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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9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7화

바위도 부술 수 있는 섬전 같은 강력한 장력이 장천운을 향해 뻗어갔다.

정이청의 공격을 감지한 장천운은 허공에서 빙글 돌아서며 번개처럼 삼권을 뻗었다.

콰과광!

두 사람의 경력이 충돌하면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장천운은 상대의 장력과 충돌한 반탄력을 이용해서 뒤로 훌훌 날아갔다.

정이청도 강력한 충격에 주춤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장천운이 충격 때문에 뒤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놈의 무공이 절정에 이르렀다더니,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놀란 그가 멈칫해 있는 동안, 조경등이 철혈단 무사들과 함께 흑월조를 쫓아갔다.

흑월조는 길을 벗어나서 갈대숲 속으로 들어갔다.

추적을 따돌리기에는 번듯한 길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갈대숲이 나았다.

철혈단 무사 중 몇 명이 그들 뒤를 쫓아서 갈대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놈이다! 크억!”

맨 뒤로 처져 있던 장천운의 인정사정없는 검에 철혈단 무사 둘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 후로는 철혈단 무사들도 함부로 전진하지 못했다.

그 틈에 흑월조는 더욱 거리를 벌렸다.

 

***

 

호수를 따라서 우거진 갈대숲은 푸른 하늘, 은빛 물결과 어울려서 멋진 경관을 자랑했다.

그러나 쉬지 않고 반 시진을 달린 장천운 일행은 그 광경이 지겹기만 했다.

심지어 사마경조차도 더 이상 호수의 경치에 감탄하지 않았다.

“천운, 얼마나 더 가야 호수가 끝나지?”

“폭이 좁아지는 걸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천운은 슬쩍 호수 쪽을 쳐다보고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일각 쯤 달리자 폭이 다시 넓어졌다.

‘젠장! 무슨 놈의 호수가 이렇게 길어?’

속으로 구시렁거린 장천운은 그쯤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어차피 쫓아오던 정이청과 철혈단은 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지만 몇 사람이 가벼운 상처를 입은 상태. 간단하게 상처를 손보고 가는 게 좋을 듯했다.

 

사마경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휴식을 취하자 흔들리는 갈대와 어우러진 호수의 광경이 다시 아름답게 느껴졌다.

호수 위에서 노니는 수많은 오리들의 모습이 참으로 평온하게 보였다.

호수의 한쪽에는 족자에서만 보던 원앙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는데, 새끼도 두 마리나 있었다.

새가 부럽기는 처음이었다.

‘저 원앙들이 나보다 낫네.’

막상 구천성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지만 아직 뭘 할 것인지 정한 것은 없었다.

그러한 계획도 구천성의 눈을 벗어난 후의 일이지만.

“걱정 되세요?”

소연추가 그녀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가 어찌 사마경의 심정을 모르랴.

지금쯤은 세상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을 텐데.

“걱정되는 건 없는데, 조금 막막해.”

“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말하세요.”

사마경은 고개를 들어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후회되지는 않아. 저 하늘도 구천성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느껴지거든.”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직 정한 것은 없어. 일단 백부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멀리 간 다음, 마음껏 여행을 해보고 싶어. 아주 멀리까지.”

경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구천성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상당한 양의 보석을 갖고 나왔으니까.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러고 보니 저도 여행을 해본 지 참 오래 되었네요.”

“유모는 어디로 가고 싶어?”

“음, 장강을 따라서 내려간 다음 소주와 항주에 가보고 싶어요.”

“맞아, 책에서 보면 살아생전에 그곳은 꼭 가봐야 한다고 했어. 우리 함께 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는지 사마경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때 장천운이 그녀들 곁으로 다가왔다.

“출발하죠.”

사마경이 돌아섰다.

“길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좀 돌아가긴 하겠지만,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 면구, 언제까지 써야 돼?”

사마경과 소연추는 여전히 수염 난 남자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거북스럽고 답답한가 보다.

장천운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왜요? 잘 어울리는데요.”

그 말에 사마경과 소연추가 동시에 째려보았다.

수염 난 남자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데 어울리기는 뭐가 잘 어울려!

장천운은 두 여인이 화를 내기 전에 말을 이었다.

“오늘만 쓰십시오. 내일은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요.”

그제야 두 여인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럼 출발하죠.”

장천운은 출발을 알리고 몸을 돌렸다.

말은 가볍게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공손백이 펼친 그물이 그들을 향해 점점 더 다가올 것이 뻔하다.

아차하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갈 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젠장,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감각이 너무 예민해도 탈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편할 수도 있거늘.

 

***

 

삼십여 리를 달리자 호수의 끝이 보였는데, 저 멀리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무사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들.

장천운은 손을 들어서 일행을 멈추게 하고 갈대밭으로 몸을 숨겼다.

상당히 먼 거리여서 상대는 자신들을 보지 못한 듯했다.

“천주검문(天柱劍門) 무사들이야.”

소연추가 상대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천주검문은 십이지부 중 하나로 공손백을 따르는 문파였다. 그렇다면 자신들을 잡기 위해서 나왔다는 말.

“어디로 가지?”

사마경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천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동쪽은 호수, 뒤에서는 정이청과 철혈단이 쫓아오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서쪽 뿐.

