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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1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4화

제6장 후회 (1)

 

 

조윤이 숙소로 돌아오자 다들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떻게 됐나? 치료는 가능한가?”

 

당자휘가 묻는 말에 조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치료가 어려워서 그러는 줄 알고 당자휘가 재차 물었다.

 

“혹시 치료가 어렵나?”

 

“아닙니다. 진맥을 미처 끝내지 못했습니다.”

 

“진맥을 끝내지 못했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약선신의 반양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굳이 끝까지 진맥을 하지 않았습니다.”

 

“음…….”

 

당자휘는 어떻게 된 일이지 대충 짐작이 갔다. 조윤의 의술이 대단해서 명성이 크게 알려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천에서의 이야기였다. 타 지역에서는 천하오대신의 명성이 더 높았다.

 

하니 그중 한 명인 반양이 나서서 치료를 한다니까 조윤이 밀린 것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반양에게 전적으로 치료를 맡길 것이지 아픈 사람을 왜 여기까지 끌고 왔단 말인가?

 

“다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누가 치료하든 해독이 되면 되는 거지요.”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잖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화가 화를 내며 말하자 조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해. 진맥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무슨 독인지 짐작은 가거든. 그 독은 쉽게 해독을 하지 못해. 위험부담이 커서 자칫 환자가 죽을 수도 있어. 그런 부담을 안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대신 한다니 좋지, 뭐.”

 

“으그, 성격은 좋아가지고.”

 

“좋게 생각해. 누이. 어쨌든 여기에서 볼일은 다 끝났으니까 내일 돌아가자.”

 

“그래. 더 남아있어도 눈치나 받겠지. 괜찮죠? 당 공자.”

 

“물론입니다.”

 

당자휘가 대답을 하자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이 저렇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별다른 말을 안 했을 뿐이지 다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무당파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다음 날이 되자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떠날 준비를 했다. 웬만하면 아침식사를 하고 가련만 다들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결국 조윤이 식당으로 가서 모두가 먹을 만큼 만두를 챙겨서 왔다.

 

“뭐라도 하나 챙겨서 가야죠.”

 

조윤이 하는 말에 사람들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떠나려는데 현진이 약간 걱정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무 말 없이 가도 될까요?”

 

“자신들이 한 짓이 있는데 뭐라고 할 거야? 그냥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이화의 말에 현진은 괜한 말을 했나 싶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슬쩍 낙소문을 보니 어째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았다.

 

“갑시다.”

 

당자휘가 앞장서자 모두가 뒤를 따라 걸었다. 이화가 와서 부축을 하려고 했으나 낙소문이 먼저 조윤을 붙잡았다. 그걸 보고 이화가 살짝 눈을 빛냈다.

 

낙소문은 평소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표정이나 말투가 차가웠다. 한데 조윤에게는 비교적 살갑게 굴고 있었다. 그런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조윤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조윤 같은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의술도 대단하고 무술도 뛰어나고, 명성도 높아, 성격도 좋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비록 가문이 멸문을 당했지만 한때는 사천에서 알아주는 명문가였다. 하니 출신도 좋았다.

 

이화는 마치 친동생을 바라보듯이 흡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우울한 얼굴로 낙소문을 힐끗거리고 있는 현진을 보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현진이 왜 그러는지 바로 짐작을 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현진을 좋게 보고 있었다. 함께 무당파에 올 때 보니 남자다운 기개가 있었고,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도 있었다. 그러나 조윤이 상대라면 힘들었다. 벽이 너무 높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느새 저만치 먼저 가던 조윤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화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 재빨리 따라붙었다.

 

한 시진 정도를 느긋하게 걸어가자 멀리 산의 입구가 보였다. 이제는 다 내려왔다는 생각에 조윤이 미소를 지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잠깐 멈추십시오!”

 

“어? 무경도사인데?”

 

고개를 돌리니 이화의 말대로 무경이 경공을 펼쳐서 날아오고 있었다.

 

* * *

 

“무슨 일이죠?”

 

“갑자기 사라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산을 내려갔다고 하기에 급히 뒤쫓아 온 겁니다.”

 

“우리는 이제 필요 없는 것 아니었나요?”

 

이화는 어제 조윤이 당한 일 때문에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그걸 알아챈 무경이 멋쩍어하며 말했다.

 

“어제의 일은 저도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리 급히 가시는 거라면 화를 푸십시오. 사부님이 어제의 일 때문에 저더러 소청신의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장문인께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으니 괜찮다고 전해주십시오.”

 

“그래도 이렇게 가면 세상 사람들이 저희를 비난할 겁니다. 그러지 마시고 돌아가셔서 차라도 한 잔 드시지요. 무당산은 절경이 많으니 이후에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냥 이대로 갔으면 합니다. 다리가 아직 다 안 나아서 다시 산을 오르기가 힘이 듭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빨리 가서 치료를 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조윤이 계속 거절을 하자 무경이 미간을 살짝 모으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조윤을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무경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감추고 있던 속내를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니요?”

 

조윤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세 분 사숙님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그럴 리가요. 약선신의가 치료방법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조용히 물러난 것도 그래서고요.”

 

“알고 있습니다. 한데 약선신의가 치료를 하다가 뭔가가 잘못되었나 봅니다.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무경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조윤 일행은 어제의 일 때문에 그를 좋게 보지 않았다. 사람을 그렇게 대하더니 다급하니까 다시 찾아와서 부탁을 하는 모습이 뻔뻔스럽게 느껴졌다.

