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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1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9화

제8장 옥승진인 (1)

 

 

숙소에게 기다리고 있던 일행에게 장로들이 모두 치료되었음을 이야기해주고 조윤은 쓰러지다시피 잠이 들었다. 자소단으로 내공의 소모를 채우자마자 또 소진을 했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했다.

 

하루 밤낮을 마치 시체처럼 늘어져서 자고 일어났으나 어째 자지 않은 것처럼 몸이 묵직했다. 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조식을 했다.

 

‘그때 이렇게 했었지.’

 

조윤은 심허가 가르쳐줬던 태극음양심법에 따라 기를 돌렸다. 그러자 몸이 한껏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심허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자소단의 효과가 다 풀린 상태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조윤이 가지고 있던 기운과 어울리지를 못해 푹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묵직했던 것이다.

 

그런데 태극음양심법으로 자소단의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주자 조윤의 기운에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몸을 타고 돌았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 것도 그렇게 기가 활발하게 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니 이화와 낙소문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옆에는 현진이 가까이 가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을 하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겁니까?”

 

“아, 일어났군요.”

 

현진이 반가운 기색을 보이며 조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화와 낙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좀 어때?”

 

“이젠 괜찮아.”

 

“하루를 꼬박 잔 건 알아?”

 

“그랬어?”

 

“그래. 깨워도 안 일어날 것 같아서 계속 놔뒀어. 출출하지는 않아?”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그럼 제가 요깃거리를 좀 가져올게요.”

 

“에? 아니요. 괜찮…….”

 

조윤이 말리려고 했으나 낙소문은 어느새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미안함에 뒷머리를 긁적이는데 낙소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는 현진이 보였다.

 

‘설마 낙소문을 좋아하나?’

 

그런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현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금까지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걸 자각한 조윤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이건 질투였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낙소문을 좋아한다는 뜻이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어? 아무것도 아니야.”

 

“소문이 음식을 가져오면 먹고 장문인한테 가자.”

 

“장문인은 왜?”

 

“네가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을 몇 번이나 보내왔어. 옥승진인이 널 찾는다면서.”

 

“알았어. 먹고 가볼게.”

 

“내 생각에는 보상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

 

“무슨 보상?”

 

“생각해봐. 네가 무당파의 장로를 세 명이나 살렸잖아. 그런데 그들이 가만히 있겠어?”

 

“이미 자소단을 받아서 먹었는걸.”

 

“그건 네가 치료를 해야 할 사람이 있어서 그랬다며?”

 

“그게 좀 애매해.”

 

“왜?”

 

“치료를 할 때는 몰랐는데 나오면서 생각해보니까 옥승진인은 한 명을 치료하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어. 어쩌면 남은 한 명도 치료를 할 수가 있었을 거야.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나한테 시켰거든.”

 

“그래?”

 

“응. 내공이 소모되는 것이 꺼려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렇지. 옥승진인은 강호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야. 무당파의 최고수이기도 하고. 더구나 자파의 일이잖아. 내공의 소모가 원인은 아닐 거야.”

 

“내 생각도 그래.”

 

두 사람은 곰곰이 생각을 해봤으나 답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현진에게 향했다. 그러자 현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한테 뭘 기대하겠니.”

 

“이화 누님. 그건 아니죠. 제가 좀 둔하기는 하지만 말이 좀 심하잖습니까?”

 

“그래. 그래. 미안하다.”

 

이화와 현진은 이틀 전과는 달리 격식 없이 말을 주고받았다. 여기에 있는 동안 서로 친해져서 편하게 대하기로 한 것이다.

 

“당 공자는 어디에 있죠?”

 

“당문에 연락을 하겠다면서 나갔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당문에 알리기 위해 서찰을 보내러 간 것 같았다.

 

잠시 후, 낙소문이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오자 현진이 재빨리 가서 그걸 받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낙 소저.”

