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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4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6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화

“손해는 죽는 놈만 손해지. 그리고 일을 벌인 저 인간들도 남는 건 없을 걸?”

“일이 커져봐야 자네도 좋을 것 없어. 그러니 놓아주고 말로 하자고. 저들이 걱정된다면 이 혁련기가 보증을 서지.”

혁련기에 대해선 장천운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들려온 말이 사실이라면 구천삼공자 중 백리우진이나 독고민과는 질적으로 다른 자가 바로 혁련기다.

적보다는 친구로 삼아야할 자.

“흐음, 좋소. 백리우진의 못된 성격을 알아보는 걸 보니 말이 통할 것 같군요.”

장천운은 마지못한 듯 말하고는 은홍석을 한쪽으로 집어던졌다.

거의 기절상태에 빠져있던 은홍석은 서너 바퀴 구른 다음에야 거세게 마른기침을 해댔다.

“컥, 커컥, 콜록, 콜록…….”

혁련기가 장천운을 향해 씩 웃고는, 독고민 등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이제 은홍석도 풀어주었으니 이쯤에서 매듭을 짓는 게 어때?”

독고민이 장천운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증인이 있는 이상 더는 오기를 부릴 수도 없었다.

더구나 그 증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고집불통 혁련기 아닌가.

“오늘은 운이 좋았다, 이놈.”

“누구 운이 좋은 줄 모르겠군.”

“이 자식이……!”

독고민이 발끈해서 눈을 치켜떴다.

혁련기가 손사래를 치며 둘을 말렸다.

“아아아, 다시 시작할 건가? 자, 끝났으면 그만 가세.”

장천운은 마지막으로 백리우진을 지그시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오늘 일, 네가 꾸몄겠지? 흥!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백리우진.’

 

정원을 나서자 혁련기가 말했다.

“얼마 전에 수련을 마치고 나왔더니 선우상이 그러더군. 사귀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한번 만나볼까 하던 참이었지.”

“그런데 처음 만나자마자 손해를 봤군요.”

“손해라고 할 것까진 없어. 독고민과는 어차피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으니까.”

“독고민보다는 백리우진을 조심하셔야 할 거요.”

“그놈이 아주 간교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 하지만 너무 걱정할 것 없네. 나는 간교한 놈들에게 유난히 강하거든? 그런 놈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목을 쳐버리니까 말이야. 하하하하.”

혁련기가 손짓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장천운은 호탕한 혁련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일 수 없었다.

“그럼 저는 이제 수혼대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물어보시죠.”

“자넨 정말 소성주가 성주의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무척 위험한 질문이었다. 소성주의 호위인 장천운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 말.

하지만 장천운은 그 말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그건 하늘도 모르죠.”

그러고는 씩 웃으며 돌아섰다.

 

***

 

서호는 아들의 팔이 부러진 것을 알고 불같이 노했다.

“멍청한 놈! 그딴 놈에게 당해?”

“죄송합니다, 아버님.”

“팔이 나으면 앞으로 일 년 동안 허튼 짓 말고 무공이나 수련해!”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자식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떡하긴! 내 아들이 일개 조장에게 팔이 부러졌다고 자랑이라도 하란 말이냐?”

마음 같아서는 당장 쫓아가서 목을 쳐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자신의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 동안 비웃었던 동태국의 마음을 이해했다.

‘제기랄. 이제는 동가 놈이 나를 비웃겠군.’

그렇다고 해서 자식의 팔목을 부러뜨린 놈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이놈, 언제 한번 제대로 걸리기만 해봐라.’

으드득, 이를 간 그는 부관에게 명을 내렸다.

“기학, 무화원과 수혼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라. 특히 장천운이라는 놈을 잘 지켜보고, 혹시라도 율법을 어기는 일이 목격되면 무조건 잡아들여!”

“예, 당주!”

 

그날 이후, 무화원과 수혼대에 대한 감시 인원이 배 이상 늘었다.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도 전보다 더 싸늘했다.

장천운은 벽호당의 움직임을 보고 서호의 마음을 간파했다.

보나마나 뻔했다. 여차하면 트집을 잡아서 자신을 잡아가려는 거겠지.

‘젠장,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잡아가겠는데?’

아무래도 조용해질 때까지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 게 나을 듯했다.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정세를 생각하면 답답한 일이지만 자신은 기껏해야 흑월조 조장.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무공이나 열심히 익혀야겠군.”

덕분에 흑월조만 땀을 배로 흘렸다.

 

-땀을 한 방울 더 흘리면, 피를 한 방울 덜 흘린다!

 

그 말이 흑월조의 좌우명이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흑월조원들도 강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전력을 다해서 수련에 임했다.

오죽하면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던 수혼대원들도 이제는 그들을 동정하면서 흑월조원으로 뽑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18장: 네 뜻대로 안 될 거다

 

 

살얼음을 걷는 나날이 흐르며 가을이 깊어갔다.

공손백의 세력은 시일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해졌다.

중간 위치에 있던 장로는 물론이고 호법조차 하나 둘 공손백 쪽으로 이동했다.

소성주파로 분리되었던 귀도당주 전막마저도 눈치를 보다가 공손백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상황이 워낙 빠르게 변하는데다 감시가 워낙 철저해서 우문각조차도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 소성주파에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마중천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했던 강골들 뿐. 굳이 비율을 따진다면 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공손백이 아직 힘으로 그들을 누르기에는 부담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십이지부 때문이었다.

아직 십이지부는 소성주 쪽의 힘이 더 강했다. 성 내의 간부들을 공격하면 십이지부가 반쪽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시월이 거의 다 지나갈 때였다.

