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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6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8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60화

“헉! 두 번이나요? 한 번에 끝내면 안 됩니까?”

독왕은 ‘절대로 안 돼!’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번에 쓴 흑명지독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배 이상의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두 번이나 더 할 필요가 있을까?

횟수를 줄이면 아까운 독도, 귀한 해독제도 아낄 수 있지 않은가.

혹시 모를 사고(?)도 줄일 수 있고.

“좋다. 그럼 한번으로 끝내주마.”

장천운의 귀에는 그 말이 마치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주마!’그런 투로 들렸다.

그래도 어쨌든 반가웠다.

한번 정도야 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언제 하실 겁니까?”

“석 달 후.”

 

***

 

고통을 기다리는 석 달은 길면서도 짧았다.

장천운은 석 달 후 찾아올 악몽을 잊으려고 수련에 집중했다.

공력이 늘면 고통도 덜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사마경도 덩달아서 수련에 매진했다.

장천운은 그녀가 근처에서 수련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다행히 신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익힌 봉황신무검법과 봉황장, 독문신법인 칠봉영(七鳳影)을 펼치며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다.

 

“천운이 볼 때는 어때? 변화가 좀 부족하지 않아?”

“이건 어때? 찌를 때는 강력한데 물러서기가 쉽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겠어?”

“이렇게 하면 검법과 장법의 조화가 깨지는 거 같아. 좋은 방법 없을까?”

 

장천운은 자신이 느낀 바를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스승들에게 배운 사마경이다. 정통적인 무공의 이해도에 대해선 그보다 훨씬 더 나았다.

특히 절정 경지의 깊은 공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덕에 장천운도 배우는 바가 적지 않았다.

아니, 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 동안 어슴푸레한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던 구결이 풀리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마경이 강해지는 게 좋았다.

그녀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만큼 자신이 편해질 테니까.

그렇게 보름쯤 흘렀을 때였다.

포기하다시피 했던 몽중무 중 하나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날 오후, 천뢰구검을 열 번 넘게 펼치고 검을 거두는데 하늘을 가린 안개가 갈라졌다.

그때 햇살이 갈라진 안개 사이로 쏟아졌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벼락처럼 일초의 검식이 떠올랐다.

아주 단순하게 사선으로 떨어지는 일초의 검식.

문제는 그 초식에 하늘이 갈라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하늘이 갈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뢰구검을 완벽하게 익힌다 해도 막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오죽하면 떠올린 것만으로도 자신의 몸뚱이가 사선으로 갈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식은땀이 다 났다.

“젠장, 어떻게 그런 초식이 있을 수 있지?”

더 놀라운 것은, 그 무시무시한 초식이 삼 초식으로 된 무공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늘도 가르고, 땅도 쪼개버리는 삼 초식의 무공.

그러나 아쉽게도 나머지 두 초식은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좌우간 일단은 첫 번째 초식부터 익혀보자. 언젠가는 나머지도 생각나겠지.”

그는 일단 그 초식에 천명단사(天明斷斜)라는 이름을 붙였다.

 

***

 

“벌써 봄이 가는군.”

우문각은 비령각 앞뜰을 거닐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소성주 사마경이 사라진 지 육 개월. 공손백도 사마경의 수색을 포기했다.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고민 때문일 수도 있었다.

‘흐름이 완전히 공손백 쪽으로 기울었어.’

구천대평의회도 공손백의 뜻대로 흘렀다.

이제 그가 당장 성주 위에 올라도 반발할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심지어 태상호법 여철숭조차 공손백에게 고개를 숙였지 않은가. 비록 조건을 걸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법과 무사 중 상당수가 여철숭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대세를 뒤흔들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고개를 내린 우문각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때였다. 한줄기 전음이 모기소리처럼 윙윙거리며 귓전에서 맴돌았다.

[총사, 철무요. 놀라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하시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우문각의 어깨 옷자락이 미미하게 펄럭였다.

[방으로 들어가셔서 창문을 살짝 열고, 뒷문 역시 반쯤 열어놓으시오.]

우문각은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서 방으로 향했다.

그토록 냉정무심하던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가 돌아왔어! 구천무령 철무가!’

철무가 왜 구천성에서 사라졌는지, 왜 성주의 장례 때도 안 돌아왔는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자신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지 않고서야 그가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방으로 들어간 우문각은 창문을 살짝 열고, 뒷문 역시 반쯤 연 후에 돌아섰다.

순간, 구석진 곳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벽과 동화된 듯 흐릿한 그림자만 보이던 자가 서서히 제 모습을 찾고 있었다.

작은 키에 단정히 뒤로 묶은 머리, 무심한 표정. 마치 고개를 돌리면 없어져 버릴, 허상 같은 느낌을 주는 자.

그였다. 사마중천 곁에서 이십 년을 지낸 자신조차 얼굴을 단 두 번밖에 보지 못했던 철무.

“어찌 된 건가?

“주군께서 내주신 수수께끼를 풀고 있었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해서 성주의 장례 때도 오지 않았나?”

“성주님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 후 소식을 들었소. 하지만 중대한 정보를 쫓고 있어서 올 수가 없었소.”

“무슨 정보인데……?”

“성주께선…… 병에 걸려서 돌아가신 게 아니오.”

 

 

26장: 백령혼(白靈魂)

 

 

태양이 서서히 달구어지기 시작한 초여름 어느 날.

독왕이 석 달 열흘 만에 단환으로 된 독을 들고 나타났다.

