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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80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80화

제2장 준비 (2)

 

 

그동안 계속 조윤을 감시하던 적엽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조윤은 책을 펼쳐놓고 하루 종일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책을 읽나 싶어 살펴봤으나 그건 아니었다.

 

조윤은 책장을 붙잡고 한 시진이 넘도록 넘기지를 않았다. 그러다 가끔 뭐가 안 풀리는지 눈을 감고 인상을 쓰기도 했고, 갑자기 책장을 북 찢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혀를 차면서 한숨을 내쉬는데 당최 뭐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도 그 짓을 하고 있으니 적엽은 당수백한테 보고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계속 지켜보고만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적엽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제 내일이면 조윤이 당효주를 치료하게 된다. 그럼 결과가 어찌되든 조윤을 감시하는 일은 끝이었다. 하는 행동이 기괴해도 도망을 치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보고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조윤이 하고 있는 건 기를 세밀하게 다루는 수련이었다. 책장을 잡고 기를 흘려 넣어 찢어지지 않게 뚫으려는 것이다.

 

적엽이 감시하는 걸 알고 어떻게 몰래 수련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그런 방법이었다. 책장은 바늘보다도 얇다. 그 사이를 기로 뚫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윤은 왠지 그게 될 것 같았다. 기는 무형이다. 형태는 없으나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아무리 얇은 종이라고 해도 충분히 파고들 수 있다고 여겼다.

 

찍!

 

잡고 있던 책장이 또 찢어졌다. 이번에도 실패였다. 내일 당효주를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되지가 않았다. 마음이 급했으나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한 후에 다시 연습을 했다.

 

기를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내시경이 필요 없었다. 또한 혈관을 자르고 봉합하는 것도 가능했다. 한마디로 아무 장비 없이 현대에서 하는 수술을 어느 정도 할 수가 있게 된다.

 

한참을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화와 흑묘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이에 책을 덮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계속 지켜보고 있던 적엽이 재빨리 방금까지 조윤이 보던 책을 펼쳐봤다. 그저 흔한 의서였고 책장이 몇 장 찢어져 있을 뿐, 특이한 것이 없었다.

 

‘신경이 곤두서있었던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적엽은 곧 조윤을 쫓기 위해 몸을 날렸다.

 

조윤은 당문을 나와 예전에 갔던 찻집으로 향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적엽이 따라붙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찻집에는 이화와 흑묘가 먼저 와있었다. 두 사람은 조윤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 왔다.

 

“왔구나.”

 

“공자님.”

 

“조금 늦었죠?”

 

“아니야. 우리도 방금 왔어.”

 

조윤이 자리에 앉자 점원이 차를 내왔다. 그리 좋은 차는 아니었으나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씩 홀짝이면서 이화를 보니 창문을 통해 밖을 감시하고 있었다.

 

“오늘은 함께 당문으로 가야 해요.”

 

“오늘?”

 

“네. 내일 효주를 치료할 거예요.”

 

“그렇게 빨리?”

 

“네.”

 

조윤은 대답을 하면서 차를 손으로 찍어 탁자에 ‘미행’이라고 글자를 썼다. 그걸 본 이화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미행이 있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엽의 무공이 뛰어나서 위치를 알아낼 수가 없었고, 이에 계속 주위를 살폈다.

 

“달포 뒤에 무림대회를 한대요.”

 

무림대회는 당문에서 주최를 한다. 마교와 맞서기 전에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을 하자는 의미였으나, 실상 당문의 실력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영도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들었어. 혹시 거기에 참가하려는 건 아니지?”

 

“하하. 아니에요. 하지만 구경은 가야죠. 효주도 볼 수 있게 하려고요.”

 

“괜찮겠어?”

 

치료가 잘못되면 당수백이 조윤을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이화는 그게 걱정되었다.

