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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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36화
제5장 새로운 깨달음 (1)
이화는 당문에 도착하자 당효주를 자신의 방으로 안고 갔다. 이불로 꽁꽁 감싸고 있었고,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기에 다행히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침대에 당효주를 눕힌 이화는 곧장 조윤에게 갔다. 조윤은 아까 봤을 때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으로 당자휘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 왔네. 대호하고 육예는?”
“너, 혹시 알고 있었어?”
“뭐를?”
이화는 당자휘 때문에 잠시 망설이다 이내 사실을 말했다.
“효주를 데리고 왔어.”
“그게 정말이오?”
당자휘가 크게 놀라며 되물었다. 당수백에게 듣기로 당문의 모든 무사들이 며칠 동안 밤잠을 안 자며 인근을 샅샅이 수색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건만 조윤은 단 하루 만에 찾아냈다.
“그래요.”
“효주는 어디에 있소?”
“내 방에 있어요.”
이화의 대답을 듣고 당자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조윤이 앞서 움직였다.
“가요.”
세 사람이 이화의 방에 도착하니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당효주가 있었다. 조윤은 재빨리 다가가서 맥을 짚어봤다. 생각보다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다.
“수술해야겠어.”
“지금?”
“응. 당 공자는 가주님께 알려주세요. 효주를 어떻게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해주시고요.”
“알았다.”
“혹시 전에 효주를 수술했던 장소가 그대로 있나요?”
“혹시 몰라 치우지 않고 있는 걸로 안다.”
“일단 그리로 가겠습니다. 이화 누이는 수술 장비를 좀 챙겨와 주고.”
“그래.”
두 사람이 바삐 방을 나가자 조윤은 당효주를 안아들었다. 비쩍 마른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가벼웠다. 곧장 경공을 펼쳐서 당효주가 머물던 별채로 나는 듯이 달려가자 지나치던 사람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별채는 다행히 예전에 수술했던 장소를 그대로 놔둔 채였다. 혹여 다시 수술을 할지도 모르니까 치우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대로 따른 것이다.
조윤은 깨끗한 침대 위에 당효주를 눕혔다. 그리고 수술 준비를 하는 동안 당수백과 제갈지인이 당자휘와 함께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냐?”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곧 치료를 해야 합니다.”
당수백은 적지 않게 놀란 눈으로 조윤과 당효주를 번갈아 가면서 봤다. 도대체 하루도 안 되어 어떻게 찾아냈단 말인가?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조윤의 말대로 아직 살아있는 당효주를 보자 심정이 복잡했다.
“저번처럼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십시오.”
“그건 걱정 말거라.”
“가모님과 함께 효주를 보시겠습니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당수백이 멈칫하며 망설였다. 평소였다면 반드시 살려내라고 조윤을 협박을 하거나 부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에 경황이 없어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가주님.”
조윤이 부르자 그제야 당수백이 정신을 차리면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겠지. 이리 오구려.”
당수백은 제갈지인과 함께 당효주에게 다가갔다. 당효주는 창백한 얼굴로 의식이 없는 채 침상에 누워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두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 제갈지인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당수백은 제갈지인을 다독이며 그 자리를 나왔다.
이화가 장비를 가져오고, 준비가 모두 끝나자, 이윽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조윤은 우선 당효주의 상태부터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맥이 굉장히 약했다. 기력이 쇠약해서 지금 수술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대로 놔둬도 어차피 죽는다.
마음을 가다듬은 조윤이 당효주에게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임맥과 독맥을 따라 기를 돌렸다. 맥이 하나 막혀 있어서 그곳에서 자꾸 기가 끊겼으나 다른 곳으로 계속 돌리자 창백했던 당효주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당효주는 지금 막힌 혈맥이 하나밖에 없었다. 아홉 개의 맥이 막혀 있을 때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혹시 내공으로 뚫을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조윤은 지금 내공이 아주 정순해진 상태였다. 무당파의 영약인 자소단을 먹어 내공이 늘었고, 태극음양신공 덕분에 난잡했던 기운을 하나로 아우를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조윤은 그 얇은 종이의 두께를 가를 정도로 내기를 아주 세밀하게 다룰 수가 있었다.
