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94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49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94화
40장: 강호는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
미시가 되자 구천성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미 오전에 벌어진 대회의 결과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많은 추측과 예상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이상하게 변질되기도 했다.
“소성주와 대령주가 한판 붙었다고 하네.”
“태상호법과 대장로도 손을 썼다고 하던데?”
“대령주가 소성주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오히려 말발에서 밀렸다는군.”
“소성주가 임시성주가 되어서 강호일통을 해야 성주로 인정한다고 했데. 그게 말이 돼?”
간혹 사마경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젊은 무사들은 당장 무화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소성주 얼굴이 정말로 절세미인이라고 하더군.”
“서시가 울고 가게 생겼데.”
“합비에 가서 얼굴을 뜯어고쳤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일까?”
“지미, 나도 돈만 많으면 마누라 얼굴을 한번 고쳐볼 텐데…….”
“그냥 데리고 살아. 메기주둥이 아무리 뜯어고쳐봐야 빠가사리밖에 더 돼?”
“이 새끼가! 우리 마누라 입이 어때서!”
이야기가 이상하게 변질되면서 십오 년 넘게 버텼던 공손백의 인내도 한계점을 향해 달려갔다.
사마경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 자체부터 짜증이 났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자신이 마치 순진한 사마경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처럼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이다.
자신이 언제 사마경에게 강호일통을 강요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놈이 그따위 소문을 퍼뜨렸단 말이냐?”
자연스럽게 퍼진 이야기치고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누군가가 고의로 소문을 퍼뜨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
게다가 교묘하게 자신을 사마경과 비교시키며 깎아내리고 있다.
악의적인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주군, 사마경의 미모가 알려지면서 젊은 무사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종리성학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마경의 얼굴에 대해서만큼은 공손백도 할 말이 없었다.
돌아설 때 본 그녀의 얼굴은 나이든 자신조차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하물며 젊은 무사들은 어떻겠는가?
‘교활한 계집. 정말 소문대로 밖에서 얼굴을 뜯어고친 것 아냐?’
아니라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일 년 만에 어떻게 그리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좌우간 이대로는 안 돼!’
단 하루, 아니 한두 시진 만에 너무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 일 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다.
“성학, 사제에게 말해서 백리우진을 오늘 합류시키라고 해라.”
“예, 주군.”
“그리고 문인동에게 들어오라고 해.”
멈칫한 종리성학이 눈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주군.”
‘사마가의 핏줄인 것을 알면서도 그 계집을 너무 얕봤어.’
공손백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번뜩였다.
싹은 초기에 자르는 게 제일 좋다.
잡풀은 뿌리째 뽑는 것이 최선이고.
‘네가 나를 독하게 만드는구나, 사마경.’
***
“소성주 얼굴, 정말 밖에서 고친 것 아닐까요?”
정유가 불신의 표정으로 말했다.
허공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우문각이 입꼬리를 비틀며 되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저야 면사 쓴 얼굴만 봐서 진짜 얼굴은 잘 모릅니다만, 총사께서는 자주 보셨을 것 아닙니까?”
“봤지.”
“그런데 왜 확실하게 말씀을 안 해주시는 겁니까?”
“내가 봤을 때는 항상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었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얼굴이 진짜였는지조차 의문이야.”
“설마 몇 년 동안 가짜 얼굴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무려 십 년이다.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역용을 하고서 살 수 있다고 보느냐?”
정유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사람이 어떻게 십 년 동안 역용을 하고 지낸단 말인가?
“그런데 어쩌면 정말로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
총사도 이제 판단이 흐려졌나?
정유는 그런 의문부터 들었다.
하지만 우문각으로선 그리 말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마 삼 년 전이었을 거다. 성주가 말했지.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여인을 봤지만 자신의 딸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없다고. 그때는 장난으로, 아니 딸을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처럼 그냥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고슴도치도 자신의 자식을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으로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 말을 할 때의 눈빛을 생각 못했어. 마치 깊은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음흉한 웃음이 깃들어 있었는데 말이야.”
정유는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럼 정말로 십 년 동안 사람들을 속였다는…….”
“정말 무서운 부녀 아니냐?”
“맙소사. 사실이라면 등골이 오싹해지는군요.”
“그래, 나도 그렇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생각을 조금 달리해야 할 것 같다.”
말을 맺은 우문각의 눈빛이 무저의 늪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빛.
‘사마경의 얼굴은 아주 훌륭한 무기야. 그리고 훌륭한 무기는 제대로 써야 빛을 발하는 법이지.’
그로 인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다.
“정유, 은명객은 어떻게 되었느냐?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이면 무화원으로 보내라. 장천운에게는 내가 서찰을 하나 써주마.”
생각지 못한 명령. 정유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반응일 줄 알았다는 듯 우문각이 중얼거렸다.
“열 손이 도둑하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곳이 세상이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무기도 부서지면 효용성이 떨어지는 법이지.”
말을 맺고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우문각의 눈가에 냉소가 맺혔다.
‘일이 묘하게 흐르는군. 어쩌면 정말로 구천성이 통째 뒤집어질지도…….’
***
소변을 보기 위해 소천전을 나선 장천운은 무화원으로 들어서는 자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모두 열한 명, 그들 중에 꼴 보기 싫은 놈이 섞여 있었다.
다른 놈도 아닌 백리우진이.
‘저 자식이 무슨 일로 왔지?’
