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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2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4화

제10장 치료 시작 (1)

 

 

당문에서 흑묘와 당예상이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왔다. 조윤은 두 사람에게 그간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줬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 모두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치료가 실패하면 마교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조윤이 괜찮다고 몇 번이나 설명을 하자, 그제야 두 사람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

 

조윤은 치료장비를 점검하고 선릉표국에서 내준 장원으로 가서 수술 준비를 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위생과 등(燈)이었다.

 

이에 깨끗한 천으로 침대보를 갈고 주위에 휘장을 쳤다. 그리고 독을 이용해서 주변을 정화했다. 그게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등은 당문에 있을 때 만든 것으로 일반 등잔보다 훨씬 밝았지만 현대에서 쓰던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래서 천장에 다섯 개를 걸고, 침대 위와 좌우에 두 개씩, 그리고 들고 쓸 것 한 개, 이렇게 총 열두 개를 준비했다.

 

금가장으로 다시 돌아온 조윤은 금경삼과 약교연을 불렀다.

 

“내일 치료를 하겠습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동안 금시시의 치료를 바라 마지않았지만 막상 한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다른 병도 아니고 구음절맥이었다. 혹여 금시시가 잘못될까 걱정이 되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음…….”

 

금경삼이 낮게 신음을 흘렸다. 사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윤이 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당문에 보낸 하인이 하는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조윤의 서찰을 가지고 당문에 갔던 하인은 흑묘와 당예상과 함께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걸 그대로 전해들은 금경삼은 조윤이 조금 달리 보였다.

 

그러자 그동안 고깝게 여겨지던 것들이 다 이유가 있게 생각되었다. 더구나 조윤은 금시시의 치료를 위해 낮에는 바쁘게 뛰어다니고, 밤에는 늦게까지 약을 만들며 책을 뒤적거렸다. 그런 모습을 보니 조윤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해주게.”

 

금경삼이 먼저 입을 열자 약교연이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상공.”

 

“맡겨봅시다. 시시는 어차피 얼마 살지 못하오. 치료를 하다가 죽는다 해도 시도는 해봅시다. 당신도 그럴 생각으로 소청신의를 잡아둔 것이 아니오?”

 

약교연은 말없이 금경삼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금경삼이 그녀를 안고 가만히 다독여줬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조윤은 가볍게 연공을 했다. 심허가 전수해준 태극음양신법 덕분에 최근에는 내기의 운용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임맥과 독맥을 따라 기운을 일주천 시키자 정신이 맑아지면서 전신에 힘이 솟았다. 이에 백아를 뽑아들고 비연팔식을 펼쳤다. 그러자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검에서 검기가 발출되어 나갔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조윤은 문득 인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다.

 

“아침부터 열심이네.”

 

금태희였다. 원래는 다른 사람이 수련하는 것을 보면 안 된다. 혹여 보게 된다고 해도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예의였다. 그렇지 않으면 칼부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예전에 당자휘가 말하기를 비연팔식의 초식은 어느 문파에나 다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고 했었다. 하니 누가 보든 큰 상관이 없었다.

 

“무슨 일이야?”

 

“아버님하고 어머니가 함께 식사하재.”

 

갑작스러운 제의였지만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금시시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자리에 참여하면 부담을 느끼게 된다. 치료에 집중하는 데 하등 좋을 것이 없었다.

 

“두 분한테 준비할 것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해.”

 

“이미 준비는 다 해놓은 거 아니었어?”

 

“다시 한 번 살펴보려고.”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지.”

 

“알아서 먹을게.”

 

조윤이 계속 거절을 하자 금태희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단지 식사를 함께 하자는 것뿐인데, 왜 저렇게 싫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윤.”

 

“나중에 치료 다 끝나면 그때 시간을 내볼게.”

 

조윤은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금태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조윤은 일행과 함께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으니 잠시 후, 금공과 금경삼, 약교연 등이 금가장의 무사들을 잔뜩 이끌고 나타났다.

 

“치료를 하러 오는데 뭔 사람들을 그리 많이 데리고 온 거냐? 우리가 무서워서 그러냐?”

 

무당칠성 중 한 명인 심보가 살살 비꼬면서 이야기를 했다. 마교 사람들을 보니 심사가 편치 않은 탓이다. 그러나 금공은 심드렁하니 반응했다.

 

“치료를 하는 동안 이곳을 지켜야 하기에 데리고 왔을 뿐이다.”

 

“너희 놈들이 위험하지 누가 여기에서 감히 난동을 피우겠느냐?”

 

심보가 같잖다는 듯이 말하자 금공은 속으로 울컥했으나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금경삼에게 금가장의 무사들을 곳곳에 배치하도록 시켰다.

 

그걸 지켜보던 당자휘가 당가십이비에게 당문의 무사들을 안쪽으로 위치하게 했다. 그러자 금경삼이 눈썹을 꿈틀하더니 금가장의 무사들을 더 안쪽으로 오게 했다.

 

“치료를 하는 방과 너무 가까우면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다 못한 당자휘가 한마디 하자 금경삼이 피식 웃었다.

 

“걱정 마라. 금가장의 무사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을 터이니.”

 

“조윤은 의원이지만 무공도 뛰어납니다. 밖에서 서성대는 사람들의 기척을 모를 거 같습니까? 당연히 신경이 쓰이겠지요.”

 

“그럼 저들도 물려야 하지 않느냐?”

 

금경삼이 당문의 무사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금가장의 무사들을 먼저 물리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먼저 해라.”

 

당자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금경삼을 쳐다봤다. 지금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건가?

 

“치료 안 할 겁니까?”

