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12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121화
사마경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어쨌든 정보망이라는 건 한순간에 갖출 수 없는 것이니 당장은 어쩔 수 없죠. 일단 다른 건부터 처리하도록 하죠. 군사, 오늘 나타난 사절방 무사가 몇 명이나 되죠?”
“사백여 명 정도 됩니다, 소성주.”
“생각보다 많군요.”
게다가 천한마검으로 의심되는 고수마저 나타났다.
그들과 천은방이 연합했다면 패하지 않는다 해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계획을 재검토해보는 게 좋겠소, 소성주.”
구산만큼이나 덩치가 큰 초로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바로 구산의 부친인 구평추 장로였다.
사마경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뿐 아니라 겁도 없이 말했다.
“옳은 말씀이에요. 천운과 싸운 사람이 정말 천한마검 구양명이라면 일단 그자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간부들 입술이 절로 벌어졌다.
천한마검 처리하는 걸 옆집 똥개 잡듯 말하다니!
심지어 불만 가득한 표정이던 백리호조차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아직은 어린가?’
‘천한마검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알기나 하는지 원…….’
‘이래서 경륜이 중요하다니까.’
이곳에 있는 구천성의 간부 중 적어도 다섯은 천한마검의 강함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달지 않았다.
그와 대적해보았거나, 그가 싸우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구평추는 그와 직접 싸워본 사람이었다. 비록 십여 초 만에 쓰디쓴 패배를 경험했지만.
“구양명의 무공에 근접한 실력을 지닌 자라면 우리 역시 최선을 다해야만 그를 잡을 수 있소, 소성주. 장로와 호법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하지 못하면 놓칠지도 모르오.”
사마경은 그 말을 듣고도 태연했다.
천한마검의 무서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이나 강한 사람이 옆에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몰라.’
그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정유는 우문각의 말을 떠올리고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 오늘 대결에서 장천운이 우세했던 것 아닐까?’
그러니 흑포를 걸친 중년 무사가 공격을 중지하고 떠나버린 거겠지.
그리고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흑월조원들은 은근한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씨바. 구양명이고 지랄이고, 저 악귀 같은 대주에게 걸리면 작살날걸?’
‘둘이 붙는 걸 다시 한 번 보고 싶군. 오늘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잘하면 저 인간의 끝을 볼 수 있겠어!’
그때였다. 사마경이 몇 마디 말로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천운, 그자를 찾으면 다음에도 네가 맡아.”
간부들은 그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소성주가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그런 표정.
사마경이 그런 간부들을 둘러보고는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이번 싸움에서 패하면 살아서 돌아갈 생각 마세요. 본인 역시 목숨을 내놓을 거예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둘러앉은 십여 명 간부들이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장천운조차 흠칫했다.
자신의 목숨을 걸다니!
장천운은 사마경의 마음을 짐작하고 가슴이 아팠다.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자칫하면 역이용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언하듯 그런 말을 한 것은 그 만큼 상황이 어렵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천은방을 상대하는 일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이제는 사절방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적까지 나타났다. 천중십마 중 하나인 천한마검 구양명과 함께.
앞으로 또 어떤 적이 나타날지 누가 안단 말인가!
‘완벽한 승리를 원하는 공손백의 성격이라면 그보다 더한 적을 끌어들인다 해도 이상할 것 없어.’
더구나 그녀의 낙마를 기다리는 사람은 공손백만이 아니다.
과연 사마경의 목숨을 건 선언은 최선의 한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최악의 한 수가 될 것인가.
장천운은 깊어진 눈으로 사마경을 바라보며 주먹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는 누구도 소성주를 해칠 수 없을 거다,’
그때 사마경이 회의의 종료를 선언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어요. 내일을 위해서 모두들 최대한 편히 쉬세요. 그럼 저 먼저 들어가겠어요.”
장로와 호법을 비롯한 간부 누구도 사마경을 붙잡지 않았다. 자신들도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마경이 호위를 받으며 방을 나서자, 눈치를 보고 있던 점소이가 재빨리 달려와서 그녀를 거처로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소저. 헤헤헤.”
***
사마경에게는 북풍객잔이 자랑하는 화려한 별원이 거처로 주어졌다.
흑월조가 그녀를 호위하며 별원으로 향했다.
빗줄기가 객잔에 들어올 때보다 조금 가늘어졌다. 대신 바람이 불면서 빗방울이 제멋대로 흩날렸다. 나뭇가지에 악착같이 붙어 있던 마른 나뭇잎도 비바람에 떨어져서 나뒹굴었다.
‘정말 을씨년스러운 날씨군.’
장천운은 미간을 좁힌 채 사마경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자시가 다 된 시각.
일단의 무리가 빗속을 뚫고 북풍객잔으로 다가왔다.
커다란 죽립을 쓴 그들은 모두 다섯 명. 죽립에선 빗물이 떨어지고 옷은 축축이 젖어 있었다.
객잔 입구에서 경비조를 지휘하던 관철상은 그들이 다가오자 앞을 가로막았다.
“이곳은 손님을 받지 않으니 다른 객잔으로 가시오.”
그 말에 죽립인 중 가운데 서 있던 자가 죽립을 위로 올렸다.
이제 서른이 되었을까 싶은 자였는데, 눈빛이 비 내리는 날씨만큼이나 암울하게 그늘져 있었다.
“신천검문의 옥성강이라 하오. 본문의 어른들과 함께 소성주님을 만나 뵈러 왔소.”
