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1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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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8화
제5장 편중옥 (2)
좌우측의 공격을 피하는 순간이었다. 앞에 있던 무장이 크게 한 걸음을 디디면서 내려치기를 했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그렇다고 막으면 검이 부러질 것이다.
그럼에도 조윤은 검을 들어 상대의 검을 막았다. 그러나 조윤의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검이 옆으로 흘러 땅을 때렸다.
콰앙!
“헛!”
뜻하지 않게 검로가 바뀌자 상대가 크게 당황했다. 이에 양쪽에 있던 무장들이 검을 휘둘러왔다.
조윤은 그들의 공격 역시 가볍게 검을 맞대어서 옆으로 틀어버렸다. 그러자 두 사람이 자신들의 힘을 이기지 못해 휘청하다가 급히 몸을 바로 했다.
‘편중옥이 저리 고수였던가?’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내내 지켜보던 무장이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살짝 썼다. 생각보다 무공이 너무 강했다. 어쩌면 저자는 편중옥이 아닐 수도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싸움에 끼어들었다. 뭐가 어찌 되었든 패배는 있을 수 없었다. 일단은 조윤을 제압한 후에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오만이었다. 조윤은 다섯 명이 촘촘하게 합격을 가하는데도 여유롭게 대처했다.
피할 수 있는 공격은 최대한 피하고, 피하지 못하면 공격을 받아서 옆으로 흘렸다. 그 바람에 무장들은 서로의 검이 강하게 부딪쳐 몇 번이나 놀라곤 했다.
일각 정도를 그렇게 싸우자 무장들은 조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윤이 손에 사정을 두고 싸우고 있었기에 그나마 그렇게 서 있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조윤이 처음부터 독하게 손을 썼다면 지금까지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굴욕적이었다. 그들은 황궁에서 제법 알려진 무장들이었다. 한데 약관으로 보이는 조윤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압!”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서 한 명이 무리하며 공격을 했다. 그로 인해 완벽했던 합격진이 깨졌다.
조윤이 노리던 바였다.
따앙!
“헉!”
횡으로 베어가던 검을 조윤이 내려치자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땅에 꽂혔다. 검을 놓았으면 괜찮으련만 그럴 여유가 없어 무장은 그대로 몸이 딸려가 휘청거렸다. 그 결과 어느새 조윤의 검이 목에 와 있었다.
한 명이 그렇게 제압당하자 네 사람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계속하겠소?”
조윤이 묻자 무장들이 서로 눈짓을 했다. 그러다 조윤의 정면에 있는 무장에게 세 사람의 시선이 모였다. 그들은 모두 동등한 위치였으나 평소 그가 대장 역할을 해왔었다.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소.”
그는 조윤에게 하대하지 않았다. 그가 편중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더구나 동료가 저리 잡혀 있었다.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뭐요?”
“정말 편중옥이 아니오?”
“흠. 나는 편중옥이 아니라 단목조윤이오.”
“하면 왜 여기에 있는 것이오?”
“나는 저기 이 층에 묵고 있소. 잠이 오지 않아 후원이나 한번 둘러볼 생각에 산책을 나왔다가 당신들을 만난 거요.”
“당신의 신분을 증명해줄 사람이 있소?”
“당문에 확인을 해보면 될 거요.”
당문을 언급하자 사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러더니 검을 집어넣으면서 동료들에게 말했다.
“검을 거둬라. 그는 편중옥이 아니다. 우리가 오해했다.”
“먼저 확인을 해 봐야 하는 것 아니야?”
동료 중 한 명이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고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편중옥은 경공술이 뛰어나지 저리 무공이 뛰어나지는 않아. 게다가 살기 위해 당문을 언급하지는 않을 거다.”
“그도 그렇군.”
그제야 무장들이 전부 검을 거뒀다.
“실례했소. 먼저 알아본 후에 손을 썼어야 했는데 상황이 다급해 어쩔 수가 없었소. 오해가 풀렸으니 그를 놔주시오.”
“당신들 멋대로 사람을 오해하고 공격을 하고서는 그런 투로 말하니 기분이 좋지 않군요.”
조윤의 말에 무장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 * *
“말했듯이 오해였소.”
“만약 내가 무공이 약했다면 당신들 검에 당했겠지.”
“그건…….”
“그래놓고 툭 사과 한마디면 다 되는 거요? 오해가 풀렸으니 놔주라고 했소? 그럼 이제 내가 오해를 해 보겠소. 당신들 혹시 나를 죽이기 위해서 온 자객들 아니오?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군.”
“무슨 말이오? 우리는…….”
무장 중 한 명이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려고 하자 옆에 있던 무장이 급히 말렸다.
“그만.”
그제야 말을 하려던 무장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닫았다.
“당신들이 황궁에서 나왔다는 건 알고 있소.”
조윤의 말에 무장들이 서로 눈짓을 했다. 그러다 아까처럼 대장 역할을 하는 무장에게 시선이 모였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거요?”
“무림은 그런 대검을 쓰지 않소. 경갑을 입고 다니지도 않지. 검법도 특이하고 합격에 능하니 황궁에서 나온 이들이겠지. 그렇게 단서를 줄줄 흘리는데 어린아이라도 알 수 있지 않겠소?”
“음…….”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급하게 오는 바람에 변복을 하지 못했다. 좀 더 신중했어야 했거늘.
“원하는 게 뭐요?”
“정중한 사과.”
뜻밖의 말이었다. 그들은 조윤이 과한 것을 요구할 줄 알았다.
“그거면 되는 거요?”
