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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9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6화

12장: 하늘이 흔들리고

 

 

쾅!

남조연의 강력한 장력이 습격자 하나를 날려버렸다.

육선기의 폭풍 같은 도세가 적의 검을 부수고 몸을 갈라버렸다.

쩌저정!

“크억!”

냉원상의 실력도 두 사람에게 뒤지지 않았다. 벼락처럼 뻗어간 검은 복면인들의 가슴을 꿰뚫고 그도 모자라서 갈비뼈를 잘라내며 옆으로 빠져나왔다.

느닷없는 습격으로 시작된 싸움이 시뻘건 피분수가 솟구치며 광란의 혈전으로 치달았다.

뒤로 처져 있던 자들 대여섯 명이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습격자들의 공세를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상황이 그때부터 급변했다.

대여섯 명 중에서도 앞으로 나선 자들의 실력은 남조연이나 육선기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둘이 합공해서 한 사람을 상대하자 남조연과 육선기도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다른 자들도 두세 명씩 짝을 지어서 수혼대원들을 몰아붙였다.

“정체를 밝혀라, 이놈들!”

얼굴이 시뻘게진 남조연이 노성을 내질렀다.

습격자들은 벙어리라도 되는 듯 일절 입을 열지 않고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죽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놈들을 막아라!”

냉원상이 악을 썼다.

수혼대원 다수가 부상을 당해서 온몸이 피로 물든 상태. 서너 명은 죽은 듯 쓰러져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조장 이철궁도 다리가 피로 물들어서 절룩거리고, 왕조산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수혼대원들은 적이 소성주의 마차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해서 막았다.

“물러서지마!”

“뭐해! 그쪽을 막아!”

격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즈음, 관철양과 장천운을 비롯한 삼조원들이 하나둘 강을 건너왔다.

제일 먼저 강을 건넌 장천운은 마차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유고원이 피로 물든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복면인의 칼이 그의 가슴 쪽 옷자락을 갈라버린 것이다.

그나마도 유고원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빠르게 몸을 틀지 않았다면 칼날이 가슴을 깊게 갈라버렸을지 몰랐다.

“물러서, 고원!”

단숨에 팔 장을 날아간 장천운은 유고원과 복면인 사이로 뛰어들었다.

현월에서 묵빛 번개가 쏟아졌다.

겉으로면 보면 영락없이 일차수련 때 배운 섬전검법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펼쳐진 섬전검법은 남들이 아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불필요한 변화는 일체 배제되고, 속도가 배 이상 빨랐다.

갈지자를 그리며 뻗어나간 섬전이 뒤로 물러서려는 복면인들의 목과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복면인들이 술에 취한 취객처럼 비틀거렸다. 그들의 몸에서 솟구친 핏줄기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장천운의 검이 이번에는 사명학을 공격하는 자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사명학은 두 복면인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부상을 입어서 손발이 확연히 느려진 상태였다.

둘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크억!”

한 줄기 검은 벼락이 사명학을 공격하던 두 복면인 중 우측에 있던 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사명학이 그제야 안정을 되찾고 남은 복면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제 이곳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해!”

두 사람을 위기에서 구한 장천운은 또 다른 먹이를 찾아서 움직였다.

바로 그때, 복면인 중 하나가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자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소연추와 수혼대의 여대원 셋이 마차를 지키고 있었고, 그자는 무기도 없었다.

장천운도 그자를 보았다.

-위험해!

뇌리 깊은 곳에서 울림이 일었다.

그만의 육감이 보내는 경고.

장천운은 그 즉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선자, 전력을 다해서 막으십시오!”

소연추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었다.

복면인 중 강한 자가 있긴 하나 자신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고수는 없는 듯했다.

날아오는 자 역시 대단하게 보이지 않았다.

공적에 눈이 어두워져서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자.

그렇게 생각했다.

장천운이 소리친 것은 그때였다.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소연추는 아미를 찌푸리며 검을 움켜쥐었다.

왠지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일개 호위무사가 자신을 염려하다니.

‘하긴 장천운은 아직 나에 대해서 잘 모를지도…….’

그 사이 류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며 복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림없다!”

이능능도 그녀와 함께 움직였다.

