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5화
제8장 회담 (2)
“파열신권은 총 다섯 가지 초식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초식은 파열금강(破裂金剛)!”
뭔가 대단한 게 나오나 했는데, 조윤이 보니까 그저 단순한 주먹지르기였다.
“두 번째 초식은 파열섬전(破裂閃電)!”
두 번째 초식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초식인 극강권이 조금 힘을 줘서 지른다면 두 번째 초식은 빠르게 지르는 것일 뿐, 동작에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그다음은 세 번째 초식인 파열만변(破裂萬變)!”
파열만변은 마구 주먹을 뻗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세 번째 초식까지 보여준 맹추삼은 호흡이 가쁜지 무릎을 짚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에휴…… 단전이 망가지니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힘들구나.”
“그다음 초식은 뭔가요?”
“파열합일(破裂合一)이다. 일단 보아라.”
호흡을 가다듬은 맹추삼이 네 번째 초식을 보였다. 조윤이 가만히 보니 파열만변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 초식이다. 하압! 파열신권!”
쉭!
맹추삼이 크게 일보(一步)를 내디디면서 주먹을 쭉 뻗었다. 그러자 소매가 나풀거리면서 바람소리가 일었다.
“보았느냐?”
“네.”
“그럼 이제 구결을 알려주마. 파열신권은 말이다.”
그때부터 맹추삼은 주저리주저리 한참을 파열신권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걸 듣고 조윤이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파열금강은 강하게 치는 거네요.”
“응? 그렇지.”
“파열섬전은 빨리 치는 거고요.”
“그, 그렇지.”
“파열만변은 많이 치는 거, 맞죠?”
“그래.”
“파열합일은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거고, 파열신권은 말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뭔지는 알 것 같아요.”
이쯤 되자 맹추삼은 멍하니 조윤을 쳐다봤다. 무려 한 식경이 넘도록 설명한 것을 조윤은 말 몇 마디로 압축을 시켜버렸다. 더구나 표정을 보니 정말 다 이해를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초식이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모르는 소리! 상승의 무공일수록 번잡함을 피하고 단순하게 되어 있다. 수가 딸리고 내공이 부족하고 실력이 없으니 번잡함을 찾게 되는 게다.”
“그렇군요.”
조윤은 맹추삼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예전에 당황학이 전해준 비연팔식도 초식이 굉장히 단순했었다. 이후에 당자휘와 낙소문을 통해 비연팔식이 원래는 단검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초식이 단순하다 여겼었다. 그런데 조금 더 실력이 깊어지자 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맹추삼의 말대로 상승의 초식일수록 초식이 간단했다. 고수들은 굳이 복잡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내공심법을 가르쳐주마.”
“네.”
맹추삼은 반 시진이 넘도록 파열신권의 내공심법을 이야기해줬다. 그걸 듣고 조윤은 이름에 왜 파열이라는 말이 들어갔는지 알 수가 있었다.
파열신권은 내공을 폭발시켜서 사용한다.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든 내공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무공보다 위력이 몇 배나 강했다.
대부분의 무공은 몸 안에서 내기를 조종해서 발출한다. 흘러가는 물을 꽉 막고 있으면 압이 올라가는데, 그때 막고 있는 것을 풀면 물이 확 튀어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파열신권은 몸 밖에서 폭발을 시킬 수가 있었다.
“알겠느냐?”
“네. 핵심은 기운을 충돌시켜서 폭발시키는 거군요.”
“그렇지. 바르게 이해했구나.”
조윤이 이번에도 간단히 압축을 시켜서 말을 하자 맹추삼은 약간 허탈한 심정이 들었다. 어째 조윤이 파열신권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번 해볼게요.”
“뭐?”
조윤의 말에 맹추삼이 설마 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 * *
머리로 이해를 하는 것과 몸으로 그걸 하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다. 검기를 쓰는 것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맹추삼은 조윤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이해력이 좋기는 하지만 그뿐이라 여긴 것이다. 무엇보다 파열신권은 그렇게 간단하게 터득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실제로 맹추삼의 사부는 파열신권을 터득하는 데 십이 년이 걸렸다고 했었다. 그리고 맹추삼은 십 년이 걸렸었다. 그런데 겨우 한 시진도 안 되는 시간에 어떻게 터득을 한단 말인가?
