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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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62화
제6장 시작 (1)
조윤은 가까운 상단을 찾아가서 서역에서 들어오는 물건을 취급하는 곳을 물었다. 무당파의 이름을 대니 큰 어려움 없이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찾아간 상점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눈에 익숙한 물건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야 흔하지 않고 신기한 것들이었으나 조윤에게는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나리. 무엇을 찾습니까?”
삼십 대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오며 물었다. 그는 놀랍게도 안경을 쓰고 있었다. 조윤이 빤히 쳐다보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이건 안경이라고 하는 물건입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 쓰는 겁니다. 이걸 쓰면 훨씬 잘 보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상성이 맞아야 합니다.”
조윤은 단번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경의 도수를 말하는 거다. 사람마다 시력이 다를 테니 도수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더 잘 안 보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안경이 있으니 주사는 아니더라도 고무관은 구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찾는 것은 얇고 긴 관입니다.”
“얇고 긴 관이요?”
“그렇습니다.”
조윤은 수액을 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해서 대충 설명을 했다. 그러자 점원이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안쪽으로 들어가서 잠시 후에 나온 점원의 손에는 세 자 정도 길이의 얇은 관이 들려있었다.
“이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윤이 받아서 살펴보니 고무관이 확실했다. 다만 현대에서 쓰던 것처럼 투명한 색은 아니었다. 또한 재질이 훨씬 얇았다. 그러나 이것만 해도 어딘가?
“몇 개나 있습니까?”
“필요한 수량이 얼마나 됩니까?”
“있는 걸 다 사고 싶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다 사겠습니다.”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무작정 산다는 말에 점원이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가지고 있던 물건을 전부 가져왔다. 아쉽게도 다섯 개가 다였다.
“더 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이게 다입니다. 물건을 구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닷새는 걸릴 겁니다.”
“몇 개나 더 구할 수 있죠?”
“가봐야 알겠지만 비슷할 겁니다.”
조윤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가격을 물었다. 가격을 올려서 구해 오라고 해야 일이 빨리 진행될 것 같아서였다.
“하나에 얼마입니까?”
“열 냥만 주십시오.”
“열 개에 은자 한 냥을 주겠습니다.”
“네?”
점원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저건 사실 하나에 석 냥밖에 안 하는 거였다. 많이 산다기에 가격을 좀 올렸는데 은자를 주겠다고 한다.
조윤의 말이 이어졌다.
“닷새 안에 구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구해주세요. 열 개에 은자 한 냥씩 쳐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이 은자 하나를 건넸다. 막상 돈이 들어오자 점원의 눈빛이 바뀌었다.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이래 봬도 인근에서는 저만큼 물건을 잘 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바늘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구멍이 뚫린 바늘이요?”
“네.”
“바늘에는 당연히 구멍이 뚫려 있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안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합니다.”
“음…… 비슷한 게 있긴 한데,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점원은 잠시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그러더니 조윤에게 익숙한 물건을 내밀었다. 주사기였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앞에 달린 바늘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이거면 될까요?”
“이런 물건이 또 있습니까?”
“몇 개 더 있습니다. 서역에서는 의원들이 쓴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쓰는 물건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점원은 아예 조윤을 안으로 데리고 갔다. 문을 지나 우측으로 가니 방이 하나 나왔다. 안에는 서역에서 들여온 물건이 정리되지 않은 채 가득 쌓여 있었다.
“어디 있더라…… 아, 여기 있군요.”
점원이 상자 하나를 찾아서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주사기는 물론이고 청진기와 겸자, 톱, 망치, 등 각종 의료도구가 보였다.
“다 사겠습니다.”
뜻밖의 성과였다. 서역과 인접한 서역도호부에서조차 보지 못했던 물건들이었다. 현대에서 쓰던 것들에 비하면 많이 조잡했지만 이것만도 감지덕지였다.
조윤은 거기에서 필요한 걸 모두 샀다. 돈이 좀 많이 나왔으나 흔쾌히 값을 치렀다.
“기분이 좋아 보여.”
