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5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6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51화
“제 걱정 말고 놈들이나 조심하십시오!”
삼 장이나 날아가서 땅에 내려선 장천운은 단혼객들을 향해서 재차 쇄도했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추산의 무위를 추정해냈다.
빌어먹게도 추산은 종리성학보다 강하다. 자신보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처리하려면 애를 먹어야한다는 게 문제다.
남은 청의인은 일곱. 자신의 검에 당한 자 중 둘도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언제든 서너 번 정도는 공격할 수 있는 상태.
추산과의 싸움이 길어지면 누군가는 저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다.
‘둘은 더 없애야 해!’
그래야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스스스.
장천운은 얼굴에 깊은 상흔이 있는 단혼객을 향해 쇄도하며 현월을 흔들었다.
천뢰구검 중 구전관천이 펼쳐지며 허공에 아홉 개의 검영이 피어났다.
단혼객도 물러서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찰나에 그어진 스물네 번의 칼질이 기막을 형성하며 장천운의 공세를 차단했다.
쩌저저저저정!
절정고수가 아니면 펼치기 힘들다는 도막이었다. 완전한 도막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단혼객의 무위가 절정의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치 못한 도막으로는 구전관천의 위력을 막을 수 없었다.
쩌어엉!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도막에 금이 갔다.
콰광!
뒤이어 굉음이 터져 나오고, 아홉 개의 검영 중 세 개가 단혼객의 가슴과 어깨를 관통했다.
“크읍!”
반사적으로 움찔한 단혼객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러잖아도 깊은 상흔이 가로지른 그이 얼굴이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저, 정말 무서운…….”
장천운은 그의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콰아아아아!
“죽일 놈!”
하늘에서 추산이 날아들며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단혼객을 처리한 대가로 진기가 흔들린 장천운은 추산의 공세를 피하고 싶었다. 그의 경공이라면 피하는 것쯤은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물러서면 그러잖아도 위험에 처한 사마경과 저두심, 소연추가 더욱 위험해진다.
택할 길은 하나뿐.
“타아앗!”
두 발을 땅에 철주처럼 박고 선 그는 현월을 들어서 떨어지는 번개를 향해 맹렬히 휘돌렸다.
천뢰회공(天雷回空). 천뢰구검의 다섯 번째 초식이 펼쳐지자, 허공에서 번개의 회오리가 일었다.
찰나.
장천운과 추산의 검세가 정면으로 뒤엉켰다.
쿠과과과광!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고, 장천운을 중심으로 일 장 직경의 땅이 들썩이며 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뒤로 튕겨진 추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장천운은 충돌하며 발생한 반탄력을 이용해서 사마경 쪽으로 날아갔다.
‘젠장!’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묵직했다. 아무래도 내상이 더 심해진 듯했다.
그러나 땅에 내려서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다시 몸을 날렸다.
사마경과 소연추가 각자 단혼객을 둘씩 상대하고 있다. 저두심 역시 한 사람과 사생결단을 내듯 싸우는 중이다.
호위무사에게는 지킬 대상이 그 누구보다 먼저인 법.
장천운은 일단 사마경 쪽부터 손을 썼다.
사마경을 공격하던 단혼객은 키가 땅딸막했다. 그는 장천운이 날아오는 것을 보더니 이를 악물고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섰다.
[가요, 소성주!]
한 줄기 전음이 사마경의 고막을 흔들었다.
지난 이삼 일 사이 위기를 몇 번이나 겪은 사마경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상황에 도움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장천운이 상대를 멀찌감치 떼어놓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곳을 빠져나가겠는가.
사마경은 생각이 일자마자 몸을 날렸다.
“함께 막아!”
추산이 악을 썼다.
장천운이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막는 자는 죽인다! 죽고 싶으면 막아 봐!”
땅딸막한 단혼객과 또 다른 단혼객 둘이 장천운을 공격했다.