공손백의 청천벽력 같은 명령이 구천성을 강타했다.

 

“태상호법 여철숭이 검왕문(劍王門)의 힘을 끌어들여서 혼란을 야기 시키려 했다! 여철숭을 잡아서 뇌옥에 가두어라!”

 

천하에는 구천성을 위협하는 다섯 개의 대세력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산동성 남서쪽 제녕에 자리 잡은 검왕문이다.

철한방을 공격한 숙주의 선풍문 배후에 검왕문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 정말로 여철숭이 검왕문과 내통했다면 대죄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철숭은 강력하게 자신의 죄를 부인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검왕문의 장로인 여철상이 비록 노부와 사촌간이라 하나, 노부는 그의 얼굴을 못 본 지 이십 년이 넘었다. 그에게서 부고(訃告)가 왔다는 것만으로 노부가 내통했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는 누군가가 이 여철숭을 제거하기 위해서 억지를 쓰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철숭이 지칭한 ‘누군가’가 공손백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문제는 여철숭의 형제가 실제로 검왕문의 장로라는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여철숭은 공손백과 백리호가 친 올가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백리호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철숭을 뇌옥에 가두었다.

소성주파 간부들은 울분을 토하면서도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 자신들이 나서면 공손백이 소성주에게도 손을 쓸지 모르는 것이다.

 

***

 

사마경은 가장 강력한 우군인 여철숭이 뇌옥에 갇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무화원을 나섰다.

“백부를 만나야겠어.”

“소성주, 잘못하면 저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소연추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도 알아. 하지만 태상호법께서 이대로 밀려나면 어차피 끝이야. 안 그래?”

장천운의 생각도 사마경과 같았다.

지금은 기다린다고 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공손백 쪽의 생각이라도 알아야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가시지요, 소성주.”

 

소연추와 장천운이 그녀를 호위했다.

구천호령과 수혼대는 대동하지 않았다. 그들이 함께 우르르 몰려가면 일이 커질 수 있었다.

사마경 등이 공손백의 거처가 있는 장로원으로 들어가자 경비무사 다섯이 앞을 막아섰다.

장로원의 경비무사는 다른 곳의 경비무사와 달리 짙은 감청색 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벽호당이 아닌 장로원 자체에 소속된 무사였다.

구천성 무사들은 그들을 선경대(仙警隊)라 불렀는데, 장로들과 항상 가깝게 지내다 보니 콧대가 셀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소성주?”

경비무사 중 삼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중년무사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사마경의 눈매가 잘게 떨렸다.

장로원 경비무사가 아무리 콧대가 세다 해도 전이었다면 ‘소성주를 뵙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부터 했을 것이다. 질문은 그 후에 했을 것이고.

얼마 전만 해도 그게 당연한 예의였다.

그런데 슬쩍 고개만 숙이고 질문부터 해? 얼마나 자신을 무시하면 행동을 저 따위로 한단 말인가.

“백부님을 만나러 왔어.”

“지금 대령주께선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손님? 그래서 나더러 돌아가라는 건가?”

“죄송합니다, 소성주. 대령주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셔서…….”

말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표정에서는 조금도 미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함은커녕 은근한 조소마저 느껴질 정도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보다 못한 소연추가 발끈해서 나섰다.

“그대가 감히 소성주의 앞을 막겠다는 거냐?”

“그만한 사정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사정? 일개 경비조장이 언제부터 대령주의 대변인이 되어서 소성주를 막을 수 있게 되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군.”

“이곳은 장로원이오. 장로원에는 장로원 나름의 법이 있소이다. 선자께서 이해해 주시오.”

중년무사가 목에 힘을 주고 턱을 치켜들었다.

상대가 단봉선자라는 것을 그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천하의 단봉선자도 장로원에서는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흥! 장로원은 구천성이 아닌 모양이지? 잔소리 말고 비켜라!”

발끈한 소연추가 냉랭히 코웃음 치며 다그쳤다.

그러나 중년무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이 떨어졌다고 했지 않소? 나는 명을 지킬 뿐이오.”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년무사의 뒤로 장로원 경비무사들이 늘어섰다. 어느새 다른 곳을 지키던 무사들도 가세해서 숫자가 열 명이나 되었다.

“무슨 일인가, 동순.”

새로 가세한 자들 중 매부리코 무사가 중년무사에게 물었다.

“소성주께서 대령주를 뵙겠다고 오셨네.”

“대령주께서는 지금 손님을 만나고 계시니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 하셨지 않은가?”

“그렇게 말했지. 그런데도 무조건 들어가시겠다고 하시는군.”

“그래?”

“사월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목련도 땅에 떨어지면 별 볼일 없다는 걸 모르시는 모양이네.”

소연추의 얼굴이 벌게졌다.

설마 소성주를 이런 식으로 대할 줄이야.

이제 여철숭까지 잡아들였으니 소성주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그때 장천운이 사마경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소성주, 목을 칠까요?”

느닷없는 그의 말에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거만하게 말하던 중년무사도 눈을 치켜뜨고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장천운이란 놈인 모양이군. 죽고 싶지 않으면 주둥이 조심해라.”

장천운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소성주?”

중년무사는 장천운이 무시하자 눈을 치켜떴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가보구나. 소성주를 믿고 건방을 떠나 본데, 이제는 소성주도 네 목을 지켜주지 못할 걸?”

장천운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중년무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허락도 필요 없겠군. 소성주를 모욕하는 자는 죽여도 죄가 되지 않거든.”

그때였다. 사마경이 짧게 명을 내렸다.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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