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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3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5화

장한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그렇지!’

장천운은 쾌재를 부르며 문 옆에 있는 쇠꼬챙이를 재빨리 집어 들었다.

녹이 잔뜩 슬긴 했지만, 끝이 뾰족해서 배때기에 구멍을 내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장천운은 쇠꼬챙이를 들자마자 전력을 다해서 달려들었다.

‘죽엇!’

기회는 한번 뿐.

배때기에 구멍을 내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천운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장한이 쇠꼬챙이를 잡고는 슬쩍 잡아당기자, 장천운의 몽이 붕 뜨더니 한쪽으로 가서 처박혔다.

떼굴떼굴 두어 바퀴를 구른 장천운은 벌떡 일어나서 쇠꼬챙이로 장한을 가리켰다.

충격이 제법 심했지만, 엄살 부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방심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를 악문 그는 장한을 노려보았다.

‘씨발!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눈두덩에 정통으로 돌을 맞았는데도 별 충격이 없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서는 전보다 배는 더 싸늘한 독기를 흘리면서.

그리고 바라보는 사이, 눈두덩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서 더 무섭게 보였다.

“어이가 없군.”

장한은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어린 꼬마에게 당하다니. 이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네놈은 이제부터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장한의 몇 마디 말만으로도 장천운은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좆 됐군.’

그런데 아직 장천운의 운이 다 끝난 것은 아닌 듯했다.

“여기 계셨군요, 사령주.”

장한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불길하게도 회색 무복을 입은 자였다.

“무슨 일인가?”

“일령주께서 소집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어디 계시지?”

“흑월루에 계십니다.”

장한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나 먼저 갈 테니, 네가 저놈을 끌고 와라.”

“번거로우실 텐데, 그냥 죽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끌고 와. 몇 가지 알아볼 게 있으니까.”

 

***

 

회색무복의 장한은 장천운의 혈도를 제압한 후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갔다.

‘지미, 내가 돼지새끼야? 묶어서 질질 끌고 가게.’

장천운은 불만이 많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처음에는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폈다.

“알아서 걸어가겠수. 도망가지 않을 테니 걱정 마슈.”

그랬더니 당장 발이 날아왔다.

발길질이 어찌나 센지 배가 그대로 뻥 터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죽일 마음은 없는지 진짜 터트리지는 않았다.

놈은 그가 입을 쩍 벌리고 바닥을 기는 게 재미있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귀찮아. 그런데 사령주께서 끌고 오랬거든.”

진짜 재수 없는 놈이었다.

아마도 사령주라는 작자의 이마에 난 상처의 원인을 짐작한 듯했다.

놈은 쓰러져 있는 장천운을 두어 대 더 때리고는 한쪽에 있는 밧줄로 묶었다.

다음부터는 밧줄을 꼬아놓지 말아야할까 보다.

뭐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흑월루가 가까워지면서 장천운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졌다.

흑월루까지 가는 홍구로에 수십 명이 엎어져 있었다.

그 중 십여 명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팔다리가 괴상하게 꺾어져 있고, 어떤 사람은 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참혹하게 죽은 시신들.

모두 장천운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흑월회의 형제들.

그런데도 이상하게 슬프다든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화만 조금 날 뿐.

이미 짐작해서 그런 것인가?

‘그 독사가 령주라는 작자와 흑월루에서 만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지. 씨발. 대체 왜 무슨 일이야?’

흑월루 안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여기저기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흑월회 사람들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한명후와 이한, 조두심이 걱정되었다.

그들은 외로운 장천운에게 형제나 같은 사람들이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

‘만약 그 형들까지 죽었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내가 지옥에 가게 되면 네놈들을 악착같이 끌어가서 두고두고 괴롭혀 주마.’

 

회색무복의 무사는 장천운을 묶은 밧줄을 털듯이 가볍게 휘둘렀다.

장천운의 몸이 붕 뜨더니 마당에 떨어졌다.

퍽!

‘크윽! 씨발 놈! 내가 장난감이냐?’

비명을 안으로 삼킨 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마당 저편에 세 사람이 서있었다. 그 중 가운데 서있던, 말대가리처럼 얼굴이 길쭉한 자가 턱짓으로 장천운을 가리켰다.

“저놈인가?”

“예, 일령주.”

일령주라는 자가 힐끔 사령주의 이마를 쳐다보았다. 입가에 보일 듯 말듯 실소가 번졌다.

사령주는 이마를 찌푸리고는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시체를 하도 많이 봤더니 독사눈도 덜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장천운도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적으로 독사눈의 입술이 옆으로 비틀렸다.

그 모습을 본 장천운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재빨리 눈길을 깔았다.

‘괜히 봤네. 성깔 좀 부리겠는데?’

그래봐야 죽기밖에 더하겠는가마는, 죽는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정말 큰 실수였다.

“잡아놓은 놈들 전부 데려와.”

일령주라는 자가 옆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회색무복을 입은 자들 셋이 한쪽으로 가더니 밧줄에 묶인 사람들을 끌고 왔다.

모두 여섯 명.

그들을 본 장천운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형들은 무사하군!’

그랬다. 한명후와 이한, 조두심은 다행히 무사했다. 많이 다친 것처럼 보이지만 추소철도 시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구대까지 살아 있었다. 그 점은 조금 불만이었다.

왜 저런 자식을 살려둔 거지?

회색무복의 무사들이 끌고 나온 사람을 모두 마당에 무릎 꿇렸다.