 

현진의 말에 낙소문은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이고 말았다. 어찌 보면 참 예의 없는 행동이었으나 현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저 낙소문을 보고 있는 것만도 마냥 좋았다.

 

조윤은 음식을 먹다가 낙소문을 힐끗 봤다. 마침 낙소문도 조윤을 보고 있던 참이라 시선이 마주쳤다. 어색함에 조윤이 웃자 낙소문이 고개를 홱 돌렸다.

 

‘미움받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조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건 오해였다. 낙소문은 부끄러워서 시선을 외면한 것뿐이었다. 그 증거로 귀까지 빨갰으나 조윤은 그걸 보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자 조윤은 무당파의 제자에게 부탁을 해서 무경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자 금방 무경이 달려왔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사부님과 사숙조님이 소청신의가 깨어나기를 계속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랬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소청신의를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두 분이 몸이 달아있다는 뜻입니다. 하하.”

 

“몸이 달아있다니요?”

 

“사부님의 제의는 한번 생각해보셨습니까?”

 

“무당파의 제자가 되라는 것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승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소청신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림은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뒤를 받쳐줄 든든한 배경이 필요합니다.”

 

그건 조윤도 알고 있었다. 무림은 원시적이고 잔인했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떠한 세력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단목세가에 있을 때만 해도 설마 멸문을 당할 줄은 몰랐다. 이후로 한동안 당문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지만 뒷배가 되어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용을 하려고 했었다.

 

지금도 당문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혹여 무당파도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의술을 펼쳐가는 데 있어서도 더욱이 무당파의 힘이 필요할 겁니다.”

 

그것 역시 맞는 말이었다. 치료를 하다보면 잘 안 될 수도 있었다. 의원은 신이 아니다. 한데도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만약 무당파라는 배경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함부로 나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조윤은 일단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여전히 섣불리 결정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 *

 

사방이 툭 트여 있는 정원의 정자에 심허와 옥승이 앉아있었다. 조윤과 무경이 다가가자 심허가 자리를 권했다.

 

“어서 오시게. 이리 앉게나.”

 

조윤이 자리에 앉자 무경은 차를 내오겠다며 갔다. 마침 마시던 차가 다 식어서 심허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은 좀 어떤가?”

 

“괜찮습니다.”

 

“오늘 이리 부른 것은 그때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네.”

 

“제자가 되라는 말씀에 대한 대답 말입니까?”

 

“그러네.”

 

“아까 무경도사도 그 말을 하기에 잠시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그래 결정을 내렸는가?”

 

“네. 저를 제자로 삼아주시려는 마음은 고맙지만 거절하겠습니다.”

 

“허.”

 

심허는 조윤이 설마 거절을 할 줄은 몰랐다. 이에 잠시 허탈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유가 뭔가? 내가 스승으로서 부족하다 생각한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어딘가에 얽매이기가 싫었을 뿐입니다.”

 

“얽매인다? 정말 그리 생각을 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심허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당파였다. 하니 제자가 되면 도움을 받았으면 받았지 얽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조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언뜻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으나 심허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가 되었다. 조윤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옥승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안 심허가 무안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제대로 한 방 먹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조윤.”

 

“네. 말씀하십시오.”

 

“네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느냐? 소림사라면 어떻겠느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다만 어디에도 뜻을 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유가 뭐냐?”

 

“저는 무인이기보다는 의원이고 싶습니다.”

 

“하하하하. 검강까지 터득한 놈이 한다는 소리가 그거냐? 너는 이미 무인이다. 네 명성을 들은 놈들이 수시로 너를 찾아와서 괴롭힐 것이다. 의원이라고 다를까?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면 적지 않은 환자들이 찾아올 테고, 만약 치료를 하지 못한다면 너를 죽이려고 달려들 테지. 그걸 오로지 네 힘으로 극복해내겠다는 거냐?”

 

“진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지금까지 그러한 경우를 적지 않게 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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