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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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4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17화
무진특조 중 무화원으로 배정된 사람은 일조에서 다섯, 이조에서 셋, 삼조에서 둘이었다.
일조에서는 조장인 구산만 빠졌고, 이조에서는 류화와 이능능, 연송하가 무화원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삼조에서는 여귀와 섭중화가 자청해서 합류했다.
류화가 배정된 것에 대해서 모두가 의외로 생각했는데, 소문으로는 그녀가 원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수혼대 대원의 무복이 주어졌다.
짙은 갈색 무복의 가슴에 ‘수혼(守魂)’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경장.
수혼대원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들은 다음 날부터 사흘 동안 특별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대부분 무화원에 대한 것과 소성주에 관련된 사항이었다.
그 외의 어지간한 것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고 눈이 닳도록 숙지한 상태여서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교육을 마치자 냉원상은 류화와 이능능, 연송하를 소성주의 시비로 배치했다.
말이 시비지 주 임무는 호위였다.
그리고 남자 일곱 명은 기존의 수혼대에 합류시켰다.
일곱 명의 남자 대원들은 안내하는 무사를 따라 수혼대의 거처로 들어가서 죽 늘어섰다.
그들을 바라보는 수혼대원들의 눈빛이 샛별처럼 반짝였다.
“어이구, 신입무사님들께서 오셨구만.”
“흠, 몸을 보니 실력이 괜찮게 생겼는데?”
“어서들 와라. 정말 반갑다.”
수혼대원들은 오랜만에 들어온 젊은 무사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마치 전쟁터에서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살아서 돌아온 기분이랄까?
그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성주를 호위한다는 것은 영광된 일이긴 하나 제약이 많이 뒤따랐다.
그들은 자유롭게 밖을 나다닐 수도 없었고, 큰 행사가 있으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심지어 임무 특성 상 호위무사로 있는 동안에는 혼인도 할 수 없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감옥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신입이 들어왔으니, 잘하면 몇 명 정도는 다른 곳으로 배정될 수 있었다.
“나는 일조 조장 이철궁이다. 그쪽부터 자신을 소개해봐라.”
싸늘한 눈빛을 가진 삼십대 후반의 중년인이 턱짓으로 진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름 진구. 나이는 스물셋이오.”
그게 전부였다. 진구는 그 말만 하고 입을 닫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관이 말했다.
“오관. 스무 살.”
진구보다도 말이 더 짧았다.
“사명학, 스물두 살이오.”
사명학마저 무뚝뚝하게 이름과 나이만 말하자, 수혼대원 두엇이 피식 실소를 지었다.
“그놈들, 성격이 마음에 드는데?”
“이거 환영식을 너무 대충해서 그런가? 조장, 우리 환영식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떻겠수?”
이철궁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들은 말이 있기에 조금 더 참았다.
“어허, 애들이 아직 이곳 규칙을 몰라서 그런 것 아니냐? 참아. 이봐, 이번에는 네 차례다. 말해 봐.”
“저는 유고원입니다. 항주가 고향이죠.”
“흠, 그래? 그럼 너는?”
“이름은 여귀요. 스물두 살이고, 강주 출생입니다.”
“섭중화요. 신양 섭가장(聶家莊)이 집이오.”
섭가장 사람이라는 말에 이철궁이 흠칫했다.
섭가장은 십이지부 중 하나로, 섭씨 성을 쓴다면 장주의 가족이라는 뜻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호오, 섭평산 지부장과는 어떤 사인가?”
“백부님이시오.”
“그래? 지부장의 조카가 호위무사로 들어오다니, 뜻밖이군. 어쨌든 잘 왔다. 어이, 너도 말해봐라.”
이철궁이 마지막으로 장천운을 향해 턱짓을 했다.
장천운은 고저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장천운. 무창 흑월회 출신이오.”
“흑월회? 무창에 그런 문파가 있었나?”
“무창의 뒷골목에서는 그래도 알아주죠.”
