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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7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5화

경천단 무사들도 장천운과 부딪치기 싫어서 모른 척했다.

어차피 어둠이 짙은 데다 면사로 얼굴을 가려서 누가누군지 제대로 알 수도 없었다.

그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장천운이 이때를 위해서 면사를 쓰자고 했다는 걸.

어쨌든 장천운을 필두로 한 흑월조원들은 그렇게 채곽과 경천단 무사들을 지나쳐서 월동문을 통과했다.

 

대운사 담장 바깥쪽을 경비하던 무사들도 안에서 들린 목소리를 들은 터였다. 그들은 월동문을 나서는 흑월조를 본 체 만 체했다.

조장이란 놈은 부당주 단강선에게도 대들던 놈 아닌가. 앞을 막았다고 장로원의 경비조장 목을 친 놈. 건드려봐야 더러운 꼴만 당할지 몰랐다.

장천운이 이끄는 흑월조원들은 대운사의 담장 외곽을 따라서 빙 돌았다.

그러다 숲이 나오자 숲 사이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경천단 무사들은 그들이 숲속에서 지랄발광을 하든, 숲에 있는 나무를 다 뽑아내고 새로 길을 내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숲속으로 들어간 흑월조원들은 경천단 무사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꽁지에 불붙은 말처럼 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숲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

 

흑월조가 월동문으로 나가고 일각쯤 지났을 무렵.

채곽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요한 뭔가를 놓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왠지 찝찝한 기분.

그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수하 하나가 입을 쩍 벌리고 소리까지 내가며 하품을 했다.

‘저 자식, 장천운이란 놈이 보면 어쩌려고…….’

순간, 찝찝한 기분의 정체가 떠올랐다.

‘맞아. 그 자식!’

조금 전에는 별 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마주치기도 싫은 놈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기 싫었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흑월조의 행동이 왠지 수상하게 느껴졌다.

장천운이라는 놈이 왜 지금까지 안 하던 짓을 하는 걸까?

소성주의 거처를 한번 쳐다본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월동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가자 경비를 서고 있는 수하가 보였다.

“이봐.”

“예, 조장.”

“흑월조가 어느 쪽으로 갔지?”

수하가 손을 들어서 숲을 가리켰다.

“저 숲에 난 길로 들어갔습니다.”

“숲으로 들어갔다고?”

“예, 대주.”

그 말을 들은 채곽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등골이 짜르르 울렸다.

순찰을 돌다보면 멀리 떨어진 곳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대운사의 담장 쪽은 경천단이 경비를 서고 있으니까.

하지만 흑월조는 이제 막 임무교대를 마친 자들이 아닌가. 멀리까지 나갈 이유가 없었다.

‘서, 설마……?’

채곽은 숲 사이로 난 길을 향해 달려갔다.

구불구불 뻗은 길은 숲을 가로지르며 북쪽으로 뻗어 있었다.

백여 장을 달려 숲이 끝나는 곳에 도착한 그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초원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앞쪽 어디에서도 흑월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임무를 마친 놈들이 지형도 모르면서 수백 장 떨어진 곳까지 순찰을 갔을 리는 만무한 일.

“제기랄! 이 개자식들이 어딜 간 거지?”

몸을 돌린 그는 대운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대운사로 돌아간 그는 담장 바깥을 따라 돌면서 외곽 경비무사들에게 물어보았다.

“흑월조를 봤나?”

“흑월조를 본 사람 없어?”

“장천운이란 놈 본 사람?”

자신이 지키던 곳에 있던 무사들 외에는 아무도 흑월조를 본 사람이 없었다.

 

단강선은 새벽잠을 깨운 채곽의 보고를 받고 벌떡 일어났다.

“뭐야? 흑월조가 순찰을 나가서 사라져?”

“예, 부단주. 호위임무를 마치고 잠깐 밖을 둘러본다고 나갔는데, 북쪽 숲으로 들어간 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몇 놈이나 나갔느냐?”

채곽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구름이 끼어서 워낙 어두웠었다. 마주치기 싫어서 건성으로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었다. 그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한 열 명쯤…….”

