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4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41화
제7장 실수 (1)
금가장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삼삼오오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씩 뭉쳐서 갔다. 슬쩍 그들 틈에 끼어 금가장에 도착하자 천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많군.’
조윤은 혹여 사람들이 알아볼까 싶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하며 움직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후원이었다. 한데 일이 요상하게 꼬이려는지 생각지도 않게 아까 구해준 여인을 만났다.
“아! 은인이셨군요. 옷차림이 바뀌어서 못 알아볼 뻔했어요.”
“에?”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여인이 눈을 빛내면서 인사를 했다. 이에 조윤이 크게 당황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하자 여인이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은인께서 저를 구해주셨으니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게요.”
“뭐, 뭐를 말이오?”
“그 옷하고 검, 아까 그 못된 놈 거잖아요.”
여인은 엉뚱한 쪽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조윤이 그 사람의 옷과 검을 가져온 것 때문에 겸연쩍어 한다고 여긴 것이다. 들킨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앞에 마련된 단상에 사내 한 명이 올라와 크게 소리쳤다.
“마교의 영웅들께서는 잠시 주목해주십시오!”
중후한 내공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소란하던 장내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조윤이 누군가 싶어 자세히 보니 금경삼의 심복 중 한 명인 정엽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금가장을 돕고자 천리 길을 마다않고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나 너무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머물 곳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괜찮소! 우리가 온 것은 금가장을 돕기 위함이지 신세를 지려는 것이 아니요!”
“맞소!”
“옳소! 신경 쓰지 마시오!”
“바닥에서 자라고 해도 상관없소이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동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엽은 그들이 하는 말을 잠시 듣고 있다가 다시 내공을 담아 말했다.
“여러분의 그러한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하나 장주님의 마음이 그러하지를 않습니다. 어쨌든 곧 천막을 세워 여러분이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조금 혼잡하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할 말을 다한 정엽이 단상에서 손짓을 하자 곧 금가장의 무인들이 공터 양쪽에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사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렇잖아도 약간 불만에 차 있었다. 기껏 도와주려고 왔더니 세력이 강한 이들은 안으로 들이고, 별 볼 일 없다 여겨지는 자신들은 이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에 기분이 상했으나 이곳은 잔혹마인 금공이 있는 금가장이었다.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나름 신경을 써주니 마음에 품었던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단상에 있는 정엽을 보고 있을 때가 기회라고 생각한 조윤은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앞쪽에 아까 용음성에 당해 까무러칠 뻔한 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조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아까 그…….”
사내가 알아보자 그와 함께 있던 자들도 전부 조윤을 알아봤다.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검으로 손을 가져가며 여차하면 뽑을 생각을 했다.
한데 그들이 갑자기 친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와 굽실거리면서 말했다.
“아까는 몰라보고 실례를 했습니다.”
“에?”
조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사내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독룡쌍월 이정방 장로님의 제자이신 걸 알고 있습니다. 아까는 그런 차림을 하고 있어서 몰라봤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하하하.”
“그, 그게…….”
“난처하시면 그냥 모르는 척하겠습니다. 아까의 용음성은 정말, 후우…… 태어나서 그런 소리는 정말 처음 들어봤습니다. 과연 이정방 장로님의 제자다 싶었습니다.”
그제야 조윤은 이 사람들이 왜 착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용음성은 이정방의 독문무공이어서 그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그의 제자라고 여긴 것이다.
더구나 아까는 옷차림이 평범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비싼 비단옷에 보기에도 화려한 검을 차고 있었다.
혹여 누군가 물어보면 산서의 연가장에서 온 연중서 행세를 하려고 했던 조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그분께서도 제자를 거두셨군요. 하하. 이렇게 훤칠하시고 무공도 고강하시니 마교의 앞날이 밝습니다.”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아까 자신을 죽이려고 들던 그 사람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저자세로 나오는 것을 보니 설핏 웃음이 나왔다. 그것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사내가 더욱이 저자세를 취했다.
“알겠소. 험!”