 

“이제 와서 필요하니까 도와달라는 건가요?”

 

보다 못한 이화가 나서서 그렇게 말하자 무경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사부님이 소청신의를 찾아오라 한 것이 아닙니다. 사숙님들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말을 듣고 제 판단으로 온 겁니다.”

 

“그럼 더더욱 갈 이유가 없네요. 갔다가 또 어제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반양 그자가 오만한 구석이 있으나 어쨌든 천하오대신의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의술에 대해서는 겸허한 면이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무튼 조윤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조윤?”

 

이화가 딱 잘라 거절을 하면서 조윤에게 물었다. 하지만 조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사실 조윤은 무경을 따라 돌아가고 싶었다. 어제의 일은 괘씸했으나 이미 훌훌 털어버린 상태라 마음에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화가 자꾸 저러니 선뜻 돌아가자고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진정하시고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 이대로 가면 사람들이 소청신의의 의술이 형편없다고 여길 겁니다.”

 

“무당파의 장로들이 중독된 사실은 극비인 걸로 아는데요.”

 

이화가 가당찮다는 듯이 말하자 무경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극비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약선신의 반양의 성격으로 봐서 소문을 내고 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가 잘못되었는데 소문을 낸다고요?”

 

“오히려 치료가 잘되었다면 응당한 대가를 받을 테니 대놓고 떠들지는 않겠죠. 하지만 치료가 잘못되었으니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고 다닐 겁니다.”

 

이화는 무경의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생각하기에는 그 반대가 아니던가?

 

치료가 잘되면 자신의 의술을 알릴 기회니 소문을 내야 정상이었다. 치료가 잘못되면 쉬쉬하면서 덮어야 했고. 그런데 무경은 그 반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그렇게 떠들고 다녔다가는 당신들에게, 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러려는 거군요.”

 

그제야 이화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치료가 잘못되면 무당파의 제자들이 해를 가할 것을 두려워해 일부러 소문을 내려는 것이다. 그럼 함부로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 그랬다가는 사람들이 무당파를 비난한다.

 

“그는 오만하지만 바보는 아닙니다. 어떻게 처신을 해야 자신에게 유리한지 잘 아는 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천하오대신의라는 명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치료가 항상 잘되어서 환자들을 전부 완쾌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론 치료가 실패할 때도 있었다. 그럴 경우 환자의 지인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조윤만 해도 치료를 할 때마다 잘못되면 죽이겠다고 심심치 않게 협박을 당했었다. 그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화 누이.”

 

“어?”

 

조용히 부르는 목소리에 이화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조윤이 무슨 말을 할지 알기 때문이었다.

 

“너 혹시 돌아가려는 거야?”

 

“응. 일단 가보는 것이 좋겠어.”

 

“조윤.”

 

이화가 말리려고 하자 조윤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무경을 보며 말했다.

 

“가요.”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정말 잊지 않겠습니다.”

 

다들 내키지는 않았으나 당사자인 조윤이 돌아가겠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다시 무당파로 향했다.

 

* * *

 

무당파에 도착하자 무경은 어제 묵었던 곳으로 먼저 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다른 분들은 잠시 여기에서 기다려주십시오. 다 함께 가면 좋으나 그럼 번잡하기도 하고, 외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가 없는 곳이라 그렇습니다.”

 

“나는 따라가겠어요.”

 

이화가 나서자 당자휘가 말렸다.

 

“소저가 가는 것보다는 제가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독에 중독이 되었다니 궁금하기도 하고요.”

 

“음…… 그럼 반양이나 무당파 사람들이 조윤을 막대하지 않도록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정이 되자 조윤과 당자휘는 무경을 따라서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몇 개의 건물을 지나자 어제 갔었던 누각이 나왔다.

 

오늘도 역시나 경계가 삼엄했지만 무경을 보고는 그냥 통과시켜줬다. 삼 층으로 올라가자 장로들이 있는 방을 지키고 있던 무당파의 제자가 무경을 막아섰다.

 

“사부님이 안에 있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 상태가 안 좋아져서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이에 무경은 안에 들리도록 약간 내공을 실어서 목소리를 냈다.

 

“사부님. 저 무경입니다. 소청신의와 함께 왔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심허가 나왔다. 그는 무경과 조윤, 그리고 당자휘를 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시게나.”

 

조윤이 안으로 들어가자 심각한 얼굴로 앉아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반양이 보였다. 그는 조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무경에게 물었다.

 

“저자를 왜 데리고 온 것이오?”

 

“소청신의에게 치료를 맡겨보려고 합니다.”

 

“허, 그 말은 나를 못 믿는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무경이 딱 잘라 말하자 반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에 심허를 봤으나 그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럼 잘되었군. 나는 이만하렵니다.”

 

반양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무경이 앞으로 막아서고 비켜주지 않았다.

 

“갈 때 가더라도 소청신의가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보고 가시지요.”

 

“흥! 내가 그걸 왜 본단 말이오? 게다가 저자가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소?”

 

“당신이 치료를 잘못한 걸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태도는 화가 나는군요. 무당파를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무경이 목소리를 낮춰서 이야기하자 반양이 겁을 먹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만두어라. 그게 무슨 말이더냐?”

 

심허가 나서서 무경을 나무랐다. 그러자 무경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사부님. 저는 이제 저자를 못 믿겠습니다. 그가 정말 약선신의인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하니 이제는 소청신의에게 맡겨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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