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6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6화
제1장 무상(無常) (1)
금공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조윤을 비롯한 세 명의 여인들을 노려봤다. 그러다 가슴이 열려 있는 금시시를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치료를 한다면서 왜 가슴을 갈라놓았단 말인가?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치료하기 전에 조윤이 금경삼과 약교연에게 수술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었던 걸 들었다면 괜찮았으련만, 당시에 금공은 그 자리에 없었다.
“네놈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금공이 화가 나서 한마디 하려는데 조윤이 먼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기세가 하도 사나워서 금공은 저도 모르게 멈칫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치료가 안 끝났습니다!”
“치료는 무슨 치료! 가슴을 다 갈라놓고 뭘 하는 거냐?”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나가십시오. 시시를 죽일 생각입니까?”
“무슨 소리냐? 네놈이 지금 시시를 죽이고 있지 않느냐?”
금공이 그렇게 소리치면서 조윤을 향해 오른손을 쭉 뻗었다. 그의 독문절기인 흑마장이었다.
“위험해!”
이화가 중간에 끼어들어 금공의 팔을 옆으로 쳐냈다. 하지만 금공이 누구던가?
이화에 의해 팔이 밀려나려고 하자 내공을 끌어올려 오히려 그녀의 손을 튕겨냈다. 그 때문에 이화가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났고, 그 틈에 손가락을 구부려서 조윤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조윤은 다급하게 금공의 손을 막아냄과 동시에 잡아끌었다. 그러자 금공이 이화의 손을 튕겨냈던 것처럼 조윤의 손도 튕겨내려고 했다.
그걸 눈치챈 조윤이 내공을 끌어올려서 금공의 팔을 통해 밀어 넣었다. 순간 강력한 기운이 밀려들어오자 금공이 크게 놀란 눈으로 조윤을 봤다.
내공대결은 붙었다 하면 어느 한쪽이 중상을 입거나 죽어야 끝이 난다. 그래서 내공에 자신이 있어도 가급적 다들 피한다. 그런데 조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공대결을 하려 하지 않는가?
“흥!”
금공은 코웃음을 치면서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려 조윤이 밀어 넣는 기운에 맞섰다. 제법 내공이 중후했으나 자신의 상대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노도와 같이 들어오던 기운이 금공의 기운과 부딪치자 멈칫하더니 이내 밀리기 시작했다. 금공은 이대로 기운을 밀어내서 조윤의 몸을 휘저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럼 조윤은 폐인이 되거나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데 조윤의 몸속으로 밀고 들어간 기운이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조금씩 흩어지면서 통제를 벗어나려고 했다.
금공은 조윤이 일부러 자신의 기운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에 조윤을 보니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안타까운 눈을 하고 있었다.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금공은 계속 내공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조윤이 버티지 못하고 코피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금공의 기운을 한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었다.
대항해서 버텨야 죽지 않건만 자꾸 그러니 금공은 의문이 들었다.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도대체 뭐를 하려는 건가?
그래서 아주 약간의 여유를 주었다. 그랬더니 조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금공의 기운을 끌어다가 금시시에게 밀어 넣었다.
“음…….”
금공은 그제야 조윤이 뭐를 하려는지 깨닫고 적지 않게 놀랐다. 그렇잖아도 조윤은 내공이 거의 바닥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금공이 공격을 해오자 순간 기지가 떠올랐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나 금공의 기운을 끌어다가 쓸 생각을 했다. 목숨을 건 도박이었으나 다행히 금공이 의문을 품고 기운을 약하게 했다. 이에 그의 기운을 끌어다가 금시시에게 밀어 넣은 것이다.
금공은 조윤이 내공을 끌어다가 쓰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조윤이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내공을 운용할 수가 있다니, 직접 겪고 있는데도 쉽게 믿기지가 않았다. 강호에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기운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실상 조윤이 그런 능력을 얻은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놓고, 한 장, 한 장, 기를 밀어 넣는 연습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얇은 종이를 뚫고 갈 정도로 기운을 세밀하게 다룰 수가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 놓고 보면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조윤!”
조윤이 금공과 손을 맞대고 움직이지 않자 이화는 두 사람이 내공싸움을 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채고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일단 내공싸움이 시작되면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어느 한쪽을 건드리면 자칫 둘 다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 유일하게 방법이 있다면 조윤에게 내공을 밀어 넣어주는 건데, 지금 이화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 수가 없어 조금이라도 내공을 보태려는데, 무당칠성의 수장인 심우가 심보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조윤과 금공을 보고 흠칫하더니 금방 상황을 알아차렸다.
“내가 도와주마!”
“감히 우리 사제를 건드렸겠다.”
심우와 심보가 각자 양쪽에서 망설임 없이 조윤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내공을 밀어 넣자 조윤과 금공이 동시에 당황했다.
* * *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밖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약교연은 이대로 계속 소란이 커지면 금시시를 치료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에 금공을 말릴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봤으나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무당칠성도 두 명이 없었다.
‘설마!’
약교연은 마음이 급해졌다. 자신을 공격해오는 선릉표국의 무사를 가볍게 쓰러트리고 금경삼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는 무당칠성 두 명을 상대로 한창 열을 올리면서 싸우고 있었다.
“상공!”
“마침 잘 왔소! 함께 이놈들을 처리합시다!”
“싸움을 말려야 해요! 시시가 위험해요!”
“뭐요? 시시가?”
“그래요. 당신들도 이제 그만 손을 거둬요!”
약교연이 무당칠성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오히려 더욱 강하게 압박을 해왔다.
“누가 먼저 시작을 했는데!”
“맞다! 우리를 멈추고 싶거든 한번 해봐라!”
