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5화
제10장 치료 시작 (2)
“후우…… 시간이 꽤 걸리는군.”
바위에 쭈그리고 앉아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금경삼은 목이 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자 약교연이 그를 달래듯이 말했다.
“소청신의가 하루 밤낮을 치료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알고 있소. 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군.”
“정 불안하시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오세요.”
“아니오. 그냥 이대로 있겠소. 한데 아버님은 어디에 가셨소?”
“글쎄요? 아까 올 때 함께 오셨는데 계속 안 보이시네요.”
금경삼의 물음에 약교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대답했다. 분명 오기는 함께 왔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 나가셨나 보군.”
“그러게요.”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지만 실상 금공은 치료가 한창인 장원 안에 있었다. 그리고 무당칠성 세 명도 완전히 들어온 것은 아니었으나 담 위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공이 워낙에 뛰어났고, 조윤은 치료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응? 저놈이 갑자기 왜 저러지?”
심보의 말에 두 명이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금공이 다급하게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치료를 방해하려는 건가?”
“그럴 리가 있나? 제 손녀인데.”
“아무튼 말리자고.”
“왜?”
“저놈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막아야 해.”
어이가 없는 말이었으나 심우와 심양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그들은 금공, 더 정확히는 마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심보가 몸을 날려 금공에게 가자 심우와 심양이 뒤따라 움직였다.
“이놈아! 멈춰라!”
“뭐냐?”
“지금 안에서 네 손녀를 치료하고 있는 걸 모르는 거냐? 왜 방해를 하려는 거냐?”
심보가 하는 말에 금공이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이유 없이 방해를 하려는 무당칠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혼쭐을 내주고 싶었으나 지금은 이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낮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네놈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다. 비켜라.”
“그럴 수는 없지.”
“암. 소청신의는 이제 남이 아니다. 우리 사제란 말이다. 하니 네가 방해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
“그렇지.”
무당칠성 세 명이 앞을 막고 비키지 않자 금공은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선뜻 손을 쓰지 못하고 치료가 한창인 건물을 힐끗 봤다.
‘기가 더 약해졌다.’
사실 금공은 지금껏 장원 안에서 금시시의 상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기가 급격하게 약해졌다. 혹여 이대로 금시시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확인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무당칠성이 앞을 막고 서서 비키지를 않는다.
“어서 비켜라. 네놈들이 이러는 것이 더 방해가 된다는 걸 모르는 거냐?”
“하! 우리가 뭘 방해를 한다는 거냐?”
“네가 조용히 물러나면 시끄럽게 떠들 일도 없다.”
그때 금시시의 기가 더욱 약해지자 금공은 마음이 급해졌다.
“닥치고 비켜라!”
금공이 크게 소리치면서 심보를 향해 장을 휘둘렀다. 그러자 미리 대비를 하고 있던 심보가 맞받아쳤다. 동시에 양쪽에 있던 심우와 심양이 금공을 공격해갔다.
파팡! 팡!
금공과 무당칠성 세 사람의 손과 발이 순식간에 엉켰다가 떨어졌다. 무공은 금공이 무당칠성보다 위였다. 그러나 세 명을 상대하려니 쉽게 제압을 할 수가 없었다.
“타핫!”
금공이 재차 심보를 공격하면서 심우를 밀어냈다. 그걸 보고 심양이 발을 쓸어왔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금공이 몸을 웅크렸다가 확 펼치면서 심보와 심우를 향해 장력을 날렸다. 그의 독문절기인 흑마장이었다.
흑마장은 음기가 가득해서 스치기만 해도 뼈와 살이 녹아내린다. 그걸 알기에 심보와 심우는 시커먼 기운이 밀려오자 다급하게 좌우로 피했다.
“이놈!”
찰나에 심양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발길질을 했다. 금공이 공격을 막아냈으나 그 여파로 인해 뒤로 밀려서 내려서야만 했다.
금공의 시선이 치료가 한창이 건물로 향했다가 금세 무당칠성 세 사람에게 돌아왔다. 우선은 이들부터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금공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무당칠성 세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 세 사람은 수십 년간 함께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흠!”