낙소문이 하는 말에 조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 구할 수 있을 줄은 몰랐거든.”
“그거 예전에 당문에서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들이지? 너 서의(西醫)를 배웠던 거야?”
당예상이 물었다. 그녀는 조윤이 당문에서 만들었던 의료도구들을 다 알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도구들을 쓴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그런데 아까 점원이 서역의 의원들이 쓰는 도구라는 말을 듣고 감이 왔다.
“응.”
“그럼 신의문에서 쓰는 의술도 서역의 의술인 건가? 전에 갔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는데.”
당예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윤은 처음에 신의문의 제자에게 의술을 배웠다고 했었다. 이후에 그녀는 스승인 당자기와 함께 잠시지만 신의문에서 의술을 배웠었지만 서역의 의술이 아니었다.
“그분이 어디에선가 따로 배운 거겠지. 빨리 가자. 배고프다.”
난처해진 조윤이 화제를 돌리면서 걸음을 빨리했다. 그 모습이 수상했으나 당예상은 생각을 접었다. 이랬든 저랬든 조윤의 의술은 그녀가 감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서 배울 것이 많았다.
* * *
객잔에 도착하니 약교연이 있었다. 사실 물건을 알아보러 다닐 때부터 꼬리가 붙어 있다는 걸 조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약교연이 붙인 사람이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나리. 서찰이 왔습니다요.”
점소이가 조윤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서찰을 건넸다. 그걸 받아본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굳었다. 서찰은 심허진인이 보낸 것이었다. 무당파에 역병이 돌고 있으니 한시바삐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군.’
언제고 터질 일이었으나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했다. 다행이라면 역병에 대비하는 방법을 적은 서찰을 무경을 통해서 보냈다는 거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약교연이 다가오자 조윤은 서찰을 접어서 품에 넣었다. 무당파에 역병이 번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서 좋을 게 없었다. 혹여 이틈을 타 공격해 올지도 몰랐다.
“서찰은 보냈어요?”
조윤이 전과 다름없이 물었다. 이에 약교연은 크게 안도했다. 혹여 계속 적대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이미 한 번 기가 눌린 상태라 조윤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약교연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보냈어.”
“물건을 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먼저 금가장으로 가세요.”
“함께 갈게.”
“제가 약속을 어긴 적이 있나요?”
약교연은 고개를 저었다. 조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말을 하면 반드시 지켰다. 오히려 그녀나 금가장 사람들이 여러 번 조윤을 속였었다.
“제가 가면 금가장에 모인 사람들을 전부 돌려보내야 해요.”
“무당파에 맞서지 말란 뜻이니?”
“그런 게 아니에요. 역병은 전염성이 강해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 있으면 치료를 하는 도중에도 병이 번질 겁니다. 환자들은 따로 격리해서 치료를 하고 이상이 없는 사람들은 빨리 보내야 해요.”
약교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조윤이 말했다.
“그래서 가라는 겁니다. 어차피 무당파와 싸울 것도 아니었잖아요.”
“그건…….”
말을 하려던 약교연이 입을 닫았다. 그 모습을 보고 조윤은 약간 의아했다.
‘마교나 무당파나 서로 위협만 하다가 흩어질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무당파의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조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숨겨도 세작이 있을 테니 결국에는 알게 될 터였다.
“지금 무당파에도 역병이 돌고 있습니다.”
약교연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조윤은 그녀가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경고를 했다.
“딴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여 무당파에 해를 입힌다면 마교 사람들은 치료하지 않겠습니다.”
약교연은 조윤을 뚫어져라 봤다. 모든 칼자루는 그가 쥐고 있었다. 조윤을 어떻게든 회유해야 했다. 또다시 그 필요성을 느낀 약교연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네 말대로 따를게. 하지만 우리가 먼저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 마교인들은 의심이 많거든. 무당파에서 먼저 모인 사람들을 돌려보낸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게.”
“알겠습니다. 가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혹여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럼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러지 않아.”
정말 그럴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약교연은 워낙에 영악해서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