단혼객 셋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는 고수는 강호에 흔치 않다. 저 어린놈이 아무리 강해도 이길 수 있으리라!
그런 자신감이 공격에서 그대로 묻어나왔다.
장천운도 셋을 혼자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더구나 내상마저 입은 상태가 아닌가.
그는 뒤로 물러서며 허공을 벼락처럼 일곱 번 찔렀다.
허공 가득 피어난 검화가 세 사람의 공격 동선을 잘랐다.
따다다당!
그때 튕겨나갔던 추산이 그의 등 뒤로 날아들었다.
장천운은 딛고 있던 왼발로 땅을 박차고는 튕기듯 솟구치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추산은 장천운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어림없다, 이놈!’
솟구치는 장천운을 따라서 방향을 튼 그가 찰나의 순간에 삼검을 뻗었다.
광혼삼검. 그가 익힌 비전의 검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검첨에서 폭사한 검기가 세 줄기로 갈라져서 장천운을 그림자처럼 쫓았다.
밀려났던 단혼객들도 좌우에서 장천운을 공격했다.
허공에 떠 있는 장천운으로선 피할 길이 없을 듯했다.
그러나 추산과 단혼객들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허공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던 그를 보지 않았는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되는 놈이 바로 장천운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천운의 모습이 허공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흐릿해졌다.
“빠져나갈 공간을 막아!”
추산이 소리치며 단혼객들과 함께 사방과 상하를 차단했다.
쉬쉬쉬쉭!
수십 줄기의 검기, 도기가 그물처럼 장천운을 뒤덮었다.
그러나 환귀자의 술법이 가미된 장천운의 신법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괴이하고 신비로웠다.
절대 빠져나갈 길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공세의 중앙에서 장천운이 사라진 것이다.
그 와중에 검을 통해서 미미한 감촉을 감지한 추산이 악을 쓰듯 외쳤다.
“놈이 검에 맞았다! 도주로를 차단해!”
대기의 결 사이에 모습을 감추고 칠팔 장을 날아간 장천운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갈라진 검기 한 줄기에 옆구리를 한방 맞았다. 빌어먹을 검기가 제법 깊숙이 파고든 듯했다.
고통이야 어릴 때부터 이골이 나서 참을 만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서 공력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
경각심을 갖고 있던 추산과 단혼객들은 장천운이 사라지자 멈칫거렸다.
“주위를 찾아봐!”
그때였다.
우측을 훑어보던 땅딸막한 단혼객이 소리쳤다.
“저기!”
그가 가리키는 곳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산죽 위에 점점이 혈화가 피어난다.
그것도 마치 강풍에 날아가듯 사마경 등이 사라진 곳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추산과 단혼객들은 혈화가 피어나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피는 더 떨어지지 않았지만 산죽 위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들은 유령처럼 움직이는 그림자를 향해 전력을 다한 공격을 쏟아냈다.
촤아아아아! 쉬쉬쉭!
강력한 공세가 그림자 주위 방원 이 장을 뒤덮었다.
공세의 가장자리에 있던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천뢰검법 삼초식을 연이어 펼쳤다.
따다당! 콰광!
추산의 몸이 옆으로 흐르고, 단혼객 넷 중 둘이 튕겨나갔다.
그러나 아직 둘이 남아 있었다.
장천운은 살을 주고 뼈를 깎겠다는 마음으로 우측의 단혼객 목에 검을 박고 몸을 틀었다.
거의 동시에 또 다른 단혼객의 검이 그의 어깨를 훑고 지나갔다.
장천운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닌 듯 팔을 움직이는데 큰 이상은 없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이 장을 날아가서 땅에 내려선 추산이 이를 갈았다.
일개 호위무사에게 단혼객 다섯이 당하다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믿기가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놈을 쫓아라!”
22장: 홍귀로의 귀호도 모르는 것
장천운은 부상을 입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저만치 앞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사마경 등이 달려간 곳에서.