짐짓 어깨에 좀 힘을 준 후에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서 여인이 눈을 초롱초롱하니 빛내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장로님의 제자였군요. 다시 인사드려요. 소녀는 방이이라고 해요. 표독수(慓毒手) 장선자께서 사부님 되세요.”
“오, 장선자의 제자였군. 그래. 사부께서는 안녕하신가?”
조윤에게 굽실거리던 사내 중 한 명이 나서면 방이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방이이가 생글거리면서 대답했다.
“네. 곧 있으면 도착하실 거예요. 오다가 잠시 헤어지는 바람에 제가 나쁜 놈에게 수치를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그 자리에 이분이 있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요. 세 사람을 처리하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나? 과연.”
방이이가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하자 사내들이 크게 감탄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이 담긴 시선으로 조윤을 쳐다봤다. 조윤은 그 시선이 부담되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계속 있다가는 무슨 이야기가 더 나올지 몰라 불안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안으로 가야하는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잊지 못할 겁니다.”
“살펴 가십시오.”
사내들의 인사를 받으며 조윤은 겸연쩍게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자 크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알아서들 오해를 해줄 줄은 몰랐다. 정말 운이 좋았다.
* * *
조심스럽게 후원으로 간 조윤은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곧장 금시시가 머무는 곳으로 가려는데 월동문에서 체구가 작은 노인이 나왔다. 보기에도 괴팍해 보이는 노인은 허리에 두 개의 륜을 차고 있었다.
조윤은 이대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노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아 보여 포권을 했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그래.”
노인은 바쁜 일이 있는지 조윤을 본체만체하며 지나쳐갔다. 이에 조윤도 가던 길을 가려는데 갑자기 노인이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네놈, 누구냐?”
“네?”
“누구냐고 물었다.”
“저는…….”
독룡쌍월 이정방의 제자라고 말하려다가 그럼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애초에 계획한 대로 연중서 행세를 하기로 했다.
“산서 연가장에서 온 연중서라고 합니다.”
“연가장? 그런 곳이 있었던가?”
“워낙에 작은 세가라 어르신께서 기억하시지 못할 겁니다.”
“그런 것치고는 제법이구나.”
“네?”
“네 녀석 말이다. 올해 몇 살이냐?”
“이제 약관입니다.”
“약관의 나이에 그 정도라니 연가장이 대단한 곳인가 보구나.”
난데없는 칭찬에 조윤이 머리를 긁적이는데 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가장이 뭐가 어떻다고?”
조윤이 뒤를 돌아보니 웬만한 장정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대한 덩치의 노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왔군.”
“금공이 부르는데 와야지.”
마교의 장로인 금공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것으로 봐서 결코 그 아래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체구가 작은 노인 역시 그럴 것이다. 조윤은 아까 먼저 인사를 한 것이 잘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일단 조윤은 큰 덩치의 노인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봤다.
“흠. 뭐가 대단하다는 거냐? 정방.”
‘정방? 설마 독룡쌍룡이 그인가?’
조윤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다들 자신을 그의 제자로 알고 있지 않은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날 생각에 두 노인에게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기다려라.”
덩치가 큰 노인이 조윤에게 말한 후에 이정방을 봤다.
“묻지 않았는가? 그대에게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을 자들이 몇 명이나 있겠나?”
“클클. 그도 그렇군. 아이야. 걸어보아라.”
“네?”
“걸어보란 말이다.”
조윤은 이정방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시키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정방의 날카로운 시선이 와서 꽂혔다. 마치 조윤의 모든 것을 탐색하려는, 그런 눈이었다.
“알겠느냐?”
이정방이 덩치 큰 노인을 향해 물었다. 이에 덩치 큰 노인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단하군. 오면서 들으니 이제 약관이라고?”
“네? 네. 그렇습니다.”
“그 나이에 그 정도라니, 어디 조금 더 실력을 보자.”
덩치 큰 노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짜고짜 조윤을 향해 손을 뻗어갔다. 가벼운 손짓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무시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