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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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02화
제1장 준동 (2)
당자휘가 수긍을 하자 낙소문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조윤 공자를 굳이 죽이지 않고 이렇게 데리고 갔다는 건 아마 누군가 치료받을 사람이 있어서일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사천에서 호북까지 데리고 갈 리가 없어요.”
“나도 그 생각은 하고 있었소.”
“그럼 당분간은 안전할 테니 우리한테는 시간이 있어요.”
낙소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 공자가 말하기를 그들이 마교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죠?”
“맞소. 그들과 조윤이 싸운 흔적으로 보건대 틀림없소.”
사실 당자휘는 흑천회의 소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그대로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마교가 한 짓이라고 둘러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호북으로 건너간 것을 보니 어쩌면 정말 마교가 개입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무당파에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호북의 상황이나 지리를 모르지만 무당파라면 잘 알 거예요. 더구나 상대가 마교라고 하면 흔쾌히 도와주겠죠.”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무당파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오. 그사이에 조윤과 더 멀어진다면 찾기가 어려울 거요.”
“일행을 둘로 나누면 어떨까요?”
낙소문의 말에 당자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눠서 움직인다면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럼 나는 이들과 함께 계속 조윤의 행방을 좇겠소. 그동안 당신들은 무당파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주시오. 아무래도 같은 도문(道門) 사람들이 가면 대화가 더 잘 통할 거요.”
당자휘는 자신이 직접 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그렇게 말했다. 게다가 아미파와 청성파는 무당파와 마찬가지로 수행을 하는 곳이라 틀린 말도 아니었다.
더구나 조윤을 찾으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러니 당문의 무사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았다.
“아니요. 사람을 찾을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것이 나으니까 저는 남아서 당 공자와 함께 조윤 공자를 찾겠어요. 이화 사숙께서 현진 도사님과 수고를 좀 해주세요.”
“알았다. 그렇게 하마.”
이화는 순순히 응했으나 현진은 낙소문과 따로 움직이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남아있을 명분이 없었다.
“알겠소. 지금은 그게 최선이로군.”
그렇게 정해지자 일행은 곧바로 사천을 벗어나 호북으로 향했다. 그리고 호북에 도착하자 이화와 현진은 무당파로 향하고 나머지는 계속 조윤의 행적을 좇았다.
* * *
이화는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말을 구해서 타고 가다가 말이 지치면 지체 없이 버려두고 경공을 펼쳐서 달렸다.
그 때문에 현진은 힘이 들어 미칠 지경이었으나 불평 한마디 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조윤이 걱정이 되었고, 이화의 경공술을 보니 경쟁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화는 뚱뚱한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경공술을 펼칠 때는 마치 물 찬 제비 같았다. 어찌나 빠른지 현진이 이를 악물고 달려야 간신히 따라갈 수가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화는 그렇게 달리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현진은 숨이 턱까지 차서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엉망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이동하자 드디어 무당산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헉헉…… 언제까지 달릴 겁니까?”
현진의 말에 그제야 이화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눈으로 이화를 잠시 쳐다보다가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쉬어갈 줄 알았건만 이화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차마 다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가자 무당파의 정문이 나왔다. 거대한 산문에 무당파라고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는데, 그게 주위의 산세와 어우러져 웅장함이 느껴졌다.
“거대하군요. 청성파도 그리 작지 않다 여겼는데.”
현진이 정문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화가 힐끗 위를 한 번 보고는 묵묵히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지금 온통 조윤 생각뿐이라 다른 건 관심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화와 현진은 그들을 지나쳐 건물 입구에 서 있는 젊은 도사에게 다가갔다. 태극무늬가 새겨진 흑색도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당파의 제자가 분명했다.
“실례해요. 혹시 무당파의 제자인가요?”
이화가 정중하게 묻자 젊은 도사가 반장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맞습니다.”
“저는 아미파에서 온 이화라고 해요. 여기는 청성파에서 온 현진 도사고요.”
아미파와 청성파는 무당파와 마찬가지로 수행을 하는 도문(道門)이었다. 자연스레 친근감이 인 젊은 도사가 재차 인사를 했다.
“그러시군요. 저는 공개라고 합니다. 아미파와 청성파의 명성은 익히 듣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름 높은 무당파에 직접 와보니 과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별말씀을.”
그렇게 말하는 공개의 얼굴에 언뜻 자부심이 드러났다. 예의상 하는 말이었으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을 높여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실은 부탁할 게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장문인을 뵙고 싶어요.”
