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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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7화
제3장 협력 (2)
끼아아아아아아!
“윽!”
마치 귀신이 우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금태희가 참지 못하고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녀는 속이 진탕되어 금방이라도 토를 할 것만 같았다.
“괜찮아?”
금태희가 힘들어하자 조윤은 용음성을 멈췄다. 하지만 금태희는 귀를 막고 있어서 조윤이 묻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에 손으로 툭툭 치자 그제야 금태희가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떼고 조윤을 봤다.
“괜찮아?”
“어. 소리가 왜 이렇게 강하지? 그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가 잘 가르쳐줘서 그런가 보지.”
사실 조윤의 내공이 웅후해서 그런 것이었으나 금태희는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위에 들렸을까?”
“나도 모르겠어. 한 번 더 할 테니까, 내공을 끌어올리고 귀를 막아.”
“응.”
조윤은 잠시 심호흡을 한 후에 다시 한 번 용음성을 썼다.
* * *
당자휘가 용산군에게 독을 썼다. 수천 마리의 개미가 온몸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자 용산군이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면서 몸부림을 쳤다.
“크아아아아악!”
“소청신의를 어떻게 했나?”
“모, 몰라…… 내가 그를 죽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으아아아악!”
용산군이 횡설수설하면서 조윤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냉정한 얼굴로 그걸 듣고 있던 당자휘가 다시 독을 썼다. 그러자 용산군이 거품을 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해. 소청신의를 어떻게 했나?”
“그놈은…… 그놈은 죽어야 한다. 내게 모욕을…… 흐흐, 크윽!”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자 당자휘는 계속 독을 썼다. 그때마다 용산군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 흘러나오는 말을 당자휘는 놓치지 않았다.
“약교연 그 독사 같은 년이 나를…… 크윽…… 딸인 금태희를 욕보여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그 녀석이 함께 있어서 죽여! 크으으으…… 절벽으로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약교연은 당자휘가 좀 심하게 구는 것 같아 말리려고 했었다. 한데 용산군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는 멈칫하며 얼굴이 굳었다.
자신의 딸인 금태희에게 저런 더러운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당장에 용산군을 때려죽이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눌러 참았다.
이대로 죽이면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끌고 가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을 맞보게 해주리라, 그녀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아니오. 또 발작을 할까 봐 잠재워둔 것뿐이오.”
축 늘어진 용산군을 내려다보며 당자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다. 미친놈의 말이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두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하나는 조윤과 금태희가 용산군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두 사람이 절벽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들어서 알겠지만 두 사람이 이자와 만난 것 같소.”
“그건 알고 있어.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싸운 흔적이 있었으니까.”
“거기가 어디요?”
“저쪽…….”
약교연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다가 멈칫했다. 그쪽에서 귀신이 우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가 울려왔기 때문이다.
“저게 무슨…….”
“누가 저런 소리를 내는 거야?”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의아해하며 그쪽을 봤다. 다들 저런 소리는 처음 들었다.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라서 자신들도 모르게 인상이 써졌다.
“아버님! 저 소리는 혹시…….”
“맞다. 용음성이다.”
약교연의 말에 금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용음성은 마교의 장로 중 한 명인 독룡쌍월(毒龍雙鉞) 이정방의 독문절기였다.
“이 장로가 여기에는 왜 왔을까요?”
“모르지. 서역에 간다고 했는데, 벌써 돌아온 건가? 아무튼 가봐야 할 것 같구나.”
“소리가 가까우니 저희도 함께 가겠어요.”
“그렇게 해라.”
금공은 무당칠성이나 당자휘 등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러자 약교연이 중엽에게 용산군을 붙잡아두라 지시하고 금경삼과 함께 금공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독룡쌍월까지 있다면 상대하기가 귀찮군.”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일곱인데 밀릴 이유가 없다.”
“맞아. 다만 귀찮을 뿐이라고.”
“그래도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니야. 가자고. 가.”
무당칠성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자 모두 정신이 없었다. 그때 당자휘가 다가와 그들을 향해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당문의 당자휘라고 합니다. 무당칠성을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무경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제 사숙님들입니다.”
“적절한 때에 나타나 도움을 받았소.”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해야겠군요.”
“우리도 저리로 가야 하오.”
“마교가 두려운 것은 아니나 장로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가급적 충돌을 피했으면 합니다만.”
무경의 말에 당자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칠성의 무공이 대단하다지만 마교의 장로를 두 명이나 상대하려면 부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심한 경우 자칫 사망자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하나 조윤을 찾으려면 그들이 간 곳으로 가야 하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까 그 괴인이 소청신의가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맞소. 내 생각이 맞는다면 괴인과 조윤이 싸웠던 곳 근처에 그 절벽이 있을 거요.”
