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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2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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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2화

제9장 선릉표국 (1)

 

 

조윤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심허가 제자로 삼겠다고 생각을 해 보라고 할 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상대는 옥승이었다. 무당파의 최고수이자 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고수 말이다.

 

만약 그의 제자가 된다면 아까 당했던 것을 전부 배울 수가 있었다. 그럼 지금보다 훨씬 경지가 높아질 테고, 당연히 그만큼 강해진다.

 

무엇보다 무당파 장문인의 사제가 된다. 그럼 무림에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설령 당문의 가주인 당수백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느냐?”

 

“아, 그, 죄송합니다. 워낙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미리 말하지만 네게 선택권은 없다.”

 

“네?”

 

“싫든 좋든 내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째서입니까?”

 

“네놈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구나. 혹여 잘못된 길을 걸으면 무림에 큰 해악이 될 것이다. 하니 미리 단속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라.”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심허와 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는 얼굴이었다.

 

“그…… 저는 그저 의원일 뿐입니다.”

 

“그저 의원이 아니지. 세상천지에 약관도 되지 않아 검강을 쓰는 의원이 어디 있더냐?”

 

“저는…….”

 

“됐다. 이미 결정이 되었다.”

 

옥승은 막무가내였다. 이에 조윤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멍하니 옥승을 쳐다보기만 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분명 좋은 일은 아니었으나 덥석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뭘 하느냐? 어서 절을 하지 않고.”

 

“하지만…….”

 

“뭔 놈의 하지만이냐? 하지만은? 네놈이 잘나서 제자로 삼겠다는데, 왜? 내가 네 사부가 되기에 부족해 보이느냐? 그럼 내가 엎드려서 비마.”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심허가 제자로 삼겠다고 했을 때는 거절했는데 이제 와서 내 제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냐?”

 

“아, 아닙니다.”

 

“하면 어서 절을 하거라.”

 

조윤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심허와 무경을 봤다. 그러자 두 사람이 웃으면서 재촉을 했다.

 

“어서 절을 하게나.”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어서 받아들이십시오.”

 

이쯤 되자 조윤은 더 이상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자유가 좀 속박되겠지만 얻는 것이 더 많았다.

 

“단목조윤이 사부님께 인사 올립니다.”

 

조윤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심허가 흡족한 얼굴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호는 바른 마음을 유지하라는 뜻에서 심정(心正)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구나.”

 

“하하. 축하하네. 소청신의. 아니 이제는 사제라고 불러야겠군.”

 

“사숙조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제는 사숙이라 불러야겠군요.”

 

심허와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를 해줬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라 조윤은 계속 거절한 것이 쑥스러웠다.

 

“고맙습니다. 두 분.”

 

“사숙님께 축하를 드려야겠군요. 좋은 제자를 얻게 되셔서 좋으시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숙조님.”

 

“나이가 어리다고 타박하지 말고 앞으로 잘 도와주도록 해라.”

 

“오히려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그럴 리가 있습니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소사숙.”

 

심허와 무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조윤도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당황학을 사부님으로 모실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때는 금방 새외로 나갔었고, 이유야 어쨌든 돌아온 이후에도 그리 환영을 받지는 못했었다.

 

어떻게 보면 세가와 문파의 차이이기도 했다. 세가는 혈연중심이라 타인을 배척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문파는 그렇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온 조윤은 사람들에게 옥승의 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모두 놀라서 잠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조윤!”

 

그때 갑자기 이화가 큰 목소리로 조윤을 부르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축하해.”

 

이화는 사람들의 시선을 상관하지 않고 조윤을 꽉 껴안았다. 그리고 장하다는 듯이 등을 다독였다.

 

“잘됐다.”

 

그제야 사람들도 조윤에게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조윤은 그들에게 일일이 답하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숙소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무경과 그의 사형제들이었다. 다들 어제의 일을 전해 듣고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몰려오니 조윤은 약간 당황했으나 인사를 나누면서 그들과 함께 조반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무당파 제자들은 물론이고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옥승이 제자를 받았다는 소문이 이미 돈 것이다.

