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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5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2화

“무슨 이야기?”

“어차피 길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니까, 거두절미하고 간단하게 말하지.”

“말해 봐.”

“총사가 왜 너를 이곳에 집어넣었지?”

“여태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하긴 말 못할 것도 없지. 총사는 나더러 열심히 수련해서 소성주의 호위무사가 되라더군.”

“정말 그 이유뿐이냐?”

“그게 아니면 내가 뭐 하러 이런 곳에 들어와서 개고생을 해?”

백리우진은 장천운의 속을 다 들여다볼 것처럼 싸늘한 눈빛으로 직시했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의 눈빛에 눈썹 한 올 흔들리지 않았다.

심령을 뒤흔드는 총사의 눈빛을 경험한 그였다. 백리우진의 눈빛 정도는 봄 햇살처럼 느껴질 뿐.

“왜 그렇게 쳐다 봐?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묻지를 말던가.”

“사실이라면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

“내 밑으로 들어와라. 너를 내 오른팔로 삼아주마.”

피식.

장천운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백리우진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지금 나를 비웃는 거냐?”

“이봐, 사호.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 것 아냐?”

“내가 뭘 착각하고 있다는 거냐?”

“내가 소성주의 호위무사가 될 거라고 말했지? 그럼 네가 소성주보다 높아?”

“…….”

“네가 소성주보다 높은 신분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지.”

“물론 그건 아니다. 하지만 소성주의 호위무사가 되는 것보다는 나를 따르는 것이 너에게도 이득이 될 거다.”

“글쎄,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생각이 다르거든?”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텐데?”

“후회? 여기서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 말에 백리우진이 냉소를 지었다.

“죽진 않아도 그 이상의 고통을 겪게 될 거다.”

능글능글하던 장천운의 표정도 차가워졌다.

“내가 무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 네가 그걸 모르는 한 나를 굴복시킬 순 없을 거다, 백리우진.”

“끝내 거부하겠다면 하는 수 없지.”

“우리에게 맡겨, 조장.”

도양문과 단수인이 앞으로 나섰다.

백리우진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장천운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도양문과 단수인을 바라보았다.

둘뿐이라면 해볼 만했다.

문제는 백리우진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승부를 빨리 내기 위해서 그가 끼어들지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본 백리우진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으니까.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다, 너구리같은 놈!’

장천운은 숨을 천천히 들이켠 후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일 장 거리까지 접근한 도양문과 단수인이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흑도건달 새끼가 어디서 감히 조장의 제안을 거부해?”

“지금이라도 무릎 끓고 싹싹 빌어라. 그럼 용서해줄지 모르니까.”

두 사람이 장천운의 감정을 건드렸다. 하지만 그런 말싸움은 흑도 출신인 장천운이 한 수 위였다.

“사람이 개처럼 짓는 걸 오랜만에 보는군. 둘 다 개띠인가?”

“이 건방진 새끼가!”

도양문이 먼저 버럭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빠르게 내지른 두 손이 교차하는가 싶더니 강한 장력이 장천운을 향해 밀려갔다.

장천운은 어깨를 앞뒤로 기묘하게 흔들며 장력 속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듯했다.

그런데 도양문의 장세가 장천운의 어깨를 스치듯 지나가면서 급속히 소멸되었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것.

그 점이 바로 혼천수라권의 특징 중 하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은, 주먹뿐만이 아니라 팔 전체를 다 쓴다는 점이다.

번개처럼 빠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헛!”

도양문은 자신의 장력이 순간적으로 소멸되고 장천운의 주먹이 날아들자 헛바람을 삼키며 황급히 몸을 틀었다.

순간, 뻗어가던 주먹의 방향을 직각으로 꺾은 장천운이 손등으로 도양문의 어깨를 후려쳤다.

“윽!”

도양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르륵 물러섰다. 방향을 바꾼 손등에 맞았을 뿐인데도 어깨뼈가 부러지는 듯했다.

지켜보던 단수인이 눈을 부릅뜨고 공격에 가담했다.

“어디 내 공격도 받아봐라!”

그의 눈에는 도양문이 엉성한 주먹질에 당한 것처럼 보였다.

멍청하게 저 따위 주먹질에 당하다니!

그는 도양문을 대신해서 장천운에게 복수라도 해주려는 듯 수련용 철검을 휘두르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장천운은 일단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철검이 비록 날이 없는 수련용이라 하나 정통으로 맞으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더구나 도양문도 큰 부상은 아닌 듯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재차 달려들었다.

그는 일단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하면서 빈틈을 노렸다.

‘백리우진이 가세하기 전에 한 놈이라도 쓰러뜨려야 해.’

 

한편, 백리우진은 매처럼 예리한 눈으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언뜻 보면 장천운이 밀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비등한 대결이었다.

‘역시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

그렇다면 자신이 나서는 수밖에.

그는 두 손에 공력을 집중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죽이는 게 제일 깨끗했다. 그러나 죽이면 문제가 커진다. 자신이 아무리 백리호의 조카라 해도 벌을 피할 수 없다.

‘죽이지만 않으면 돼.’

죽일 수 없다면, 병신을 만들어서 무공을 익히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벌을 받아봐야 강련곡에서 쫓겨나는 정도. 그 정도는 벌도 아니다. 어차피 자신은 남의 호위무사로 살아갈 생각이 없으니까.

장천운은 백리우진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이제 저 자식까지 나서는군.’

이제 도주하든가, 아니면 끝장을 봐야 한다.

도주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끝장을 보자니 패배할 확률이 열 중 아홉이다.

‘일단 피하고 보자.’

오늘 일의 대가에 대해선 나중에 따져도 될 일.

