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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16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16화

제7장 새로운 만남 (1)

 

 

“방금 장로들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치료가 된 분을 옮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조윤도 내공의 소모가 심해서 쉬어야 합니다.”

 

당자휘의 말을 듣고 심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들의 치료가 급하기는 했으나 그게 우선이었다.

 

“그렇군. 하면 옆방으로 가는 것이 좋겠네.”

 

심허가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제자를 불러서 무경과 함께 치료가 된 장로를 옮기게 했다. 두 사람은 침대를 정리하고 거기에 장로를 눕혔다.

 

“자네는 괜찮은가?”

 

조윤은 현기증이 나고 속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다 관두고 푹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애써 내색하지 않으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잠시 운기조식을 하면 좋아질 겁니다.”

 

“그럼 어서 그렇게 하게.”

 

“알겠습니다.”

 

조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자 심허가 잠시 쳐다보다가 무경에게 말했다.

 

“다들 출출할 테니 요깃거리를 가져오너라.”

 

“네. 제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무경이 방을 나가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동안 운기조식을 마친 조윤이 자리에 앉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당 공자.”

 

“말씀하십시오.”

 

“아까 장로들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일치할지도 모르겠군.”

 

“경청하겠습니다.”

 

식사를 하던 심허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아까 소청신의는 내공으로 독을 몰아냈지. 하니 같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랬군. 소청신의가 많이 지친 상태이니 나나 사제들이 하면 되겠군.”

 

“쉽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인가?”

 

“제가 무경 도인에게 듣기로는 장로님들이 독에 중독된 것을 알았을 때부터 내공으로 독기운을 밀어내려고 했다더군요.”

 

“맞네. 그랬었지.”

 

“하지만 독이 퍼지는 것만 간신히 막았을 뿐, 몸 밖으로 밀어내지는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말이 뭔가?”

 

“조윤 말고는 치료가 어렵다는 겁니다.”

 

당자휘의 말에 조윤에게 시선이 모였다. 그러자 조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 맹한 모습에 당자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윤은 가진 능력은 그렇게 대단하면서 어딘가 좀 어수룩한 면이 있었다.

 

“조윤. 조금 전에 어떻게 독을 밀어낸 거냐?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강을 쓸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헛!”

 

검강 이야기가 나오자 무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배에서 조윤이 검강을 쓰고 심종 때문에 기억을 잃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시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은 겁니까?”

 

“네. 운이 좋았습니다. 아까 장로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떠올릴 수가 있어서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심종 사숙님이 이제야 좀 마음을 놓겠습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심허가 묻자 무경이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심허가 혀를 차며 되물었다.

 

“허! 그런 일이 있었더냐?”

 

“네. 그래서 심종 사숙님의 표정이 그렇게 편치 않았던 겁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소청신의에게 미안하군.”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심득도 다시 찾았잖습니까?”

 

분위기가 어색해지려고 하자 조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심허는 굳은 표정을 쉽게 풀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조윤은 무당파까지 왔다. 그런데 심허는 반양만 믿고 소홀히 대했으니 서운하게 생각할 만도 하건만 온 힘을 다해 장로를 치료해주지 않았던가?

 

심허는 자신이 정말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고 자책을 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당파에서 검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네. 그분에게 부탁을 하면 한 명은 살릴 수가 있지만 남은 한 명이 문제로군. 그래서 부탁이네만 소청신의가 다시 한 번 힘을 써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저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 소모한 내공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동안 장로님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자소단을 주겠네.”

 

자소단을 주겠다는 말에 여태까지 옆에서 조용히 있던 반양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가 장로들을 치료하려는 목적이 바로 자소단을 얻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반양은 약선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약에 대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스승인 의선 태삼목뿐이었다.

 

한데 그조차도 제조법을 알아낼 수 없는 영약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소림사의 대환단이요, 또 하나가 바로 무당파의 자소단이었다.

