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6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6화
제9장 탈출 (1)
조윤은 혹여 밖에서 알아챌까 봐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 우측 손바닥을 쭉 뻗었다.
파앙!
“커헉!”
문을 열었던 사내가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아가 뒤에 있던 약교연과 부딪쳤다. 조금만 더 거리가 있었더라면 아무리 갑작스럽더라도 사내를 옆으로 쳐낼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가까운 데다 통로가 좁아서 얼결에 가슴을 부딪치고 말았다.
“꺄악!”
약교연이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가장 뒤에서 오고 있던 금공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조윤이 더 빨랐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문을 열었던 사내를 쳐서 날리자마자 약교연의 팔을 꺾으면서 목을 잡았다. 그걸 보고 금공은 그 자리에서 멈칫하며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
“또 만나는군요.”
“음…….”
“조금 뒤로 물러나시겠습니까? 아니면 며느님의 목이 비틀리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약교연의 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약교연이 미약하게 신음소리를 냈다.
“흐윽!”
“알았다. 물러날 테니 함부로 손을 쓰지 말거라.”
금공이 뒤로 물러나자 조윤이 약교연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호오, 이게 누군가? 금공 아닌가? 오랜만이로군.”
맹추삼이 금공을 알아보고 낄낄거리며 나왔다. 그러자 금공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만년한철을 어떻게 끊었느냐?”
“그게 만년한철이었나 보군요. 힘 좀 주니까 엿가락처럼 뚝뚝 끊어지던데요.”
금공은 물론이고 약교연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필시 다른 방법으로 빠져나왔을 거라 여겼다. 조윤의 무공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만년한철을 끊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곳을 무사히 나가면 며느님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길을 열어주십시오.”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
“남아일언(男兒一言)은 중천금(重千金)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껏 약속을 어긴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당신들같이 은혜도 모르는 파렴치한은 아니니 믿어도 될 겁니다. 아니라면 당장에 손을 쓰십시오. 하지만 당신 며느리가 죽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최소한 팔 하나는 내놓을 각오를 하셔야 할 겁니다.”
“흥! 가소롭구나. 네놈이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며늘아기만 아니었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한번 해보든가요. 무당파와 곧 크게 한판 붙을 거라지요? 당신을 죽이지는 못해도 팔 하나쯤 날려버린다면 그만큼 많은 생명을 구하겠군요. 그 대가로 내 목숨을 내놓는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요.”
조윤이 계속 도발을 하자 금공은 화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약교연 때문에 필사적으로 눌렀다.
금공은 다른 이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했지만 가족에게만큼은 아니었다. 그간 봐온 게 있어 조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자꾸 도발을 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좋다. 정말 약속을 지키겠다면 이곳에서 무사히 내보내주겠다.”
“그럼 길을 터주십시오.”
금공은 잠시 조윤과 맹추삼을 쏘아보더니 휙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조윤은 약교연을 붙잡은 채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갔다.
뇌옥은 생각보다 컸다. 통로를 따라 가는 동안 양쪽에 있는 방의 수가 얼추 백 개가 넘었다. 거기에 있던 자들이 약교연이 잡혀 가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몇몇 사람들은 맹추삼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거나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윤은 물론이고 맹추삼도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앞서 가는 금공의 존재는 그만큼 위험했다.
“혹여나 해서 아버님과 함께 온 게 다행이군.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나를 풀어주고 뇌옥을 돌아가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마. 그리고 이전에 했던 제안도 유효해.”
“당신은 이미 나를 한 번 속였어요. 그런데 또 믿으라고요?”
“너를 속인 것이 아니야. 태희와 짝지어주려고 한 거다.”
“원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봐. 너도 태희가 싫은 건 아니잖아. 태희와 혼인을 하면 정파에서 누리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힘을 마교에서 가질 수가 있어.”
“그래서요?”
“뭐?”
“그런 힘을 가지면 뭐하는데요?”
조윤이 묻는 말에 약교연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상황이 다급한 것을 다시 인지하고는 애써 입을 열었다.
“생각해봐.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은 뭐든 할 수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을 네 밑에 두고 부릴 수가 있고, 돈과 명예, 무공, 등 원하는 것은 다 얻을 수가 있어. 그걸 모르겠어?”
“글쎄요. 저는 지금까지 그런 것에 욕심을 내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처음부터 내게 태희와 혼인할 의사를 물었다면 약간은 고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최악의 수를 뒀습니다.”
약교연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윤의 말대로 먼저 의사를 물어봤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머리를 굴려 원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이곳을 벗어나면 약속대로 무사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앞서 가던 금공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거리가 제법 되었으나 내공이 뛰어난 금공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뇌옥을 지키던 자들이 약교연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마다 금공이 손을 들어 제지했기 때문에 큰 소란은 일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놀라서 손을 쓰려던 자들을 금공이 전부 제지했다.
뇌옥의 입구가 있던 건물을 나오자 몇 채의 건물이 보였다. 그곳을 지나치니 넘실대는 강이 나왔다. 알고 보니 이곳은 양자강에 있는 섬이었다. 육지로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 그 길을 통하지 않으면 배를 이용해야만 했다.
금공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육지로 가는 길까지 안내를 했다.