그녀들은 강련곡에서 숱하게 연습했던 연수합검을 펼치며 복면인을 좌우에서 공격했다.

순간, 두 여인 사이로 내려선 복면인이 양손을 휘두르듯이 뿌렸다.

콰광!

일류고수인 류화와 이능능이 벽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나갔다.

특히 이능능은 붕 날아가서 진창바닥에 처박혔는데, 충격이 상당히 큰 듯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일장으로 두 여인을 날려버린 복면인은 곧장 마차를 덮쳤다.

예상치 못했던 강한 무력!

소연추는 뒤늦게 공력을 팔성까지 끌어올리고 복면인의 앞을 막았다.

그녀의 검에서 흘러나온 절정의 검기가 그물처럼 퍼지며 복면인을 향해 밀려갔다.

“흥!”

냉랭히 코웃음 친 복면인이 두 손을 엇갈리더니 거칠게 내쳤다.

그의 두 손에서 일렁거리던 백무가 소연추의 검세를 정면으로 두들겼다.

콰과광!

소연추의 검세와 복면인의 장세가 충돌하며 두 사람의 기운이 폭발했다.

소연추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상대의 장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이 울릴 정도.

‘크윽! 어디서 이런 엄청난 자가…….’

안색이 창백해진 그녀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급히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한 걸음 물러섰던 복면인이 소연추를 향해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며 쌍장을 가슴높이로 올렸다.

활짝 펼쳐진 그의 쌍장에서 다시 백무가 일렁거렸다.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짙은 백무가.

소연추는 이를 악물고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방어에 치중했다.

밀리면 소성주가 위험해질 터. 목숨을 잃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반대쪽을 지키던 연송하도 마차를 넘어와서 소연추 옆에 섰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선자!”

그때였다.

“여기도 있다, 도적놈아! 낯짝을 가린 걸 보니 태양 보기가 부끄러운 놈인가 보구나!”

장천운이 복면인의 좌측에서 달려들며 욕설을 퍼부었다.

복면인은 좌수를 틀어서 장천운의 공격을 막고, 우수만으로 소연추와 연송하를 공격했다.

달려드는 자는 일개 수혼대원이었다. 되먹지 못한 말투만 봐도 별 볼일 없는 놈 같았고.

저런 놈쯤은 한 손만으로도 충분하리라.

하지만 장천운의 행동에는 속임수가 숨어 있었다. 상스런 말투와 평범하게 느껴지는 검세를 보여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한 것이다.

그는 상대가 힘을 둘로 나누어서 막으려하자, 암암리에 끌어올렸던 공력을 검에 집중시켰다.

검법도 섬전검에서 천뢰검법 중 두 번째 초식인 전광일혼(電光一魂)으로 변화시켰다.

순간, 그의 검 끝에서 검기가 벼락처럼 쭉 뻗어나갔다.

흠칫한 복면인은 좌수에 공력을 더욱 집중시켰다.

쩌정! 쾅!

강력한 장력에 밀린 소연추의 몸이 뒤로 밀려서 마차에 부딪쳤다.

연송하도 비틀거리며 세 걸음을 물러선 뒤 이를 악물고 검을 움켜쥐었다.

장천운은 일 장 가량 튕겨진 후 중심을 잡았다.

쿵쿵거리며 두 걸음 물러선 복면인이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옷자락이 갈라진 그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딴 놈에게 부상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말을 해선 안 되는 데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교활한 놈!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개소리 집어치워! 교활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장천운은 악을 쓰듯 받아치고는 복면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현월에서 묵빛 섬전이 번쩍였다.

바위도 단번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위력의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

복면인은 눈을 치켜뜬 채 쌍장을 거칠게 휘둘렀다.

그러나 옆구리 쪽의 부상이 가볍지 않은 듯 위력이 조금 전만 못했다.

장천운 역시 그 차이를 느끼고 전력을 다해서 검을 펼쳤다.

“차아아아!”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동귀어진을 하자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복면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중한 부상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주 가벼운 부상 역시 아니었다.

더구나 삼조원이 모두 가세하면서 몸을 빼낸 육선기가 마차 쪽으로 날아오고 있지 않은가.

