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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1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19화

처음부터 신경을 건드렸던 기운의 주인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듯하다.

장천운은 현월에 공력을 집중시키며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흑의장포를 입은 자가 검은 피풍의를 날개처럼 펄럭이며 날아들었다.

거대한 붕새처럼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피풍의를 휘날리는 그의 손에 검이 들려 있었다.

잘해야 석 자에 불과한 검인데도 가공할 공력이 실려 있기 때문인지 일 장 길이 대검만큼이나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가 지금까지 싸워봤던 그 누구보다 강한 기운을 지닌 자!

“그대는 나와 놀아보자!”

장천운이 마차의 지붕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후우웅!

현월에서도 검기가 회오리치며 검명이 울렸다.

찰나의 순간, 흑의장포인과 장천운의 검세가 이 장 높이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과광!

흑의장포인은 절벽 쪽으로 날아가고, 장천운은 마차지붕 위에 내려섰다.

장천운은 상대의 검에서 전해진 가공할 기운을 다리 쪽으로 흘려보냈다. 그 여파만으로도 마차지붕이 부서질 것처럼 쩌적, 쩌적, 소리를 냈다.

절벽으로 날아간 흑의장포인은 발끝으로 절벽을 찍고 공중제비를 돌더니 마차에서 오 장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이를 악다문 그의 턱에서 근육이 꿈틀거렸다. 부릅뜬 두 눈에서도 한광이 쏟아졌다.

분노와 경악, 감탄이 뒤범벅된 표정.

-내가 저딴 애송이에게 막혀서 뜻을 이루지 못하다니! 저놈이 누군데!

그런 마음인 듯했다.

쿵!

오른발을 들어 대지를 뒤흔든 그가 검을 뻗어 장천운을 가리켰다.

그의 검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광채가 뻗어 나오더니 서서히 형체를 갖추었다. 마치 검의 길이가 배로 늘어난 듯했다.

장천운은 자신도 모르게 현월을 불끈 움켜쥐었다.

‘검강!’

천하에 강기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자 몇이나 되랴.

자신이 아는 한 구천성을 다 뒤져도 다섯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마저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는 자는 셋 정도?

흑의장포인이 그러한 고수라는 뜻이다.

표정이 차갑게 굳어진 장천운은 구성의 공력을 일으켜서 현월에 집중시켰다.

검신일체(檢身一體) 일심만화(一心萬化).

그는 검과 몸을 하나로 일체시킨 후 그곳에 마음마저 담았다.

현월을 휘감고 돌던 검기가 검첨으로 몰리더니 흑룡이 이를 드러내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 순간, 흑의장포인이 대지를 박차고 장천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처음으로 검강지기를 드러낸 장천운도 마주쳐가며 천뢰구검을 펼쳤다.

상대는 구천성에서 열 손가락에 든다는 오종보다 강한 자다. 어설픈 공격으로 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환귀자의 술법으로 상대하려 했다가는 자칫 검강에 휘말려서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흑의장포인 역시 장천운의 강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절기를 펼쳐냈다.

눈 깜짝할 순간에 오초의 공방이 벌어지면서 천둥번개가 쉬지 않고 떨어졌다.

쿠구구궁! 콰아아아아!

두 사람이 격전을 벌이는 주위로 강기가 뭉치고 부서지면서 서릿발 같은 기운이 휘몰아쳤다.

평생 한번 볼까말까 한 검강의 대결이다. 그러나 검강의 발현이 순간적으로 벌어진 터라 다른 자들은 두 사람의 대결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장천운의 등을 공격하려던 갈의인 하나도 멋모르고 휘몰아치는 기운 안으로 들어갔다가 온몸이 조각조각 잘려 나갔다.

“흐윽!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에 등골이 오싹해진 흑월대 대원과 갈의인들은 아예 멀찌감치 떨어져서 싸웠다.

분노한 흑월대원들은 손속에 일말의 인정도 남겨두지 않았다.

특히 은명객들은 이를 갈면서 갈의인들을 공격했다. 막소광과 수은귀는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친 분노를 입으로 먼저 발산했다.

“확, 가랑이를 찢어죽일 놈들!”

“이리 와! 눈알을 모조리 빼버릴 테니까!”