옥성강이라면 신천검문의 소문주 아닌가.
눈이 커진 관철상은 즉시 포권을 취했다.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려 주십시오. 소성주님께 즉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사마경은 신천검문의 소문주가 왔다고 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연추가 아침에 만나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사마경은 고개를 저었다.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야, 유모.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저들도 아침에 왔겠지.”
담담히 말한 그녀가 밖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을 연회실로 안내해.”
“예, 소성주!”
잠시 후.
사마경이 장천운과 소연추, 정유만 대동하고 별원의 손님만을 위해 마련된 연회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다섯 사람이 벌떡벌떡 일어나더니, 정중하게 공수의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성주를 뵈옵니다!”
“소성주께 인사드리오!”
슬쩍 두 손을 맞잡아 보인 사마경이 상석에 앉으며 손짓을 보냈다. 그제야 신천검문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사마경 좌우에는 소연추와 정유가 앉고, 장천운은 그녀 뒤에 서서 신천검문 사람들을 냉정한 눈빛으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신천검문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천장 구석에 철무가 은신해 있었다.
“신천검문의 옥성강입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소성주.”
옥성강이 먼저 운을 떼었다.
사마경은 안타까움이 물씬 풍기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시간에 찾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한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착잡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슬픈 표정.
눈이 휘둥그레지는 천하절색의 여인이 그런 표정으로 말하자, 나름대로 강골이라는 옥성강도 눈빛이 떨렸다.
사실 그와 신천검문 간부들은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불만이 가슴 가득 쌓여 있었다.
토벌대 출정이 늦어진 게 사마경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사마경을 만나면 목숨을 걸고 그 일에 대해서 강하게 따질 작정이었다.
하지만 사마경의 표정을 본 순간 모든 불만이 봄 햇살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성주.”
“다른 분들은 어디에 계신가요?”
“현재 본 문의 제자들은 백송곡에 머물고 있습니다.”
“몇 분이나 되죠?”
“백오십 명 정도 됩니다. 원하신다면 내일 아침까지 도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다. 총단의 지원무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유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
“소성주,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따로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따로? 왜요?”
“저들이 신천검문 무사들을 그대로 놔두었다는 것은 아직까지 저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굳이 저들 앞에 먼저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습니다.”
“흠, 여차하면 변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소성주.”
사마경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옥성강을 바라보았다.
“들으셨죠?”
옥성강도 정유의 말뜻을 알아듣고 눈빛을 빛냈다.
“예, 소성주.”
“그리고 앞으로 연락은 나하고만 하도록 해요. 만약 내가 아닌 누군가가 지시를 내리면 따라선 안 돼요.”
“예?”
“아는지 모르겠지만, 성에는 내가 잘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내가 천은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사마경의 말 속에 숨을 뜻을 알아들은 옥성강의 표정이 굳어졌다.
특히 옆에 앉아 있던 사십대 중년 무사는 눈을 치켜뜨고 노기를 드러냈다.
“정녕 그들이 본문의 복수마저 이용하려 한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소성주!”
그는 옥성강의 의숙이자 신천검문 최강의 무사단을 맡고 있는 일섬검객(一閃劍客) 국전창이었다.
“옥 공자, 나는 신천검문이 다시 일어서서 구천성과 함께 형제처럼 지내길 바라고 있어요. 나 역시 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니 믿고 기다려 주세요.”
사마경의 말에 감격한 듯 옥성강이 포권을 취하며 부러질까 염려될 정도로 고개를 힘차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소성주! 언제든 명만 내려주시면, 목숨을 걸고 따르겠습니다!”
사마경의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천운은 보이지 않게 실소를 지었다.
‘제대로 넘어갔군.’
옥성강과 신천검문의 간부들을 보자마자 그들이 사마경에게 불만이 많다는 걸 눈치 챘다.
어쩌면 그들로선 당연했다. 당장 달려와서 복수를 도와줄 줄 알았는데 출정을 미루고 있으니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그들의 마음을 눈치 챈 장천운은 암암리에 공력을 운기하고 있었다.
그들이 불만을 터트릴 경우 여차하면 자신이 먼저 손을 써야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저 표정을 봐라. 감격하다 못해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정말 무서운(?) 미모가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이제는 말투와 표정까지 조화를 이루니 가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달기나 포사, 서시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도 이해가 간다니까.’
***
사밀령에서 연락이 온 것은 신천검문 사람들이 별원을 떠난 후 한 시진쯤 지났을 때였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반나절은 빨랐는데, 사령주 초광이 직접 찾아와서 보고했다.
그는 장천운을 만나기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령주는 천은방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삼령주는 신천검문의 터전이었던 신천장(信天莊)을 감시하고 있었다.
일령주 위곤의 명령을 마음대로 거부할 배짱이 없는 한 따르는 수밖에.
위곤이 ‘그럼 내가 가랴?’ 그러면서 눈을 부릅뜨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 목을 칠 것 같았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그는 정유에게 보고하고 뒤로 빠지려 했다.
하지만 정유는 모든 덤터기를 뒤집어쓸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천한마검 구양명이 사절방 놈들과 함께 나타나서 우리를 공격했다는 건 아는가?”
“예? 그게 사실입니까?”
초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실이라면 첩밀각을 앞세우고 이선에서 적을 감시하던 자신들의 감시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뜻 아닌가 말이다.
“일단 그 동안의 조사 내용은 자네가 말씀드리게.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