그는 단수인과 도양문을 향해서 광풍폭우처럼 팔권을 내지르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눈치 챈 백리우진이 한발 먼저 그를 향해 몸을 날리며 쌍장을 뻗었다.

“흥! 도망가려고?”

장천운도 피하지 못하고 삼권을 내질렀다.

‘여우같은 놈이 눈치는 되게 빠르군.’

콰쾅!

충돌음과 함께 장천운이 뒤로 대여섯 걸음 주르륵 밀려났다.

‘빌어먹을, 역시 공력에서 너무나 딸리는군.’

반면 백리우진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선 후 두 손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네가 택한 길이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냉랭하게 말한 그가 장천운을 향해 죽 나아갔다.

일 장 거리까지 다가간 그는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흔들었다.

촤르르르.

부채를 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막강한 경력이 쏟아졌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십이권을 빠르게 펼쳐서 방어막을 형성했다.

몇 초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백리우진의 장력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는 더 강했다.

‘제기랄!’

미처 뒤로 빠질 새도 없이 백리우진의 장력이 방어막을 부수고 장천운의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장천운이 빠르게 팔 권을 펼쳐서 백리우진의 공격을 막았건만 공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백리우진은 월등히 나은 공력을 바탕으로 장천운을 압박했다.

결국 오초 만에 백리우진의 우수가 장천운의 옆구리에 꽂혔다.

펑!

얼굴이 일그러진 장천운은 세 걸음을 물러선 후 이를 악물었다.

창백한 표정. 속에서 비릿한 혈향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아무래도 맞는 순간 진기가 내부로 침습해서 내상을 입힌 듯했다.

백리우진이 그런 장천운을 노려보며 냉랭히 말했다.

“교활하게 감추지 말고, 네 실력을 다 드러내봐라, 십팔호.”

장천운도 더 이상 자신의 실력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백리우진의 눈빛에서 독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가볍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중상이라도 입으면 자신만 손해.

그는 입술을 깨물고 자신이 지닌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오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백리우진!’

“후후후, 진즉 그럴 것이지.”

백리우진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장천운을 향해 다가갔다.

단수인과 도양문도 퇴로를 차단하고 눈빛을 번뜩였다.

그때였다.

“무슨 짓이야!”

한 사람이 버럭 소리치면서 나타났다.

커다란 덩치, 구산이었다.

덩치는 곰 같아도 눈치는 비상한 그였다. 보이는 상황만으로도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 챈 그는 백리우진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백리 조장, 지금 일조와 한번 해보자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건 아니겠지?”

“글쎄. 정말 모르겠는데?”

“모른다면 알려주지. 십팔호는 우리 일조의 조원이다. 십팔호를 위협한다는 것은 일조를 위협하는 행동이지.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그런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거다. 우리 일조와 한바탕 싸우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피하지 않을 거니까.”

백리우진은 입술을 비틀었다.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군. 아무리 동료라 해도 의견이 다르다 보면 다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구산이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런 일에 불과하냐는 듯.

장천운은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조장. 개가 짖는다고 똑같이 짖을 수는 없잖아?”

백리우진의 눈빛이 파랗게 번뜩였다.

장천운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렸다.

“조장, 문제가 커져봐야 좋을 것 없어. 이쯤에서 끝내고 그만 가자고.”

“정말 괜찮아?”

“개에게 살짝 물린 것뿐이야. 며칠 지나면 낫겠지.”

 

 

6장: 환영만변(幻影萬變)

 

 

파란만장한 일차 수련이 끝나고 이차 수련이 시작되었다.

이차 수련은 일차 수련 때와 수련방식, 공부 종류가 달랐다.

첫째, 오전의 체력단련을 개인별 특성에 맞춰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열흘마다 치러지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특별지옥훈련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이차수련생에게는 강련곡 무서동(武書洞)의 무공이 모두 개방된다.

무서동의 무공은 뭐든 원하는 대로 익힐 수 있다. 그래봐야 한 사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은 한정되어 있지만.

셋째, 상승 무공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남기 위한 온갖 기술을 다 배운다.

그 중에는 소리 없이 이동하는 신법(身法)도 있고, 적을 죽이는 살법(殺法)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 주인을 대신해서 효과적으로 죽는 법도 배운다.

때로는 주인을 위해서 죽어야할 때도 있으니까.

넷째, 의무적으로 열 권의 책을 달달 외워야 한다.

구천성의 율법인 구천률(九天律), 강호인물편, 문파편, 지형편 등등.

대부분의 수련생들은 열 권의 책을 외우는 일을 제일 싫어했다.

 

“제기랄, 나는 외우는 거라면 질색인데. 열 권이나 되는 걸 언제 다 외우지?”

구산이 책을 툭 던지며 투덜거렸다.

이년 육 개월 동안 부쩍 큰 그는 강련곡에서 제일 덩치가 컸다. 힘도 장사인데다, 무공실력은 수련생 중 백리우진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성격 탓인지 외우는 것을 싫어했다.

“조장, 머리 쓰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우리는 칼 쓰는 법이나 익히자고. 무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공이지 이런 책이 아니잖아?”

사명원이 맞장구를 쳤다.

그도 구산만큼이나 책을 외우는 일이 싫었다.

“십팔호는 얼마나 외운 것 같아?”

“게으르긴 해도 머리는 잘 돌아가잖아. 엊그제 일곱 번째 권 마지막 장을 외우는 것 같았어.”

“참 신기한 친구야. 매일 조는 것 같은데 언제 일곱 권을 외웠지?”

“수련을 게을리 하는 대신 책만 외웠나 보지 뭐. 그런데 십팔호는 어디 갔지?”

“글쎄? 무서동에 갔나? 좀 전에 저쪽에서 졸고 있던 것 같은데, 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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