“보아하니 갑옷을 벗고 오지도 못할 정도로 다급했던 것 같은데, 충분히 이해하오. 살다 보면 오해를 할 수도 있고. 그러나 그건 당신들 사정이오. 실례를 했으면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응당 옳지 않겠소? 한데 모르고 검을 휘둘렀다. 그걸 알았으니 이제 가라, 이런 식의 말투는 아니지. 당신들이 황궁에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정체를 밝힐 수조차 없지 않소? 더구나 나보다 약하고. 당신들이 누구건 내게 검을 휘둘렀을 때 나는 당신들을 전부 베어버릴 수 있었소.”
조윤의 말은 전부 옳았다. 이에 잠시 생각을 하던 무장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최대한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우리가 무례했소. 용서를 바라오.”
“옆구리 찔러 절 받기로군. 됐소.”
조윤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거뒀다. 그러자 지금까지 잡혀 있던 무장이 목을 한 번 슥 만지면서 물러났다.
“다시 보지 맙시다.”
황궁 사람들과는 얽힐 일이 없었다. 이에 차갑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한데 생각지도 않게 별채에 있던 여인이 붙잡았다.
“잠시 기다리세요.”
조윤이 돌아보니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고운 외모의 여인이었다. 입고 있는 옷을 봐서는 꽤 귀한 집의 여식 같았다. 하긴 무장이 다섯 명이나 붙어 다닐 정도니.
“뭐요?”
“저들의 무례를 사과드리고 싶어요. 잠깐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내주시겠어요?”
“아가씨! 굳이 그럴 필요는…….”
“아니요! 당신들은 오늘 나를 여러 번 실망시키는군요. 이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요.”
여인이 싸늘한 시선으로 무장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무장들이 머쓱해져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까 들어보니 당문 사람인 것 같은데, 명문가의 자제를 이리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차라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
여인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이야기를 하니 조윤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소. 그럼 잠시만 시간을 내겠소.”
“고맙습니다.”
조윤이 여인을 따라 별채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장들이 뒤따라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이 따가운 시선으로 노려보자 흠칫하며 멈춰 섰다. 그들이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여인이 그제야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앉으세요.”
조윤이 의자에 앉자 여인이 다기(茶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정성들여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서 조윤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청차예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입맛이 까다롭지 않소.”
“다행이에요.”
여인이 차를 내밀었다. 그러자 조윤이 잠시 향을 음미하다가 한 모금 마셨다. 입 안이 잠시 맑아졌다가 쓰지만 진한 여운이 남았다.
“좋군요.”
“고마워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낙엽을 내밀었다. 아까 조윤이 던진 낙엽이었다.
그제야 조윤은 여인이 왜 자신에게 차를 대접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여인은 조윤이 무장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면서 아까 낙엽을 던진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이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부른 것이다.
방금 고맙다고 한 것은 차 맛이 좋다고 한 것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아까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인사였다. 다만 밖에서 무장들이 대화를 듣고 있어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한 것이다. 참으로 영리한 여인이었다.
“이름이 뭐요?”
조윤이 묻자 여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하후여연이라고 해요.”
하후세가는 막강한 군벌가문이었다. 하후세가의 가주이자 그녀의 할아버지인 하후만청은 황제조차도 인정을 해주는 대장군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실세였다.
조윤 역시 하후세가에 대한 건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을 둔 적이 없어서 그리 대단한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와 닿는 것이 없었다.
“별로 놀라지 않는군요.”
“놀라야 하는 거요?”
“아니에요. 사람들은 제가 이름을 밝히면 대부분 놀라거든요.”
“이름이 예뻐서 그럴 거요.”
조윤의 악의 없는 농담에 하후여연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저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 붙잡은 것뿐인데 의외로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아까 들으니 당문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맞나요?”
“내 이름은 단목조윤이오.”
당문인 것을 물었는데 조윤이 이름을 말하자 하후여연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다 이어지는 조윤의 말을 듣고 또다시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 이름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군.”
“호호. 놀라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소. 다만 내 이름을 들으면 다들 놀란다오.”
“우린 공통점이 있군요.”
“그러게 말이오.”
“강호에 이리 재미있는 분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당신 같이 착하고 아리따운 소저에게만 그렇소.”
조윤의 말에 하후여연이 또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안에서 그렇게 계속 웃음소리가 나자 무장들은 다시 의심이 싹 텄다. 하후여연이 저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조윤이 편중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대화를 듣고 편중옥이 아니라는 데 확신을 가졌다. 조윤이 누군지 정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호에서 유명하신 분 같은데 왜 제가 모를까요?”
“사람들은 나를 의룡이라고 부르오.”
“의룡? 혹시 소청신의라 불리는 분이신가요?”
“그렇소.”
“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의룡은 조윤이 사천에 와서 얻은 명성이었다. 그 전에는 소청신의라 불렸었다. 그 때문에 황궁에는 소청신의로 더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젊은 분일 줄은 몰랐어요.”
“들은 적이 있나 보군요.”
“물론이에요. 선의로 의술을 베푼다고 들었어요. 의술이 대단해서 천하오대신의와도 견줄 정도라고 하더군요.”
“과찬이오.”
“단목 의원님과는 조만간 다시 만날 것 같아요.”
“이유가 있소?”
“곧 알게 되실 거예요.”
조윤은 하후여연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궁금했으나 굳이 계속 묻지 않았다. 그럴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곧 알게 된다니 기다리면 알 일이었다.
“밤이 늦었군. 이만 가야겠소. 차 잘 마셨소.”
“천만에요. 즐거운 만남이었어요.”
조윤이 밖으로 나오자 무장들이 옆으로 물러섰다.
“곧 다시 보게 될 거예요.”
“기대하겠소.”
하후여연은 멀어지는 조윤의 뒷모습에서 쉽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무장들을 향해 말했다.
“그를 그대로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알면 됐어요.”
미련이 남는지 하후여연은 한 번 조윤이 사라진 곳을 힐끗 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