이철궁이 장천운을 빤히 쳐다보다니 입술을 비틀며 조소를 지었다.
“자식, 사람 웃길 줄 아는군.”
수혼대 몇 명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크크크, 흑도건달이 출세했군.”
“그놈, 나중에 돌아가면 어깨에 힘 좀 주겠는데?”
“힘만 줘? 문파를 하나 세울 수도 있을 걸?”
장천운은 그들의 비웃는 소리를 듣고도 눈빛 한 점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옆에 서있던 여섯 명의 신입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알까? 자기들이 비웃고 있는 흑도건달 출신에게 경혼당주의 아들이 박살났다는 걸.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무섭게 변했다는 걸.
그때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던 사십대 초반의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소개를 마쳤으면 이제 각조에 인원을 배정하지.”
그가 삼조 조장인 관철양이었다. 강호에서는 풍사도(風沙刀)라 불리는 자.
***
신입 남자 대원 일곱 명은 일조에 둘, 이조에 둘, 삼조에 셋이 배정되었다.
삼조의 대원 둘이 열흘 전 의문사를 당하는 바람에 삼조에 한 사람이 더 배정된 것이다.
섭중화와 여귀는 일조에, 사명학과 유고원은 이조, 장천운은 오관, 진구와 함께 삼조에 속했다.
장천운 등이 삼조의 거처로 들어가자, 관철양이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얼마 전 우리 삼조의 조원 둘이 죽었다. 나는 또 다시 조원들을 잃고 싶지 않다.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진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분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알아야 비상 시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모른다. 혈맥이 파열되어 죽었다는 것밖에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범인을 찾지 못했단 말씀입니까?”
“아직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에 대해서는 율검당(律劍堂)이 조사하고 있으니 조사가 끝나보면 알겠지.”
조용히 듣고만 있던 장천운이 그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구천성 내부입니까?”
“내부는 아니다.”
“이상하군요. 율검당은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말이 맞다. 원래대로라면 벽호당(壁護堂)이 맡아야 하지. 그런데도 율검당이 이번 일을 맡게 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 다 말해주기에는 이르니, 너희들은 그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임무에만 충실해라.”
장천운은 의문이 남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련곡에서 나오기 전에 유진생이 그랬다. 구천성의 수뇌부가 질척질척한 혼돈에 빠져 있다고. 그래서 소성주를 지키기 위해 호위무사를 기른 거라고.
‘이곳도 요지경인 것은 뒷골목이나 마찬가지군.’
장천운이 첫 임무에 나선 것은 그날 오후였다.
신시(申時:오후3시~5시)부터 자시(子時:오후11시~오전1시)까지 소성주의 거처인 소천전을 지키는 임무였다.
그와 오관, 진구는 수혼대 삼조 대원과 함께 관철양을 따라서 소성주의 거처로 갔다.
구천성의 경비를 책임진 부서는 경천단(警天團)으로, 별원 역시 경천단에서 파견된 무사들이 경비를 맡았다.
다만 그들은 외부경비만 했고, 수혼대가 전각 내부에 머물며 소성주 측근에서 근접 경호를 했다.
전각은 이층으로 되어 있고, 소성주의 방은 이층에 있었다.
수혼대 대원 열한 명 중 여섯은 일층에서, 다섯은 이층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장천운이 맡은 곳은 이층 회랑의 동쪽 끝에 있는 계단 옆이었다.
서쪽 끝에는 삼조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강초가 서있고, 중앙의 소성주의 방문 앞에도 대원 두 명이 서있었다.
그들 사이를 관철양이 발걸음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오갔다.
전각 안에는 최소한 이십 명 이상 있는데도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간혹 회랑 중앙에 있는 소성주의 방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았다.
뚜벅, 뚜벅…….
이각쯤 지났을 때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왔다.
시비가 차를 들고 올라오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이능능이었다.