“이런 병신 같은 놈! 임무를 마친 놈들이 순찰을 나간다고 하면 잘 살펴봐야지!”

“장천운이란 놈이 시비조로 나와서 그만…….”

그 마음을 단강선이 어찌 모를까.

어쨌든 지금은 채곽을 다그칠 때가 아니었다.

흑월조가 순찰을 핑계로 사라졌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문득 어떤 생각이 든 그는 눈을 부릅떴다.

“채곽, 흑월조의 방으로 가서 남은 자가 있는지 알아봐라. 아무도 없거든 노 장로께 상황을 보고해. 나는 소성주의 방으로 가볼 테니까!”

“예, 부단주.”

 

방을 나선 단강선은 수하들을 이끌고 곧장 사마경의 거처로 갔다.

“소성주를 만나야겠소.”

“소성주께선 주무시고 계시네. 깨우지 말라 하셨으니 아침에 오게.”

영호관은 단강선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럴 시간이 없소. 지금 즉시 만나야겠으니 통보해 주시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 밤에 만나겠다는 건가?”

“흑월조가 어디로 갔는지 아시오?”

“그들은 외곽 순찰을 돈다고 밖으로 나갔네. 지금쯤 돌아왔는지 모르겠군.”

그때 채곽이 달려왔다.

“부단주, 방에 아무도 없습니다.”

단강선은 더욱 강하게 영호관을 압박했다.

“아무래도 그들은 순찰을 돌기 위해서 나간 것이 아닌 것 같소. 소성주께서 그들을 어디로 보내셨는지 알아봐야겠소.”

영호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언제부터 경천단의 부단주가 나에게 그 따위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구천호령의 두 령주는 경천단주 독고태라 해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만약 사마중천이 살아 있었다면, 사마경이 제 대접을 받고 있었다면 어찌 단강선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노려볼 수 있었겠는가.

“내 어찌 구천호령의 일령주를 무시하겠소? 단지 흑월조의 행동이 수상해서 소성주께 물어보려는 것뿐이오.”

“흑월조가 죄를 짓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이 밤중에 소란을 피우는 건가?”

단강선도 그 질문에는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상당한 소란이 일어났는데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이 정도 소란이라면 하다못해 소연추라도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거늘.

숨을 들이켠 그가 안에 대고 소리쳤다.

“소성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역시 수상해!’

그때 노현을 비롯한 장로와 호법들이 달려왔다.

“아직 소성주를 뵙지 못했나?”

단강선의 기가 다시 살아났다.

“일령주가 허락지 않아서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장로.”

노현이 영호관을 향해 다가갔다.

“소성주께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네. 계속 거부한다면 강제로 들어가겠네. 비켜서게!”

노현의 뒤쪽에는 어느새 호위대 무사 사오십 명이 모여들어 있었다.

정말 강제로 밀고 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

영호관도 그쯤에서 한발 물러섰다.

“꼭 만나 뵈어야 한다면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소성주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단강선과 노현 등을 붙잡아 놓은 시간은 잠깐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 될 것이었다.

방안으로 들어간 영호관은 텅 빈 방을 둘러보았다.

아침까지 들키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무사히 빠져나간 것만 해도 천행이었다.

‘소성주, 부디 이들의 손에서 무사히 벗어나시길.’

숨을 길게 몰아쉰 그는 짐짓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엇? 소성주께서 어딜 가셨지?”

그 말이 떨어지고 셋을 셀 시간이 흐를 즈음.

덜컹!

방문이 세차게 열리면서 노현과 정이청, 단강선 등이 안으로 들어섰다.

“소성주께선 어딜 가셨는가?”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뒷간에 가신 것은 아닌지……?”

“호위를 서고 있는 사람들이 소성주가 어딜 갔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제가 잠깐 뒤로 돌아간 사이에 나가셨을지도 모르잖습니까? 문 앞을 지키던 호령에게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영호관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자신은 모르는 일인 것처럼 딱 잡아뗐다.

