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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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8화
제8장 해소 (2)
분명 아는 여인인데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조윤은 일단 그녀가 곤란에 처한 것 같아 그리로 갔다. 그러자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장한들이 조윤을 좋지 않은 눈으로 봤다.
“이들이 곤란하게 합니까?”
조윤이 물었으나 여인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을 뿐,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겁을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한 조윤은 사내들을 봤다.
“그녀를 놔주시오.”
사내들이 서로 눈짓을 했다. 그러더니 동시에 무기를 뽑았다. 조윤은 무력을 써야 한다는 걸 알고 말고삐를 놓고 앞으로 나섰다.
그때 누군가가 크게 소리치면서 나는 듯이 달려왔다.
“멈춰라!”
조윤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봤다. 아는 사람이었다. 이름이 정엽이었던가?
아무튼 약교연과 함께 다니던 금가장 사람이었다. 그는 조윤을 보고 재빨리 포권을 하며 사과부터 했다.
“미안합니다. 단목 공자. 이 녀석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괜찮습니다. 다들 금가장 사람이었군요.”
“뭣들 하냐? 어서 사과드리지 않고.”
정엽이 화를 내면서 소리치자 사내들이 찔끔하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조윤은 그들을 잠시 보다가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복잡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는 모습이 뭔가 분한 것 같기도 했다.
“괜찮습니까? 알고 보니 다들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 괜찮으니 갈 길을 가십시오.”
조윤이 그렇게 말했으나 여인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에 조윤은 자신이 뭔가 실수한 게 있나 생각을 해 봤으나 짚이는 것이 없었다.
“왜 그럽니까?”
“조윤.”
“에?”
“혹시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그제야 조윤은 다시 한 번 그녀를 자세히 뜯어봤다. 그러자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서역도호부에서의 일이.
“방소교?”
“하아…… 멍청한 건 여전하네.”
“맞구나. 못 알아볼 뻔했어. 하하.”
조윤은 웃으면서 말을 하다가 그녀가 이자림이 준 의술서를 가지고 달아난 것이 생각났다.
“아참, 이제 그때 가져간 책은 돌려줘.”
“그게 다야?”
“뭐?”
“그게 다냐고?”
“음…….”
조윤은 그녀가 왜 그렇게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져간 책을 달라는데 그렇게 물으니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뭐가 또 있어?”
“아니다. 됐다. 됐어.”
방소교는 품에 있던 책을 조윤에게 던졌다. 그걸 받아든 조윤은 빠르게 한 번 살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책은 얼마나 봤는지 손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어 있었다.
“열심히 공부했나 보구나.”
“그래. 너 한 번 이겨보려고 밤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했다.”
갑자기 방소교가 화를 내자 조윤은 약간 당황했다. 뭐 때문에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조윤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어디로 가는 길이야?”
“제갈세가로 가는 길에 저 사람들한테 억지로 끌려왔어.”
“제갈세가? 거기는 왜?”
“거기에서 일해.”
“가까운데 있었는데 전혀 몰랐네.”
“저기, 단목 공자.”
방소교와 한창 이야기 중인데 정엽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왜요?”
“그렇잖아도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나를 잡아오라고 하던가요?”
“아닙니다. 잡아오기는요. 저희가 그럴 실력이나 되겠습니까? 여기 마님의 서찰입니다.”
정엽이 내미는 서찰을 받아서 읽어보니 빨리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조윤은 그걸 정엽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말했다.
“가요. 그렇잖아도 지금 금가장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알겠습니다.”
“반가웠어. 소교. 나중에 또 만나자.”
“기다려.”
“왜?”
“혹시 역병을 치료하러 가는 거야?”
“그런데.”
“나도 같이 가.”
“그래도 돼?”
“여기까지 끌려왔는걸 뭐.”
“흐음. 그럼 같이 가.”
즉석에서 그렇게 결정이 내린 조윤이 정엽을 봤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오면 저희야 좋죠.”
* * *
금가장에 도착하자 약교연이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약속대로 왔어요.”
“태희가 역병에 걸렸어.”
“태희가요?”