 

옥승이 누구던가?

 

무당파의 최고수이자 무림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였다. 하지만 그동안 두문불출하며 무당파는 물론이고 강호의 일에 일절 개입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얼굴 한 번 보기가 힘들었건만, 이제 제자를 들였으니 싫든 좋든 앞으로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에 잘되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시샘과 질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생각보다 어리군.”

 

“열일곱 살이라던데.”

 

“듣기로는 검강을 쓴다고 하더라고.”

 

“허, 저 나이에?”

 

“그러니까 옥승진인이 제자로 들인 게지.”

 

“내가 어제 장로님한테 들었는데 옥승진인이 먼저 나서서 제자로 삼겠다고 했다더군.”

 

자기들 딴에는 조용조용 이야기를 한다지만 조윤에게는 다 들렸다.

 

“하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솔직히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부님의 제자가 되었다 해도 그랬을 겁니다. 하물며 사숙조님의 제자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여기에서 이럴 정도니 하산을 하면 더할 겁니다. 혹여 시비를 거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무경의 말에 무송이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사형제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로도 조윤은 사람들에게 내내 시달렸다. 무경이 가고 나자 이번에는 심허가 불렀다. 가보니 심허와 그의 사형제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서 인사를 하고 덕담을 한참이나 듣다가 풀려나자 이번에는 이대제자들과 삼대제자들이 인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그러다 나중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까지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이 되었다. 이제는 끝이겠거니 했건만 아직 아니었다. 전날 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

 

그게 사흘이 지나서야 좀 뜸해졌고, 나흘째 되던 날부터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나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알은체를 하며 인사를 하는가 하면, 어디를 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어째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게냐?”

 

방 안에서 차를 마시던 중 옥승이 물었다. 이에 조윤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좀 과한 게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신경 쓰지 말거라. 그러다 말겠지.”

 

“네.”

 

“그보다 네 이야기를 해 보아라.”

 

“어떤 이야기요?”

 

“내가 너를 제자로 삼기는 했다만 아는 것이 없구나.”

 

옥승이 웃으면서 말하자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했다. 천민으로 지냈던 일과 나중에 단목세가로 가게 된 일, 이후에 의술을 배웠고, 가문이 멸망해서 당문에 갔다가 당황학에게 무공을 배운 일, 그리고 새외를 돌며 경험을 쌓았던 것까지 전부 이야기를 했다.

 

나름 조리 있게 이야기를 해서인지 옥승은 지루해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고생이 심했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에 굴곡이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허, 어린놈이 늙은이나 할 말을 하고 있구나.”

 

“하하.”

 

조윤이 웃자 옥승도 미소를 지었다.

 

“사부님.”

 

“왜?”

 

“잠시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다. 마교의 어린 계집을 치료한다지?”

 

“네. 그리고 당문에도 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달이면 되겠느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일을 마치는 대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야지. 이제는 여기가 네 집이라고 생각하거라.”

 

“네. 그러겠습니다.”

 

“혹여 모르니 무경을 데리고 가거라.”

 

“아닙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상대가 마교라고 하니 찜찜해서 그런다. 생각 같아서는 무당칠성을 전부 보내고 싶지만 장로들이 치료되었으니 이제 할 일이 많을 게다.”

 

“정말 괜찮습니다. 함께 온 일행도 있으니까 별일 없을 겁니다.”

 

“그래도 데려가. 녀석한테는 당문까지 따라갔다 오라고 이야기를 해놓겠다.”

 

옥승이 더 듣지 않겠다는 듯이 말하자 조윤은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했다.

 

밤이 되자 조윤은 심허에게 미리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겼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무당파를 나섰다.

 

한참 산을 내려가던 조윤은 힐끗 뒤를 돌아봤다. 올 때는 무당파와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될 줄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경이 묻자 조윤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던 길을 재촉하며 걸음을 옮겼다.

 

* * *

 

무당파가 있는 무당산에서 금가장이 있는 형문산으로 가려면 의창현을 지나쳐야 한다. 의창은 장강의 항구에 형성된 곳으로 인근에서는 가장 큰 현이었다.