상황을 짐작한 노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쳐 죽일 놈!’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쩌면 구천호령 뿐만 아니라 수혼대도 한통속이라고 봐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영호관과 냉원상을 붙잡아서 추궁하고 싶었다.

그러나 구천호령과 수혼대가 반발하면 추적만 늦어질 뿐. 더구나 사마경이 대운사 밖으로 나갔다는 것 때문에 그들을 추궁하는 것도 모양새가 어색했다.

사마경은 죄인이 아닌 소성주니까.

분하지만 지금은 사마경을 찾는 일이 더 급했다.

“강선! 지금 즉시 소성주를 찾아봐라! 그리고 모든 무사들을 집결시키도록 해!”

“예, 장로!”

 

한편, 종리성학은 사마경이 방에 없다는 것을 안 순간 한발 먼저 단혼객과 함께 추적에 나섰다.

호위대가 본격적인 추적에 나선 것은 그로부터 일각 후였다.

노현은 호위대 전체를 추적에 투입시켰다.

“삼로로 나누어져서 소성주를 찾는다! 인근 삼백 리 이내의 문파에 전령을 보내서 협조를 요청해!”

 

 

20장: 갈대밭은 피로 물들고

 

 

추적대가 대운사를 나서던 그 시각.

쉬지 않고 밤길을 달린 흑월조는 대운사로부터 사십여 리 떨어진 강가에서 겸사겸사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얼굴을 가린 면사를 떼어내고 겉옷을 뒤집어 입었다.

옷의 안쪽에 몇 사람은 청색으로, 몇 사람은 갈색으로 된 천이 덧대어져 있었다.

지금은 밤이어서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흑월조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보일 것이었다.

“추적을 시작했을까?”

흑월조원 중 한 사람이 장천운을 보며 물었다. 얼굴은 남자처럼 수염이 났는데 목소리는 맑고 가늘었다.

여자의 목소리.

사마경이 흑월조원의 옷을 입고 얼굴에 남자의 인피면구를 쓴 것이다. 소연추도 마찬가지였고.

“일단은 그렇게 가정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백부는 내가 사라진 것을 알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찾으려고 할 거야.”

어딘가에 사마경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공손백에게는 눈엣가시다. 소성주파가 미련을 버리지 못할 테니까.

당연히 공손백은 혈안이 되어서 사마경을 찾으려 하겠지.

“그러겠죠. 하지만 합비까지만 가면 구천성도 대놓고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합비는 남궁세가의 터전이다.

아무리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그들이 수백 년 동안 다져온 힘을 구천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차라리 철한방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는 사마경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소연추였는데, 그녀 역시 남자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장천운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공손백의 표적이 될 뿐입니다.”

“십이지부 중 반 이상이 아직 소성주를 받들고 있어. 그들의 힘을 모은다면 대령주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지금 공손백이 가장 우려하는 게 바로 그 일입니다. 아마 소성주가 십이지부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공손백은 자신의 야심을 모두 드러내서 피를 뿌릴 겁니다. 그럼 전쟁이 벌어지는 거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 장천운이 고개를 돌려서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소성주, 전쟁을 해서라도 구천성으로 되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사마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독하게 마음먹으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모아서 공손백과 한바탕 싸워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해서 천행으로 승리한들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죽고, 결국은 피와 주검만이 남을 텐데.

“아니. 나는 답답한 그곳이 싫어.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싫고. 이제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

아버지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시겠지.

“그럼 십이지부로 가는 일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자, 출발하시죠. 어차피 떠나는 거, 즐겁게 세상 구경하면서 다닙시다.”

 

***

 

백리호가 방에 들어갔을 때 공손백은 책을 보고 있었다.

공손백은 백리호가 탁자 앞까지 다가온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굳어 있는 백리호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과 어떤 기대가 동시에 떠올라 있었다.

책을 놓고 허리를 세운 공손백은 백리호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사형, 사마경이 흑월조와 함께 대운사에서 도망쳤다 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처럼 가라앉아 있던 공손백의 눈에서 싸늘한 눈빛이 번뜩였다.

“사마경이 도망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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