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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66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6화

제7장 진심 (2)

 

 

“대처는?”

 

“심허진인이 아직까지 전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어.”

 

“흠…….”

 

조윤은 왜 그런지 단번에 짐작을 했다. 완치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어서였다.

 

역병은 치료방법이 없는 걸로 알려져 있다.

 

지금껏 치료가 된 사례는 딱 한 번뿐이었다. 그때의 일로 태삼목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고, 천하오대신의 중 최고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니 태삼목이 직접 왔다면 모를까 아직 완치된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문. 장문사형을 좀 불러줘.”

 

“알았어.”

 

낙소문이 가고 나자 조윤은 당예상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더 들었다. 그러면서 주의할 것을 이야기해주고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연락을 받은 심허진인이 오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겼다.

 

조윤이 먼저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장문사형을 뵙습니다.”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 장문사형도 고생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리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장문사형. 밖은 어떻습니까? 역병이 많이 퍼졌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각 문파와 세가에는 네가 말한 대로 하라 일렀다. 직접 가지는 못해도 서찰을 보냈으니 다들 잘 하고 있을 게다. 다만 관은 모르겠구나. 거기도 서찰을 보내기는 했으나 다들 응하지 않고 있다.”

 

“이제 삼사 일 후에는 완치된 사람이 나올 겁니다.”

 

“그게 정말이냐?”

 

“네. 증상이 호전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구나.”

 

“장문사형. 이곳에서 역병을 잡는다고 해도 밖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역병을 막으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뜻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다. 그건 걱정 말아라. 옥승 사백께서 직접 나설 생각이시다.”

 

“정말입니까?”

 

“그래.”

 

심허진인이 나서는 것과 옥승진인이 나서는 것은 차이가 컸다. 비록 심허진인이 무당파의 장문인이라지만 명성은 옥승진인이 훨씬 더 높았다.

 

즉, 말 한마디의 무게가 달랐다.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든 말해라.”

 

“호북에 있는 의원들을 모아주십시오.”

 

“의원들을 말이냐?”

 

“네. 그들에게 역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겁니다.”

 

“알았다. 날짜는 언제쯤이 좋겠느냐?”

 

“보름 후에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마.”

 

말을 마친 심허진인이 자리를 떴다. 조윤은 낙소문과 당예상을 잠시 보다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 * *

 

방현의 현감은 짜증이 치솟았다. 무당파의 장문인에게서 온 서찰 때문이었다. 역병이 돌고 있으니 이러저러하게 대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지가 무당파의 장문인이면 장문인이지, 왜 자신에게 감 놔라 배추 놔라 한단 말인가?

 

그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건만 역병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누구 목을 날릴 일이 있나?

 

하지만 차마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서찰의 내용은 까맣게 잊고 술상을 차려놓고 여자들을 불러다가 질펀하게 놀았다.

 

그는 뭔가 심사가 뒤틀리는 일이 있을 때면 이렇게 밤새도록 음주가무를 즐겼다. 그러다 새벽에 눈을 뜨니 나체의 여인 두 명이 함께 침대에 누워있었다.

 

음흉한 시선으로 그녀들의 몸을 한 번 쓱 훑은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을 대충 챙겨 입는데 여인들 중 한 명이 눈을 떴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그래. 허허. 더 자거라.”

 

“아니요. 나리께서 일어났는데 제가 어떻게 더 자겠어요.”

 

그녀는 알몸인데도 부끄럽지 않은지 요사스럽게 웃으면서 현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한 번 더 안아주실 거죠?”

 

“흐흐. 내가 이래서 너를 좋아하는 거다.”

 

“호호.”

 

여인이 웃으면서 그를 유혹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더니 현감의 얼굴에 토를 했다.

 

“우웩!”

 

“으아아악! 이게 무슨 짓이냐?”

 

“저…… 저…… 우엑! 웨엑!”

 

그녀는 구토를 쉽게 멈추지 못했다. 그러더니 싸하니 설사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던 현감은 심허진인이 보낸 서찰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역병의 증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혀 있었다.

 

“히이이익!”