“알겠습니다. 그럼 함께 가겠습니다.”
무경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사숙들을 봤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불만을 하며 쉽게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경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
“헉! 알았다. 간다. 가.”
“뭣들 해! 어서 움직이지 않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무당칠성을 보고 당자휘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이에 무경을 보며 물었다.
“아까도 그러던데 품에 있는 게 뭐요?”
“사숙님들의 성격이 좀 유별난 데가 있어서 사부님께서 주신 영패입니다.”
무경의 사부는 무당파의 장문인인 심허였다. 즉, 그가 준 영패는 장문인령이었다. 그 영패를 내보이면 무당파의 제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무릎을 꿇고 따라야 했다.
무당칠성은 그걸 꺼려했다. 명령을 따르는 거야 별거 아니지만 새까맣게 어린 무경에게 무릎을 꿇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랬구려.”
당자휘는 심허가 왜 영패를 줬는지 쉽게 납득이 되었다. 자신이 장문인이라고 해도 영패를 내줬을 것이다. 그만큼 무당칠성은 괴팍하고 시끄러웠다.
* * *
“아버님.”
금경삼이 다가오자 절벽에 서서 아래를 보고 있던 금공이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또다시 용음성이 들려왔다.
“왜 그러십니까?”
“소리가 밑에서 들려오는구나.”
“그게 잘못되었습니까?”
“와서 봐라.”
금공의 말에 금경삼이 가까이 다가가서 아래를 봤다. 밑은 까마득한 절벽이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저 밑에 이 장로님이 있는 겁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용음성의 소리가 좀 다르구나.”
“예? 하지만 용음성은 이 장로님만이 쓸 수 있잖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상공.”
뒤따라온 약교연이 하는 말을 듣고 금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용음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정방 말고도 한 명이 더 있다.”
“그는 제자가 없지 않습니까?”
“없지. 하나 예전에 태희에게 용음성을 가르친 적이 있다.”
“헉! 그럼 저 소리를 태희가 내는 거란 말입니까?”
금경삼이 크게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금공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다.”
용음성은 여자가 익히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런데도 이정방이 금태희에게 용음성을 가르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정방은 금공과 친분이 돈독했다. 한데 우연찮게 용음성을 듣게 된 금태희가 가르쳐달라고 밤낮으로 쫓아다녔다. 여자는 익히기 힘들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달라붙으니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이후 금태희는 용음성을 전수받았으나 끝내 익히지 못했다. 그러니 금태희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소청신의가 내는 걸 수도 있어요.”
약교연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하자 금공과 금경삼이 그녀를 봤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태희의 말을 들어보니 소청신의의 무공이 제법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검기를 쓴다고 했어요. 그 정도의 재능이라면 태희에게서 용음성을 금방 배웠을 거예요.”
“네 말은 그가 밑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리려고 용음성을 내고 있다는 거냐?”
“네. 아버님. 어쩌면 태희랑 함께 저 밑에 있을 수도 있어요. 아까 용산군이 말하기를 두 사람 다 절벽으로 떨어졌다고 했잖아요. 용산군과 그 아이들이 싸운 장소가 여기에서 멀지 않아요.”
“그렇다 해도 저 밑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으니 문제구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세 사람이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아까 헤어진 당자휘 일행과 무당칠성이 서 있었다. 굳이 그들과 의견을 나누기는 싫었으나 들어서 나쁠 건 없었다.
“방법이 뭐냐?”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까 덩굴이 많더군요. 그걸로 줄을 만드는 겁니다. 인원이 많으니까 금방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걸 타고 내려가자고?”
“그렇습니다.”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당문과 무당파라는 것이 걸렸다. 반대로 당자휘 등은 마교와 함께한다는 것이 꺼려졌다.
“그러지 말고 우리끼리 만들어도 되지 않느냐?”
무당칠성 중 한 명인 심보가 당자휘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그러자 당자휘가 금공을 힐끗 본 후에 대답을 했다.
“저들이 방해를 하면 시간이 지체됩니다.”
“그럼 멀리 쫓아버린 후에 하면 되지. 저놈과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니 썩 내키지가 않는다.”
“그건 저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아래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이 떨어진 지 하루가 지났습니다. 더구나 이 높이에서 떨어졌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입니다. 어쩌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릅니다.”
당자휘가 설득력 있게 말하자 심보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그러자 당자휘가 약교연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거요?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을 구하려면 일단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약교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고 금공의 눈치를 봤다. 금공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살짝 썼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