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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6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69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66화

[내가 포위망을 흔들 거요. 강상은 놔두고 당신들이라도 빠져나가시오!]

갑작스런 전음에 방호가 멈칫했다.

친구를 놔두고 가라고?

그의 마음을 짐작한 듯 전음이 빠르게 들렸다.

[저자들도 함부로 죽이진 못할 거요. 오히려 남의 눈이 있으니 살려서 진실을 파악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오. 그러니 일단 이 자리를 피한 후에 후일을 기약하시오.]

그 직후 뭔가가 날아들었다.

쉬쉬쉭!

“윽!”

“암기다! 조심해!”

비명과 대경한 경고성이 울리고, 방호 앞을 막고 있던 남궁세가의 무사 서너 명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공진과 유각 쪽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생겼다.

이를 악문 방호는 순간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악을 썼다.

“일단 빠져나가!”

이공진과 유각도 즉시 그를 따라서 움직였다.

두 사람 역시 강상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세 사람은 자신 외의 두 사람을 야속하게 생각했다.

자신이야 전음을 듣고 한 행동이지만, 다른 두 사람은 무작정 도주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세 사람의 귀에 전음이 동시에 들렸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놈들을 쫓아라!”

“놓치지 마라!”

남궁두와 사십대 무사가 노성을 내질렀다.

창룡검대와 수룡검대 무사가 방호 일행을 쫓아서 몸을 날렸다.

“너희 셋은 강상을 챙겨서 세가로 돌아가라. 죽지 않도록 조심해! 사실을 밝혀내야 하니까!”

남궁두가 창룡검대 무사 셋에게 마저 명령을 내리고 추적에 합류했다.

‘강상만 없으면 피할 수 있겠지.’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장천운은 사마경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천운, 왜 그들을 구해준 거지?”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요.”

장천운은 사마경의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그러나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연이 이어질 것 같은 느낌.

비록 객잔에서 자리를 얄밉게 차지하긴 했지만,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거는 자들 아닌가.

그런 자들이라면 인연이 이어져도 나쁠 것은 없을 듯했다.

 

***

 

홍구객잔으로 돌아온 장천운과 사마경은 왕규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왕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이 식사를 하며 그 순간의 편안함을 즐겼다.

특히 사마경은 장천운보다 더 담담했다. 최소한 구천성이나 절독곡보다는 마음이 편했으니까.

‘한 달만 지나면 백부도 더 이상 나를 죽이려하지 않을 거야.’

새해가 될 때까지 자신이 가지 않으면, 공손백이 성주로 취임한다 해도 반대파들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자신이 십이지부 중 일부를 등에 업고 공손백에게 대항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종식되는 것이다.

그녀가 상념에 잠겨 있는데 장천운이 일어났다.

“아가씨, 잠깐 저 자를 좀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누구?”

상념에서 깨어난 사마경이 움찔하며 물었다.

장천운이 눈짓으로 구석 쪽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구석진 곳 탁자에서는 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퍼마셨는지 술잔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도 점소이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정말 그럴 거야? 돈 준다니까! 어서 가져와!”

보아하니 술값 때문에 점소이가 술을 주지 않는 듯했다.

“저 사람을 왜 만나려고?”

“뭐 좀 알아볼 게 있습니다.”

장천운이 그를 만나보려는 건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변장이나 좋아하는 사기꾼 늙은이가…… 꺼어억, 숙부면 숙부지, 어디서 이 오달을…… 두들겨 패? 그 얼굴이…… 으으음, 꺼억, 가짜라는 걸…… 세상에 다, 전부 다! 까발리고 말겠어.”

 

아마도 숙부에게 맞고서 술을 마신 듯했다.

장천운은 점소이를 불러서 술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고는 술꾼의 앞자리에 앉았다.

술꾼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누구슈?”

“이 객잔에 머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이 점소이가 술을 가져왔다.

장천운이 술병을 잡고 술을 따라주었다.

“한 잔 드십시오. 제가 사드리는 것이니 돈은 걱정 마시고.”

술을 가득 따라준 그가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변장이나 좋아하는 사기꾼 늙은이는 누굴 말하는 거요?”

“그 늙은이? 그야 천화상의 너구리같은 영감이지. 꺼억, 좌우간 이 술, 고맙네.”

“천화상? 뭐하는 곳입니까?”

“애들 장난감 같은 잡화와 여자들을 위한 물건을 파는 곳이네.”

“어디에 있는데요?”

“저쪽으로 난 길 끝에 있지. 어지간하면 가지 말게. 사기 당할지도 모르니까.”

장천운은 이런저런 말로 술꾼을 달랜 다음 사마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왜 물어본 거야?”

“그곳에 필요한 물건이 있을지 몰라서요. 아가씨는 올라가서 쉬고 계십시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

 

천화상은 술꾼 오달의 말대로 길 끝자락에 있었다.

장천운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문을 닫으려던 중이었다.

“안에 있는 물건 좀 구경해 봐도 되겠습니까?”

장천운의 말에, 막 문을 닫으려던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백 살도 넘었을 것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앞으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허리가 굽은 노인이 장천운의 위아래를 쓱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슈.”

잡화점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인형과 여자들이 사용하는 노리개, 화장에 쓰는 물건 등 온갖 잡화가 진열되어 있었다.

장천운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뭘 사러 오셨수?”

노인이 늙수그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장천운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기막힌 물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허허허, 이곳에는 그런 물건이 없소이다.”

“조금 전에 오달이라는 자에게 물어봤지요. 그가 말하기를, 변용술은 천화상의 오장 노인이 안휘에서 제일이라 하더군요.”

