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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17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7화

제7장 새로운 만남 (2)

 

 

조윤이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내공이 완전히 바닥이 난 상태라서 끌려오는 기운이 굉장히 미약했다. 그러나 심허의 장심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기운이 더해지고, 자소단의 기운까지 합쳐지자 마치 세찬 강줄기처럼 혈도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한식경 정도 그렇게 운기조식을 하자 조윤의 내공이 거의 회복되었다. 그런데도 심허는 손을 떼지 않고 계속 내공을 불어넣으며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응?’

 

순간 조윤은 심허가 기운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느꼈다. 뭘 하려는지 몰라도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심허가 하는 대로 따랐다.

 

한참을 그러자 조윤은 심허가 하고자 하는 것을 알았다. 지금 심허는 놀랍게도 내공심법을 전수해주고 있었다.

 

무당파의 장문인의 신분으로 가벼운 것을 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윤은 과연 이걸 받아도 될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절을 하려면 심허가 기를 이끌 때 따르지 않았어야 했다. 조윤은 심허가 몇 번 기를 이끈 것만으로도 그걸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조윤은 좀 더 집중하며 완전히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윤이 배운 내공심법은 예전에 당황학이 가르쳐준 것이었다. 비연팔식을 익히기 위한 내공심법으로 그 뿌리는 당문에 있었다. 그래서 실상 그리 뛰어난 내공심법은 아니었다.

 

당문은 암기와 독이 주특기라서 타 문파에 비해 아무래도 무공이 좀 약했다. 당황학이 이례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이유도 당문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타 문파에서 우러러볼 정도로 무공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심허가 가르쳐준 내공심법은 생각보다 그 효능이 뛰어났다. 전에는 한 호흡에 내공을 반절도 못 끌어올렸으나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쭉쭉 끌려나왔다.

 

잠시 후, 심허가 손을 떼자 조윤은 조금 더 운기조식을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했다.

 

“생각지도 않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신경 쓰지 말게.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것이니.”

 

“고맙습니다.”

 

조윤이 재차 인사를 하자 심허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가 전해준 건 무당파의 상승내공심법인 태극음양신공(太極陰陽神功)이었다.

 

태극음양신공은 일반적인 내공심법과는 달랐다. 대부분의 내공심법이 내공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태극음양신공은 기운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치중되어 있었다.

 

심허가 조윤의 운기조식을 돕다보니 내공이 중후하지만 다소 이질적인 기운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윤은 영약의 도움을 받아서 내공을 늘렸다.

 

그 때문에 일반적으로 내공을 쌓은 사람들에 비해 내공의 양은 많았으나 정순함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번에 자소단까지 복용하게 되었다.

 

심허는 그러한 걸 재빨리 파악해내고 태극음양신공을 전수해준 것이다. 원래는 무당파가 아닌 타 문파 사람에게는 절대로 전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안한 짓을 몇 번이나 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무당파에 도움을 주는 조윤을 보니 뭐라도 하나 해주고 싶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태극음양신공을 전수해준 것이다.

 

* * *

 

“약선신의, 당신이 무당파를 위해서 힘써 준 일은 잊지 않을 겁니다. 피곤할 텐데 이만 가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구려. 무경아. 네가 숙소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해라.”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이에 반양은 자존심이 상했으나 여기에 있어봤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얻을 것도 없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소.”

 

반양이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을 봤다. 그의 시선에는 안 좋은 감정이 가득했다.

 

“가시지요.”

 

무경이 재촉하자 반양은 그제야 방을 나갔다. 그러자 심허가 한숨을 내쉬었다.

 

“장문인.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시게.”

 

“아까 약선신의가 제게 제안을 하나 했었습니다.”

 

“그가 말인가?”

 

“네. 무화단을 줄 테니 자소단을 받으면 자신에게 달라고 하더군요.”

 

“그게 정말인가?”

 

“네. 제가 거절할 것을 알고 무화단의 제조방법까지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음…….”

 

조윤의 말을 들은 심허가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허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가만히 있으니 당자휘가 어깨를 툭 쳐왔다.

 

“그의 말에 넘어가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넘어가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심허진인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더니 절대로 비밀로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럴 테지.”

 

“혹시 그가 자소단을 얻으려는 이유를 아십니까?”

 

“짐작 가는 것이 있다.”

 

조윤이 대답을 바라는 눈으로 쳐다보자 당자휘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줬다.

 

“그자는 약선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약을 잘 쓴다. 그런 만큼 무당파의 자소단이 궁금했을 거다.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겠지.”

