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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0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02화

장천운과 오종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마경은 반사적으로 좌측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절독곡에서 장천운과 수없이 대결을 벌인 그녀다. 장천운의 귀신같은 환술에 당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녀는 매일 같이 맞으며 이를 갈았다.

덕분에 감각과 반사적인 동작만큼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해오는 자들의 움직임 정도는 장천운의 사기성 짙은 환술법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 검을 뽑고는 찰나 간에 삼검을 뻗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도 장천운과 비무하며 배웠다. 봉황신무검법은 제법 쓸 만해서 장천운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었다.

그녀의 검에서 뻗어나간 검기가 화려한 봉황의 날갯짓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습격자들 역시 예사 자객은 아니었다.

사마경이 벼락처럼 검을 뻗었음에도 그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쉬이이익!

한 줄기 검기가 그녀의 옷자락을 어깨에서 등 뒤까지 갈랐다.

싸한 느낌. 사마경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

뒤늦게 냉원상과 소연추가 경악성을 내지르며 암습자를 공격했다.

“소성주!”

“아가씨이이!”

그때 날아든 장천운이 왼손으로 사마경의 허리를 잡아채고는 빙글 돌며 현월을 뻗었다.

사마경은 장천운의 공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찰싹 달라붙었다. 그 동작 역시 몇 번 해봐서 무척 자연스러웠다.

어찌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움직임인지 마치 아름다운 춤을 추는 듯했다.

서걱!

좌측 복면인의 검을 든 팔이 피를 뿜어내며 잘려나갔다.

냉원상과 소연추의 공격을 받은 복면인은 뜻밖에도 강하게 대항하지 않았다.

푹! 서걱!

냉원상의 검은 가슴에 꽂혔고, 소연추의 검은 목을 반쯤 잘라버렸다.

복면인이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스르르 쓰러졌다.

“이런!”

냉원상은 실패를 인지한 복면인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했다는 걸 알고 아차 했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팔이 잘린 복면인도 자신의 기문혈을 좌수 엄지로 깊숙이 찔러서 자결해버렸다.

그 사이 장천운은 사마경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소연추가 급히 사마경에게 다가가더니 옷자락을 찢어서 사마경의 상처를 싸맸다.

“아가씨, 조금만 참으세요.”

“난 괜찮아. 살이 조금 찢어졌을 뿐이야.”

사마경은 꼿꼿이 서서 고통을 참아냈다.

그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장천운은 돌아서서 오종과 배청을 노려보았다.

격장지계로 감정을 흔들어 놓았다 하나 오종이 천하에 적수를 찾기 힘든 초절정고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죽이기로 작정하면 못 죽일 것도 없지만,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구율대 무사를 죽인 것과 장로를 죽이는 것은 이야기가 다른 것이다.

아직은 자신을 다 드러낼 때도 아니고.

그런데 암습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아주 멋진 한 수였어. 하마터면 당할 뻔했는데, 아쉽게도 하늘이 소성주편인 것 같군요.”

“이, 이런 개 같은 일이…….”

오종은 이를 갈기만 할 뿐 바로 공격하지 못했다. 얼굴이 해쓱해진 배청이야 충격을 다스리기도 바빴고.

장천운이 싸늘한 어조로 그들을 다그쳤다.

“귀하들은 나의 죄를 묻겠다면서 소성주를 암살하려 했어.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오종이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무슨 개소리냐?”

“이제 와서 암습자들을 모른 척 하겠다?”

“우리는 그자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상관없는 자들이다?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자들이 어떻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호법전에 숨어 있다가 소성주를 암습한단 말이오?”

“그걸 우리가 어찌 안단 말이냐?”

오종이 버럭 악을 썼다.

그로서는 미칠 일이었다.

장천운을 죽이지 못한 것만 해도 화가 치밀어서 핏대가 터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웬 엉뚱한 놈들이 사마경을 암습해서 일을 엉망으로 만든단 말인가.

오종이야 미치든 말든, 그가 암습자를 알든 모르든, 장천운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를 압박했다.

