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9화
제10장 연모(戀慕) (2)
금공이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허공을 박차고 오르다니, 그런 경공신법을 지금껏 숨겨놓고 있었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조윤을 놓칠 수도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금공이 조윤을 뒤쫓아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걸 보면서 조윤이 다시 만리비상을 펼치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아까는 위기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해낸 것이었다. 몇 번을 박차고 만리비상은 되지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금공과 거리가 좁혀졌고, 흑마장이 재차 덮쳐왔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조윤이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서 흑마장을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앙!
“크윽!”
금공의 흑마장은 생각 이상으로 위력이 강했다. 조윤은 속이 진탕되는 것을 느끼면서 잠시지만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밑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나무를 발로 차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촤아아아악!
조윤의 발을 따라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그걸 뚫고 금공의 흑마장이 날아오자 조윤은 얼결에 다시 한 번 받아쳤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큰 충격에 피를 토하면서 무려 삼 장이나 날아가서 나무에 등을 부딪쳤다.
쾅!
“커헉!”
끔직한 충격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조윤은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그 앞으로 금공이 가볍게 내려섰다. 그는 오늘 조윤과 싸우면서 여러 번 놀라고 있었다.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에 자신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더구나 전력을 다해 날린 흑마장을 맞받아치고도 저렇게 서 있었다.
“마음에 드는구나.”
“뭐가 말입니까?”
“네 그 배짱과 오기가 마음에 든다.”
“전……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자꾸 말을 하자 피가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어오려고 했다. 조윤은 그걸 필사적으로 삼키면서 금공을 쳐다봤다. 낙소문이 이 자리를 벗어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을 더 벌어야 했다. 그래야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했다.
“뭐가 말이냐?”
“당신의 그 오만함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너는 나를 따라야 할 것이다.”
“아직 제게 미련이 있나 보군요.”
“솔직히 말하면 탐이 나는구나. 내가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럼 최소한 죽지는 않겠군요.”
“아직 보여줄 것이 남았더냐?”
“방금 생각난 것이 있어서요.”
“허, 그런 것으로 나를 상대할 수 있겠느냐?”
“글쎄요. 생각대로만 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온몸으로 비를 맞는 조윤의 모습은 묘하게 흥미를 유발했다. 이에 금공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해봐라. 대신에 실패를 하다면 얌전히 나를 따라오너라.”
조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온몸을 계속 세차게 때리는 차가운 빗물을 느끼고 있었다.
파열신권의 최대 장점은 기를 내보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폭발을 시킬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조윤은 그걸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오너라!”
금공이 조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조윤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걷다가 점점 달리기 시작했다.
“타핫!”
조윤은 금공에게 바짝 붙어서 근접전을 벌였다. 금공은 장법이 독문절기였기 때문에 근접전이 유리했다.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도 조윤은 거리를 두지 않았다.
금공은 조윤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근접전으로는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바뀌었다. 조윤은 떨어져서 싸울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당황학에게 무공을 배울 때 근접전 위주로 배웠기 때문이었다.
파파파팡!
손과 팔이 부딪치고 발과 다리가 얽혔다. 치고 쳐내고 때리고 막는 동작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는 와중에 조윤의 다리가 풀썩 꺾였다. 금공의 발차기를 허용한 것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금공이 조윤의 우측 어깨를 움켜잡으려고 했다. 독수리 발톱처럼 구부린 그의 손가락에는 흑마장의 기운이 맺혀 있었다.
“크윽!”
어깨가 잡히자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어깨를 꺾어서 잡으려는 힘이 느껴지자 조윤은 그 힘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원을 그리며 달렸다.
촤아아아악!
조윤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물보라가 튀었다. 그 때문에 순간 금공의 시야가 가려졌다.
지금이었다. 여태껏 기다려 왔던 기회가 왔다. 조윤은 자신이 달리는 바람에 튀어 오른 물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러자 파열신권의 기운이 물 안으로 침투해서 그대로 금공에게 흩어져갔다.
금공은 장을 연속으로 뻗어내 파열신권을 쳐냈다. 그러자 파공음이 울리면서 그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조금의 충격도 받지 않았다. 잠시지만 그랬었다. 금공은 분명 파열신권의 기운을 받아쳐서 완전히 해소를 시켰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그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커헉!”