“이리로 가면 된다.”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저쪽에 건너가는 대로 이 여자를 풀어주겠습니다.”
“내 눈에 보이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보내지 않겠다.”
조윤이 금공을 보니 정말 그럴 생각인 것 같았다. 이제 조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럼 중간까지만 따라오세요. 거기서는 보일 테니까.”
“그러마.”
“사부님. 먼저 가십시오.”
맹추삼이 앞장서자 조윤이 약교연을 잡아끌며 움직였다. 그러자 금공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다가 중간에 멈춰 섰다.
이윽고 육지에 도달하자 조윤은 악교연의 마혈을 짚어 꼼짝도 못하게 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이렇게 가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어.”
“또 그 이야기군요. 이미 대답을 했습니다.”
조윤은 그녀를 놔두고 맹추삼을 등에 업었다. 그편이 빠르기 때문이었다.
“갑니다.”
“그래.”
조윤은 그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힐끗 보니 역시나 금공이 빠르게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약교연이 무사한지 확인을 하고는 하늘로 녹색의 폭죽을 쏘아 올렸다.
펑!
녹색의 폭죽은 탈출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섬을 벗어났으나 곧 일대에 천라지망이 형성될 것이다. 금공이 시종일관 약교연이 무사히 풀려나는 것에만 신경을 쓴 이유가 그래서였다. 그들을 풀어줘도 언제든지 다시 잡을 수가 있었다.
“아버님. 그를 죽이면 안 됩니다.”
“알고 있다. 추격대가 오면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천라지망을 펼치라고 해라.”
“네.”
금공은 곧바로 조윤을 쫓았다. 조윤은 아직 내상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까지 한 명 업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쫓아간다면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금공의 착각이었다. 한 식경을 넘게 달렸는데도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놈! 혹시 내상을 치료한 건가?’
금공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윤은 약교연만큼이나 총명했다. 그러니 이후를 생각해서 내공의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달렸을 것이다.
한데도 따라잡지 못했다는 건 내상을 완전히 치료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실 조윤은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렸다. 상대는 금공이었다. 잡히면 끝이었다. 그때 가서 내공이 남아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래서 내공이 소모되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달린 것이다.
“헉헉!”
“괜찮은 게냐?”
“네.”
숨이 턱까지 차올라 간신히 대답을 한 조윤은 뒤를 힐끗 봤다. 다행히 금공이 쫓아오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안 쫓아오는 것이 아니라 안 보일 만큼 거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쉴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금방 따라잡힌다. 내공이 바닥나더라도 갈 수 있는 데까지는 전속력으로 달려야 했다.
“놈들이 쫓아올 게다. 내공을 아껴야 하지 않느냐?”
“네.”
대답은 했지만 조윤은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그러다 대로가 나오자 거기에서 잠시 멈춰 섰다.
“헉헉!”
온몸이 땀으로 축축했고.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렸다. 맹추삼이 내려서서 그런 조윤을 보고 혀를 찼다.
“쯧쯧. 무공은 제법인데 경공신법은 형편없구나.”
“잠시만 쉴게요.”
조윤은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했다. 시간이 없지만 두세 번 정도는 내기를 돌릴 수가 있었다.
“아까 형산파의 주인학이 준 무공 있지?”
“네.”
“그걸 내놔 봐.”
“지금 말입니까?”
“그래. 주인학의 별호가 뭔지 아느냐?”
“아니요.”
“형산비조(衡山飛鳥)였다. 경공술이 뛰어나서 곤륜파의 말코들에게도 뒤지지 않았었지.”
“전혀 몰랐어요.”
조윤이 주인학이 손가락을 깨물어서 쓴 옷을 건넸다. 그러자 맹추삼이 조윤의 등에 다시 업히면서 말했다.
“달려라. 시간이 없으니 가면서 익혀야겠다.”
“그게 가능합니까?”
“안 되어도 살려면 해야지. 구결을 일러줄 테니까 해봐.”
“하아…….”
크게 한숨을 내쉰 조윤은 다시 달렸다. 그러자 맹추삼이 주인학이 적어준 내용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 * *
“여기에서 잠시 쉰 것 같습니다. 운기조식을 한 흔적이 있습니다.”
바닥을 살펴보던 사내가 금공에게 말했다. 그러자 금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향은?”
“이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한 식경 정도 차이가 나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앞장서라.”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사내가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출발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마라!”
“네!”
일시에 대답을 한 수하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추적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들이었다. 사냥개에 버금갈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다.
금공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인근에는 명문정파가 없었다. 작은 방파쯤은 일거에 쓸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 더 압박을 하다가 잡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금공은 수하들과 함께 하루를 쫓았다. 그러면서 천라지망을 형성했는데, 놀랍게도 조윤을 찾지 못했다.
분명 흔적은 있는데 항상 한발 늦게 도착했다. 어차피 천라지망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테지만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혹시 뭔가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튿날도 금공은 하루 종일 조윤을 쫓았다. 그러나 여전히 조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늘 한발 늦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저희가 당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놈은 영악하게 일부러 우리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더냐?”
“우리가 흔적을 찾아서 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한 식경 정도 시간을 유지하면서 일부러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조윤이 이쪽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총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이래서는 조윤을 잡지 못한다.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놈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