금공이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았다가 펼치자 시커먼 기운이 뭉쳐서 일렁거렸다. 그걸 본 무당칠성 세 사람의 얼굴이 눈에 뜨게 굳었다.
“무당칠성진!”
심우의 외침에 심보와 심양이 금공을 중앙에 두고 품(品)자 형태로 움직여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검을 뽑아 내공을 주입했다.
“타핫!”
금공이 흑마장을 휘둘렀다. 그러자 시커먼 기운이 무당칠성 세 사람을 덮쳐갔다.
“방어!”
쉬쉬쉬쉿!
무당칠성 세 사람이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어지럽게 난무하며 흑마장의 기운을 깎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인해 기의 파동이 주위로 확확 퍼져가자 장원 밖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왔다.
“헛! 이놈들! 무슨 짓이냐?”
무당칠성 세 사람이 금공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금경삼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이어서 약교연도 뛰어들자 무경과 당자휘가 무당칠성을 돕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멀리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낙소문은 난처함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조윤이 믿고 있어달라고 했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 어디에선가 여러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에 그쪽을 보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아버님! 저기를 보십시오.”
정중인이 정수곡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무경과 무당칠성 세 명이 금공과 싸우고 있었다.
“무당칠성이 왔구나!”
정중인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무경을 포함해서 무당칠성이 네 명이나 있었다. 거기다 자세히 보니 당문 사람들과 청성파의 도인까지 있었다.
잔혹마인 금공 외에도 마교의 인물들이 제법 많았지만 그들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정중인을 따라온 표사들의 수가 십여 명이었다. 그리고 인근의 군소문파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온 자들이 오십 명이 조금 넘었다.
무공은 약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가 있었다.
“모두 들으시오!”
정중인이 소리치자 함께 온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그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싸움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게 조금 흥분을 한 상태였다.
“봐서 알겠지만 무당칠성이 와 있고, 당문과 청성파에서도 와 있소. 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교를 상대하고 있으니 응당 우리가 도와야 하오. 마교가 앞으로 이곳에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이참에 힘을 합칩시다!”
“옳소!”
“함께합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 기가 죽어 있었으나 무당칠성은 물론이고 당문과 청성파에서도 사람들이 왔다고 하니 다들 용기가 생겼다.
“갑시다!”
정중인이 소리치면서 칼을 뽑아들고 앞장서자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따라 달려 나갔다.
* * *
조윤은 그렇잖아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밖에서 사람들이 치열하게 싸움을 시작하자 집중력이 흩어지려고 했다. 이화가 그걸 알아채고 조윤의 어깨를 잡았다.
“집중해. 밖에서 무슨 일이 있든 당 공자와 무당칠성이 해결을 할 거야. 그들을 믿어.”
“이화 언니의 말이 맞아. 지금은 환자에게 집중해.”
당예상이 이화를 거들며 말하자 조윤은 두 사람을 보다가 마지막으로 흑묘를 봤다. 흑묘도 말을 안 한다 뿐이지 두 사람과 같은 생각이었다.
“후우…… 알고 있어.”
잠시 심호흡을 한 조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금시시에게 계속 내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금시시의 상태가 아무 이유 없이 안 좋아지자 조윤은 예전에 당효주에게 했던 것처럼 내기를 계속 주입하고 있었다.
덕분에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좋아지지도 않았다.
조윤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내기를 주입하면서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내기가 더욱이 빨리 소모됨은 물론이고 심적으로도 굉장한 부담이 되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해야만 했다.
“내기를 계속 주입하면서 치료를 할 거야.”
“뭐? 그럼…….”
“어차피 이대로 계속 버틴다고 해도 상태가 좋아지진 않을 것 같아. 그러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괜찮겠어?”
“오래는 못해. 운에 맡겨야지.”
걱정스럽게 묻는 이화의 말에 조윤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이화와 당예상, 그리고 흑묘를 보며 말했다.