만약 칼을 대지 않고 내기만으로 혈맥을 뚫을 수 있다면 당효주가 살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러나 문제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당효주는 수술조차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예전처럼 가슴을 가르고 혈맥을 이을지, 아니면 내기를 이용해서 뚫을지 결정을 해야 했다.
“왜 그래?”
조윤이 심각한 눈으로 당효주를 보고만 있자 이화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잠시 수술 방법을 생각했어. 이제 시작할게.”
“응.”
조윤이 결정을 하고 당효주를 내려다봤다.
* * *
잠시의 갈등이 있었으나 조윤은 결국 순수한 내공만으로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화에게 그 말을 하자 약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가능해?”
“어차피 수술을 하는 것도 위험부담이 커. 그러느니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걸 하는 게 낫잖아.”
“그럼 난 뭘 하면 돼?”
“혹시 모르니까 호위를 서줘.”
“그럴게.”
그렇잖아도 이화는 혼자서 조윤을 보조해야 한다는 것에 조금 부담을 느끼던 차였다. 당예상과 흑묘랑 함께 해도 쉽지가 않았던 걸 혼자서 해야 한다.
더구나 자칫 실수라도 해서 당효주가 잘못된다면 그 결과를 고스란히 조윤이 감당해야 했다. 당연히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화가 뒤로 물러나자 조윤이 한 손으로 당효주의 완맥을 잡고, 다른 손은 머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내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힌 혈이 어딘지는 알고 있었다. 그곳까지 내기를 보내자 약할 때는 흩어져서 사라지고 강할 때는 막혀서 더 이상 흘러가지 않았다.
조윤은 흩어진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예전에 수술을 할 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끊어진 혈관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시시를 수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끊어진 혈관이 멀면 죽는다. 가깝기 때문에 그마나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다시 말해 혈관이 끊어졌어도 기가 완전히 안 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가 막히면 누구를 막론하고 죽을 수밖에 없다.
조윤은 내기를 약하게 흘려보냈다. 그러면서 막혀서 흩어지는 것을 아주 세심하게 잡아냈다. 그러한 건 무림의 누구도 할 수가 없었다. 내기를 극도로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조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거로군.’
몇 번을 반복하자 감이 잡힌 조윤은 마치 얇은 실을 뽑아내듯이 아주 미세하게 기운을 보냈다. 그러자 기운이 흩어지는 와중에도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조윤은 내기가 흩어지는 것을 아울러서 하나로 흐르게 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아주 조금씩이지만 기가 흐르는 양이 늘어났다.
하지만 개미가 하품할 정도로 적은 양이라서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가 없었다. 조윤의 내공이 아무리 정순해도 한계는 있었다.
그러니 스스로 이렇게 흐르게 만들어야 했다. 방법을 찾던 조윤은 당효주의 몸에 흩어져 있는 영약의 기운들을 끌어내기로 했다.
당효주가 구음절맥에 걸리자 당수백은 수많은 영약을 구해다가 먹였다. 그러나 맥이 막혀 있으니 채 일 할도 흡수를 하지 못했고, 남은 기운이 몸 곳곳에 흩어져서 쌓여 있었다.
조윤은 우선 당효주의 단전부터 건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질적인 기운 여러 개가 동시에 일어나서 끌려나왔다. 영약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그대로 묻혀 있었던 탓이다.
조윤은 태극음양신공을 배운 것이 정말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태극음양신공을 쓰면 당효주의 기운을 전부 하나로 아우를 수가 있었다.
곧 집중해서 태극음양신공을 운용하자 여러 개의 기운이 서서히 하나로 뭉쳐졌다. 조윤은 그렇게 꼼짝도 않고 세 시진 가까이 당효주를 치료했다. 그러자 내공이 정순한 그였지만 조금씩 피곤함이 몰려왔다.
막힌 혈로 미세하게 기운을 흘려보내는 한편 단전의 기운을 하나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내공 소모도 심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컸다.