정상적인 대결에서는 갈의인들이 흑월대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몇몇 간부들만이 대등하게 맞설 뿐, 대부분의 갈의인들은 강력한 흑월대의 무위에 질려서 물러서기에 바빴다.

일개 말단 호위무사가 절정 경지의 무공을 지녔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싸움이 벌어지고 십여 초 만에 절반이 쓰러지자,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에 공포의 표정이 떠올랐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아무도 살아서 떠날 수 없으리라!

그때였다.

콰과광!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장천운과 흑의장포인이 튕겨지듯 뒤로 물러섰다.

허공을 훌훌 날아서 삼 장 밖에 내려선 흑의장포인은 창백해진 표정으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이를 악다물고 있는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겉으로는 비등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자신이 밀렸다.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그것도 십여 초 만에 말이다.

‘어이가 없군.’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는 싸워봐야 득보다 실이 많을 뿐. 자존심 회복도 살아난 이후의 일이다.

앞쪽으로 간 구천성 간부들이 돌아온다면 빠져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흑의장포인은 이를 악물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휘이이이익!

그의 입에서 소성(嘯聲)이 길게 울렸다.

그 직후, 절벽 위에서 날아 내린 자들은 물론 산능선을 넘어왔던 자들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올 때는 백 명이 넘었지만 돌아간 자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저 개새끼들이! 이리 안 와!”

“저 새끼들 잡아!”

“뭐해! 그 쥐새끼들 다리 세 개 다 잘라버려!”

은명객들이 너도나도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소리만 지를 뿐 마차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들의 임무는 소성주를 지키는 것이지 적을 추살하는 게 아니다. 어겼다가는 저 악귀 같은 대주에게 어떤 시달림을 받을지 몰랐다.

장천운도 추적하지 않고 마부석 위에 서서 들끓은 기운을 다스렸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핏덩이가 목구멍까지 솟구친 상태였다.

‘누군데 그렇게 강하지?’

그는 진기를 다스리면서 기억의 창고를 뒤져보았다. 자신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고수라면 첩밀각에서 정보를 모아놓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강호인명부 최상단에 있는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그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겉모습은 실물과 강호인명부의 설명이 조금 다른 듯했지만 무공의 특징이 비슷했다.

‘설마 그가 천한마검……?’

***

 

휘이이이익!

멀리서 소성이 길게 들려왔다.

악다구니를 쓰며 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임에도 소성은 기이할 정도로 선명하게 들렸다.

그 직후.

쾅! 쩌정!

전력으로 칼을 휘둘러서 손득환을 떨쳐낸 막호가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주욱 물러섰다.

“어딜 도망가려는 거냐, 막호!”

손득환이 악을 쓰며 노려보는데, 절검당 무사 하나가 막호를 공격했다.

“죽어라!”

손득환이 대경해서 소리쳤다.

“안 돼! 물러서!”

그때 막호가 돌아서며 번개처럼 칼을 휘둘렀다.

달려들던 절검당 무사 하나의 목이 반쯤 잘려서 뒤로 꺾어졌다. 주춤거리며 물러서는데 머리가 덜렁거리고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단칼에 절검당 무사를 죽인 막호는 하늘로 쑥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혈전장을 벗어났다.

“후후후후, 다음에는 이렇게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막호 뿐만이 아니었다. 황대광과 싸우던 고중조도 몸을 빼서 도주하고, 사절방 무사로 보이는 자들도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냉원상은 갑작스런 적의 후퇴에 이마를 찌푸렸다.

구천성의 후속대가 도착한 걸 보고 도주한 것처럼 보였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했다.

후퇴 명령을 내린 자가 없었는데도 적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도주했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맞아, 그 소성…….’

이제 생각하니 기이하도록 뚜렷이 들렸었다.

공력이 실린 휘파람이었다는 뜻. 그것도 무척 높은 공력의 주인이 휘파람을 불은 듯했다.

“뭐하느냐! 어서 부상자부터 살펴봐라!”

막 도착한 장로와 호법들이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냉원상도 상념을 일단 구석에 처박아놓고 상황부터 살펴보았다.

습격자들이 물러간 곳에는 시신과 붉은 핏물만 남았다.

