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20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20화
제8장 옥승진인 (2)
현묘한 대답이었다. 이에 옥승은 조윤을 보며 흡족한 얼굴을 했다.
“그놈 참 물건은 물건이다. 무당파에는 왜 저런 놈이 없는 게냐?”
“하하. 조금 부족하지만 무경이 있지 않습니까?”
“턱도 없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제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까?”
때마침 무경이 다가와 차를 내려놓았다. 사실 그는 이곳으로 오면서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하지만 조윤의 능력이 워낙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딱히 시샘이 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앉거라.”
“네. 사부님.”
무경이 자리에 앉자 옥승이 잠시 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떠냐? 조윤과 겨루면 이길 수 있겠느냐?”
“저는 농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숙님.”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거냐?”
“검강을 쓰는 고수를 상대로 어떻게 이깁니까?”
“쯧쯧. 무공의 경지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거늘.”
“하하.”
무경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었다. 그러자 옥승이 조윤을 향해 말했다.
“이놈에게 한 수 가르쳐줘라.”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한 수 배워야 할 겁니다.”
마교와 싸우던 무당칠성을 보고 그렇잖아도 조윤은 무당파의 무공을 한 번 겪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옥승이 자리를 만들어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무당파의 다음 대를 이끌고 나갈 무경이 상대였다.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을 하고 싶은 일이었다.
정자에서 나와 무경과 마주 선 조윤이 먼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단목조윤입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하하. 오히려 제가 할 말입니다. 무당파의 무경입니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조윤이 백아를 뽑아들자 무경 역시 들고 있던 송문고검을 뽑아서 겨눴다. 잠시 그렇게 대치를 하다가 먼저 움직인 건 조윤이었다.
쉭!
급작스럽게 거리를 좁히며 백아가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무경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여 피했다. 동시에 가볍게 검을 찔러 넣자 어느새 조윤의 옆구리에 와 있었다.
조윤은 손으로 땅을 짚고 공중제비를 돌아 무경의 검을 피했다. 뒤따라 들어와 검을 휘두를 수 있었음에도 무경은 그러지 않았다.
나름 탐색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조윤은 백아를 고쳐 잡고 방금 펼쳤던 똑같은 초식을 다시 썼다. 그러나 기세가 달랐다.
마치 파도가 몰려오는 것 같은 압력에 무경이 눈을 크게 떴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자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면서 떨어졌던 백아가 급작스럽게 위로 치고 올라왔다.
비연하강에 이은 비연상승이었다. 두 개의 초식은 마치 하나의 초식처럼 연계해서 쓸 수가 있었다. 아까도 이런 식으로 초식을 이어서 쓰려고 했으나 무경이 옆으로 피하면서 반격을 하는 바람에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세를 잔뜩 실어 무경이 뒤로 물러나게 만든 후에 쓴 것이다.
하지만 무경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는 것만으로 비연상승을 피했다. 세찬 검압이 짓눌러 왔으나 몸을 한차례 털자 싹 다 흘러버렸다.
찰나에 무경의 검이 조윤의 백아에 찰싹 달라붙었다. 조윤이 그걸 떼어내기 위해 검을 회전시켜서 재차 공격을 했다. 그러나 무경은 붙여 놓은 검을 통해서 조윤의 움직임을 모두 읽어내며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연이어 다섯 번이나 검을 휘둘렀으나 마찬가지였다. 무경의 검은 떨어지지 않은 채 계속 붙어 다녔고, 그 때문에 조윤의 움직임은 사전에 미리 읽혔다.
쉬익!
공격해 들어오던 백아의 방향을 틀어서 되돌려주자 조윤은 깜짝 놀랐다. 방어를 하면서 공격을 흘리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올 줄은 몰랐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 이대로 있으면 백아에 당한다. 그렇다고 백아를 놓으면 딱 붙어서 오는 무경의 검에 당한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조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피할 수 없다면, 흘릴 수 없다면, 맞받아치면 된다.
“타핫!”
조윤은 내공을 끌어올려 다급히 몸을 멈췄다. 그리고 백아로 검기를 발출했다.
따앙!
“큭!”
