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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5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52화

제1장 방태덕 (2)

 

 

“그래서 말입니다. 무당파의 최고수이자 무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옥승진인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겁니다. 사악한 마교를 단죄하기 위해서 오랜 수행을 깨고 나선 거지요.”

 

“오…….”

 

“역시 그렇군!”

 

옥승진인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성이 나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일반인이었다. 한데도 옥승진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마교의 힘이 워낙에 강해 무당파만으로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옥승진인께서 호북의 많은 명문정파에 도움을 청했고, 수많은 협의지사들이 무당파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미천한 실력이나마 한팔 보태고 싶어 가고 있는 중이지요.”

 

“대단하구려!”

 

“암! 그래야지!”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말을 하던 사내가 멋쩍어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의 뾰족한 한마디가 치고 들어왔다.

 

“흥! 실력이 있어야 도움이 되는 거지.”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 전부 그가 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목소리에 내공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요?”

 

젊은 사내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남루한 옷을 걸친 중년 사내가 칼을 어깨에 기대놓고 있었는데, 방금까지 그가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나?”

 

“스스로를 밝힐 자신조차 없으면서 나를 비난하는 거요? 내가 비록 실력은 없으나 협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소이다!”

 

“말만 잘하는군. 무당파와 마교가 한판 붙는다니까 뭐 하나 주워갈 게 없나 싶어 가는 건 아니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남루한 옷의 사내는 분위기가 날카로웠다. 헝클어진 머리나 거칠게 기른 수염, 게다가 손때가 가득한 검을 보건대, 분명 이름이 있는 자였다.

 

“함부로 하면 어쩔 텐가?”

 

“이…….”

 

젊은 사내가 참지 못하고 다시 한마디 하려는데 덩치가 커다란 사내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힘 좀 쓸 법한 모습의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를 봤다.

 

“혹시 좌검일선(左劍一線)이라 불리는 방 형이 아니시오?”

 

“맞소. 방태덕이 내 이름이오.”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가 순순히 인정을 하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좌검일선은 무당파의 파문제자였다. 무공은 뛰어났으나 검에 살기가 너무 짙어 살인을 자주 했고, 결국 파문을 당했다.

 

보통은 파문을 하면 팔다리의 심맥을 끊거나 단전을 부숴 무공을 없앤다. 하지만 그는 오른팔만 잘렸다. 그의 사부인 심미진인이 스스로 오른팔을 자르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다.

 

무당파에서 내침을 당한 이후 방태덕은 왼손으로 검을 잡고 무공을 수련했다. 그러면서 낭인생활을 했는데, 낭중지추(囊中之錐)라 좌검일선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이다.

 

“본인은 강철비권(鋼鐵臂拳) 사일해라고 하오.”

 

“들어본 적이 있소.”

 

강철비권은 사일해 역시 낭인무사였다. 그는 과거 소림사의 제자였으나 수행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왔다. 이후 강호를 떠돌며 먹고살기 위해 주먹질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강철비권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사일해가 익힌 무공은 십팔나한권(十八羅漢拳)과 철포삼(鐵砲衫)밖에 없었으나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양쪽 주먹과 팔을 강철과 같이 만들 수가 있었다. 이에 그의 별호가 강철비권이 된 것이다.

 

“그대도 무당파로 가는 길이오?”

 

“그렇소.”

 

“잘되었군. 마침 어울릴 사람이 없어 적적하던 차였소. 어떻소? 내가 술 한잔 사리다.”

 

“굳이 마다하지 않겠소.”

 

두 사람이 그렇게 어울리자 지금까지 떠들던 젊은 사내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방태덕이나 사일해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의 실력은 삼류 중에서도 바닥이었다. 그저 자랑하기를 좋아해서 떠들었을 뿐인데, 저런 고수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

 

사일해가 권하는 술을 방태덕이 받아들다가 갑자기 인상을 살짝 썼다. 그러더니 술잔을 놓치면서 배를 잡고 이를 악물었다.

 

“헛! 방 형! 왜 이러는 거요?”

 

“크윽…….”

 

방태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몸을 덜덜 떨었다. 갑작스럽게 그러니 사일해가 크게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여기에는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뜻으로 술을 권했는데 혹여 자신이 독을 쓴 걸로 보일 수도 있었다.

 

“방 형!”

 

“잠시만 비켜주십시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어느새 왔는지 조윤이 옆에서 말하자 사일해가 흠칫 놀라며 쳐다봤다. 아무리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지만 이렇게 가까이 오도록 몰랐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방태덕 때문에 경황이 없어 조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여겼다.

 

“자네는 누구인가?”

 

“의원입니다.”

 

조윤은 빠르게 방태덕의 상태를 살폈다. 배를 잡고 있기에 손을 치우고 살짝 누르니 이를 악물면서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보아하니 굉장히 아픈 것 같은데 체면 때문에 참은 것 같았다.

 

‘급성 충수염이다.’

 

급성 충수염은 흔히들 맹장염이라고 하는 병이다. 그러나 사실 그건 잘못된 명칭이고, 맹장 옆에 붙어 있는 충수에 염증이 생긴 거라 충수염이라고 불러야 한다.

 

치료방법은 충수를 적출하는 수술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특히 급성일 경우 반드시 수술을 해야 했다. 혹여 수술 시기를 놓치면 염증을 일으킨 충수가 파열하여 급성 복막염을 일으킨다. 그러면 더욱 복잡한 수술과 치료가 필요하고, 계속 방치할 경우 죽을 수도 있었다.

 

* * *

 

조윤이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살짝 쓰고 있자 사일해가 궁금해 하며 입을 열었다.

 

“어떤가? 고칠 수 있는 건가?”

 

“당장에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

 

“네. 배를 가르고 충수를 적출해야 합니다.”