 

“괜찮아요. 이화 누이랑 흑묘가 도와만 준다면 잘될 거예요.”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차를 마시는데 이화가 슬쩍 창밖으로 눈짓을 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그쪽을 보니 찻집 아래로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세 명이 지나갔고, 이후에는 두 명이 지나갔다. 그들은 대호와 육예, 그리고 공소와 곽우를 비롯한 단목세가의 생존자들이었다.

 

조윤은 반가운 마음에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그걸 보고 이화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조윤.”

 

“네?”

 

“우리가 따로 준비할 건 없어?”

 

그제야 조윤은 자신이 실수를 할 뻔했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힐끗 창밖을 보니 이미 다들 가고 없었다.

 

“아니요. 준비는 다 해놨어요.”

 

“그래?”

 

“네. 고마워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인사였다. 이화도 그걸 알아채고 미소를 지었다.

 

“가요.”

 

조윤의 말에 이화와 흑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당문으로 온 조윤은 당예상을 불러서 다함께 당효주가 있는 별채로 향했다. 당수백에게도 연락을 해보니 그는 이미 거기에 가 있다고 한다. 별채에 도착하자 당수백이 당효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셨군요.”

 

“그래. 두 사람도 왔군.”

 

당수백이 조윤의 인사를 받으면서 이화와 흑묘를 향해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조윤을 도와 당효주를 치료하기로 했다.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뵈어요. 당 가주님.”

 

“가주님을 뵙습니다.”

 

이화와 흑묘가 예를 갖추며 인사를 하자 당수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자 조윤이 수술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공을 이용해서 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빼고 이야기를 했다. 약 반시진에 걸쳐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하자 모두가 적지 않게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윤을 봤다. 심지어 당수백까지 그랬다.

 

“그게 정말 가능한 건가?”

 

“물론입니다. 효주를 치료할 방법은 그게 유일합니다.”

 

조윤이 자신 있게 말했으나 당수백은 쉽게 믿지 못했다. 혈관을 자르고 잊는다는 건 저번에 한 번 설명을 들어서 그러려니 했으나 가슴을 가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도 가슴을 베이면 죽는다. 그런데 당효주는 무공이라고는 전혀 몰랐다. 더구나 오랜 세월 병치레를 해서 연약했다. 가슴을 가르면 죽는다.

 

하지만 차마 그걸 묻지는 못하고 말을 돌렸다.

 

“성공확률은 얼마나 되나?”

 

“전에도 말했듯이 반반입니다.”

 

“혹시 내공을 되찾으면 치료가 더 쉬워지는 거냐?”

 

당수백이 묻는 말에 조윤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투를 보아하니 지금 당장이라도 해독약을 내줄 것 같았다. 당효주를 아끼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을 쓸 줄은 몰랐다. 당효령을 대할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하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약한 아이에게는 아무래도 마음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현대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었다. 부모가 아픈 아이만 끼고 돌고, 다른 자식들은 소홀이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입니다.”

 

“잠깐 둘만 이야기를 하자.”

 

당수백이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자리를 뜨자 조윤이 조용히 뒤를 따라갔다. 당수백은 별채의 뒤뜰로 나가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어제 자휘가 찾아와서 그러더구나. 네가 내공을 되찾으면 효주를 더 잘 치료할 수가 있다고.”

 

사실 당수백은 예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윤이 내공을 되찾도록 해주고 싶었으나 아직 믿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한데 당자휘가 찾아와서 살살 부채질을 한 것이다. 내공을 되찾아주라고.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흘려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자휘는 나이는 어려도 생각이 깊었다. 이에 세가의 어려운 일을 풀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자휘가 움직였구나.’

 

내공을 찾을 수 있게 해줄 거라더니 당자휘가 이런 식으로 머리를 썼을 줄은 몰랐다.

 

“맞는 말입니다만 그렇다고 수술이 꼭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지금 보다는 더 나은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럼 해독약을 주겠다. 당의환을 함께 복용하면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내공을 되찾을 수가 있을 거다.”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준비해왔습니다. 지금 내공이 생기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치료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주십시오.”

 

“나를 믿는 거냐? 혹여 효주가 잘못되면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러기로 약속을 한 일이니까요.”