다시 한 시진이 흐르자 조윤은 약간 여유가 생겼다. 당효주의 단전에 있는 기운이 하나로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막힌 혈로 흘러가는 내기의 양이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단전의 기운이 그렇게 강해지자 막힌 혈로 흘러들어오는 기운의 양이 많아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운이 약해서 조절이 가능했는데 그렇게 양이 많아지자 조금씩 통제하기가 힘들어졌다.
‘다시 흩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애써 하나로 만들어 놓은 걸 흩으면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몇 시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조윤은 내기의 흐름을 최대한 늦추면서 막힌 혈로 흘려보내는 내기의 양을 더 늘렸다. 일단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볼 생각이었다.
한참을 그러다 조윤은 예전에 고생하며 깨달았던 것이 떠올랐다. 금시시를 치료할 때 금공과 무당칠성 두 명의 내공을 몸 안에 받아들였었는데, 그걸 뜻대로 통제할 수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당효주의 몸 안에 있는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은 당효주의 기운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했다. 조윤은 좀 더 집중하며 당효주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완전히 동화시켰다. 태극음양신공을 운용하니 질이 다른 두 개의 기운이 서서히 바뀌면서 똑같이 되어갔다.
몇 시진에 걸쳐 그렇게 당효주의 기운과 동화가 되자 이제는 마치 자신의 단전에 있는 기운처럼 뜻대로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렇게 타인과 기를 일치시키지 못했었다.
이질적인 기운은 절대로 섞일 수가 없다. 하나로 섞으려면 기운의 성질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한 방법을 알기도 쉽지 않거니와 안다고 해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진기도인이나 추궁과혈 등을 봐도 고수가 일방적으로 하수의 기운을 끌고 다니는 거지, 기운의 성질을 바꿔서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로 어이없는 발상이었으나 조윤은 그걸 해냈다.
* * *
삼 일이 지났다. 그동안 조윤이 쉰 시간은 반 시진도 되지 않았다. 이화의 도움으로 간단한 요기로 배를 채우고, 볼일을 보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종일 당효주를 치료했다. 덕분에 하루가 더 지나 사흘째 되던 아침에는 치료를 완전히 끝낼 수가 있었다.
“후우…….”
핼쑥한 얼굴의 조윤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다가 침상을 붙잡았다. 기력이 쇠해서 어지럼증이 일어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괜찮아?”
때마침 방 안으로 들어온 이화가 창백한 얼굴의 조윤을 보고 재빨리 다가와 부축했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
“안색이 안 좋아.”
“알고 있어.”
“당 가주님을 불러줘.”
“설마 치료가 끝난 거야?”
“응.”
“그럼…….”
“잘됐어.”
“아!”
조윤의 대답에 이화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지난 사흘 동안 조윤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다행히 치료가 무사히 끝났다고 한다.
“잠깐 이쪽에 앉아서 쉬고 있어. 내가 금방 가서 불러올게.”
“응.”
이화는 조윤을 의자에 앉혀 놓고 휑하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당수백과 제갈지인을 데리고 왔다.
“어떻게 된 거냐?”
방에 들어온 당수백은 여전히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당효주와 사흘 사이에 시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퀭해진 조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치료는 잘 끝났습니다.”
“그럼, 그럼 효주가 살아난 거냐?”
당수백이 고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네.”
피곤한 얼굴로 조윤이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당수백이 아내인 제갈지인을 봤다. 그녀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상공…….”
“알고 있소.”
당수백은 제갈지인을 다독이며 당효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은 사흘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창백함은 볼 수가 없고, 볼에 홍조가 약간 어려 있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언제쯤 깨어나느냐?”
“이르면 오늘이라도 일어날 겁니다.”
“하면 이제 구음절맥이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이냐?”
“네. 이제 아플 일은 없을 겁니다.”
조윤이 자신 있게 대답하자 당수백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후회 때문이었다. 조윤을 그리 대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조윤을 믿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또한 자신으로 하여금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든 조윤이 대견했다.
“수고했구나.”
“아닙니다. 치료가 잘되어서 다행입니다. 피곤해서 이만 쉬고 싶습니다.”
“그래. 그래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