조윤은 파열신권의 구결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쇠사슬을 잡았다. 쇠고랑은 두꺼워서 어려울 것 같고, 쇠사슬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이에 파열신권으로 쇠사슬을 끊으려는 것이다.
조윤은 가만히 눈을 감고 쇠사슬로 기운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한곳에 기운을 잡아두고 계속 쌓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우선은 가볍게.’
콰앙!
“헉!”
폭음이 나면서 쇠사슬이 끊어지자 조윤은 물론이고 맹추삼도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조윤은 첫 번에 성공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볍게 기운을 운행해서 했을 뿐인데, 단번에 쇠사슬이 끊어져버렸다.
맹추삼은 한 시진도 안 되어 조윤이 파열신권을 터득한 것에 놀랐다. 저게 저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거늘!
“위력이 굉장한데요.”
“방금 어느 정도의 내공을 썼느냐? 전력을 다한 거냐?”
“아니요. 내상을 입어서 지금은 내공을 오 할 정도밖에 못 씁니다.”
“그럼 오 할을 다 쓴 거냐?”
“아닙니다. 일 할 정도만 썼습니다.”
조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을 듣고 맹추삼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겨우 일 할만 썼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겨우 일 할만으로 저런 위력이라니!
경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윤의 내공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해서 일 할의 양도 그만큼 많다는 것, 또 하나는 재능이 남달라서 그 짧은 시간에 파열신권을 완전히 이해한 경우였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남은 것을 마저 끊을게요.”
조윤은 팔목과 손목에 있는 쇠고랑에 연결된 쇠사슬을 전부 끊었다. 그걸 보고 맹추삼은 방금 조윤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럴 수가.’
맹추삼이 멍하니 있는 사이에 조윤은 같은 방법으로 파열신권을 써서 뇌옥을 부수고 그에게 왔다.
“이렇게 쉬운 걸 두고, 괜한 고생을 할 뻔했군요.”
쾅!
조윤이 쇠사슬을 잡고 집중을 하자 작은 폭음과 함께 뚝 끊어졌다. 맹추삼은 그걸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맹추삼을 얽매고 있던 쇠사슬을 모두 끊어낸 조윤은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가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 그래. 그러려무나.”
맹추삼은 얼결에 대답을 하면서 조윤을 따라나섰다. 뇌옥에는 몇몇 사람이 더 갇혀 있었다. 그러나 다들 단전을 파괴당해서 도움을 줘봤자 큰 의미가 없었다. 더구나 저들을 전부 구하려다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곳을 빠져나가기가 어려웠다.
맹추삼은 자신이 이곳을 나가 내공을 되찾으면 반드시 저들을 구해내리라 마음먹었다.
통로를 따라 쭉 걸어가자 두터운 철문이 나왔다. 그 철문을 잠시 살피던 조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밖에서 열게 되어 있어요. 안에서는 힘들 것 같아요.”
“음…….”
혹시나 해서 맹추삼도 문을 살펴봤으나 조윤의 말대로였다. 밖에서 열쇠로 열어야만 열리는 구조였다.
“여기서 기다리죠. 어쩌면 약교연이 올지도 모릅니다.”
“악교연이?”
“네.”
조윤은 아까 약교연이 왔을 때 금시시가 완치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걸 믿게 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오기 전에 금시시가 아프다고 했던 것을 이야기해줬다.
만약 금시시가 조윤에게 말한 걸 똑같이 이야기한다면 약교연은 의문을 품고 다시 올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꼼짝 없이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언제 모르니 그동안 저들을 구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맹추삼의 말에 조윤은 방금 지나쳐온 사람들을 힐끗 봤다. 상태가 굉장히 안 좋은 사람들도 있었으나 아직 움직일 기력이 있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저들은 악인이 아니다. 나처럼 억울하게 잡혀 온 사람들이다.”
“알겠습니다.”
조윤은 파열신권을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뇌옥의 문을 부수고 그들의 쇠사슬을 끊어줬다. 그러자 그들이 눈을 크게 뜨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구한 사람들은 총 일곱 명이었다. 두 명이 더 있었으나 그들은 이미 가망이 없었다.