 

조윤이 담담하게 대답을 하자 당수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믿으마.”

 

“네.”

 

별채로 돌아온 조윤은 이화와 흑묘, 그리고 당예상에게 다시 한 번 수술과정을 설명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수술은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러자면 서로 손발이 잘 맞아야 했다.

 

저녁 늦게까지 조윤은 세 사람과 함께 계속 반복연습을 했다. 그 때문에 세 사람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방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조윤은 기를 세밀하게 다루는 수련을 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실낱보다 미세한 기운을 앞으로 뻗어 보냈다. 그러자 손에서 흘러나간 기운이 반 자 정도 나아가다가 흩어졌다.

 

조윤이 목표하는 바는 한 자였다. 계속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적엽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요즘 부쩍 기척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럴 테지만 내공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방으로 돌아온 조윤은 조용히 명상을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 * *

 

“헉!”

 

놀라서 눈을 뜬 조윤은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의 방이었다. 그제야 안심을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꿈이었구나.’

 

꿈에 당황학이 나왔다. 그는 수십 명의 괴한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당황학은 검을 뽑고 허공에 떠올라 비연팔식의 마지막 비기인 비연을 펼쳤다. 그러자 검강이 날아가 괴한들을 마구 베면서 지나갔다.

 

당황학은 이어서 또 한 번 검강을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괴한들이 멀쩡했다. 마치 환영처럼 검강이 괴한들의 몸을 통과했다. 세 번, 네 번, 계속 검강을 썼으나 마찬가지였다. 괴한들은 당황학을 비웃으면서 점점 포위를 좁혔고, 이내 칼을 휘둘렀다.

 

온몸에 칼이 꽂히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건 당황학이 아니었다. 조윤이었다. 이에 놀라서 깬 것이다.

 

상당히 기분 나쁜 꿈이었다. 식은땀을 잔뜩 흘려서 몸이 찝찝했다.

 

조윤은 밖으로 나가 물을 퍼서 온몸에 끼얹었다. 그렇게 정신이 번쩍 들자 문득 꿈에서 당황학이 검강을 쓰던 모습이 생각났다.

 

“이렇게 했었나?”

 

조윤은 검 대신 검지를 쥐고 허공으로 날아올라 비연을 펼쳤다. 그러자 검기가 쫙 뻗어나가 물통을 갈랐다.

 

!

 

‘아차!’

 

자신도 모르게 무공을 펼친 조윤은 재빨리 적엽의 위치를 파악했다. 다행히 그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이 당효주를 치료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감시하지 않고 물러간 것이다.

 

조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왜 그런 꿈을 꿨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얻은 것이 있었다.

 

당황학이 검강을 쓰는 것을 조윤은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기억이 희미했었는데, 어제의 꿈 덕분에 선명해졌다.

 

어떻게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어도 느낌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연습을 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해봐야 알 일이었다.

 

‘나중에 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갔다. 거기는 당문에 머무는 객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평소에는 별채에서 식사를 하느라 이용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이화와 흑묘를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두 사람 말고도 당예상이 와있었다.

 

“다 와 있었군요.”

 

“네가 여기에서 만나자며.”

 

이화가 하품을 하면서 말하자 조윤이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뭔데?”

 

조윤은 며칠 전에 당자휘가 했던 제안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화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괜찮을 것 같은데. 어차피 우리가 하려던 계획이었잖아.”

 

“내 생각도 그래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그렇게만 해준다면 도움이 되요.”

 

흑묘까지 찬성을 하자 조윤은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리려했다. 한데 생각지도 않게 당예상이 끼어들었다.

 

“자휘는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아.”

 

“사람됨이 나빠 보이지 않던데요.”

 

“그건 그렇지만 자휘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속내를 다른 사람에게 내보인 적이 없어. 다들 그래서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꺼려하는 거고.”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당자휘의 성격은 조윤도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렵게 가는 것보다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쉽게 가는 것이 좋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를 하면 될 거라고, 조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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