“아마 우리를 모두 죽이고 싶은 모양인데, 그러려면 귀하들도 모두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요.”

이제는 누구도 그를 건방지다고 말하지 못했다.

죽매괴와 쌍수귀도가 합공하고도 옷자락하나 자르지 못한 자 아닌가.

잠시 기이한 침묵이 호법전을 짓눌렀다.

육선기 등도 공손백을 추종하는 호법들에게 가로막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간만 흘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장천운이 슬쩍 고개를 쳐들었다.

뚫어지게 노려보던 오종과 배청, 언동교, 마동곽 등은 제풀에 놀라서 흠칫했다.

바로 그때, 십여 명이 호법전의 담장을 넘어왔다.

“소성주! 명을 받고 왔습니다!”

“조장, 불렀는가?”

흑월조원과 은명객들이었다.

사공명신 등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고, 은명객들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흑월조원들은 소성주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무사들을 보더니 즉시 무기를 뽑아들었다.

은명객은 엉겁결에 그들을 따라서 무기를 뽑았고.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장 조장?”

사공명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천운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면 모르겠소? 포위당한 거죠.”

한명후와 오관이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감히 소성주를 포위해? 이 개새끼들이!”

“쳐!”

흑월조원이 다짜고짜 공격하니 은명객도 덩달아 몸을 날렸다.

“씨바! 그래, 어디 한번 뒈지게 싸워보자고!”

“저 새끼에게 맞은 것 때문에 몸이 찌뿌둥한데 잘됐군!”

“덤벼! 잡것들아!”

사공명신과 두양양의 실력은 단연 압권이었다.

화려하면서도 힘이 실린 두 사람의 검법은 구천성의 장로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사오 초식의 공방 만에 그 두 사람과 싸운 단혼객 둘이 쓰러졌다.

은명객도 두 사람에 비해서 조금 뒤떨어질 뿐 단혼객 둘을 상대할 정도는 되었다.

나머지 흑월조원도 지지 않겠다는 듯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다.

심장이 뚫리고, 목이 잘리고, 몸뚱이에 구멍 난 자들 십여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단 몇 초의 공방 만에 포위망의 외곽 한쪽이 무너진 것이다.

흑월조원과 은명객들은 뚫린 포위망을 통해서 안쪽으로 진입했다.

“뭐야, 저놈들은?”

난데없는 상황에 오종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는 흑월조원들이 펼치는 무공만 보고도 그들의 실력을 짐작했다.

어디서 저런 놈들이 나타난 거지?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더니 또 다른 자들이 나타났다.

“소성주! 태상호법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왔거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우문각이 짐짓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세 사람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대동한 사람들은 모두 셋, 그 중 둘은 정유와 혁련광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단단한 체격을 지닌 중년 무사였는데, 그가 바로 십이지부 중 하나인 철한방의 주인 방철산이었다.

그들을 본 오종은 왈칵 짜증이 났다.

‘빌어먹을!’

사마경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자들을 제거할 계획이었다.

그래야 백리우진이 사마경 곁으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

거기다 사마경이 반발하면 근맥 한두 개쯤 산뜻하게 잘라줄 작정이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대령주가 바라는 일일지 몰랐다.

그런데 이룬 것은 없고 상황만 이상하게 되었다.

더구나 장천운이 고자질하듯 우문각에게 말하지 않는가.

“소성주를 암살하려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총사.”

“뭐야? 소성주를 암살하려 했다고?”

경악한 우문각은 흥건한 핏물 위에 쓰러져 있는 두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저자들인가?”

“그렇습니다, 총사. 암살에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소성주께선?”

“부상을 입었습니다.”

“뭐야?”

눈을 치켜뜬 우문각이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사마경은 상처를 싸맨 옷자락이 붉게 물들어 있음에도 턱을 든 채 뒷짐을 지고서 오롯이 서 있었다.

“내 걱정 말고 상황부터 정리해요.”

“예, 소성주.”