“오달이 누군지 몰라도 헛소리를 한 모양이오.”

“저는 사실 그의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술만 날린 것 아닌가 했지요. 그런데 노인장을 보니 그의 말이 헛소리만은 아닌 것 같군요.”

“무슨 말이오?”

“나름대로 눈이 좋은 저도 유심히 신경 쓰지 않았으면 코 옆의 점이 가짜인 줄 모를 뻔했습니다.”

노인이 이마를 꿈틀거리더니 욕을 퍼부었다.

“그 썩을 놈의 자식, 내 진작 목뼈를 부러뜨려서 말을 못하게 만들어버렸어야 하는데, 조카라고 놔두었더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해를 끼치려고 찾아온 것은 아니니까요.”

“편들어 줄 거 없네. 그놈은 욕먹어도 싸!”

“필요한 것만 얻으면 조용히 물러가겠습니다.”

노인은 장천운을 째려보았다.

“뭘 원하는데?”

“변용을 하기에 적당한 물건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죠.”

“그런 거라면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정당한 값을 치르고 살 것이니 뭐든 말씀해보십시오.”

“음, 좋네. 따라오게나.”

노인이 몸을 돌리더니 내실 쪽으로 들어갔다.

장천운은 노인의 구부러진 등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런 노인이 이런 구석진 곳에 있다니…….’

 

***

 

객잔으로 돌아온 장천운이 뭔가를 내밀자 사마경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또 면구야?”

“아닙니다.”

“그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유약과 변용 물건입니다. 열 번 정도는 세수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했으니 지금보다는 편하실 겁니다.”

“더 미워지는 거 아냐?”

“살짝 칠하면 되죠.”

“정말 살짝 칠해도 돼?”

“예, 아가씨.”

“좋아, 그럼 천운이 칠해줘.”

장천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건을 늘어놓았다.

 

잠시 후.

“어떻습니까?”

장천운이 물이 담긴 대야를 바라보는 사마경을 향해 물었다.

“아쉽긴 해도 이 정도면 뭐…….”

사마경은 지금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눈이 예쁜 평범한 시골 소년.

보기가 훨씬 나았다.

 

***

 

다음 날.

장천운은 사마경과 함께 합비를 돌아다녔다.

흑월조 찾는 일을 왕규에게 맡겨놓았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자신들이야말로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아는 사람들 아닌가.

남들은 코앞에 눈을 들이대야 알 수 있지만, 자신들은 백 장 떨어진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사마경은 쌍수를 들고 반겼다.

곽산에서 일 년 만에 나온 그녀로선 객잔에서 기다리는 게 너무나 지겨웠다. 밖으로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게 훨씬 더 나았다.

“어? 저기, 남궁세가 사람들 아냐?”

합비를 남북으로 가른 대로에 들어섰을 때 사마경이 말했다.

장천운은 이미 그들을 보고 있었다.

남궁세가 무사로 보이는 자들 여섯 명이 세 사람을 호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호위를 받고 있는 자들은 일남이녀,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호방한 인상의 청년 하나와 아름다운 여인 둘이었다.

고급스럽게 보이는 무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겉모습만 보아도 평범한 자들은 아닌 듯했다.

장천운은 몸을 자연스럽게 돌렸다.

“저쪽으로 가지요.”

“응? 그래.”

장천운과 사마경은 건너편에 있는 골목으로 향하는 것처럼 대로를 가로질렀다.

그 사이 남궁세가 무사와 일남이녀가 삼 장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도 또렷하게 들렸다.

“아마 이번 창궁무전(蒼穹武戰)은 어느 때보다도 성대할 거요.”

“정말 그럴 것 같아요. 벌써 내로라하는 젊은 고수들이 수십 명이나 합비에 들어왔잖아요.”

“그들은 곧 연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닐 거요.”

“피이, 오늘 보니까 아무도 따라오지 않던데요?”

“연매도 창궁무전에 참여할 거요?”

“제가 어디 참여할 실력이나 되겠어요?”

“무슨 말이오? 회남의 비연선자를 감히 누가 얕볼 수 있겠소?”

“입에 발린 말씀 마세요. 여기 두 언니라면 또 몰라도 저는 어림없어요.”

“두 소저야 검성의 제자이시니 논외로 쳐야지요.”

“좌우간 싫어요. 나가서 창피 당하느니 그냥 구경이나 할래요.”

장천운과 사마경이 골목에 접어들 즈음 일남이녀가 뒤쪽으로 지나갔다.

‘남궁세가에서 열린다는 비무대회 때문에 온 사람들인가 보군.’

장천운도 남궁세가에서 삼 년마다 창궁무전이라는 비무대회를 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십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비무대회인데, 안휘성 일대의 청년무사들에게는 그 창궁무전에서 이름을 날리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 중 단어 하나가 장천운을 자극했다.

검성의 제자.

당금 강호에서 검성이란 이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검에 관한한 적수를 찾을 수 없다는 천하삼검 중 황산검성(黃山劍聖) 백정천.

‘구천성이 소성주의 실종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성대한 비무대회를 연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듯 느껴졌다.

비무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려면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야한다.

아무리 남궁세가가 구천성과 관련 없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 비무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다니.

‘이번 창궁무전은 이전과 다른 비무대회가 될지도 모르겠군.’

그때 뒤쪽으로 지나가던 청년이 소리쳤다.

“이봐! 잠깐만!”

장천운은 못들은 척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사마경이 고개를 돌렸다.

“천운, 저 사람이 우리를 부르는 것 같은데?”

‘저도 압니다.’

모른 척한 것뿐이지.

어쨌든 사마경이 그리 말한 이상 더는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청년이 일행과 함께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나를 불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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