간발의 차이로 뒤늦게 도착한 후속대는 예상치 못한 참극에 이를 갈았다.

“죽일 놈들! 놈들이 피를 보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줍시다!”

“호경담이 간덩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군!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이 사람 저 사람 분노를 토해냈다.

그 사이 무혼단과 풍혼단 등 후속대 무사들이 부상자의 상처를 손봤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천은방 무리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는데 벌써 백여 명이 당했다.

구천성으로서는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도 잠시 뿐이었다.

뒤쪽에서 달려온 전령의 연락을 받은 간부들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뭐야? 소성주께서 적의 습격을 받아?”

“그게 무슨 소리냐! 소성주께서 습격을 받다니? 자세히 말해봐라!”

“다행히 적을 물리치긴 했습니다만, 사상자가 이십여 명이나 났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혁련광이 한소리 내지르고는 다급히 물었다.

“소성주께선 괜찮으시냐?”

“예, 전주. 놈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마차를 공격했습니다만, 흑월대주께서 막아내셨습니다.”

“후우우, 그나마 다행이군.”

혁련광은 혁련기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식의 안위를 챙길 때가 아니었다.

“일단 이곳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가봅시다!”

 

***

 

천혼전과 경천단 무사들은 시신을 묻기 위해서 구덩이를 팠다.

적의 시신이야 대충 묻어도 되었지만 구천성 무사들 시신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부상자가 많이 늘어나서 시신까지 마차에 싣고 갈 수가 없었다.

마차에서 내린 사마경은 패왕거마저 부상자들을 위해 내놓았다.

“나는 걸어가도 되니까 부상당한 사람들이나 태워. 이 정도 길이야 평지나 다름없는데 뭐.”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마경이 그렇게 말하자, 구천성 무사들은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구덩이가 거의 다 파였을 때 간부들이 도착했다.

“소성주, 괜찮소이까?”

“어허! 대체 이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무사해서 다행이오, 소성주.”

혁련광은 물론 장로와 호법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저는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보다 앞쪽은 어떻게 되었나요?”

사마경이 담담한 표정으로 답하고는 냉원상에게 물었다.

냉원상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적들은 모두 도주했습니다.”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사망자가 삼십 명이 넘고 부상자는 그 배쯤 됩니다.”

“하아, 피해가 너무 크군요.”

사마경이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전염이라도 된 듯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때 정유가 냉원상에게 물었다.

“냉 대주, 적의 정체는 알아냈습니까?”

“알고 보니 사절방 놈들이었네.”

“사절방이라고요? 이상하군요.”

정유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사절방은 형주에 있는 문파다. 거리가 천리 길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왔을까?

“나도 의아한 것은 마찬가지네. 하지만 어쩌겠나. 사절방의 장로인 고중조와 막호가 나타난 걸 보면 사절방이 전격적으로 끼어든 것 같아.”

“으음, 그들이 나타났다면 사절방이 나선 게 분명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정유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더 묻기도 애매했다.

“깊게 생각할 것 없네! 이번 기회에 사절방 놈들도 쓸어버리세!”

“괘씸한 놈들. 전대성주께서 명맥을 유지시켜줬더니 복수 운운해? 그런 놈들은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밟아버려야 하네!”

장로와 호법들이 분노를 억누르며 벌건 얼굴로 한마디씩 했다.

한편, 장천운은 머릿속에서 조금 전의 싸움을 되새김질 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벌써 수십 번을 되돌리고 되돌린 터였다. 그 와중에 자신의 잘못된 대처를 찾아낸 것만 해도 세 군데나 되었다.

아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조금은 더 나은 결과가 나올 듯했다.

‘확실히 강호는 넓군. 공력이 조금만 약했다든가, 초식 운용에 실수가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

새삼 독왕의 실험(?)이 고맙기만 했다. 그 실험을 거치며 공력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오늘 자신은 사마경을 지키지도 못하고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천뢰구검의 후삼식과 무적삼검을 익히려면 공력을 더 높여야 돼. 앞으로는 공력에 더 신경을 써야겠어.’

그때 백리호가 물었다.

“장천운, 듣자 하니 네가 적의 수장을 상대했다던데, 사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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