“한 손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옆에서 보조를 잘 해줘야 해.”
“알았어.”
“그럴게.”
조윤은 한 손으로는 내기를 주입하는 한편 다른 손으로는 계속 수술을 했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려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거기다 밖에서 들려오는 싸움소리 때문에 중간에 한 번씩 집중이 흩어졌고, 이에 심력소모가 커서 땀을 비 오듯이 흘렀다.
“괜찮아요?”
흑묘가 이마로 흐르는 땀을 닦아주면서 물었다. 조윤은 눈이 약간 침침해지는 것을 느꼈으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섯 번째 혈관도 이었어. 이제 두 개 남았어.”
구음절맥은 원래 아홉 개의 맥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었다. 그런데 금시시는 일곱 개만 막혀 있었다. 처음에는 남은 두 개를 못 찾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몇 번이나 확인한 결과 일곱 개가 다였다.
조윤은 여섯 번째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공이 계속 소모되었다. 만약 무당파 장문인인 심허진인에게 음양태극심법을 전수받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후우…….”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여섯 번째 혈관을 잇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눈이 흐릿하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이대로는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조윤은 당예상을 봤다. 그러자 당예상이 몇 번 눈을 깜빡이며 쳐다봤다.
“왜?”
“안 되겠어. 눈이 침침해서 보이지가 않아. 누이가 내 대신 치료를 계속해.”
“뭐, 뭐?”
당예상이 크게 놀라며 말까지 더듬거렸다. 실상 당예상이 수술을 이어서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는 이런 수술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맡겨야만 했다. 이화와 흑묘는 당예상만큼 의술을 알지 못한다.
“내 대신 누이가 해야 해.”
“모, 못해! 내가 어떻게 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리고 전에 효주를 치료할 때 옆에서 봤었잖아. 그렇게 어렵지 않아.”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 내공이 바닥나면 시시는 죽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뭐든 해봐야지.”
“조윤.”
당예상이 여전히 난처한 얼굴로 조윤을 불렀다. 수술은 이제 막바지였다. 그런데 자신이 실수를 해서 금시시가 죽는다면 마음의 짐이 될 것 같았다.
더구나 그걸 조윤이 다 감내하고 책임을 져야 했다. 그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이화 누이나 흑묘는 누이만큼 의술을 모르잖아. 빨리 확대경 가져가.”
조윤이 재촉하자 망설이던 당예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조윤의 머리에 있는 확대경을 가져가서 착용했다.
“혈관을 잘 찾아봐. 끊어진 곳이 있을 거야.”
“응.”
당예상은 확대경을 통해서 끊어진 혈관을 찾았다. 하지만 어느 것이 끊어진 혈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침착하게 살펴. 그럼 보일 거야.”
“알았어.”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당예상은 여전히 혈관을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윤은 수술 전에 몇 번이나 혈관의 위치를 확인했었고, 기맥을 통해 중간에 한 번씩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었다. 그러고 나서 확대경을 쓰니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예상은 오로지 확대경에만 의존해야 했다. 조윤이 도움을 주고는 있었지만 말로만 들어서는 찾기가 어려웠다.
당예상을 지켜보는 조윤은 답답했다. 그러나 나무라지 않고 계속 지켜보며 격려를 했다. 그게 효과를 봤는지 당예상은 소발에 쥐 잡듯이 끊어진 혈관을 찾아냈다.
“찾았어.”
“잘했어! 이제부터가 중요하니까 더욱이 집중해야 해.”
“응.”
조윤이 속으로 한시름 놓으면서 혈관을 잇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문밖을 지키고 있던 낙소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안 돼! 조윤!”
쾅!
문이 부서지면서 낙소문이 날아와 벽에 등을 부딪쳤다. 충격이 적지 않을 텐데도 그녀는 검을 고쳐 잡고 앞을 겨눴다.
조윤이 놀라서 그녀를 보다가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피를 흘리면서 들어오는 금공이 보였다.
“놈…….”
금공이 살기를 뿌리자 방 안에 있는 모두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