약교연은 그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무경을 찾았다. 다행히 그는 가까운 곳에서 금가장의 무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멈춰라!”
크게 일갈하면서 그녀가 나타나자 금가장의 무사들이 영문을 모른 채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틈이 생기자 무경이 약교연을 향해 검을 찔러갔다.
하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목숨을 내놓은 도박이었다.
검이 약교연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무경은 다급하게 옆으로 흘렸다. 그러자 검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어서 피 한 방울이 또르륵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안 싸울 거요?”
“그래. 싸움을 멈춰라.”
“이유가 있소?”
“알다시피 서로 아무런 이득이 없는 싸움이다.”
약교연의 말대로 굳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무경은 이참에 마교의 위세를 눌러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더구나 사숙들이 마교의 암수에 당해 중독이 되지 않았던가?
조윤이 없었더라면 그들 모두 죽었을 것이다.
“아버님과 무당칠성 두 명이 보이지 않아. 소청신의가 위험할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당신 딸이겠지.”
냉정하리만치 차갑게 말한 무경이 주위를 둘러봤다. 무공은 자신들이 우세했지만 머릿수에서 밀렸다. 게다가 선릉표국 사람들은 무공이 약해서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알았소. 일단 싸움을 멈춥시다. 무사들을 물리시오.”
“알았다.”
약교연과 무경이 나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위가 금방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다친 사람들도 많고 죽은 사람들까지 있어서 여전히 기세가 흉흉했다. 누군가 도발이라도 하면 다시 싸움이 날 것 같았다.
그러한 걸 약교연도 알고 있었으나 나중 일은 나중 일이었다.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싸움이 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그녀는 곧바로 장원을 향해 달려갔다. 그걸 보고 금경삼이 뒤따르자 무당칠성과 현진이 재빨리 쫓아갔다.
“저들은 선릉표국 사람들입니다. 아마 사정을 잘 모르고 무작정 뛰어든 것 같습니다.”
무경의 말에 당자휘가 선릉표국 사람들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무당파에 잘 보이고 싶어서 호기를 부린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무공도 약하고 상대도 좋지 않았다.
“뒷정리는 내게 맡기고 먼저 가시오.”
“부탁합니다.”
당자휘가 자청해서 남겠다고 하자 무경이 포권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걸 가만히 눈으로 좇던 당자휘가 당가십이비를 불렀다. 그리고 부상자를 한쪽으로 모이게 하고, 시체를 수습하게 했다.
당가십이비는 이런 일을 자주 겪어봤기 때문에 능숙하게 일처리를 하며 움직였다. 이에 당자휘는 더 지켜보지 않고 그들에게 뒷정리를 시키고는 장원으로 향했다.
“어떻게 된 거요?”
당자휘가 입구에 있는 무경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무경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왔군요. 소사숙이 금공과 내공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심우 사숙과 심보 사숙도 얽혀있습니다.”
그제야 당자휘는 방 안을 조금 더 자세히 봤다. 무경의 말대로 네 사람이 서로 얽혀서 손을 맞대고 있었다. 심우와 심보가 양쪽에서 조윤의 어깨에 손을 붙인 상태로 내공을 밀어 넣고 있었고, 금공은 그런 조윤과 한쪽 손을 마주 대고 있었다.
세 사람 다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황이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더구나 조윤은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내공대결 중에는 누군가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네 사람 모두 중상을 입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입을 열면 기가 흩어지기 때문에 역시나 같은 꼴을 당한다.
하지만 당예상은 그 와중에도 흑묘의 도움을 받아 계속 금시시를 치료하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이화가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여기에서 이러지 말고 상관없는 사람들은 전부 나가세요.”
“감히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약교연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는 금시시의 가슴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시시는 아직 살아있어요. 상황이 좋지 않지만 조윤이 저 사람들의 기운을 시시에게 이끌고 있어요. 절맥도 하나만 더 찾아서 이으면 돼요. 그러니 모두 나가세요. 조윤이 왜 치료 도중에 아무도 못 오게 한 줄 아나요? 사람의 숨결조차도 시시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가 있어서예요.”
이화가 침착하게 설명을 하자 사람들이 놀라서 서로를 바라봤다. 네 사람이 내공대결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금시시가 아직 살아있다고 한다. 가슴을 저렇게 열어놓았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그제야 조윤을 비롯한 세 여인이 천으로 머리는 물론이고 코와 입까지 전부 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는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으나 그들이 보기에는 정말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총명한 약교연은 이화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녀의 말이 옳아요. 모두 나가세요.”
“그럴 수는 없소.”
당자휘가 나서자 약교연이 인상을 살짝 썼다. 그러건 말건 당자휘는 조윤을 보며 말했다.
“조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맞으면 눈을 한 번 깜빡이고, 아니면 두 번 깜빡여라.”
사람들은 당자휘의 말을 듣고 그의 기지에 크게 감탄을 했다. 다들 내공대결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어 답답해하면서도 그런 방법은 생각도 못했었다.
“이화 소저가 한 말이 맞느냐? 네가 세 사람의 내공으로 저 여인을 치료하고 있는 거냐?”
조윤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맞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약교연과 금경삼이 서로를 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금공과 무당칠성 두 분의 내공은 그 성질이 다르다. 네가 익힌 내공 역시 다르고. 저들의 내공을 상충시키지 않고 끌어다 쓴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네가 원해서 생긴 상황이 아니겠지?”
조윤은 이번에도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이에 당자휘는 다시 질문을 했다.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네 사람 모두 내공이 고갈되어 죽는다. 또한 서로의 기운이 충돌을 해도 죽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될 거다. 그러지 않을 방법이 있는 거냐?”
다들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걸 당자휘가 묻자 조윤에게 시선이 모였다.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눈을 두 번 깜빡였다.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