이화의 말을 듣고 공개가 난처한 듯 미간을 살짝 모았다. 장문인은 아무나 만날 수가 없었다. 아미파와 청성파에서 왔다고 해도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윗분들께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마교 때문에 왔다고 전해주세요.”
“마교 말입니까?”
이화가 마교를 언급하자 공개가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라 이화는 조용히 다시 말했다.
“그래요. 중요한 일이니 급히 장문인을 만나 뵙고 싶어요.”
“금방 가서 말을 전하겠습니다.”
공개는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잠시 후에 다시 나왔다. 보아하니 윗사람들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전한 것 같았다.
“이리로 오십시오. 장문인께서 두 분을 만나시겠다고 하십니다.”
공개는 두 사람을 장문인이 머무는 태허전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무당파의 심처로 외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교에 관한 사항은 굉장히 민감했기에 두 사람을 그리로 부른 것이다.
“장문인. 손님들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오너라.”
방으로 들어간 이화와 현진은 조금 의외였다. 방 안에는 오로지 차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족자나 화분 하나 없었다.
아무리 도를 닦는다고 하나 한 문파의 장문인이 지내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러니 검소하다 못해 메말라 보이기까지 했다.
“어서 오시게. 빈도가 이곳의 장문인인 심허라네.”
심허는 조금 꼬장꼬장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차분하고 깊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이화와 현진이 한참이나 어리고 배분도 낮건만 낮춰 보지 않고 담담하게 대하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미파에서 온 이화라고 합니다.”
“청성파의 현진입니다.”
“앉으시게들.”
두 사람이 앉자 거기까지 안내를 해준 공개가 반장을 한 후에 방을 나갔다.
“마교 때문에 왔다고 들었네만.”
보통은 이렇게 만나면 서로를 높여주는 인사가 먼저 오간다. 하지만 심허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의 성격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두 사람이 마교와 관련된 일로 온 이유가 컸다.
“최근 사천에서 있었던 일을 아시는지요?”
“전해 듣기는 했으나 자세한 사정은 모르네.”
당문이 사천의 문파들을 모아서 정의맹을 창설한 일은 이미 무림을 한차례 떠들썩하게 만들었었다. 아미파와 청성파, 그리고 당문이 손을 잡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구나 그 이유가 마교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 무림의 모든 시선이 사천으로 향해 있었다.
“당문의 가신이었던 공손세가가 마교의 꾐에 빠져 삿된 길로 들어섰어요. 같은 가신가문이었던 단목세가를 무너트리고 당문에 반기를 들었죠. 당 가주님이 그걸 알고 사천의 명문정파에 도움을 청해 정의맹을 결성했어요. 이후 공손세가를 무너트렸으나 마교의 행적이 묘연해졌죠.”
이화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심허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는 그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당문의 가주님은 방심하지 않았으나 허를 찔리고 말았죠. 마교가 기회를 타 가주님을 급습했고, 수백 명이 천라지망을 형성해서 죽이려고 했어요.”
“허! 당문의 가주님은 무사한가?”
“네. 다행히 그 자리에 소청신의 조윤이 함께 있었어요.”
“소청신의라면 요즘 신진사룡 중 의룡이라 불리는 젊은이로군.”
“맞아요. 그가 적들을 유인한 덕분에 당 가주님이 무사할 수 있었어요.”
“의술이 뛰어나다 들었는데 의협심까지 대단하니 무림의 홍복이로군.”
심허가 조윤을 칭찬하자 이화는 자신이 칭찬을 듣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조윤이 사라졌어요. 알아보니 마교가 그를 데리고 갔더군요.”
“그를 죽이지 않고 데리고 갔다면 필시 이유가 있겠군.”
심허는 몇 마디 듣는 것만으로도 금방 당시의 상황을 파악했다. 이에 이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희 생각으로는 누군가 치료할 사람이 있어서 데리고 간 것 같아요.”
“그럼 아직은 시간이 있군. 그래. 빈도가 도울 일은 뭔가?”
“조윤의 행적을 좇다보니 사천을 벗어나 이곳 호북까지 이어져 있었어요. 저희는 인원도 적고 호북의 지리를 몰라요. 게다가 사람을 찾는 일이다보니 다른 문파와 충돌이 있을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마교를 상대하는 일입니다. 해서 무당파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