 

자소단은 삼 년에 간신히 한 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제조법이 까다로웠고, 그 비법이 외부에 일절 공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양은 자소단을 직접 보기만 하면 성분은 물론이고 어떻게 제조를 하는지도 알아낼 자신이 있었다. 소림사의 대환단도 마찬가지였다. 보기만 하면 다 알아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소단이고 소환단이고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인들을 통해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위에서 워낙에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일반 제자들은 그저 이름만 알 뿐, 본 적조차 없었다.

 

이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기회가 생겼다. 어떻게 알고 무당파에서 찾아와 장로들을 치료해달라는 거다. 잘되었다 싶어서 왔건만 자소단을 엉뚱한 사람이 가져가게 생겼다.

 

* * *

 

심허가 자소단을 가지러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에 반양이 조윤의 소매를 슬쩍 잡아끌었다.

 

“왜 그러십니까?”

 

“잠시 이쪽을 와보게.”

 

반양은 무경과 당자휘를 힐끗거리면서 계속 조윤을 재촉했다. 조윤은 가급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눈짓을 주니 궁금증이 일어 그가 끄는 대로 갔다.

 

“할 이야기가 있네.”

 

“뭡니까?”

 

“심허진인이 자소단을 주면 그걸 내게 주게.”

 

“네?”

 

조윤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반양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냥 달라는 것이 아니네. 지금 자네는 내공을 회복시키기 위해 자소단을 복용하려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내게 무화단이라는 영약이 있네. 이걸 먹으면 내공이 단숨에 회복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려 삼십 년의 공력이 쌓이네. 그걸 주겠네. 그러니 자소단을 내게 주게.”

 

무화단은 조윤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최소 삼백 년 이상 된 무화과나무의 열매로 만드는 영약으로 그 효능이 결코 자소단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들어보니 자소단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군요. 그런데 왜 자소단을 달라는 겁니까?”

 

“필요해서 그러네.”

 

“그럼 심허진인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 뜻대로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일세.”

 

“이유가 있습니까?”

 

조윤이 물어보자 반양이 무경과 당자휘를 슬쩍 한 번 쳐다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자네도 알다시피 약선신의라고 불릴 정도로 약에 능통하네. 하지만 자소단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그래서 부탁을 하는 걸세. 어차피 약효는 비슷하니 손해는 아니지 않나?”

 

“그거야 그렇습니만…….”

 

“정히 그렇다면 무화단의 제조비법도 알려줌세.”

 

의원에게 있어서 처방전은 곧 자산이었다. 그러니 무화단의 제조비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굉장한 값어치가 있었다.

 

반양의 제안은 조윤에게 유리한 것이었으나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말했듯이 제 뜻대로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이 더 있나? 그만하면 자네에게 이득 아닌가?”

 

“왜 그렇게까지 해서 자소단을 얻으려는 겁니까?”

 

“그건…….”

 

반양이 뭔가 이야기를 하려는데 자소단을 가지러 갔던 심허가 돌아왔다. 그러자 재빨리 입을 다물고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을 보니 결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이걸 받게.”

 

심허가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조윤이 그걸 받아서 열자 은은한 향이 주위로 퍼졌다.

 

“이게 자소단인가요?”

 

“그러네.”

 

“이렇게 귀한 것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약이 귀해봐야 약 아닌가? 장로들의 목숨과 바꿀 정도는 아닐세.”

 

심허의 말에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약은 약일 뿐이었다. 천금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 쓰임은 결국 사람에게 있었다.

 

“어서 먹고 운기조식을 하게. 내가 약을 빨리 흡수할 수 있도록 돕겠네.”

 

“알겠습니다.”

 

조윤은 자소단을 먹으면서 힐끗 반양을 봤다. 그는 아까의 절절했던 모습과는 달리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사람이군.’

 

자소단을 삼키자 입안에 향기가 돌며 자연스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조윤은 그 자리에 앉아서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심허가 조윤의 뒤에 앉아서 등에 손을 붙였다.

 

“운기를 시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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