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2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23화
장천운은 침착하게 몸을 돌리고 호종방의 공격을 마주했다.
호종방의 공격은 강력했다.
팔은 무쇠처럼 단단했고, 주먹은 쇳덩이 같았다.
유진생의 주먹에 비해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 위력.
장천운은 밀리지 않고 호종방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고는 호종방이 주춤한 사이 서너 걸음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
“무슨 짓인가!”
수혼대 쪽에서 한 사람이 냉랭히 소리쳤다. 냉원상이었다.
호종방은 더 공격하지 못하고 노기가 일렁이는 눈으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물러서는 사람을 공격하다니, 역시 소문대로 흑도출신답구나!”
장천운은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어이없다는 투로 답했다.
“그럼 상대가 공격할 때까지 멍청히 서서 기다려야한단 말입니까? 제가 살던 뒷골목에서 그랬다가는 아마 병신 소리 들으며 심장에 바람구멍이 날 겁니다.”
“뭐야? 네놈이 정녕…….”
그 사이 냉원상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동 당주의 명예를 깎아내리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그만 하시게.”
“나는 행여나 저놈이 동 공자께 해를 가할까봐 말리려고 나선 것뿐이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냉원상도 모르지 않았지만,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정녕 그런 마음이었다면 동 공자부터 살펴보게나.”
호종방은 다시 한 번 장천운을 죽일 듯이 노려본 후 동겸에게 다가갔다.
뒤따라 달려온 청년 둘이 이미 동겸 옆에 도착해 있었다.
장천운은 뒷일을 냉원상에게 맡겨놓고 구경만 했다. 마치 본래부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도 되는 듯.
냉원상은 그런 장천운을 보고 이마를 좁혔다.
‘정말 알 수 없는 놈이군. 동겸을 이기는 것도 모자라 호종방의 공격을 태연하게 막아내다니.’
동겸을 이긴 것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동겸의 대책 없는 후퇴는 분명 미련한 짓이었으니까.
그러나 호종방의 공격을 막은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호종방이 철귀권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만큼 그가 외공을 절정 경지까지 익혔기 때문이었다.
그는 몸이 단단하고 주먹 역시 진짜 무쇠 같았다.
어지간한 절정고수들도 직접 부딪치는 것을 꺼려해서 일단 피하고 볼 정도.
그런데 장천운은 그의 주먹을 정면으로 상대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그때 장천운이 나직이 말했다.
“아마 대여섯 개 이상 나갔을 겁니다.”
뜬금없는 그의 말에 냉원상은 의아한 표정으로 동겸을 돌아다보았다.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키는 동겸이 입안의 핏덩이를 뱉어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하얀 뭔가가 보였다.
문득 장천운이 손바닥으로 턱을 올려치던 게 떠올랐다.
‘그럼 고의로 이를 노려서……?’
***
이층의 창문을 살짝 열고 연무장을 바라보던 사마경이 소리를 죽이고 웃었다.
“크크, 정말 뺐네.”
이제는 사마경의 웃음도 단봉선자를 놀라게 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이제 장천운 때문에 놀라고 있었다.
제삼자의 눈으로 차분하게 바라본 그 비무는 장천운의 의지대로 흘렀다. 아래쪽에서 구경한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지 몰라도.
‘더 일찍 끝낼 수 있었어. 그런데 고의로 시간을 끌었어. 왜 그랬지?’
그뿐이 아니다.
흑도 출신의 애송이가 동겸을 손쉽게 이길 정도로 강하다는 것도 이상했고, 호종방에게 밀리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왠지 수상한 놈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한쪽에 조용히 서있는 연송하를 바라보았다.
“장천운이 동겸과 처음에 싸우게 된 이유가 너 때문이었다면서?”
“예, 선자.”
“그렇다면 장천운에 대해서 잘 알겠구나.”
“남들만큼은 알아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장천운의 무위는 당시 수련생 중에서 하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그의 실제 무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최소한 이능능보다는 나은 판단이다.
소연추는 이능능보다 연송하의 말에 더 믿음이 갔다. 말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도.
“사람은 어떠냐?”
소연추의 질문에 사마경도 귀를 기울였다.
연송하는 눈빛을 반짝이면서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적어도 한번 마음 준 사람을 배신하지는 않을 사람이에요. 그 점만큼은 소녀가 장담할 수 있어요.”
한편, 장천운이 동겸을 이기자 그 동안 말도 잘 붙이지 않던 류화가 말을 걸었다.
“제법인데?”
“너도.”
“내가 왜?”
“솔직히, 네가 시비역할을 잘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상당한 소질이 있어.”
류화의 눈초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너는 시비가 어울려.
그녀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 것이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봐? 칭찬해준 건데.”
“너에게 하인이 어울린다고 하면 기분 좋겠어?”
“그게 어때서? 솔직히 지금도 하인이나 마찬가지잖아.”
장천운이 워낙 당당하게 대답하니 류화도 할 말이 없었다.
강련곡에서 처음 봤을 때는 기녀취급을 하더니 이젠 하녀 취급을 하는 장천운이다.
‘건방진 자식. 조금 추켜 주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그녀는 콧대를 높게 세우고 냉랭히 코웃음 쳤다.
“흥! 너야 계속 하인이나 해야겠지만, 나는 달라. 여기서 어느 정도 경험 쌓으면 화금당으로 가게 될 테니까.”
“하긴 너는 누구를 잡아서 시집가는 게 좋을지 그게 더 고민일 텐데, 차라리 수혼대를 일찍 떠나는 게 낫지 뭐.”