 

놀라 기겁을 한 현감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슷한 시각, 흥산현의 관에서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침에 사열식을 하는데 관졸들 중 몇 명이 토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어째 상태가 이상했다.

 

이에 현감에게 보고를 하러 갔던 사내는 기겁을 했다. 현감도 구토를 하며 설사를 주룩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무림세가에도 감염된 사람들이 한두 명씩 나왔다.

 

제갈운강의 소개로 제갈세가에 초빙되어 갔던 방소교는 단번에 그게 호열자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없어 그저 격리시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제갈세가의 가주가 그녀를 비롯한 세가의 의원을 전부 불러 모았다.

 

“이것은 무당파의 장문인이 보낸 서찰이다. 모두 보거라.”

 

의원들이 가주가 건네준 서찰을 읽었다. 거기에는 역병에 대처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또한 무당파로 오면 치료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가주님. 이것은 누가 적은 것입니까?”

 

“이번에 옥승진인이 제자를 한 명 들였다. 이름이 단목조윤인가 그랬던 것 같군. 일반인들에게는 소청신의라고 불린다지? 듣자니 그의 의술이 천하오대신의와 버금갈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그가 적은 거다.”

 

“음…….”

 

서찰의 내용이 믿을 만한지 의심을 했던 의원은 가주의 말을 듣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청신의에 대한 소문은 그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특히 방소교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역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를 비롯한 모든 의원이 아예 손도 대보지 못하고 포기했건만.

 

“나도 그 서찰만 받고는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운강이 그 녀석이 지금 역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운강 공자가요? 당장 말리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어찌 역병에 걸린 자를 가까이 한답니까?”

 

의원이 놀라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던 제갈세가의 가주가 툭 한마디 던졌다.

 

“그 녀석 아직 안 죽었다. 병에도 걸리지 않았어. 그리고 조윤이 역병을 치료한 걸 직접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발 자신을 좀 꺼내달라고 서찰을 보내왔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이미 치료가 된 사람이 있답니까?”

 

“그 녀석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그렇겠지.”

 

의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로를 봤다.

 

이번에 돌고 있는 병은 호열자였다. 천연두야 의선 태삼목이 치료를 한 적이 있다지만 호열자는 없었다.

 

한데 치료가 된다고 한다. 재앙과 같다던 역병이 말이다.

 

“역병에 걸린 사람들이 늘고 있지?”

 

“그렇습니다.”

 

“모두 가라. 가서 치료방법을 알아서 와.”

 

가주가 딱 잘라 말했다. 이에 의원들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방소교는 조윤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으나 역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조윤은 태삼목과 명성을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의선! 천하제일의 의원!

 

모든 의원들이 꿈꾸는 명성, 그걸 조윤이 얻게 된다. 그녀는 분함에 손을 꽉 쥐었다.

 

* * *

 

호북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의원들이 전부 무당파로 모여들었다. 현이나 관에서 명성이 알려진 자들도 있었고, 무림세가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시골의 이름 없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무당파로 향했다. 바로 역병의 치료방법이었다.

 

호북이 그렇게 들썩이자 타 지역에 있던 의원들도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심지어 태삼목이 문주로 있는 신의문에서도 사람이 왔다.

 

조윤은 독한 술로 손을 씻고 몸을 닦았다. 입고 있던 옷은 전부 불에 태우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제갈운강과 팽종조, 화소미가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으나 무시했다.

 

하얀 천을 넘어서 밖으로 나오는데 세 사람의 시선이 질기게 따라붙었다. 그걸 느낀 조윤이 피식 웃었다. 자신들도 꺼내달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본청으로 가자 그 앞에 수백 명의 의원들이 모여 있었다. 얼추 삼백 명은 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면 호북의 의원이란 의원은 거의 다 온 것이라 봐야 했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본청에서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수용할 수가 없어서 밖에서 하게 되었다.

 

조윤이 나타나자 그들이 술렁거렸다.

 

“엇! 소청신의다!”

 

“뭐야? 저렇게 어렸어?”

 

“정말 소청신의가 맞아?”

 

“역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정말인가?”