 

“이제부터 몇 가지 묻겠다. 제대로 대답하면 너는 물론 네 친구들도 살려주마.”

사령주란 자가 장천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장천운은 눈을 내리깐 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눈두덩을 찢어놓은 상대를 그냥 살려줄 놈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정말로 죽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참혹하게 죽이겠지?

저 독사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도대체 저 같은 꼬마에게 뭘 물어보시겠단 건가요?”

장천운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자신을 꼬마라고 자칭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른 놈이 그렇게 불렀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

사령주는 눈썹 한 올 꿈쩍하지 않았다. 그도 이제는 장천운이라는 꼬마가 얼마나 독하고 교활한 놈인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네 집에 있던 늙은이. 어디로 갔지?”

“저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일어나 보니 없더라니까요? 정말이에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사령주는 장천운을 뚫어지게 노려보더니 질문을 바꾸었다.

“그 늙은이를 언제 만났지?”

“아마 일 년쯤 되었을 거예요. 강에 빠져 있는 걸 건졌죠.”

사실이었다. 그것까지 거짓말 할 이유는 없었다.

다행히 사령주라는 독사도 그 말은 믿어주었다.

“좋아. 이제 사실대로 말하는군.”

“감사합니다. 그럼 살려주시는 건가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사실대로 말하면 살려주마.”

“그럼 어서 물어보세요.”

“그 늙은이의 이름이 뭐지?”

“그건 정말 몰라요. 저는 그냥 무 노인이라고만 불렀어요.”

순간, 독사가 슬쩍 발을 뻗었다.

퍽!

장천운은 복부에 강력한 충격을 받고 숨이 턱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얼굴이 빨개진 그의 몸이 잘게 떨렸다.

사령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장천운을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서 짧게 명을 내렸다.

“쳐라.”

순간, 추소철 등을 끌고 나온 회색무복 장한이 망설이지 않고 칼을 뽑았다.

직후 한줄기 바람이 허공을 갈랐다.

서걱!

맨 오른쪽에 있던 흑월회 건달의 머리가 옆으로 꺾였다. 그와 동시에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분수처럼 솟구친 핏줄기가 구대의 얼굴로 쏟아졌다.

구대는 흙빛이 된 얼굴로 덜덜 떨었다.

사령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장천운에게 다시 물었다.

“다시 묻지. 그 늙은이 이름은?”

“무, 무 노인…….”

퍼벅!

“늙은이 이름은?”

“무…….”

퍽!

“저, 정말 무 노인…… 이야, 씨발…….”

사령주는 더 이상 때리지 않았다.

장천운이 그 상황에서도 욕을 할 줄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대신 한쪽에 앉아 있던 일령주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자네 말대로 정말 독한 놈이군.”

사령주의 이마에 골이 두 줄로 파였다. 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정리하고 평소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령주, 이 꼬마를 더 심문해봐야 얻을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정리하고 그 늙은이의 뒤를 쫓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이령주와 삼령주가 쫓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신호도 없는 걸 보면 발견하지 못한 것 같군. 좋아, 사령주 말대로 하찮은 놈들 상대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그를 쫓는 게 낫겠지.”

“그럼 제거하겠습니다.”

사령주는 고개를 슬쩍 숙이고는, 고개를 돌려서 독사눈으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자, 잠깐만…….”

장천운이 급히 입을 열었다. 가슴이 콱 막혀서 한마디 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대답할 마음이 생겼느냐?”

“일단…… 저기 저놈부터…… 죽여 줘.”

“뭐?”

“저 새끼…… 죽이면 말해주지.”

장천운이 떨리는 손을 들어서 구대를 가리켰다.

구대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처, 천운아. 살려줘. 살려줘!”

“올 봄에…… 조칠이 그렇게 사정할 때…… 너는 어떻게 했지? 웃으면서 조칠의 눈을 빼지 않았어? 좆같은 소리 하지 마.”

장천운이 새파란 눈으로 구대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하고는 사령주를 돌아다보았다.

“저놈의 눈알을 빼고…… 목뼈를 부러뜨려서 죽이면…… 사실대로 말하겠어요.”

이마를 찌푸리고 있던 사령주가 한쪽에 서있는 회색무복의 장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회색무복을 입은 장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구대에게 다가갔다.

“네 친구가 너의 죽음을 바라는군.”

담담히 말한 그는 덜덜 떠는 구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구대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는 이미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끄아아아!”

“이렇게 눈알을 빼고, 다음에 목뼈를 부러뜨려서 죽이면 되겠지?”

회색무복을 입은 장한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구대의 목을 움켜쥐었다.

우드드득.

목뼈가 부러진 구대의 머리가 괴이한 각도로 꺾어졌다.

“확실히 목뼈를 부러뜨리니 조용해서 좋군.”

사령주는 구대가 죽자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네 말대로 저놈을 죽였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라. 그 늙은이의 이름이 뭐지?”

장천운은 구대가 처참하게 죽자 속이 다 시원했다.

구대의 교활한 술수에 걸려서 비참하게 죽은 형제만 해도 다섯 명이 넘었다. 그 중에는 장천운보다 두 살이나 어린 아이도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구대는 깨끗하게 죽은 편이었다.

구대의 처참한 죽음으로 기분이 좋아진 장천운은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사실대로 말하죠. 내가 아는 그 노인의 이름은…… 진짜로 무 노인이야.”

말을 마친 그는 씩 웃어주었다.

‘조까, 어디 죽이려면 죽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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