방을 나가 조윤을 깨우러 갔다. 하지만 곤히 자는 조윤을 보자 깨우기가 망설여졌다. 이에 잠시 앉아서 조윤을 내려다보던 흑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그저 어린아이로만 여겨졌었다. 한데 지금은 이렇게 커서 한 명의 사내로 느껴졌다. 백모연에게 받은 은혜가 커서 조윤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으나 그건 자신의 생각일 뿐이었다.

 

무공을 잃어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조금 더 지켜보던 흑묘는 당효주가 일어나면 상관하지 말고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조윤의 말이 생각났다. 이에 조심스럽게 조윤을 흔들어서 깨웠다.

 

“공자님. 일어나세요. 효주 아가씨가 일어났어요.”

 

“어? 어…….”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 조윤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흑묘는 저도 모르게 쿡 미소를 지었다.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빨리 오세요.”

 

“응.”

 

조윤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세수를 했다. 덕분에 정신이 좀 들자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풀고는 당효주가 있는 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흑묘와 이화, 그리고 당예상이 와 있었다.

 

“일어났구나.”

 

“조윤.”

 

침상에 누워있던 당효주가 미소를 지었다. 조윤은 의자를 가져다가 옆에 가서 앉았다.

 

“치료는 잘됐어. 다만 아홉 개의 맥 중에 한 개는 치료를 하지 못했어. 조금 더 건강해지면 그때 다시 한 번 수술을 해야지 돼.”

 

“그럼 아직 다 나은 게 아닌가요?”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건강해질 거야. 무리만 하지 않으면 밖을 돌아다녀도 돼.”

 

“정말이요?”

 

“응. 곧 무림대회가 있다고 이야기했었지?”

 

“네.”

 

“그때 같이 구경 가자.”

 

조윤의 말을 들은 당효주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금까지 당효주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냈었다. 어쩌다 조금 건강해졌을 때 기껏해야 후원을 산책하는 것이 다였다.

 

당연히 열여덟 살이 되도록 이곳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가 있다고 한다. 또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흔한 일이었으나 당효주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밤새 눈물을 흘리면서 갈망하고 원했던 거였다. 병약한 몸 때문에 구속되어 있던 자유가 이제야 풀린 것이다.

 

조윤은 당효주의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한 후에 당예상에게 당수백과 제갈지인을 불러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잠시 후, 그 두 사람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않게 당효령까지 왔다.

 

제갈지인과 당효령은 당효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물을 흘렸다. 당수백은 체면 때문에 억지로 눈물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윤은 그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흑묘와 이화, 그리고 당예상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이다, 결과가 좋아서. 아까 네가 오기 전에 잠깐 맥을 짚어봤는데 이전에 비해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아졌더라. 약만 잘 쓰면 금방 건강해질 것 같아.”

 

당예상이 웃으면서 말했다. 만약 치료가 잘못되었다면 당수백이 조윤을 죽였을 것이다. 그래서 계속 조마조마했었는데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 흑묘와 이화도 그걸 알기에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조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효주를 치료하기로 약속을 할 때부터 그랬었다. 분명 빠진 것이 있는데, 그게 뭔지 여전히 잡히지가 않았다.

 

그때 당수백이 방에서 나와 조윤에게 다가왔다.

 

“효주의 몸을 살펴봤다. 몰라보게 건강해졌더구나.”

 

“막혔던 맥의 흐름이 원활해져서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렇겠지. 어쨌든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약속했던 것을 지켰을 뿐입니다.”

 

“하면 나도 약속한 것을 지켜야겠구나. 받아라.”

 

그렇게 말하면서 당수백이 품에서 꺼낸 것은 산공독의 해독약과 당의환이었다. 얼결에 그걸 받아든 조윤은 당수백을 빤히 쳐다봤다. 당효주를 치료해서 고마워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러니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하. 왜 그런 표정이냐?”

 

“아닙니다.”

 

“효주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곧 있을 무림대회에 함께 구경을 가자고 했다더구나.”

 

“네. 그랬습니다.”

 

“그날 너와 효주의 혼인을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네?”

 

“왜 그러느냐? 그 역시 내가 약속했던 바가 아니더냐?”

 

“네. 그랬었죠.”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하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당수백이 가고 나자 조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혼인을 이렇게 빨리 추진할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당수백은 예전부터 이렇게 할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역시나 너를 잡아두려고 하네.”

 

이화의 말에 조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심정이 복잡했다. 당효주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혼인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다가는 당문에 뼈를 묻어야 한다.

 

조윤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 * *

 

쉬익!

 

검이 날카롭게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자 조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거라 당자휘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발길질을 했다.

 

파팡!

 

팔에 묵직한 충격이 왔다. 발차기의 위력이 매서웠다. 적당히 하고는 있다지만 방심해서 한 방 맞기라도 한다면 뼈가 부러질 지도 몰랐다.

 

조윤은 당자휘의 좌측으로 돌면서 백아를 휘둘렀다. 빠른 공격이었으나 당자휘는 어렵지 않게 전부 막아냈다. 그러다 갑자기 거리를 좁혀오다가 검을 맞붙여 왔다.

 

카각!

 

당자휘가 내공을 쓰지는 않았지만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조윤은 옆으로 흘리면서 내려치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파공음이 들리면서 단검 하나가 날아왔다.

 

“헛!”

 

다급하게 땅을 구른 조윤이 몸을 일으키자 당자휘가 단검을 들고 웃고 있었다.

 

“도대체 그건 언제 던진 겁니까?”

 

“아까 발차기를 할 때 던져뒀지.”

 

그 짧은 찰나에 단검이 마치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게 던진 것도 대단했지만 그 위치로 자신을 몰아붙인 실력도 놀라웠다. 당자휘는 처음부터 전부 철저한 계산을 해놓고 움직인 것이다.

 

“졌습니다.”

 

“이래서야 오히려 내가 무공을 가르쳐주는 거잖아?”

 

“하하. 그러게요.”

 

당자휘는 조윤에게 특별히 배울 것이 없다는 걸 알고 대련을 하자고 제의했다. 혹시나 대련을 하다보면 뭔가 얻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 역시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윤은 약했다. 가끔 생각지도 않은 공격을 하는 바람에 약간 당황할 때가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초식이 단순하면 응용이라도 뛰어나야 하건만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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