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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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2화
제3장 인연 (2)
이에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금공이 여유를 주지 않았다.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카가가가각!
조윤이 검을 올려 긋는 순간 검기가 바닥을 긁으면서 쏘아져 나갔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그렇게 검기를 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조윤은 흑마장의 기운을 베어버리고 금공의 손까지 베기 위해서 검기를 계속 썼다. 그렇게 함으로써 금공에게 심적 압박감을 주려는 이유도 있었다.
다행히 그게 통했다. 금공이 공격을 하다가 주춤하는 사이에 조윤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동시에 검기를 연속으로 여섯 번이나 날렸다.
금공은 흑마장으로 그걸 전부 상쇄시키면서 다가왔다. 또다시 검기를 날리던 조윤은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 다리로 땅을 박차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파아아앙!
거리를 다시 좁히기 위해서 흑마장으로 검기를 쳐내면서 다가가던 금공은 갑자기 거대한 기운이 닥쳐오자 크게 놀랐다.
“검강!”
하도 절묘한 때에 날린 거라 피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받아치자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금공은 흑마장의 기운으로 조윤이 날린 검강을 막아냈다.
콰아아앙!
“크윽!”
금공은 양손을 앞으로 내민 자세 그대로 다섯 걸음이나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검강을 받아낸 손이 욱신거리고 팔이 덜덜 떨렸으나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허공으로 날아오른 조윤이 또 한 번 검강을 날렸기 때문이다.
파아아앙!
뒤로 몸을 휘돌리면서 물러난 금공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전력을 다할 생각은 없었지만 검강을 쳐내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금공이 양손을 교차시키면서 원을 그리자 아까보다 더욱 짙은 새까만 기운이 뭉클뭉클 퍼져 나왔다. 그러더니 하나의 거대한 기운이 되어 조윤의 검강에 부딪쳐갔다.
콰아아아앙!
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치자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기의 회오리가 주위로 확 번져 나갔다. 그 때문에 구경을 하던 사람들의 머리와 옷이 흩날렸고, 무공이 약한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어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 * *
검기가 난무하고 흑마장의 기운과 부딪치며 폭음이 연속으로 울려왔다. 그 와중에 검강이 한 번씩 터져 나와 기의 파동이 주위로 확확 번져왔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 적지 않게 놀랐다. 조윤이 검강을 깨달았다는 사실은 다들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더구나 무공의 경지가 높다고 해서 꼭 실전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데 조윤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금공을 상대로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무공만 높은 명문세가의 덜떨어진 자제들과는 달랐다.
천하에 누가 있어 저 나이에 금공과 비등하게 싸울 수가 있겠는가?
“음…….”
금경삼이 낮게 침음을 흘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약교연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경삼이 왜 그러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금경삼은 조윤의 의술이 뛰어난 것은 인정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검강을 깨달았다지만 조윤의 나이가 워낙에 어려 그다지 와 닿지가 않았었다.
약교연도 마찬가지로 조윤을 조금 얕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저 정도의 무공이라면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금공이 나서도 저런데 자신들이 뭘 할 수가 있겠는가?
그제야 약교연은 조윤이 왜 금공과 비무를 하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조윤은 보여주려는 것이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조윤이 당문에 갔다가 안 온다고 해도, 무력으로 그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온전히 그의 의사에 맡겨야만 했다. 아니면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하든가.
생각해보면 자신들이 부탁을 하는 입장이건만 늘 강자의 입장을 고수했었다. 조윤을 너무 낮춰 본 까닭이다.
“아버님!”
약교연이 큰 목소리로 금공을 불렀다. 그러자 한창 조윤과 어울리던 금공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때를 틈타 공격을 할 수도 있었으나 조윤은 그러지 않았다. 그 역시 뒤로 몸을 날려 물러났다.
“왜 그러느냐?”
금공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약교연이 천천히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그를 보내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화를 냈을 것이다. 조윤의 무공이 대단하나 아직 자신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총명하던 약교연이라 금공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유를 말해봐라.”
“아버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저자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음…….”