‘젠장! 이번에는 어떤 놈들이지?’
그는 경공을 펼치면서 상처를 지혈했다.
그렇게 삼백여 장을 달리자 사마경 등이 보였다. 누군가와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상대를 알아본 장천운은 눈을 치켜떴다.
“정말 질긴 놈들이군.”
종리성학과 단혼객들이었다.
사마경과 소연추, 저두심은 그들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었다.
시간상 싸움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도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웠다.
특히 동작이 굼떠진 저두심은 표도를 들고 있었는데 온몸이 피로 물든 상태였다.
“한 놈은 지옥으로 데려간다! 어디 덤벼봐!”
단혼객들도 그 기세에 질린 듯 노려보기만 했다.
‘저들로서는 소성주만 죽이면 되는 일. 굳이 저두심을 죽이겠다고 목숨 걸 이유가 없겠지.’
소연추도 단혼객 둘의 합공에 밀리고 있었다.
정식 대결이었다면 둘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혼객은 단순한 실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살귀들이었다. 그들의 합공이 지속되면서 소연추의 손발이 점점 흐트러졌다.
“윽!”
그녀가 짧은 신음을 내뱉었을 때, 장천운은 사마경에게서 십 장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 있었다.
사마경은 혼신의 힘으로 봉황신무검법을 펼치며 종리성학과 단혼객 하나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몇 군데 상처를 입은 듯 몸 여기저기 피로 물든 그녀의 검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살아야 하니까!
더구나 장천운이 다가오는 것을 본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다 짜냈다.
“천운!”
그녀가 기합을 내지르듯 장천운을 불렀다.
그녀의 일갈이 지닌 힘은 절대고수의 검격만큼이나 강력했다. 이 장이나 떨어져 있는 종리성학을 움찔하게 만든 것이다.
장천운이 날아들며 과장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소성주, 목을 칠까요!”
“쳐!”
종리성학은 만용을 부리지 않았다.
단혼객 다섯을 죽인 놈이다.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는 소성주를 반드시 죽이고 싶었지만, 자신이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목이 잘려서 죽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고.
‘빌어먹을 새끼!’
반사적으로 몸을 튼 그는 옆으로 삼 장을 날아갔다.
그 바람에 혼자 남은 단혼객만 장천운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서걱!
종리성학 대신 단혼객의 목을 자른 장천운이 방향을 틀어서 저두심 쪽으로 이동했다. 옆구리가 찢어지는 듯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저두심을 옴짝달싹 못하게 견제하던 두 단혼객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찰나!
저두심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두 자루 표도가 바로 앞에서 쏜 화살처럼 날아갔다.
오른쪽의 단혼객이 아차! 한 표정으로 몸을 틀었다. 그 바람에 표도는 심장을 뚫지 못하고 어깨에 박혔다.
그 직후 왼쪽의 단혼객도 장천운의 작심한 일검에 어깨에서 가슴까지 길게 갈라졌다.
“크억!”
비명과 함께 가슴에서 피가 뿜어졌다.
장천운은 쓰러지는 단혼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소연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종리성학이 악을 썼다.
“물러서라!”
혼자서는 장천운이란 놈을 막을 수 없다. 단혼객이 하나라도 더 살아야 자신이 당하지 않는다.
장천운이 추산 일행과 싸운 것을 모르는 그는 당황해서 냉정한 판단이 무너졌다.
덕분에 장천운은 아주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추산과 그가 이끄는 단혼객들이 도착하기 전에 사마경 등을 먼저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세요, 소성주! 선자도 어서 가십시오!”
두 번이나 위험한 상황을 겪은 사마경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반사적으로 달렸다.
“가, 유모!”
“두심 형도 어서 따라가!”
“알았어!”
저두심까지 먼저 보낸 장천운은 종리성학과 살아남은 단혼객들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어디 다시 한 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