조윤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가 역병에 걸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빨리 가요.”
“이쪽이야.”
제대로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약교연은 앞장서서 달렸다. 그녀를 따라가면서 보니 예전에 왔을 때와 달리 사람들이 많이 줄어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금경삼과 금시시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윤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조윤!”
“왔구나.”
“태희는요?”
“안에 있다.”
조윤은 메고 있던 보따리에서 천을 꺼내 코와 입을 가렸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 파리한 안색으로 누워있는 금태희가 보였다.
“누구…… 조윤?”
그녀는 조윤을 알아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구토를 하며 몸을 떨었다.
“나…… 나가. 너한테 이런 꼴 보이고 싶지 않아. 나가!”
금태희가 소리쳤으나 조윤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의 맥을 잡고 상태를 살폈다.
“며칠 됐어?”
“하아…… 하아…… 이틀…….”
혹시 몰라 수액을 챙겨오기를 잘했다. 조윤은 그걸 꺼내서 금태희의 팔에 꽂았다. 그리고 빠지지 않게 천을 묶은 후에 침대 옆의 기둥에 매달았다.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이건 뭐야?”
“치료약.”
그렇게 말하면서 마시기 위해 만든 식염수를 그녀의 입에 조금씩 흘려 넣어줬다.
“조금씩 마셔.”
금태희는 식염수를 마시다가 다시 토를 했다. 그런데도 조윤은 계속 그녀에게 식염수를 먹였다. 이대로 계속 수분이 빠져나가면 금태희는 죽는다.
“으…….”
거친 숨을 몰아쉬던 금태희는 살짝 잠이 들었다. 그걸 보고 조윤은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술로 손을 씻고, 코와 입을 가렸던 천을 불태웠다.
“태희는 어때?”
약교연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잠들었어요.”
“잠들었다고?”
금태희는 이틀 내내 구토와 설사를 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었다. 그런데 조윤이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고 한다. 약교연은 조윤이 제때에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 수는 있는 건가?”
이번에는 금경삼이 물었다.
“아직 몰라요. 그보다 서찰 받았죠?”
“받았네.”
“그대로 했나요?”
금경삼은 물론이고 약교연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조윤이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다시 물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습니까?”
“우리가 방심했어. 역병에 걸린 사람이 느는 것을 보고 네가 알려준 대로 대처를 하는 도중에 누군가가 알아본 거야. 순식간에 역병에 대한 이야기가 돌면서 대부분 돌아갔어.”
조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가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랬든 저랬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그만큼 전염이 빨리 된다.
무당파에는 조윤이 있어서 참사를 막을 수가 있었지만 금가장은 아니었다. 혹여 그들이 전부 남아있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몇백 명은 죽었을 것이다.
“현재 남은 사람은 몇 명입니까?”
“삼백 명 정도야.”
“감염자들은요?”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은 오십 명이 조금 넘어. 전부 격리해놓았어.”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역병을 잡겠습니다. 우선 격리되어 치료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후원에 별채를 써. 거기에 감염자들을 격리해 놓았어.”
“그리고 나를 도와줄 사람들이 세 명 정도 필요합니다.”
“내가 할게.”
제일 먼저 나선 건 방소교였다. 그녀는 무당파에서 조윤이 설명하는 것을 들었었다. 그러나 직접 치료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그걸 보기 위해서였다.
“고생할 텐데.”
“상관없어.”
“좋아. 그럼 이제 두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내가 할게.”
놀랍게도 금시시가 나섰다. 그러자 금경삼이 놀라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된다! 네 언니가 그렇게 되었는데 너마저 그리되면 어떻게 하려고!”
“언니가 아프니까 내가 해야죠.”
“절대로 안 된다.”
“제가 아플 때 언니가 항상 곁에서 놀아줬어요. 이번에는 내가 해줄 차례예요. 할 거예요.”
“안 돼!”
“할 거라고요! 아버지는 내가 은혜도 모르는 나쁜 애였으면 좋겠어요? 못하게 하려면 차라리 절 죽이세요!”
부녀가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자 약교연이 나섰다.
“조윤.”
“말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