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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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0화
제2장 소식 (3)
“아 참! 오늘 아침에 치료가 잘 끝났다는 서찰이 왔었대요. 그래서 곧 돌아올 거래요.”
“상공이 말해줬니?”
“네.”
“또 조윤의 소식이 궁금해서 상공을 귀찮게 했구나.”
“헤헤.”
당효주가 부끄러운 듯이 웃자 제갈지인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저리 좋을까?
하긴 자신도 그랬었던 것 같다. 당수백을 처음 봤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가?
그런 당수백과 혼인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자 제갈지인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였다.
“아!”
“효주야!”
당효주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이에 제갈지인이 놀라서 그녀를 부축했다.
“아…… 아파요…….”
“어디가? 어디가 아픈 거니?”
“가…… 가슴이…… 가슴이…….”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의 고통에 당효주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당효주를 보고 제갈지인은 우선 자신의 내공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당효주는 구음절맥이 모두 치료가 된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하나가 여전히 끊겨진 채 남아있었다. 그 때문에 제갈지인이 밀어 넣는 내공이 그 자리에 막혀서 더 이상 흘러가지 못했다.
“어, 어머니…….”
간신히 제갈지인을 부르던 당효주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제갈지인이 크게 놀라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효주야! 효주야!”
당효주는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제갈지인의 품으로 축 늘어졌다.
“주위에 누구 없느냐? 상공! 상공!”
제갈지인의 다급한 외침에 사람들이 달려오고 당효주는 곧 방으로 옮겨졌다. 잠시 후 당수백이 세가의 의원들과 함께 달려왔다.
“어찌 된 일이오?”
“모르겠어요. 저와 함께 차를 마시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어서, 어서 효주의 상태를 보게.”
당수백이 다급하게 의원을 재촉했다. 그러자 의원이 당효주에게 다가가 진맥을 했다. 치료가 안 된 곳에서 막혀 기가 흐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그가 어떻게 하지 못한다. 끊어진 혈을 이을 수 있는 건 조윤밖에 없었다.
“기가 막혀서 흐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아가씨는 점차 건강을 되찾으면서 몸 안의 기운도 조금씩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구음절맥이 완전히 치료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오히려 그게 독이 된 것 같습니다. 기가 약할 때는 큰 무리가 없었고, 또한 아홉 군데나 막혀 있어서,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한데 여덟 개의 맥이 치료가 된 상태에서 기운이 강해지니 끊어진 혈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치료는 할 수 있느냐?”
“죄송합니다. 소인의 재주로는 불가능합니다.”
의원이 고개를 젓자 당수백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의원을 닦달한다고 해서 치료방법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알 수 없습니다. 우선은 기운을 약하게 하는 처방을 하고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윤! 조윤을 불러와야 해요. 상공!”
제갈지인의 말에 당수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조윤이 오면 된다. 그라면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리시오! 내 당장 그를 데리고 오겠소!”
방을 나온 당수백은 곧바로 당가십이비를 전부 소집했다. 현재 세가 내에 있는 건 다섯 명뿐이었다.
“너희는 지금 당장 가서 조윤을 데려오너라. 둘은 곧장 조윤에게 가서 사태를 알리고 함께 돌아오고, 셋은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고 기다려라.”
“명을 받듭니다.”
당가십이비가 대답을 함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당수백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몸을 앉혔다.
* * *
“음…….”
흑묘의 입에서 얕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미세한 고통이 하복부에 지속적으로 이니 참을 수가 없었다.
조윤은 그걸 알면서도 계속 그녀의 몸을 주물렀다. 그때마다 흑묘는 약간의 통증과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자꾸 몸을 웅크리려고 했다.
하지만 조윤은 허락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몸을 쭉쭉 늘렸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를 하고나자 손을 떼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이제 일어나서 운기행공을 해.”
“네. 가주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조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흑묘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방금 조윤은 그녀에게 추궁과혈(推宮過穴)을 해줬다. 추궁과혈이란 쉽게 말하자면 안마였다.
그러나 내공이 중후한 조윤이 하다 보니 그냥 안마가 아니었다. 자신의 기운을 흘려보내 혈도를 느슨하게 하고 내기의 흐름을 훨씬 빠르고 일정하게 만든다. 그럼 기가 흐르는 길이 넓어짐은 물론이고, 몸에 활력이 솟는다. 심지어 막힌 혈이 뚫리는 경우도 있었다.
흑묘는 조윤에게 도움이 되고자 당가에 있을 때부터 내공수련을 다시 하고 있었다. 그걸 알고 조윤이 매일 추궁과혈을 해주고 있었고, 덕분에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빨랐다.
다만 몸을 떡 주무르듯이 하니 부끄러운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흑묘가 가부좌를 틀고 앉자 조윤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기를 이끌어 임맥과 독맥을 따라 돌게 했다.
한 식경 정도가 지나자 운기조식이 끝났다. 흑묘는 조금 달아오른 얼굴로 조윤을 봤다.
“고마워요.”
“아니야.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걸. 오히려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일부터는…….”
“내 걱정은 하지 마. 내공은 넘쳐나니까 추궁과혈쯤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내일부터는 추궁과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던 흑묘는 조윤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배고프다. 가서 뭐 좀 먹자.”
“네.”
두 사람이 그렇게 방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당자휘가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윤! 조윤!”
“무슨 일입니까?”
조윤이 방을 나가기도 전에 당자휘가 먼저 안으로 들어왔다. 늘 침착하던 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급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조윤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했다.
“큰일 났다. 효주가 쓰러졌다고 한다.”
“효주가요?”
“그래. 방금 당가십이비가 와서 말을 전했다.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가슴을 잡고 쓰러졌다고 한다.”
“그게 언제입니까?”
“칠 일 전이다.”
조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칠 일이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러자 당자휘가 계속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만요. 형님.”
“응? 아, 내가 흥분을 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조윤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곧 떠날 준비를 해주십시오.”
“알았다.”
당자휘가 방을 나가자 조윤이 흑묘를 봤다.
“흑묘. 너는 예상 누이랑 함께 뒤따라 와. 나는 이화 누이와 먼저 갈 테니까.”
“네. 알았어요.”
“시시한테도 말해두고. 그쪽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돌아온다고.”
“네. 그런데 가주님.”
“응?”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조윤은 방을 나가려다 말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다 곧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당효주는 완전히 치료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져서 칠 일이나 지났다고 한다. 여기에서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도 똑같이 칠 일이 걸린다. 그럼 총 십사 일이 경과된다.
그동안 당효주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했다. 설령 살아있다 해도 치료가 어려웠다. 그럼 당수백이 가만히 있을까?
아니었다. 당효주가 죽는 순간 조윤을 죽이기 위해 검을 들이댈 것이다. 그걸 알기에 흑묘는 가지 말라는 뜻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조윤은 안 갈 수가 없었다. 당효주는 자신이 수술을 한 환자였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했다.
“아니. 가야지 돼.”
“가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가야 돼.”
조윤이 방을 나가자 흑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정말 당문과 척을 지게 될 것 같았다. 그걸 알면서도 가려는 조윤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또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