 

“해야지. 왜 안 하느냐?”

 

“그럼 무사들을 멀리 물러나게 하십시오.”

 

“네놈이 먼저…….”

 

금경삼의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순간이었다. 방 안에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던 조윤이 밖으로 나오자 금경삼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무사들이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전부 장원 밖으로 내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도 나가야 합니다. 만약을 위해 낙 소저만 남아있으면 됩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약간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다. 건물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장원 밖으로 나가라고 하니 의아한 생각이 들은 것이다.

 

그 와중에 낙소문만은 조윤이 자신을 지목한 것을 기뻐했다. 다만 워낙에 무표정해서 아무도 그걸 알아보지 못했다.

 

“장원 밖으로 나가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금경삼의 말에 조윤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러자 금경삼이 재차 물었다.

 

“건물 밖에 있으면 안 되겠느냐?”

 

“안 됩니다. 치료는 아무리 빨리 끝나도 세 시진 안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최대한 집중을 해야 하는데, 밖에 사람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신경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우리만이라도 남아있으면 안 되겠느냐?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있을 테니…….”

 

“안 됩니다. 그게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음…….”

 

금경삼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조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시시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이러면 치료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

 

“알았다. 그럼 물러나 있겠다.”

 

금경삼이 마지못해 그렇게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옆에 붙어서 치료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싶었으나 조윤이 저렇게 완고하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금경삼이 무사들을 물리자 당자휘도 곧 당문의 무사들을 장원 밖으로 물러나게 했다.

 

“잘 부탁하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내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조윤은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이화와 흑묘, 그리고 당예상이 수술준비를 다 끝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조윤은 그녀들을 한 번씩 쳐다본 후에 침상에 누워있는 금시시에게 다가갔다.

 

“이제 마취를 할 거야. 한숨 푹 자고 일어난다고 생각해.”

 

“응.”

 

대답을 하는 금시시의 눈에 불안이 스쳐지나갔다. 조윤은 말없이 웃어 보이고는 마취산과 침으로 그녀를 마취시켰다.

 

“수술 시작합니다.”

 

조윤의 말에 이화와 흑묘, 당예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예전에 조윤이 당효주를 치료하는 것을 옆에서 보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지난 이틀 동안 금시시의 치료과정을 몇 번이나 듣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연습을 했었다. 이에 수술이 막힘없이 원활하게 진행이 되었다.

 

끊어진 첫 번째 혈관을 찾아서 잇고 잠시 기다리자 곧 기가 흐르는 것이 감지되었다. 호흡과 맥도 괜찮았다.

 

“성공이에요. 이제 두 번째 혈관을 찾을 겁니다.”

 

조윤은 재빨리 봉합을 하고 두 번째 혈관이 있는 곳을 열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속도에 탈력이 붙었다. 그 여세를 몰아 세 번째, 네 번째까지도 문제없이 찾아서 치료를 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꽤 흘러 무려 세 시진이나 지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섯 번째 혈관을 찾으려고 할 때 갑자기 금시시의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호흡이 불안해. 맥도 떨어지고 있고.”

 

이화가 하는 말에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썼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극히 순조로웠다. 한데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원인?

 

그런 거 없다. 수술을 하다보면 아무 이유 없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 * *

 

“아버님! 아버님!”

 

정수곡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한창 땀 흘리면서 무공을 연마 중이던 정중인이 칼을 거두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냐?”

 

“큰일 났습니다.”

 

정수곡은 나이답지 않게 진중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데 저러는 걸 보니 뭔 일이 생겨도 단단히 터진 것 같았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기에 그리 호들갑이냐?”

 

“마교가 나타났습니다.”

 

“마교가? 흠, 섣불리 상대하지 말라고 일렀느냐?”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설마 그들과 싸움이라도 난 거냐?”

 

“아닙니다.”

 

“허 참, 평소에는 침착하던 놈이 왜 이러는 게냐?”

 

“후우…… 죄송합니다. 워낙에 다급해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말끝을 흐리던 정수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장 표사가 표국으로 오다가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찮은 자들 십여 명이 몰려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잔혹마인 금공이라고 합니다.”

 

“잔혹마인 금공이라면 마교의 장로가 아니더냐? 그가 이곳에 왔다고?”

 

“그렇습니다. 더구나 그가 향한 곳이 무당신룡이 머무는 장원 쪽이라고 합니다.”

 

“음…….”

 

정수곡이 말을 마치자 정중인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잔혹마인 금공은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정중인과 표국의 표사들이 모두 나선다고 해도 촌각조차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당신룡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아예 못 봤다면 모를까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빨리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잔혹마인 금공은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 장원은 우리가 빌려준 곳입니다. 거기에서 일이 생기면 책임을 면할 수가 없을 겁니다.”

 

“알고 있다.”

 

정중인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선릉표국을 이끌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정중인은 지혜롭게 해결을 해왔었다. 이번 일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여기며 방법을 생각했다.

 

‘잔혹마인 금공의 무공이 대단하다지만 무당신룡도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다. 더구나 무당신룡이 잘못되면 무당파가 전면으로 나선다. 금공이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테니 적당한 선에서 그치겠지.’

 

나름 판단이 서자 정중인은 정수곡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우선 사람을 보내 그들이 장원으로 간 것이 확실한지 확인을 하라 일러라. 그리고 표사들을 인근의 문파에 보내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해라. 무당신룡이 앞장설 거고 마교를 상대할 거라 말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게다.”

 

“알겠습니다.”

 

정수곡이 후다닥 달려 나가자 정중인은 벗어두었던 옷을 걸쳤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이 잘못되면 그동안 일궈놓은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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