일곱 명 중 멀쩡한 건 다섯 명이었고, 두 명은 상태가 좋지 않아 부축을 받아야 했다.
“여러분을 구해주기는 했지만 나가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이오. 여기에서 꺼내준 것만 해도 고맙소. 그놈들에게 계속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후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상관하지 마시오.”
“부탁이 하나 있네.”
꾀죄죄한 모습의 키가 큰 노인이 말하자 조윤이 그를 봤다.
“말씀하십시오.”
“내 이름은 남궁조복일세. 나중에 혹여 남궁세가에 들를 일이 있으면 내 죽음을 알려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게.”
남궁조복은 비어있는 뇌옥으로 가더니 옷을 벗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더니 거기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 두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옷을 벗고 손가락을 깨물어 글을 썼다.
“이걸 가져가게.”
“이게 뭡니까?”
“무공일세. 거기에 적힌 것을 봐도 상관없네.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익혀도 되고. 다만 남궁세가에 전해주기만 하게.”
남궁조복은 단전이 부서져서 내공을 전혀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나간다고 해도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무사히 나간다고 해도 내공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들의 추격을 피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곳에 남아 계속 저들에게 시달리기는 싫었다.
이에 그동안의 심득을 전해주고 미끼가 되어 죽으려는 것이다.
남궁조복과 같은 생각을 한두 사람이 다가와서 각자의 심득을 적은 옷을 내밀었다.
“내 것도 부탁하네. 나는 형산파의 주인학일세.”
“염치없지만 내 것도 부탁하네. 수고스럽더라도 화산파에 좀 전해주게. 자소가 줬다고 하면 되네.”
“알겠습니다.”
조윤은 그들이 주는 옷을 챙겨서 품에 넣었다. 그러자 맹추삼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복 터졌구나. 여기에 있는 것 중 하나만 익혀도 너는 무림에서 알아주는 고수가 될 게다.”
“파열신권보다 뛰어납니까?”
“클클. 저들의 무공이 최소한 뒤처지지는 않는다.”
맹추삼이 인정해주는 말을 듣자 남궁조복과 주인학, 그리고 자소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맹 선배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기분이 좋군요.”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시면 꼭 마교를 멸해주십시오.”
“내 목숨도 이 녀석한테 달렸다. 네놈들도 혹시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간다면 이 녀석을 찾아와라. 이 녀석이 부서진 단전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맹추삼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놀란 눈을 했다. 부서진 단전을 고친다니 그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 * *
“부서진 단전을 고칠 수 있다니 그게 정말인가?”
남궁조복이 묻자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허, 어떤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 부서진 단전을 치료하려면 희대의 영약을 복용해야 하는 걸로 아네.”
“필요 없습니다. 제가 고칠 수 있습니다.”
“믿기지가 않는군.”
“굳이 믿으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제 이름은 조윤입니다. 사람들이 소청신의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 나가면 한동안은 무당산이나 사천에 있을 것 같습니다. 차후에 언제든지 수소문해서 찾아오십시오.”
조윤이 자신 있게 말했으나 남궁조복은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형산파의 주인학이나 화산파의 자소도 마찬가지였다.
“믿고 와라. 와서 손해 볼 것이 뭐더냐? 그때 내가 치료가 되어 있으면 믿고, 아니면 말면 되는 것 아니냐?”
맹추삼의 말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세상천지에 부서진 단전을 치료할 수 있는 의원이 누가 있을까?
혹여 치료가 안 된다고 해도 시도해봐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꼭 한 번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야 하는데, 소협은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는가?”
“일단 인질을 잡을 생각입니다. 이후에 소란을 피워 여러분이 빠져나갈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닐세. 그러지 말고 인질을 잡거든 아무도 모르게 먼저 빠져나가게.”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군. 괜히 소란을 피우면 경계가 더 강화될 거야.”
남궁조복의 말에 자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윤이 들어보니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윤이 대답을 하고 문으로 가려는데 때마침 밖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누가 옵니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양쪽 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잠시 후에 밖에서 문이 열렸다.
철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