한창 승기를 잡아가던 무경은 크게 놀라며 몸을 휘청거렸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것도 검이 들어가는 그 찰나에 검기를 쓸 줄은 몰랐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얼결에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을 했다. 덕분에 검이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속이 약간 진탕되었다.
쉿!
틈을 크게 내보인 결과는 바로 패배로 연결되었다. 어느새 조윤의 검이 목에 와 있었다.
“으…… 졌습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중간에 그건 어떻게 한 거죠? 검이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던데.”
“그건 무당파 무공의 특색 중 하나입니다. 검을 그렇게 붙여 놓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거죠.”
“대단하군요. 검을 떨쳐내려고 세차게 움직였는데도 그러지를 못했어요.”
“소청신의의 검법도 대단했습니다. 웅후한 공력을 바탕으로 밀어붙일 때는 정말 진땀이 나더군요.”
두 사람은 비무가 끝나고 서로를 칭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걸 보니 심허는 더욱이 조윤이 탐이 났다.
무경은 무당파에서 촉망받는 후기지수였다. 해서 무당신룡이라고 불리지 않던가?
그런 무경을 꺾었으니 자부심을 드러낼 만도 하련만 조윤은 오히려 칭찬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성이 곧고 바르다는 뜻이었다.
“놈! 검기조차 막아내지 못해놓고는 뭐가 그리 기쁘더냐?”
내용은 나무라는 것 같았으나 말투는 그렇지 않았다. 이에 무경이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사부님도 보셨잖습니까? 거기에서 검기를 발출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소청신의가 검강을 쓰는데도 자만했던 것은 아니고?”
“아닙니다. 자만이라니요. 사부님이 직접 검을 받아보시면 알 겁니다. 소청신의의 검에 실린 기백이 장난이 아닙니다. 제자가 받아내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말은 잘하는구나.”
“그럼 내가 받아보마.”
옥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훌쩍 날려 정자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심허와 무경이 크게 놀라 그를 봤다.
* * *
옥승은 은거를 시작한 이후 무당파의 일에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하다못해 조언을 해준 적조차 없었다.
한데 그가 처음으로 검을 나누려 하고 있었다. 그게 워낙에 이례적인 일이라 심허와 무경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옥승이 누구던가?
무당파의 최고수였고, 강호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였다. 또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무림인에게는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준비는 되었느냐?”
“한 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오너라.”
옥승이 검을 늘어트리고 자연스럽게 섰다. 단지 그렇게 서 있을 뿐인데도 조윤은 선뜻 공격을 하지 못했다.
옥승은 마치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처럼 빈틈이 너무나 많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쉽게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극과 극은 통한다. 빈틈이 너무 많으니 어디를 공격해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사부님 이상이다.’
조윤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당황학 이상 가는 고수와는 겨뤄본 적이 없었다.
“뭘 망설이는 게냐?”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공격할 틈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냐? 하면 그 틈이라는 것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들려고 합니다.”
“해보거라.”
그게 쉽게 될 것 같았으면 벌써 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해서 기회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부딪치는 수밖에 없군.’
조윤은 땅을 박차고 옥승과의 거리를 확 좁혔다. 그러나 검이 닿는 거리에 도착하자 자신도 모르게 뒤로 훌쩍 물러났다. 거기에서 무작정 더 접근했다가는 목이 잘릴 것 같은 서늘함 때문이었다.
옥승의 좌측으로 빠르게 움직인 조윤이 옆에서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검이 닿는 거리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어깨가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뒤로 훌쩍 물러났다.
‘뭐지?’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옥승의 거리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마치 검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잠시 방법을 생각하던 조윤은 다시 한 번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옥승의 거리에 들어가는 순간 더욱이 집중을 했다.
‘머리!’
이번에는 머리였다. 물러나지 않으면 머리가 베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조윤은 물러나지 않았다. 느낌이 오는 찰나에 백아를 위로 휘둘러 검기를 발출해냈다. 혹여 그냥 백아를 휘둘렀다가는 그걸 막아내지 못할 거란 생각에 검기를 쓴 것이다.
파앙!
검기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단지 그뿐이었다. 검기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간신히 거리를 좁힌 조윤이 재차 백아를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다리와 어깨에 서늘한 느낌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위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