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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7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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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적호위 73화

하늘색 청삼 청년의 검은 부드러움 속에 강한 힘이 내포되어 있어서 절묘하게 정이청의 공격을 차단했다.

정이청은 이도저도 뜻대로 안 되자 분노가 하늘을 찔렀는데, 땡감을 씹은 듯 일그러진 얼굴이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군.”

장천운에게서 일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방호가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지 아시오?”

“남경의 신룡, 남천신룡 사공명신이오.”

장천운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저자가 무림십룡 중 하나란 말이지?’

그렇다면 정이청이 곤란을 겪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그보다 저 여인이 더 놀랍소.”

이공진이 두양양 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두양양의 무위는 모두를 놀라게 하고도 남았다.

그녀의 상대인 혈포중년인은 폭이 좁은 검을 사용했는데, 놀라운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검에서 뻗어 나온 푸른 검기가 그물처럼 펼쳐지며 두양양을 당장 난도질할 듯했다.

그럼에도 두양양은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강력한 반격을 가해서 혈포중년인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천하에 저 정도의 여고수가 몇이나 될 것인가.

더구나 진주 빛 거무스름한 피부를 지닌 그녀의 독특한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검성의 제자라 들었소.”

“아! 그럼 저 여인이 황산협녀 두양양이군.”

장천운은 이공진의 말을 듣고서야 두양양의 이름을 알았다.

그 사이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죽여!”

“이 개자식들! 남궁세가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아느냐!”

“으악!

“그쪽 놈들을 공격해!”

고함과 욕설 사이로 피가 튀고 비명이 울렸다.

남궁호 일행은 일곱에 불과했지만, 개개인이 광혈단 무사 서너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였다.

그러나 숫자에서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장천운을 놀라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서궁이었다.

서궁은 자신의 손에 팔목이 부러졌던 그때의 서궁이 아니었다.

실력이 놀랍도록 늘어서 절정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목에 힘을 주고 오만하게 소리치더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서호가 팔목 부러진 아들을 위해서 아껴둔 영약을 모두 풀었다더니, 정말이었나 보군.’

어쨌든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장천운이 방호 일행을 향해 말했다.

“세 분이 나가서 남궁세가 쪽을 도와주시오.”

“예?”

“위기에서 구해주면 강상의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거요.”

“그 말도 일리가 있군, 가세!”

장천운의 말뜻을 깨달은 방호 일행은 싸움이 벌어진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방호와 이공진, 유각의 실력은 광혈단 무사를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남다른 목적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달린 일인 듯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

위기에 몰렸던 남궁호 일행은 세 사람이 합세해서 한쪽을 막자 곧바로 비세를 만회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고맙소!”

남궁호는 방호 일행의 정체도 모르고 고마워했다.

방호가 부채를 사용했다면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곤을 사용했고, 이공진과 유각도 머리모양이 어젯밤 변용한 상태 그대로였다. 복장만 원래대로 바뀌었을 뿐.

그렇게 싸움이 시작된 지 일각쯤 지나자 광혈단 무사 칠팔 명이 객잔 안팎에 널브러졌다.

이제는 구천성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서궁의 얼굴이 당황과 분노로 시뻘게졌다.

“정말 본 성에 대적하겠다는 거냐!”

“순찰조를 공격한 자들만 내놓으면 된다하지 않소!”

그때였다. 북성로 입구 쪽으로 무사 수십 명이 들어섰다.

남궁세가의 무사들이었는데, 적어도 사오십 명은 될 듯했다.

“싸움을 멈춰라!”

“멈추시오!”

 

나타난 남궁세가의 사람 중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남궁력의 바로 아래동생이자 창궁단의 단주인 남궁서경이었다.

남궁력의 명령을 듣고 달려온 그는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정이청을 노려보았다.

“구천성이 우리 남궁세가를 적으로 대하겠다면 우리 역시 마다할 생각이 없소이다. 나중에 우리가 예를 차리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시오.”

정이청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엉뚱한 누명을 쓴 것만 해도 화가 나는데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밀렸다.

그 어린놈이 무림십룡 중 남천신룡이라는 것은 그에게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먼저 몰아붙인 쪽은 남궁세가가 아닌가!”

“뭘 잘못 아시고 계시는구려. 구천성이 말도 없이 합비에 들어온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소?”

“그건…….”

“우리가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은 줄 아시오?”

“우린 목적만 달성하면 떠날 생각이었네.”

“그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본가를 모욕하는 것은 아니었을 거요.”

“글쎄, 우린 그런 적이 없다니까!”

“흥! 그럼 본가의 무사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요?”

“끄응…… 빌어먹을.”

정이청은 울화통이 터졌다. 하지만 어젯밤에 돌아다닌 광혈단 무사 중 누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확하게 파악이 안 된 이상 반론이 마땅치 않았다.

“귀하들이 합비에 들어온 지 벌써 사흘째요. 그 동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힘들다는 뜻 아니겠소이까? 그만 돌아가시오!”

남궁서경이 정이청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런데 서궁이 이를 가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럴 순 없습니다!”

여기서 물러서면 무슨 창피란 말인가.