 

사일해는 조윤의 말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배를 가른다는 말은 정확히 이해했다. 이에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배를 가른다니,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배를 어떻게 가른단 말이냐?”

 

조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해가 빠를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했다.

 

“충수염은 배 안에 염증이 생겨서 생긴 병입니다. 그걸 도려내지 않으면 죽습니다.”

 

“허 참…….”

 

사일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주위에서 조윤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조윤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어? 혹시 소청신의 아니십니까?”

 

“뭐?”

 

“누구?”

 

그는 아까 사람들에게 열을 올리며 자기자랑을 하던 사내였다.

 

“맞는군요. 저 혹시 기억 안 나십니까? 예전에 팔을 다쳤었는데 치료를 해줬잖습니까?”

 

조윤이 그를 빤히 쳐다봤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치료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기억 못하시는군요. 하긴, 그때 워낙에 사람들이 많았으니.”

 

“어이! 이 사람이 유명한 의원인가?”

 

“네? 아니 소청신의를 모르십니까? 사천에서는 의룡이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구음절맥을 치료하고 잘린 팔도 붙였는걸요. 저분에게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천하오대신의가 아니라 육대신의라고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을 합니다.”

 

“그 정도인가?”

 

사내가 침을 튀겨가며 조윤을 높이자 사일해가 아까와는 다른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건 말건 조윤은 방태덕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살핀 후에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당장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대로 있으면 죽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한 팔을 다쳐서 쓰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치료를 받겠다면 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크윽…… 치료는…… 가능한가?”

 

방태덕이 고통을 참으면서 간신히 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를 봤다.

 

“치료를 하면 살 확률은 반반입니다. 그래서 의견을 묻는 겁니다.”

 

“음…….”

 

방태덕은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고통도 심했지만 갑작스럽게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윤은 침착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으나 본인의 결정을 들어야 했다.

 

“알겠네. 치료……해주게.”

 

결국 방태덕은 조윤에게 치료를 부탁했다. 어차피 죽는다면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나았다.

 

“우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수혈을 짚겠습니다.”

 

방태덕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윤은 그의 수혈을 짚었다. 그러자 방태덕의 눈이 조금씩 감기다가 이내 완전히 잠이 들었다.

 

때마침 낙소문이 오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봤다. 웬만큼 예뻐야 말이지.

 

“조윤. 무슨 일이야?”

 

“수술을 해야겠어.”

 

“팔을 다쳤잖아.”

 

“그래도 해야 돼. 도와줘.”

 

낙소문이 잠시 방태덕을 보다가 사일해를 봤다. 그러자 사일해가 멋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눈에 환해질 정도의 미인과 시선을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았어.”

 

낙소문이 승낙을 하자 조윤은 사일해에게 방태덕을 방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사일해는 방태덕을 가볍게 들쳐 메고 방으로 향했다.

 

혹시나 금시시를 다시 치료하게 될지 몰라 수술도구를 챙겨 온 것이 다행이었다. 조윤은 사일해에게 방을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수술준비를 했다.

 

방태덕의 옷을 전부 벗긴 후에 깨끗한 천을 침대에 깔고 거기에 눕혔다. 그리고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머리도 감쌌다. 낙소문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시킨 후에, 등불을 여러 개 밝히고 수술도구를 꺼냈다.

 

“후우…….”

 

크게 숨을 한 번 내쉰 조윤은 마취를 시작했다. 마취산을 방태덕에게 들이켜게 하고 침을 꽂았다. 그렇게 마취가 된 것을 확인한 후에 칼을 들었다.

 

개복을 해야 하는데 왼손만으로 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조윤은 검기를 써서 배를 갈랐다.

 

“그걸로 틈을 벌려줘.”

 

조윤의 말에 낙소문이 겸자를 이용해서 가른 배를 벌렸다. 그러자 조윤이 다시 검기를 써서 복막을 갈랐다. 이후 수술도구를 이용해서 충수를 드러낸 후에 절제했다.

 

실상 왼손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수술이었다. 하지만 검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또한 낙소문이 침착하게 시키는 대로 잘 따라줬기에 가능했다.

 

마무리를 하고 봉합을 하자 수술이 끝났다. 늘 수술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세균감염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무인이니 이번에도 어떻게든 될 거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끝났어. 고마워. 덕분에 한 목숨 살렸어.”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방을 나오니 사일해가 철통같이 방문을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결과가 궁금한지 아래층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떻게 되었나?”

 

“치료는 잘되었습니다. 이제는 경과를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다행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수고했네.”

 

사일해가 하는 말에 조윤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뒷정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장비는 내가 챙겨뒀어.”

 

“응. 고마워.”

 

조윤이 코와 입을 가렸던 천을 풀고 침대에서 멀찍 떨어져 앉았다. 그러자 낙소문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전에도 봤지만 정말 대단해.”

 

“뭐가?”

 

“네 의술. 배를 가르고 치료했는데도 안 죽었잖아.”

 

“그러게.”

 

조윤은 가볍게 대꾸하면서 벽에 머리를 기댔다. 생각해보니 오늘 밤은 낙소문과 함께 침대에서 잘 예정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모르지만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침대에는 방태덕이 누워있었다. 방이 없어 두 사람은 계속 이곳에 이렇게 있어야만 했다. 그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낙소문이 가만히 조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조윤이 고개를 돌리니 그녀에게서 체향이 났다. 소녀가 아닌 여자의 냄새였다.

 

순간 흥분이 되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낙소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해 있어 들킬 수도 있었다.

 

“어깨는 괜찮아?”

 

“아직은 버틸 만 해.”

 

“이번 일이 끝나면…….”

 

이어질 말을 기다렸으나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작게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든 것이다.

 

한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면서 보조를 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더구나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조윤은 그녀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몸을 조금 바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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