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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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90화
제6장 초청 (2)
“하하. 이런 미인들과 함께 가니 기분이 좋습니다.”
함께 가던 편중옥이 사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는 신의문으로 가는 내내 당예상과 방소교에게 관심을 보였다.
여인이 의술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당예상과 방소교는 깊이가 상당했다. 그동안 조윤에게서 배운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편중옥은 그걸 마음에 들어 했다. 그 역시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굉장히 유명한 사람을 스승으로 두고 있었다. 바로 신의문의 문주이자 의선이라 불리는 태삼목이었다.
조윤 역시 그건 의외였다. 태삼목이 제자를 보냈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그쪽에서 조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호북에 들어서자 일행은 관도를 타고 무한까지 갔다. 무한은 호북의 성도라 그런지 꽤 복잡했다. 드넓은 대로 양쪽으로 상점이 즐비했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천의 성도와는 또 다른 생경한 느낌이었다. 인근에 객잔을 잡은 일행은 식사를 했다. 오늘은 거기에서 하루 묵어갈 계획이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리하면 합병증이 생기지 않을까요?”
편중옥이 방소교에게 물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당예상과 방소교, 두 사람과 계속 의술에 대해 토론을 했다. 그녀들의 실력을 시험하듯이 이것저것 묻기도 했고, 난제를 내놓고 의견을 듣거나 어떤 때는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조윤에게 묻기도 했는데, 아마 그게 목적인 것 같았다. 소청신의란 명성은 이미 천하오대신의와 버금갈 정도였다.
편중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조윤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조윤은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가 의술에 대해서 물으면 당예상이나 방소교에게 답을 하게 유도했다.
덕분에 여행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편중옥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조윤의 의술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천하오대신의에 견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처음에는 극진하게 예의를 차렸으나 지금은 편안하게 대하고 있었다.
당예상과 방소교는 그걸 좋게 보지 않았으나 조윤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합병증은 생기지 않을 거예요. 치료를 할 때 세균감염만 조심한다면요.”
“세균감염 말이오?”
“그래요.”
“흐음.”
편중옥이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생각에 잠겼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는 세균감염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한데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당예상의 말로는 사기(邪氣)가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거라고 하는데 이야기의 흐름으로 봐서는 그것만 뜻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슬쩍 조윤에게 몇 번 물었으나 웃기만 할뿐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때였다. 객잔 입구가 시끌시끌하더니 건장한 체구의 사내 다섯 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뒤로 묘령의 여인이 따라왔다. 바로 하후여연이었다.
그녀는 약간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편중옥과 조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방을 잡았습니다. 아가씨.”
“잠깐만요.”
하후여연은 곧장 조윤에게로 갔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여기에서 또 보네요. 단목 공자.”
“그러게요.”
조윤은 그녀가 객잔으로 들어설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이에 크게 놀라지 않고 인사를 받았다.
“식사를 하고 계셨나요? 저도 먹어야 하는데 합석을 해도 괜찮을까요?”
“그러세요.”
하후여연이 빈자리에 앉았는데 하필 그 옆자리에 편중옥이 앉아있었다. 그는 하후여연을 보고 살짝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다 그녀와 함께 온 다섯 명의 무장들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또 보는구려.”
무장 중 한 명이 알은 척을 했다. 조윤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상당히 예의가 없는 행동이었으나 서로 좋은 관계는 아니었기에 무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조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한 번 훑어보고는 동료들과 함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하후여연은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조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럼 신의문으로 가는 건가요?”
“그렇소. 여기는 내 일행이오.”
“당예상이에요.”
“반가워요. 방소교예요.”
“낙소문이에요.”
“나는 하후여연이에요.”
하후여연이 이름을 밝히자 당예상과 방소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낙소문 역시 그랬으나 워낙에 표정이 없어서 알아채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 봐요. 내 말이 맞죠?”
하후여연이 조윤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말했듯이 당신 이름이 예뻐서 그런 걸 거요.”
“호호. 여전하네요.”