금공이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가서 쓰러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왼팔이 어깨에서부터 엉망이 되어서 금공은 선뜻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는데 어느새 조윤이 바로 앞에 와 있었다.
* * *
“하악…… 하악…….”
조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면 금공을 내려다봤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멀리서 떨어져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금공의 수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금공이 진 것 같은데 두 사람 다 꼼짝도 않고 있었다. 차라리 금공이 죽었다면 곧바로 조윤을 공격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러고 있으니 섣불리 끼어들 수가 없었다.
“마지막 건 어떻게 한 거냐?”
침묵을 먼저 깬 건 금공이었다. 그는 조윤이 쓴 마지막 수가 궁금했다.
“파열신권이었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난 네 파열신권을 전부 막아냈었다. 그런데 어떻게 당한 거냐?”
“빗방울에 파열신권의 기운을 담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빗방울에 기운을 담는단 말인가?
그러나 아까의 상황을 돌이켜보던 금공은 곧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가 잡혀 그걸 푸느라 움직였을 때 물보라가 치솟았었다. 조윤은 그때 파열신권의 기운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금공은 그걸 그저 물이라 생각하고 그 뒤에 오는 파열신권만 신경을 썼었다.
“내가 졌구나.”
금공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그는 천생 무인이었다.
“이제 어쩔 셈이냐? 나를 인질로 삼을 테냐?”
“후우…… 저를 이대로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냥 가겠습니다.”
“내 말을 믿겠다는 거냐?”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 뒤통수를 칠 것 같지는 않군요.”
“하하하하.”
금공은 크게 웃다가 그 때문에 다친 왼팔에 통증이 오자 인상을 팍 썼다. 그걸 보고 조윤은 그의 혈도를 몇 군데 누르고, 옷을 찢어서 지혈을 해줬다. 비가 많이 와서 그다지 소용이 없었으나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금공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가거라.”
“이대로 보내주는 겁니까?”
“두 번 말하기 싫으니 가거라.”
“알겠습니다.”
조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금공에게 포권을 했다.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조윤의 뒷모습을 보며 금공이 다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잡았어야 했는데 이대로 보내자니 너무나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수하들을 시켜 가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금공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윤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금공에게 당한 부상 때문에 눈이 가물가물했다. 아까 잡힌 어깨를 힐끗 보니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출혈과다로 죽을 수도 있었다. 더구나 흑마장의 기운 때문에 살이 썩어가는 중이었다.
조윤은 남은 내공을 이용해서 흑마장의 기운을 몰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에 지독한 기운이라 쉽게 몸 밖으로 밀어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흑마장의 기운을 그대로 뭉쳐놓은 후에 혈도를 짚어 흐르지 못하게 했다.
임시방편은 되겠지만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자칫 오른팔을 영영 못 쓸 수도 있고, 심하면 목숨도 위험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빗물이 약간이나마 독 기운을 씻어내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머리가 멍하고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몸은 천근처럼 무거워서 발이 질질 끌렸다.
그런데도 조윤은 계속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누군가가 조윤을 안아서 세웠다. 차갑지만 따뜻했다. 안온했다. 상대가 조윤의 머리를 끌어 가슴에 안았다.
누굴까?
조윤은 자신을 안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지칠 대로 지쳐 더 이상 걸을 힘도 없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이대로 푹 자고 싶은 생각에 조윤은 그제야 눈을 감았다.
그런 조윤의 얼굴로 따뜻한 물기가 빗물과 섞여 흘러내렸다. 그를 안고 있던 낙소문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나루터에서 장 노인을 만나자 조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이에 천기선인을 부탁하고 조윤을 찾으러 되돌아오는 중이었다.
한데 생각지도 않게 조윤이 오고 있었다. 엉망인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너무나 위태해 보였다.
낙소문은 천천히 조윤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는데도 조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멍하니 계속 걷기만 했다.
낙소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윤은 그냥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살리고자 되돌아 왔다고 한다.
저리 될 걸 알았을 텐데, 목숨을 건 것이다. 낙소문은 그게 고마웠고 마음이 아팠다. 이에 조윤을 품에 안았다. 그러자 조윤은 마치 안식처를 얻은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