우문각이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오종을 노려보았다. 혁련광과 방철산의 눈에서도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우문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장로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자들은 누굽니까?”

“왜 나에게 그걸 묻나? 나도 처음 보는 자들이네.”

“지금 그 말을 저더러 믿으라는 겁니까?”

“사실인데 어쩌겠나? 나도 저놈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야!”

오종이 두 팔을 벌리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장천운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정말로 모르는 것 같군.’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을 순순히 인정해줄 마음은 없었다.

“끝까지 발뺌을 하실 겁니까?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한 곳에 숨어 있다가 암살을 시도했는데, 그 말을 믿으란 말입니까?”

우문각이 눈을 치켜떴다.

“그게 정말인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나타났다고?”

“소성주께서 보셨고, 이곳에 있는 사람 모두가 봤습니다. 저쪽에 계신 호법들도 보셨지요.”

오종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마에서 굵은 핏줄기가 지렁이처럼 툭툭 불거졌다.

“우린 아·니·라·니·까!”

“그거야 철저히 조사해보면 밝혀지겠죠.”

장천운이 가느다란 조소를 지으며 태연히 말하고는, 우문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절정 경지의 실력을 지닌 자들입니다. 참고하시면 신분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시신을 가져가서 조사해보지.”

우문각이 말하며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장천운은 반대하지 않았다. 우문각이라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총사.”

“잠깐! 그놈들은 우리가 조사해보겠네.”

언동교가 다급히 나서서 우문각을 제지했다.

그래봐야 상황은 이미 우문각의 손에 넘어간 후였다.

“소성주를 암습하려던 자들입니다. 보아하니 장로들께서도 소성주를 공격하려던 것 같습니다만.”

“우린 소성주를 공격하려던 게 아니네. 오히려 갑자기 나타난 소성주 쪽 사람들에게 십여 명이나 죽었지.”

“아니다? 그럼 소성주와 호위대를 포위하고 있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그건 장천운이 구율대 무사를 죽였기 때문에 그 죄를 물으려 했을 뿐이네.”

우문각이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사실인가?”

“소성주를 능멸하기에 구천률에 따라서 처리했습니다.”

담담한 장천운의 말에 혁련광이 분노한 표정으로 죽은 구율대 무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래? 사실이라면 죽을 짓을 했군.”

장천운이 한 마디 더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기꺼이 총사 앞에 앉아서 조사를 받겠습니다. 단, 언 장로님도 함께 받으셔야 합니다.”

우문각은 희대의 마공인 섭심마혼공(攝心魔魂功)을 익히고 있다. 그의 별호가 귀안신마인 것은 그 때문이다.

장천운의 말은 바로 그 앞에서 누가 진실을 말했는지 알아보자는 뜻이다.

그러나 언동교는 우문각의 사안과 마주치고 싶은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기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꾸를 못했다.

오히려 우문각이 언동교를 쳐다보며 다그치듯 물었다.

“언 장로님,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언동교는 입을 두어 번 벙긋거리다 이를 악다물었다.

‘제기랄, 완전히 똥물에 빠졌군.’

 

***

 

“무슨 소리냐? 암살이라니?”

거처인 청묵전(淸黙殿)에 있던 공손백은 호법전에서 들려온 소식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백리호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영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사형.”

“그놈들의 정체는 밝혀졌느냐?”

“우문각이 정체를 밝히겠다며 시신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끄응, 도대체 어떤 놈들이…… 가만, 혹시 대장로나 독고태가?”

“그들도 암살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누가 암살을 시도했단 말이냐?”

“일단 우문각의 조사를 지켜보고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공손백은 입을 꾹 다물고 허공을 노려보았다.

속이 이상할 정도로 부글부글 끓었다. 어제와 오늘은 가슴이 차갑게 식어 있던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십오 년 넘게 기다려온 대망이 이루어지기 직전이었다. 그 꿈을 위해 오랜 세월 와신상담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뒤집혀버렸지 않은가 말이다.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지.

‘도대체 어떤 죽일 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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