장천운을 본 이능능은 싱긋 미소를 짓고는 소성주의 방으로 향했다.
보란 듯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하지만 장천운은 그녀가 남자들 뺨칠 정도로 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엉덩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연송하라면 또 몰라.
이능능이 방으로 들어가고 일각쯤 지났을 때 소성주의 방문이 열렸다.
비단무복을 입은 소녀가 이능능과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미부(美婦)를 거느리고 밖으로 나왔다.
삼십대 중반의 여인은 단봉선자(丹鳳仙子) 소연추였다.
그녀는 소성주 사마경을 어릴 때부터 돌보던 보모였는데, 정사(正邪)를 통틀어 여고수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절정고수였다.
장천운은 자세를 똑바로 하고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녀는 눈 밑을 면사로 가려서 얼굴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저 소녀가 소성주인가?’
말로만 들었을 뿐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소성주는 어릴 때 병을 앓아서 얼굴피부를 상했다고 했다. 면사로 얼굴을 가린 것도 그 때문이고.
그녀는 지하에 특별히 마련된 수련장에서 무공을 수련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지낸다고 알려져 있었다.
말도 별로 없어서, 수혼대원 중 소성주와 말을 나누어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구천성의 소성주면 뭐해? 그렇게 지내느니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낫지.’
그가 바라보는 동안 관철양과 강초 등 네 명의 수혼대원들이 소성주를 호위한 채 계단 쪽으로 다가왔다.
장천운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한쪽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숙였다.
소성주가 슬쩍 눈을 들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도 이번에 들어왔다는 신입인가?”
그녀의 질문에 관철양이 즉시 대답했다.
“예, 소성주. 장천운이라는 대원입니다.”
소성주 사마경은 잠시 장천운을 바라보더니 몸을 계단 쪽으로 돌렸다.
장천운은 고개를 들고 소성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소성주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읽은 글이 있었다.
소성주는 누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또한 얼굴 때문에 짜증을 자주 낸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뜻.
책에는 그런 이유 때문에 소성주를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말하는 투와 영롱한 눈빛으로 봐선 생각했던 것만큼 심각하진 않은 듯했다.
‘성격이 개차반일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이군.’
장천운은 사마경과의 첫 대면을 그렇게 마치고 뒤를 따라갔다.
***
수혼대에 합류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장천운이 방에서 쉬고 있는데 삼조 대원인 정풍삼이 들어오며 말했다.
“장천운, 총사께서 부르신다.”
장천운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드디어 총사가 자신을 찾는다. 오 년 전 강련곡에 들어간 이후 처음이다.
장천운이 총사의 추천으로 강련곡에 들어갔다는 걸 모르는 삼조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총사 우문각은 대 구천성의 서열 구위다.
다만 공식적인 서열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서열 사위로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였다.
그러니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총사와 어떤 관계냐?”
관철양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장천운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무창에서 사밀령 사령주에게 맞아죽기 직전이었을 때, 총사가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목줄을 매달아서 끌고 왔지요. 그 바람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겁니다. 근데 그 양반이 왜 또 찾는 건지 모르겠군요.”
장천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나섰다.
뒤에서 그를 쳐다보는 삼조 대원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정말일까? 장난하는 것 아냐? 그런 표정.
그들을 향해 진구가 말했다.
“사실입니다. 수련생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죠.”
오관이 한마디 덧붙였다.
“당시 사밀령 사령주의 이마에 상처를 냈다고 들었습니다.”
우문각의 거처인 비령각(秘靈閣)은 구천성 서북쪽에 있었다.
비령각에는 모두 다섯 명의 군사가 머물렀고, 그들의 두뇌에서 구천성을 움직이는 대부분의 계책이 나왔다.
‘대가리를 굴리는 자들이 있는 곳답게 분위기가 음침하군.’
장천운은 비령각에 대한 첫인상을 그렇게 평하며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너구리굴의 대장을 만난다. 할 일 없어서 얼굴이나 보려고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목적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