“뭐야?”
“백리우진이 요즘 잘 나간다던데, 마음에 있으면 한번 찾아가봐. 다른 여자에게 뺏기기 전에.”
류화의 눈초리가 위로 올라갔다.
“나는 너구리처럼 잔머리만 굴리는 애는 관심 없어.”
“호오, 그래? 그럼 어떤 사람에게 관심 있는데?”
“자존심 센 호랑이.”
***
“그래?”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우문각은 무화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받고 눈빛이 깊어졌다.
장천운이 전에도 동겸을 이기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동겸은 그 동안 부단히 노력해서 구천성의 수많은 청년들 중에서 능히 상위에 들어갈 만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런 동겸을 실력으로 이기다니.
‘잘하면 그놈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구나.’
우문각은 앞에 공손히 앉아 있는 삼십대 유생을 바라보았다.
유생은 비령각 사군사(四軍師) 중 하나인 정유로, 우문각의 좌우 양팔 중 하나였다.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정유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듯 묻지 않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각주.”
“정유, 피가 많이 흐르는 것을 개의치 말고 계획을 짜라. 그리고 오늘 저녁 위곤에게 시간을 내라 일러라. 할 말이 있으니까.”
위곤. 사밀령의 일령주. 그가 나서면 피가 흐른다.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아는 정유는 멈칫했지만 곧 순순히 대답했다.
“예, 각주.”
“그만 가봐.”
우문각은 정유가 나가자 찻잔을 들었다.
차는 이미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식은 차를 망설이지 않고 모두 들이켰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
동욱은 업히다시피 한 상태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불같이 노했다.
“바보 같은 놈! 그깟 말단 호위무사도 이기지 못해서 두 번이나 그 꼴을 당해?”
동겸은 아무 말도 못했다.
말하고 싶어도 입안이 엉망이었다. 마음은 더 갈가리 찢겨진 상태고.
심지어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부친조차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종방, 그놈이 정말 그토록 강하던가?”
호종방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보통 놈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 이긴 줄 알았습니다만, 직접 제가 부딪쳐보고 나서야 놈의 실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네가 직접 부딪쳐 봤다고?”
“예, 당주. 놈이 물러서는 동 공자를 공격해서 제가 막으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놈은 제 삼초 공격을 큰 무리 없이 막아냈습니다.”
동욱은 그 말을 듣고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그럼 그놈이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정당한 대결을 벌였으니 책임추궁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놈은 소성주의 호위무사대인 수혼대의 대원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 그는 호종방의 의견을 구했다.
“나는 겸아를 이렇게 만든 그놈을 절대 용서할 수 없네. 방법이 없겠나?”
잠시 생각하던 호종방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당주, 얼마 전에 독고민 공자와 서궁이 놈에게 모욕당한 적이 있다 들었습니다. 그들을 이용해보면 어떻겠습니까?”
호종방의 말에 동욱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독고민과 서궁을 이용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 때가 올 겁니다. 그날이 조금 빨리 온 것뿐이지요.”
“그건 그렇지.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번에 결정을 내려야겠어.”
11장: 대운사(大運寺) 가는 길
오월도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여름이 코앞이었다.
그날 오전, 사마경이 계단 입구에서 호위를 서고 있는 장천운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의 방에는 소연추와 이능능이 있었다.
장천운으로선 이능능 대신 연송하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이조의 선배라는 작자들이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연송하를 놓아주지 않았다.
“부르셨습니까, 소성주?”
“물어볼 게 있어.”
“말씀하십시오.”
“천운과 송하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던데, 사실이야?”
사마경의 뜬금없는 질문에 장천운이 고개를 들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던가요?”
장천운이 물으며 슬쩍 이능능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능능은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류화, 그 여시 같은 것이 말했나 보군.’
아니나 다를까, 사마경이 말했다.
“류화가 그러던데? 강련곡에서부터 둘이 단짝이었다면서?”
장천운은 솔직히 대답했다.
“그런 편이었지요.”
“그래? 그럼 천운은 송하의 어디를 좋아하는 거야?”
질문이 이상하게 흘렀다.
벼락이 떨어져도 흔들리지 않는 장천운조차 대답이 궁해져서 눈알을 굴렸다.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류화 그 여우같은 것이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그뿐이 아니었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사마경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마치 그 대답이 세상에서 제일 궁금하다는 듯.
사마경은 왜 또 저런 눈빛으로 바라본단 말인가?
잠깐 당황했던 장천운이 정신을 가다듬고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어디가 좋다기보다, 송하는 제 동생입니다.”
“동생?”
“물론 친동생은 아닙니다. 강련곡에서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오빠동생하기로 한 거죠.”
순간적으로 사마경의 눈빛이 두어 번 변했다. 워낙 빨리 변해서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류화는 그렇게 말 안하던데?”
“류화가 뭘 알겠습니까? 류화는 사실 누구를 좋아해본 적도 없어서 좋아한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를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게 입만 나불거린 거죠.”
“정말? 얼굴이 예뻐서 남자대원들이 많이 따랐을 거 아냐? 그럼 그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얼굴만 예쁘면 뭐합니까? 성격이 너무 차가운데다 고집만 세고, 남자를 발가락 사이의 때 정도로 아는데요. 제가 살았던 무창의 기루에도 그런 성격을 지닌 여자들이 몇 있었죠. 그런 기녀들은 인기도 없습니다. 손님을 돈으로만 보거든요.”
“그럼 어떤 기녀들이 인기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