 

“단지 자소단이 궁금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는 자소단을 가져다가 제조법을 알아내려고 했을 거다.”

 

“아.”

 

역시 당자휘였다. 그는 몇 마디만 듣고도 반양의 속내를 정확히 짚어냈다.

 

“만약 그가 장로님들을 치료했다면 대가로 자소단을 요구했을 거다.”

 

“약선신의가 그런 생각으로 왔을 줄은 몰랐군. 자네 덕에 미연에 방지를 할 수가 있었으니 다행일세. 고맙네.”

 

“아닙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저 역시 자소단을 대가로 받으려고 했었습니다.”

 

심허의 말에 조윤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당자휘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조윤을 바라봤다. 그걸 그렇게 당당히 밝히면 어쩌자는 건가?

 

무당파가 명문정파로 이름이 드높지만 적이라 판단되면 잔인한 면이 있었다.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소림사조차도 그랬다.

 

하니 조윤이 만약 선을 넘는다면 치료가 끝난 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될 수도 있었다.

 

“허허. 그랬었나? 그럼 자네도 자소단의 제조법이 궁금했던가?”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약에 대한 공부가 깊지 않습니다.”

 

“그럼 자소단은 왜 가져가려고 한 건가?”

 

“당 공자가 말하기를 자소단은 무당파의 영약이라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내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니고만 있어도 무당파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고요.”

 

“자네…….”

 

당자휘가 크게 당황하며 조윤을 부르다가 말았다. 그런 것까지 다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속내가 완전히 드러난 터라 심허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심허는 기분 좋게 껄껄 웃었다. 자소단을 받아가려고 한 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 이유가 기분을 좋게 했다. 무당파가 대단하니 그 위세를 빌리고 싶었다지 않은가?

 

그걸 저리 순진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심 없는 그 마음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차라리 무당파의 제자가 되는 것이 어떤가? 원한다면 내가 제자로 받아주겠네.”

 

“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의라 조윤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당자휘를 보자 그도 약간 놀란 얼굴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당파였다. 더구나 장문인의 제자다. 무림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는 그런 신분이었다. 이건 기연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버님은 혹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알고 계셨던 건가?’

 

당자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윤의 재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수백이 그렇게까지 탐을 내는 이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당수백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약관도 되지 않아 검강을 쓴다. 그것만도 대사건이었다. 무림에 이 사실이 소문나면 조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무림뿐인가?

 

아마 황궁에서도 탐을 낼 터, 더구나 조윤은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로 의술까지 뛰어나다. 하니 심허가 저런 제안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윤…….”

 

당자휘가 조금 생각을 해 보라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조윤이 심허를 보며 딱 잘라 말했다.

 

“저는 도사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응? 하하하하. 아닐세. 자네더러 도사가 되라는 뜻이 아니네. 속가제자가 되라는 뜻일세.”

 

“속가제자요?”

 

“맞네. 속가제자는 무당파의 제자이기는 하나 본문에서 수행을 하지는 않네. 일반사람들과 똑같이 생활을 하지.”

 

조윤은 심허의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무당파의, 그것도 장문인의 제자가 되는 일이라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슬쩍 당자휘를 보니 드물게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제의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물론일세. 천천히 생각을 해 보고 답을 주시게.”

 

“네.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옳다구나’하고 냉큼 받아들였을 제의였다. 그러나 조윤은 신중하게 결정을 하려고 한다.

 

심허는 그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조윤이 명리를 밝히거나 탐욕스럽지 않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분이 올 때가 되었군.”

 

“그분이 누굽니까?”

 

“무당파에서 유일하게 검강을 쓰는 분일세. 내게는 사숙님이 되시지.”

 

“혹시 옥승진인을 이야기하는 겁니까?”

 

당자휘가 묻자 심허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옥승은 현존하는 무당파의 최고수였다. 성격이 좀 괴팍하기는 했으나 재능이 뛰어나서 나이 서른에 검강을 쓰는 경지에 올랐다. 이에 그를 장문인으로 앉히려고 했으나 옥승은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을 하고, 한동안 강호를 떠돌았다. 그러다 마교와의 전쟁에서 크게 명성을 떨쳐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토굴에서 생활하며 강호는 물론이고 무당파의 행사에도 일절 간섭을 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밖에서 경계를 서던 제자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이에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삐쩍 마른 체구에 다 떨어진 도복을 걸치고 있었으나 눈빛이 형형해서 쉽게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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