 

다 들린다. 그런데도 조윤은 무표정하게 그들 앞에 섰다. 그리고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 크게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에게까지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무공을 익힌 의원들은 그 같은 조윤의 내공에 크게 감탄했다.

 

목소리를 크게 내는 데 내공을 싣는 것은 쉬웠다. 저렇게 작게 이야기하는데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웬만한 무공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한데도 조윤은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있었다.

 

“다들 지금 호북에 역병이 돌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직접 겪은 분들도 있을 테고 말로만 들은 분들도 있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역병은 더 퍼질 테고 죽는 사람도 그만큼 늘 겁니다. 해서 역병을 막아보고자 여러분을 오시라고 한 겁니다.”

 

“역병이 정말 치료 가능한 거요?”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의원들도 그게 제일 궁금하던 차였다.

 

“물론입니다. 현재 무당파에는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역병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초기에 대처를 잘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소? 지금까지 역병은 의선 말고는 아무도 치료하지 못했소.”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약 육백 명이 역병에 걸렸었습니다. 그중 삼백 명이 아직도 치료 중에 있으며 백 명은 무사히 치료가 되었습니다.”

 

조윤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조윤이 저렇게 자신하는데 거짓말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정말 역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질문은 나중에 해주십시오. 우선 설명을 끝까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조윤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역병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호열자의 증상과 대처방법, 이어서 치료방법까지, 실제로 치료한 예를 들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하자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느라 주위가 조용했다.

 

삼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조윤의 낭랑한 목소리만이 계속 울려 퍼졌다.

 

그렇게 설명이 모두 끝나자 조윤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그들을 향해 말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으세요.”

 

“나는 화씨세가의 의원이오. 솔직히 물만 잘 먹이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소.”

 

“아까도 말했듯이 호열자에 걸리면 급격한 탈수증상 때문에 죽게 됩니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수분을 채워줘야 합니다.”

 

“그럼 먹는 건 어떻게 해야 하오? 들어보니 치료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지 않소?”

 

“연한 죽을 먹이면 됩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그마저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수액을 주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그러나 조윤은 막힘없이 전부 대답했다. 그러자 의원들이 각자 생각에 잠겼다.

 

“치료가 된 사람들을 보고 싶소.”

 

누군가가 크게 외치자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그걸 예상했던 조윤은 본청 안에 있던 제갈혜민을 부축해서 나왔다. 그녀는 얼굴이 핼쑥했으나 미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었다.

 

“누구지?”

 

“제갈지화(諸葛之花) 아니야?”

 

“맙소사! 저 여자가 정말 제갈혜민인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제갈세가의 꽃이라고 불리는 제갈혜민은 미모도 빼어났지만 어디에서도 당당하기로 유명했다. 무엇보다 무공이 뛰어났다. 알려진 후기지수들, 특히 여협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역병에 걸렸었다니, 그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의원들이 무공이 강하면 역병에 걸리지 않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다들 이분을 아실 겁니다. 제갈세가의 제갈혜민 소저입니다. 보다시피 역병에 걸렸었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냈습니다.”

 

제갈혜민은 의원들을 향해 포권을 했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일시에 멈췄다.

 

“제갈혜민이에요. 저는 역병에 걸렸었으나 여기에 계신 단목 공자가 치료를 해줬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겁니다. 듣자니 지금 호북 전체에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더군요. 그들을 구해주세요. 여러분의 가족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지인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죽게 놔두실 겁니까? 뭐라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어차피 지금까지는 역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잖아요? 방법이 있다는데 어째서 의심을 하십니까? 여기 단목 공자가 명리를 탐하는 사람 같습니까? 이분은 옥승진인의 제자입니다. 검강을 쓸 정도로 무공이 뛰어나고, 천하오대신의와 견줄 정도로 의술이 뛰어나다 알려졌습니다. 이분이 뭐가 부족해서 여러분을 부른 것 같습니까? 이 점을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부디 여러분의 손으로 더 많은 이들을 살려주십시오. 그들이 제 지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 먼저 고마움의 인사를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제갈혜민이 포권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숙연하게 듣고 있던 의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었으나 곧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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