 

그곳의 객잔에서 일행이 쉬는 동안 당자휘는 현 외곽에 있는 송등이라는 술집으로 갔다. 그곳의 주인은 당문의 방계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당파로 가면서 조윤을 찾은 경위와 당시의 상황을 적은 서찰을 당문으로 보내달라고 했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주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서찰을 건넸다. 당자휘는 그 자리에서 서찰을 펼쳐서 읽었다.

 

“흠…….”

 

서찰은 당수백이 보낸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윤을 데리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당수백이 그렇게 당부를 하지 않아도 당자휘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순전히 조윤을 이용할 생각으로 도왔었다. 덕분에 형인 당신우를 제치고 다음 대의 가주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게 고마워서 약속대로 조윤이 자유롭게 되도록 계속 도움을 줬었다.

 

한데 이제는 마음이 변했다. 조윤의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의 의술을 지녔고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이 강했다. 또한 무당파의 최고수이자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한 옥승의 제자였다. 하니 앞으로 어떻게 성장을 해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당문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조윤은 꼭 필요했다. 그러자면 어떻게든 당효주와 혼인을 시켜야 했다.

 

“지필묵을 빌립시다.”

 

“이쪽에 있습니다.”

 

주인이 가리킨 곳을 보니 탁자 위에 지필묵이 놓여 있었다. 당자휘는 먹을 갈면서 뭐라고 쓸지 생각을 정리했다.

 

조윤은 어차피 당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직 당효주의 치료가 끝나지 않았고, 단목세가의 생존자들이 전부 당문에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당효주는 조윤을 좋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조윤은 아니었다. 당효주를 여자로 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니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당자휘는 우선 조윤이 옥승의 제자가 된 경위를 간략하게 적었다. 그리고 당수백으로 하여금 조윤이 당문으로 돌아간 이후의 일에 대해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이걸 당문으로 보내주시오.”

 

“걱정 마십시오. 사람을 찾아서 최대한 빨리 보내겠습니다.”

 

당자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약간의 사례금을 건넸다. 그러자 주인이 인사를 하며 그걸 받았다.

 

밖으로 나온 당자휘는 일행이 있는 객잔으로 향했다. 잠시 후 당문으로 갈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사천으로 가는 표행이 있었다. 거기에 아는 표사가 있어 돈을 조금 주고 서찰을 부탁했다.

 

표사는 흔쾌히 승낙하며 서찰을 챙겼다. 표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부수입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저 서찰을 전해주는 것이라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날 저녁 표사는 가볍게 술을 한 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표행을 가려면 일찍 자야 했다. 그가 완전히 잠이 들자 누군가가 방 안으로 소리 없이 들어왔다. 그리고 낮에 술집주인이 맡긴 서찰을 꺼내서 내용을 확인했다.

 

‘옥승의 제자가 되었다고?’

 

잔혹마인 금공은 크게 놀랐다. 사실 그는 조윤 일행이 금가장을 떠날 때부터 계속 뒤를 쫓아왔었다. 혹여 그들이 금태희에게 해를 가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조윤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면 다리를 부러트려서라도 데리고 오려고 했다.

 

한데 조윤이 무당파로 들어가자 더 쫓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금공의 무공이 뛰어나도 무당파에 숨어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조윤은 며칠 만에 무당파를 나와서 금가장으로 향했다. 이에 마음을 놓고 있는데 당자휘가 따로 행동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몰래 따라와 봤더니 조윤이 옥승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금공은 조윤이 금시시의 치료를 끝내면 금가장에 잡아두고 금태희에게 주려고 했었다. 처음에야 정을 느껴 죽니 사니 하지, 못난 꼴을 보면 금방 마음이 식어 버린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다.

 

해서 금태희로 하여금 그렇게 정을 떼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윤이 옥승의 제자가 되었으니 그랬다가는 문제가 생긴다.

 

금공은 살짝 인상을 쓰다가 서찰을 다시 넣어두고 그곳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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