그 생각에 대답하듯 백리우진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나오는군.”
“무슨 일이지?”
“대령주께서 소성주의 안위를 위해 호위대를 보내셨다.”
“호위대?”
백리우진이 품속에서 직인이 찍힌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명령서야. 수혼대가 반쪽이 되었으니 대신 호위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네 의견은 필요 없어. 우린 대령주의 명령을 받고 왔으니까.”
백리우진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멈췄던 걸음을 옮겨서 소천전 쪽으로 향했다.
그와 함께 온 자들도 장천운을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그들 일행 중에는 섭중화와 여귀도 있었는데, 장천운을 옆에서 지켜봤던 두 사람은 비웃을 생각조차 못했다.
‘멍청한 놈들, 장천운이 어떤 놈인 줄 알고 비웃어?’
‘저 놈이 어떤 괴물인지 알면 간이 오그라들 거다.’
그들은 백리우진에게 장천운에 대해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백리우진은 남들이 장천운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다. 괜한 말로 미움을 살 이유가 없었다.
장천운은 그들이 지나간 뒤로도 그 자리에 서서 허공만 올려다보았다.
‘호위대란 말이지? 가까이에서 소성주를 감시하겠다는 건가?’
어쩌면 더한 짓도 저지를지 모르고.
그가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저두심이 절룩거리며 다가왔다.
“조장, 저것들 뭐야?”
“대령주가 호위대로 보냈다는군.”
“뭐? 그럼 막아야 하잖아?”
장천운이 시선을 내리고 짧게 명을 내렸다.
“전부 자신의 자리에서 이동하지 말라고 해.”
홱 몸을 돌린 그는 소천전으로 향했다. 백리우진과 그 무리의 꼬리가 안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미, 꼴 보기 싫은 놈이 뒷간도 못 가게 하는군.’
빌어먹을 놈!
***
백리우진은 사마경의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구산과 진구가 그들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구산, 네가 지금 대령주의 명령을 받들고 온 내 앞을 막겠다는 거냐?”
“뭘 모르는군, 백리우진. 나는 소성주님의 명령만 받든다.”
“감히 대령주의 명령서를 무시하겠다는 거냐?”
“거, 말귀 더럽게 못 알아듣네. 난 대령주의 명령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소성주님의 명령만 듣는다니까?”
덩치 큰 구산이 턱을 쳐들고 말하자, 백리우진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그때 백리우진의 뒤에 서 있던 자들 중 하나가 얼굴을 씰룩거리며 나섰다.
“정말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대령주께서 내리신 명령을 감히 호위무사 따위가 우습게 여기다니!”
구산이 그를 아는 듯 이마를 찌푸렸다.
이제 이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나이. 거만함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배어 있는 그자는 장로인 곽수의 아들, 곽도선이었다.
그래도 나이가 서너 살 많기에 함부로 말하진 않았다.
“곽 형, 아무리 대령주의 명령이라도 소성주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안 되오.”
구산의 말에 진구가 한마디 덧붙였다.
“원칙을 따지자면, 대령주께서 직접 오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뭐야? 이놈들이 진짜……!”
하지만 그는 말을 다 마치지도 못했다.
그들의 뒤쪽으로 장천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천전에서 소성주의 직속 호위무사에게 욕을 하다니. 겁이 없는 건지, 세상을 모르는 건지…….”
“흥! 너희들이야말로 세상을 모르는구나. 어디서 감히 대령주의 명령을 우습게 안단 말이냐!”
그때였다. 방 안에서 사마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운, 시끄러우니까, 일단 입부터 좀 막아.”
“예, 소성주.”
“잠깐!”
백리우진이 다급히 소리쳤다.
장천운이 행한 일을 알고 있는 그였다. 대령주의 거처 안에서도 경비조장의 목을 친 놈 아닌가.
하지만 그가 외친 소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장천운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커다란 손이 곽도선을 덮쳤다.
그가 언제 몸을 날렸고, 곽도선을 공격했는지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사마경의 말에 움찔하고 백리우진의 말에 눈을 치켜떴을 때는 그가 이미 곽도선을 덮치고 있었다.
하물며 당사자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헉!”
곽도선은 눈앞에 커다란 손만 보이자 대경해서 몸을 틀었다.
“멈춰라!”
그의 좌우에 서 있던 무사 둘이 반사적으로 장천운을 막아서며 손을 뻗었다.
괴이하게도 두 사람의 손은 그림자를 훑은 것처럼 장천운의 신형을 그냥 지나갔다.
동시에 장천운의 좌수가 곽도선의 가슴을 두들겼다.
퍽!
“컥!”
주르륵 물러선 곽도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장천운이 그의 멱살을 잡고 그림자처럼 따라갔다.
쾅!
곽도선을 벽에 밀어붙인 장천운이 나직이 말했다.
“조용히 있지 않으면 나도 책임 못 져. 소성주께서 목을 치라면 칠 수밖에 없거든.”
곽도선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입술은 아교로 붙인 듯 굳게 닫혔고, 공포에 젖은 두 눈은 금방이라도 동공이 터질 듯했다.
“어떻게 할래?”
곽도선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성주, 조용해졌습니다.”
장천운이 곽도선의 멱살을 놓고 방을 향해 보고했다.
숨을 두어 번 쉴 시간이 지난 후 사마경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백리 공자와 천운만 들어와. 나머지는 소천전에서 나가 있으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