복면인은 쌍장을 연속으로 세 번 쳐내서 장천운의 접근을 막고는 뒤로 훌쩍 몸을 날렸다.

휘이이이이!

그의 입에서 기다린 휘파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직후 복면인들이 썰물처럼 후퇴했다. 습격을 받은 지 일각 만이었다.

수혼대원들은 추적할 생각도 못하고 그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남조연이 그들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죽일 놈들, 감히 소성주를 공격하다니! 네놈들의 뒤를 철저히 밝혀서 용서치 않을 것이니라!”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천공을 울렸다.

그러나 복면인들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도 없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

 

덜컹.

마차 문이 열리고 사마경이 나왔다.

오만한 표정. 겁이 났을 만도 한데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수고들 하셨어요.”

차갑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담담한 목소리.

마차 문이 열린 순간 고개를 돌렸던 사람들은 그녀가 정말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천궁마신의 딸이다.

과거 사마중천이 천하를 질타할 때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괜찮으냐?”

남조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가 아무리 강한 모습을 보여도 외숙부인 남조연에게는 그저 연약한 조카일 뿐이었다.

“저는 적과 싸우지도 않은 사람이에요, 외숙부. 걱정해줘야 할 사람들은 제가 아니라 수혼대원들이죠.”

“저희는 괜찮습니다, 소성주!”

수혼대원들이 격동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마차에 약이 있을 거예요. 상처부터 치료하도록 해요.”

“알았다.”

남조연이 돌아서서 수혼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상자들은 상처부터 손을 보도록 해라!”

삼십여 명 중 사상자가 반 이상이었다.

이철궁은 제법 상처가 깊었고, 얼굴이 창백한 왕조산이나 관철양 역시 몸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심지어 육선기와 남조연, 소연추마저 자잘한 상처와 내상을 입은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부상자들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냉원상은 적의 정체를 조사해 보았다.

쓰러진 복면인은 모두 스물두 명.

싸움이 끝날 때만 해도 대여섯 명은 살아 있었다. 그런데 조사를 시작했을 때 살아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동료들이 후퇴를 결정하자 자결해버린 것이다.

결국 시신의 복면을 벗기고 몸속을 수색해보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무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조사를 마친 냉원상이 곤혹한 표정으로 남조연에게 말했다.

“정체를 밝힐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남 장로.”

“흥! 정체가 드러나면 화를 당할까봐 철저히 숨긴 거겠지.”

도대체 어떤 놈들이 구천성의 깃발을 보고도 공격했을까?

“일단 삼풍문(三風門)에 지원을 요청해야겠습니다. 거리가 멀지 않으니 저희가 대운사에 도착할 때쯤이면 그들이 당도할 겁니다.”

“그렇게 하게나.”

 

장천운은 부상이 심한 유고원의 치료를 도와주었다. 유고원의 가슴 아래쪽 살이 쩍 갈라져서 하얀 갈비뼈가 보였다.

“상대하기 힘들면 조금씩 물러나면서 싸워야지, 무슨 똥배짱으로 정면대결을 벌여서 이 꼴이야?”

“물러섰으면 왕 조장 검이 먼저 내 등을 뚫었을 걸?”

“하긴, 왕 조장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그 인간 때문에 애꿎은 수혼대원들만 피를 더 많이 봤군.”

투덜거리며 왕조산을 씹어댄 장천운은 옷을 찢어서 유고원의 상처를 싸매주고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죽어봐야 너만 손해니까.”

“나도 꼭 살아서 돌아가고 싶어.”

그런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유고원은 벗어놓았던 옷을 걸치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자신의 실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습격을 받으면 지금 실력으로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살 거야. 살아남아서 내가 무능한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말겠어.’

그때 장천운이 말했다.

“고원, 혹시 알고 있어? 너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너만의 장점이 있다는 거.”

“나만의 장점? 계산하고 분석하는 거?”

“아니, 무공과 관련된 장점.”

“에이, 남보다 몸이 약한 내가 무슨 무공에서 장점이 있어.”

“역시 모르고 있었나 보군. 하긴 나도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 뭐…….”

“그럼…… 정말이란 말이야? 내 장점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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