“저는 서궁이라 합니다. 지금 돌아가라 하셨는데, 남궁세가가 본 성의 행사를 막겠다는 겁니까?”

“여긴 합비네. 그 점을 잊지 말게, 서 공자.”

“합비가 뭐 어쨌다는 겁니까? 언제부터 합비에서 남궁세가가 우리 구천성의 행사를 막았는지 모르겠군요.”

비아냥거림이 섞인 오만한 말투.

남궁서경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전에 그리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이제부터는 그렇게 하지.”

당장 검을 뺄 것처럼 손을 쥐었다 펴는 남궁세가 무사들의 눈에서도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정이청은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자, 노회한 강호의 고수답게 한 걸음 물러섰다.

“그만 돌아가세. 사흘 동안 찾아봤으면 우리도 할 만큼 한 것 같군.”

“숙부, 그럼 흑화방에 있는…….”

불만이 가득한 서궁의 말을 정이청이 중간에서 잘랐다.

“내 말대로 하게. 대령주께서도 우리가 남궁세가와 싸우는 걸 원치 않으실 거네.”

그러고는 슬쩍 눈짓을 하며 전음을 보냈다.

[일단 물러난 다음 저녁에 놈을 잡으면 되지 않겠나?]

정이청이 전음으로 그리 말하자, 서궁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하지만 남궁세가 쪽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서는 여전히 분노의 불길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오늘 일,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요.”

혈포중년인이 남궁호를 보며 냉랭히 말했다.

남궁호가 그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두 소저의 검에 혼쭐이 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남궁호. 계집의 뒤에 숨어서 입만 나불거리지 말고 다음에는 직접 내 검을 받아봐라.”

“얼마든지. 이제 그만 가보시지. 당신들이 여기에 더 있어봐야 좋아할 사람도 없으니까.”

 

서궁과 정이청이 광혈단을 이끌고 대륙객잔을 떠나자 남궁서경의 눈이 남궁호에게로 향했다.

“어리석은 놈, 왜 함부로 나서느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숙부. 저는 본 세가가 저런 무지한 자들에게 모욕당하는 꼴을 눈뜨고 볼 수 없었을 뿐입니다.”

“쯔쯔쯔, 그 성격이 언젠가는 큰일을 내고 말 거다.”

남궁호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그런데 마침 그가 바라보는 곳에 방호와 이공진, 유각이 서 있었다.

그는 숙부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말을 걸었다.

“도와주어서 고맙소. 귀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소.”

방호는 긴장감으로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남은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방법은 정면 돌파뿐.

“고마워하실 것 없소. 우리에게 다른 뜻이 없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뜬금없는 방호의 말에 남궁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뜻이 없다는 걸 알리다니, 무슨 말씀이오?”

“우리 친구가 전홍기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남궁세가에 잡혀 있소. 절대로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믿어주지 않더이다.”

남궁호의 눈이 커졌다.

“뭐요? 그럼 그대들이…….”

“나는 방호라 하오. 그리고 여기 이 친구들이 이공진과 유각이오.”

그제야 남궁호는 방호의 눈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알고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훗, 정말 듣던 대로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꾹 참고 말했다.

“의외군. 당신들이 우리를 돕다니.”

“진실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오.”

“진실이라…… 어찌된 일인지 한번 알아봐야겠군.”

“강상은 지금까지 친구들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소. 남궁세가도 진범을 잡고 싶다면 사실부터 확인하는 게 좋을 거요.”

남궁호가 이마를 찌푸리고 남궁서경을 돌아다보았다. 남궁서경도 다 들었는지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숙부? 저는 목숨을 걸고 구천성과 싸우면서까지 저희를 도와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만.”

“으음,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래도 자세히 조사해봐야 할 것 같구나.”

“전 아우와 제가 친하게 지냈다는 걸 숙부님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그 조사는 제가 맡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단, 오늘 일에 대해서만큼은 가주 형님께 혼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장천운은 구천성 무사들이 떠나간 곳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서궁과 정이청이 너무 쉽게 돌아섰다. 아무리 세에서 밀린다 해도 구천성의 이름이 걸린 일이거늘.

특히 마지막에 보인 정이청의 눈짓이 마음에 걸렸다.

‘눈짓을 보내고 서궁이 대답을 하는 데까지 셋을 셀 정도의 시간 공백이 있었어.’

그 사이 전음으로 뭔가를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방호가 그를 불렀다.

“천 형!”

사마경이 장천운을 ‘천운’이라고 부르자 성을 ‘천’씨로 생각한 듯했다.

장천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방호가 자신을 끌어들인 게 못마땅하긴 해도 마다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강상을 구하는데 도와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사공명신과 두양양에 대한 호기심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몫했다.

장천운을 본 남궁호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대와 방 형이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군.”

장천운은 화제를 돌려서 귀찮은 질문을 피했다.

“강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들었소. 귀하가 다시 조사를 해보겠다고 한 결정은 잘한 일이오.”

“나 역시 잘한 결정이었으면 좋겠군. 좌우간 우린 방 형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서 세가로 돌아갈 거네. 함께 갈 건가?”

장천운은 고개만 가볍게 끄덕이고 방호 곁으로 갔다.

두양양의 눈동자가 그를 따라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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