하지만 서쪽으로 가기도 애매했다. 서쪽은 농지여서 앞이 탁 트여 있었다. 농지로 뛰어들면 얼마 가지도 못하고 들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구천성에서 멀어져도 시원치 않은 판에 거꾸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칫하면 완전히 포위되어서 빠져나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었다.

모두들 그 점을 알기 때문에 장천운의 결정만 기다렸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장천운이 흑월조를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해.”

 

갈대숲에서 제일 먼저 네 사람이 나왔다.

장천운과 사마경, 소연추, 저두심.

그들은 태연히 길을 걸어서 천주검문 사람들이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장천운은 갈대를 두어 개 꺾어들고서 마치 유람을 나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사마경과 소연추, 저두심조차 마음이 편해졌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천주검문 무사들의 상황이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 봤던 자들은 이삼십 명. 그들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장천운이 예상했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서 길이 네 갈래로 갈라졌다.

수십 명이 길가의 양쪽 갈대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십여 명씩 무리를 지은 자들이 수십 장 밖에 있는 또 다른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장천운은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자들을 향해서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걸어갔다.

그 와중에도 갈대 하나를 입에 물고서 잘근잘근 씹었다. 하나는 손에 들고서 파리를 쫓듯이 흔들어댔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서른 살 전후로 보이는 무사 두엇이 건들거리며 장천운 일행에게 다가왔다.

둘 중 말상처럼 얼굴이 긴 장한이 앞장서 걷고 있는 장천운의 위아래를 살펴보고는 목에 힘을 주었다.

“어디서 오는 자들이냐?”

장천운이 입에 물고 있던 갈대를 뱉어내고 대답했다.

“회남에서 오는 길입니다. 근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알 것 없다. 어느 문파의 사람들이지?”

“천비문의 제자입니다.”

“천비문?”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특별히 알려진 문파가 아니니까요.”

장천운이 머리를 긁으며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삼류문파여서 자랑할 것도 없다는 듯.

장한은 장천운의 말뜻을 짐작하고 조소를 지었다. 하긴 돼지처럼 뚱뚱한 놈이 제자로 있는 문파라면 알만 했다.

“훗, 그래도 이름 하나는 그럴듯하군.”

“하하하, 혹시 압니까? 저희가 유명해질지. 지금 구천성으로 가는 길이거든요,”

“구천성의 무사가 되려는 건가?”

“되든 안 되든 한번 도전해 봐야죠.”

잠깐 몇 마디 나누는 사이, 장한과 장천운은 서로를 오래 사귄 사람처럼 대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사마경과 소연추는 긴장한 와중에도 어이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혹시 진짜로 아는 사이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럼 수고하십시오. 밤이 되기 전에 육안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뵈면 제가 술 한 잔 사지요.”

“잘 가게. 아! 이름이 뭔가?”

“운천이라고 합니다.”

“운천. 기억해 두지. 나는 금동산이라고 하네.”

이름까지 나눈 장천운은 작별이 아쉽다는 듯 금동산을 향해 웃어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사마경과 소연추, 저두심은 뒤만 따라가면 되었다.

두 여인은 왜 장천운에게 귀호(鬼狐), 여우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저두심이야 그저 지난날의 추억이 떠올랐을 뿐이고.

‘열여섯 살짜리가 뒷골목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갈대숲 속에 있던 흑월조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장천운이 정면으로 부딪쳐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천주검문 무사의 환송(?)을 받으며 통과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 대단하군.”

추소철의 냉막한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한과 한명후는 놀랄 것도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귀호 아닙니까?”

그들이 바라보는 동안 장천운 일행이 천주검문 무사들로부터 멀어졌다.

“준비해.”

추소철이 옆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흑월조원들은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산, 자네가 뒤를 맡아주게.”

“알겠소.”

언제 철혈단이 도착할지 모른다. 오래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추소철은 장천운 일행이 보이지 않을 즈음, 장천운이 일러준 대로 행동을 개시했다.

“가자.”

추소철을 선두로 갈대숲을 나온 흑월조원들은 서쪽을 향해 달렸다.

구산과 진구, 사명학이 후미를 맡았다.

처음에는 갈대숲이 있어서 모습이 감춰졌다. 그러나 갈대숲을 벗어나자 탁 트인 농지가 나왔다.

늦가을이어서 작물을 모두 추수한 상태. 몸을 숨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들은 둑을 이용해서 몸을 숨기고 전진했다. 그러나 다른 농지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몸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주검문의 무사들이 둑을 넘어가는 그들을 발견했다.

“저기 수상한 놈들이 있다!”

“쫓아라!”

 

장천운과 사마경, 소연추, 저두심은 멀리서 들리는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천주검문 무사들의 실력으로는 흑월조원들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놓치면 위에 보고를 올리겠지. 수상한 자들이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보고를.

구천성이 그 보고를 받고 엉뚱한 곳을 뒤질 때쯤이면 자신들은 이미 합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흑월조원들 역시 꼬리를 떼어낸 후 합비로 올 것이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런데 이십여 리쯤 달렸을 때였다. 장천운이 멈칫하며 걸음을 늦추었다.

온몸을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제길, 또 있나?’

그때였다. 전면 오십여 장 떨어진 야트막한 언덕 위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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