약교연이 뭘 말하는지 금공은 단번에 이해를 했다. 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약교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나이에 저 정도로 강하니, 향후 얼마나 더 발전을 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죽일 거라면 끝을 봐야 하겠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보내줘야 합니다.”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금공이 그렇게 말하고 조윤을 봤다.
“놈! 무공이 제법이구나.”
“과찬이십니다. 손에 사정을 두시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좋은 가르침, 고맙습니다.”
“흥! 말은 잘하는구나.”
말은 그렇게 했으나 금공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에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가라. 대신에 반드시 와야 한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당문으로 갈 것이다. 그때는 내가 왜 잔혹마인이라고 불리는지 확인을 하게 될 것이다.”
“그쪽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오겠습니다.”
조윤이 포권을 하면서 말하자 금공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휘적휘적 자리를 떴다.
“매번 미안하군. 하지만 시시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런 것이니 이해를 해주게.”
약교연이 조윤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병 주고 약 주는 처사였지만 조윤은 미소를 지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믿겠네.”
약교연은 간절한 눈으로 조윤을 한 번 쳐다본 후에 몸을 돌렸다. 이어서 금경삼도 뭐라 한마디 하려고 했으나 그는 머뭇머뭇하다가 그대로 약교연을 따라 사라졌다.
“좋은 생각이었다. 한 번쯤은 기를 죽여 놓을 필요가 있지.”
당자휘가 와서 하는 말에 조윤은 별다른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약교연이 총명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금공과 계속 싸워야만 했고, 결국 패했을 것이다.
실상 조윤은 실전경험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당황학을 따라 새외를 돌며 나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무술보다 의술에 뜻을 두고 있었고, 싸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감각이 좀 무뎌진 상태였다.
더구나 검강을 깨달았다지만 그걸 실전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아직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에 비해 금공은 무공도 강하고 실전경험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손을 씀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다.
“가요.”
“그래. 갈 길이 머니 빨리 움직이자.”
“네.”
당자휘가 당가십이비와 함께 말에 오르자 조윤도 훌쩍 뛰어올라 말에 탔다. 그걸 보고 현진과 낙소문 등도 떠날 준비를 했다.
“하!”
이윽고 앞에서 출발을 하자 다들 말에 박차를 가했다.
* * *
말을 타고 하루 밤낮을 달리자 배를 탈 수 있는 나루터가 나왔다. 호북에서 사천으로 건너가려면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빨랐다.
한데 폭우가 심해서 준비해둔 배를 띄울 수가 없었다. 돈을 몇 배나 더 준다고 해도 사공들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군. 가까운 객잔에 짐을 풀고 비가 좀 약해질 때까지 쉬었다 간다.”
당자휘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 말은 안 해도 반기는 기색을 보였다. 다들 하루 밤낮을 쉬지 않고 말을 탔기 때문에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제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객잔으로 가 있으십시오.”
“올 때도 이랬었다. 폭우가 심해 아무도 배를 띄우려고 하지 않더군.”
“방법이 있을 겁니다.”
조윤은 무표정하게 말하고 아까 그 사공에게 다가갔다.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배는 안 띄울 겁니다. 이런 폭우에 배를 띄웠다가는 다 죽습니다.”
수더분하게 생긴 사공이 질색을 하며 안 된다고 먼저 못을 박았다. 그러자 조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근방에서 가장 뛰어난 사공이 누굽니까?”
“가장 뛰어나다면 장 노인이 대단하기는 한데, 그 사람도 배를 띄우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장 노인 댁이 어디입니까?”
“저쪽으로 가다 보면 큰 나무가 있고, 그 왼쪽의 집이 장 노인 집입니다.”
“고맙습니다.”
조윤은 사공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장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도 비가 심하게 쏟아져 쓰고 있던 죽립과 도롱이가 전혀 쓸 모가 없었다.
“계십니까?”
낡은 사립문 앞에서 소리치자 안에서 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요?”
“여기에 혹시 장 노인이라는 분이 계십니까? 인근에서 가장 뛰어난 사공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이 날씨에 배를 타려는 거요?”
“그렇습니다.”
“돌아가시오.”
딱 잘라 거절하는 말과 함께 삐거덕거리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급해진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순간 닫히던 문이 멈췄다.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이 느껴지더니 곧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들어오시오.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