새끼손가락 손톱만 한 크기의 단환은 백설을 뭉쳐서 만든 듯 눈이 시리도록 하얀색이었다.

“이걸 삼킨 직후 다섯을 세고 해독제를 복용해라. 전에도 말했지만, 공력을 이용해서 억지로 제어하려하면 독을 해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 명심해라.”

독왕이 메추리알의 노른자처럼 생긴 노란색 단환을 함께 내밀었다.

장천운은 해독제를 다섯만 세고 복용하라는 말에 더 긴장했다.

얼마나 독하면 해독제를 그렇게 빨리 복용하라는 걸까?

하지만 마지막인 만큼 숨을 고르고 백색과 노란색으로 된 단환을 받아들었다.

“무슨 독입니까?”

“백령혼(白靈魂).”

“해독제가 제대로 작용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른다. 독도, 해독제도 처음 만들어진 것이니까.”

제기랄!

“그럼 해독이 안 될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실험하는 것 아니냐?”

미치겠군.

슬쩍 독왕을 흘겨본 장천운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분명히 이게 마지막인 것, 맞지요?”

“맞다. 이걸로 실험은 끝이다.”

육 개월 가까운 시간을 줄였다. 살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장천운은 독을 복용하기 전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혹시 제가 죽거든, 합비로 가서 흑월조를 만나십시오. 그들이라면 아가씨를 지켜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안 돼. 무조건 살아! 이건 명령이야!”

“저도 살고 싶은데…….”

“명이 길다며? 안 죽는다며? 그럼 살아! 알았어?”

사마경이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 잘게 떨리는 눈꺼풀 안쪽에 고인 물기도 파랑을 일으켰다.

“하긴 무창의 점쟁이들이 그랬죠. 질리도록 오래 살 거라고.”

씩 웃은 장천운은 찰나도 망설이지 않고 독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고는 침과 함께 꿀꺽 삼켰다.

“만약 살아나면 나중에 맛있는 요리 하나 사주십쇼. 독은 영 맛이 없어서…….”

말을 맺기도 전에 그의 인상이 묘하게 이지러졌다.

“젠…… 장…….”

목구멍을 넘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뱃속에서 폭약이라도 터진 듯했다.

위가 갈기갈기 찢기고, 그 사이로 새어나온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다섯을 세기도 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까지 겪은 고통을 다 합한다 해도 이보다는 나을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급히 해독제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독제가 조금 약했나?”

정신을 잃기 직전 독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면 정신을 그대로 잃었을지 몰랐다.

장천운은 겨우 정신의 끊을 붙잡고 이를 갈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쇼!’

그때 차가운 기운이 일어나더니 불길을 빠르게 식혔다. 해독제가 독의 기운을 누르는 듯했다.

“그래도 일차적인 제어는 하는군.”

‘지미, 조금 일찍 하면 안 돼?’

“문제는 독성이 이차 폭발할 때인데…….”

‘뭐?’

순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몸속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뜨거운 불길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끄어억!’

차가운 기운이 불길을 식히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맙소사!”

사마경이 눈을 홉뜨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장천운의 온몸이 핏빛으로 시뻘겋게 변했다. 머리카락은 하늘로 솟구치고, 옷이 바람도 없는데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그러더니 온몸의 모공에서 붉은색 김이 피어났다.

“어, 어떻게 하죠?”

사마경이 다급히 독왕에게 물었다.

독왕은 입을 꾹 다문 채, 화산의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천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

왠지 모르게 흥분한 듯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독왕 할아버지!”

사마경이 빽 소리쳤다.

그제야 독왕이 반응을 보였다.

“아직은 걱정할 것 없다. 금방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괜찮아질 거란 말이에요?”

“두고 봐야지.”

사마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왕의 말투가 이상했다. 눈빛도 전과 달랐다.

처음 본 신기한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

“저러다 천운이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죠? 어떻게 손 좀 써보세요!”

사마경이 안절부절못하며 소리친 이후에야 독왕이 움찔하며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런! 내가 백령혼의 변화에 너무 정신이 팔렸군.’

어이없는 일이었다.

절대로 장천운을 죽게 놔두어선 안 된다.

그런데 누가 독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 아니랄까 봐, 새로 만든 독인 백령혼으로 인한 변화를 살펴보느라 본 목적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미친놈! 초아의 목숨이 달린 일이거늘!’

스스로를 다그친 그는 다급히 품속에서 은색 통을 하나 꺼냈다.

그러고는 은색통의 뚜껑을 열고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침을 꺼냈다.

“일단 화기가 빠져나갈 곳을 만들어 줄 것이니, 너는 한쪽에 조용히 있어라.”

일단 사마경을 진정시킨 독왕은 장천운의 몸에 능숙한 솜씨로 침을 꽂기 시작했다.

독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의술을 깊이 이해해야만 한다. 어설픈 의원은 어설픈 독쟁이가 될 뿐.

아마 독왕 남사명이 복수를 위해 독을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면 강호의 신의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특히 그는 중원의 침법뿐만이 아니라 신비한 동방의 침법까지도 익힌 침의 고수였다.

잠깐 사이 서른여섯 개의 침이 장천운의 몸에 꽂혔다.

침이 꽂힌 곳에서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왔다.

 

침을 꽂은 지 한 시진.

다행히 장천운의 상태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악화되지 않은 것뿐, 나아지지도 않았다.

독왕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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