음식이 나오자 그녀는 우아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당예상과 방소교는 그녀가 약간 껄끄러웠다. 조윤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편중옥의 태도가 이상했다. 지금까지 계속 쉬지 않고 입을 놀리던 그가 하후여연이 합석을 하자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묘한 기류가 흘렀으나 조윤은 상관하지 않았다. 결국 식사가 끝날 때까지 주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조윤과 하후여연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치만 살폈다.
“저도 신의문으로 가는 길이니 함께 가요.”
“신의문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거요?”
“당신과 같은 이유예요. 초청을 받았거든요.”
“의술을 할 줄 압니까?”
“이야기 안 했던가요? 이래 봬도 꽤 할 줄 아는데.”
“전혀 몰랐소.”
사실이었다. 하후여연과는 단지 한 번 만났을 뿐이고 깊은 대화는 나누지 않았었다. 그녀가 의술을 하는지 알 리가 없다.
“아무튼 잘되었네요. 그렇잖아도 혼자 가는 길이라 심심했었거든요.”
하후여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동행하게 된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후세가의 여식이라는 것도 그렇고, 조윤에게 친근하게 구는 모습도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다만 조윤만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겼다.
* * *
호북을 벗어나 안휘에 들어서자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이에 일행은 잠시 비를 피할 겸 길가에 있는 찻집에 들어갔다. 잠시 후 장대비가 내렸다. 차를 마시며 시원스럽게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다들 기분이 상쾌했다.
“세 분은 정말 의술이 뛰어나네요. 단목 공자는 분명 더 굉장하겠죠?”
편중옥은 하후여연이 동행을 한 이후로도 계속 당예상, 방소교와 의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하후여연도 어느새 거기에 끼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러나 조윤은 여전히 편중옥과 하후여연에게 선을 명확히 긋고 있었다. 계속 그래왔기에 편중옥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하후여연은 조윤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하며 자꾸 그 선을 넘으려고 했다.
“그럼요. 스승님의 의술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한 번은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왔었는데…….”
“방소교.”
“아.”
조윤이 부르자 방소교가 급히 입을 닫았다. 그러자 편중옥과 하후여연이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당예상, 방소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윤이 외상치료에 특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듣자니 당문 대공자의 잘린 팔을 붙였다는데 소문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당예상이나 방소교가 조금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조윤은 지금과 같이 그녀들의 입을 막았다.
그때 구석진 자리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한 게 아니오!”
“이봐! 괜찮나?”
“너 이 자식! 사람이 죽었잖아!”
무슨 일인가 싶어 조윤이 그쪽을 보니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세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한 명은 쓰러진 사람의 동료인지 두 사람을 향해 마구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검까지 뽑아들자 두 사람도 다급하게 무기를 꺼냈다.
“잠깐 기다리세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세 사람이 놀라서 조윤을 봤다. 그들은 조윤이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와 있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넌 뭐야?”
“아직 살릴 수 있어요.”
“뭐?”
“그분은 소청신의세요.”
세 사람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방소교가 소리치면서 다가왔다. 곧 낙소문과 당예상 등도 함께 오자 사내들은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뒀다.
그녀들의 행색이 범상치 않았고, 하후여연과 함께 오는 무장들의 기세가 사뭇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소청신의의 명성은 그들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이 정말 소청신의요?”
“그래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죠?”
“그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볍게 가슴을 쳤는데 갑자기 저렇게 꼬꾸라졌소.”
“암수를 쓴 것이 아니고?”
“아니요. 내가 이제 와서 당신들을 해칠 이유가 뭐가 있겠소?”
사실이 그랬다. 그들은 인근에 있는 상단 사람들이었다. 서로 경쟁 상대였으나 이번에는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오늘 자리를 마련한 건데 뜻하지 않게 상황이 이리 된 것이다.
“어때?”
당예상이 물었다. 조윤이 살펴본 바로는 심장마비였다. 심장은 일정한 박동으로 움직인다. 한데 예기치 않게 받은 충격이 그 박동과 일치가 되면 심장이 멈출 때가 있다. 흔하지 않은 일이나 그 같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의식이 없어. 호흡도 없고. 동공도 풀렸어.”
심장에 손을 대보니 역시나 박동이 전혀 없었다.
“심폐소생술을 해야겠어.”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을 겹쳐서 쓰러진 사람의 가슴에 대고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장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