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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3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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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적호위 139화

백리호 등 몇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뒤늦게 나타난 장천운 일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리우진과 독고민도 장천운이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게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쓰고 째려보았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들의 눈빛을 본 척도 하지 않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장천운은 주백홍의 서약서를 사마경에게 건넸다.

“받아왔습니다, 소성주.”

“순순히 써줘?”

“나중에 되찾을 생각이었나 봅니다.”

장천운은 오면서 일어난 일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사마경이 냉소를 베어 물었다.

“잘했어.”

“그리고 가던 중에…….”

장천운은 교왕을 만난 이야기도 마저 해주었다.

사마경은 물론이고 마차 안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왕이 초청을 받아서 구천성에 간다고?”

“자신의 입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초청한 자가 누군지 물어봤어?”

“물어볼 틈도 없이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았을 겁니다만.”

“하긴 그럴 만한 사람은 두어 사람뿐이지.”

그쯤에서 정유가 굳은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소성주, 교왕을 초청했다면 초청한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운 말대로, 돌아가 보면 알겠지.”

싸늘한 어조로 말하는 사마경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초청한 사람이 누구든 자신을 위해서 초청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강적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

이를 악물고 참으려 해도 가슴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버지, 저에게 힘을 주세요.’

 

***

 

공손백은 전서구를 통해 전해진 당하의 상황을 문인동으로부터 전해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지금 돌아오는 중이라 합니다.”

“운이 좋군.”

무림맹에 이어 파천회까지 나타났다. 그런데도 전쟁은 결국 구천성의 승리로 끝났다.

공손백은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씁쓸한 상황인가.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다니, 바보 같은 놈.’

그는 백리호에게 화가 났다.

자신만만하게 가더니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제대로 마무리 지은 일이 없었다.

‘내가 사제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공손백은 은근히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는 일절 표내지 않았다.

“소성주가 승리해서 돌아오면 간부들의 마음이 흔들릴 거다. 하나, 하나 만나서 철저히 관리해라.”

“예, 주군.”

“차라리 돌아오는 소성주를 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종리성학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공손백도 마음 같아서는 이참에 끝장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귀환하는 무사들은 전쟁을 치르며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태다.

피해가 크다 해도 남은 자들이 사오백이나 되고, 고수들이 많다.

실패할 경우 그 동안 쌓은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분하지만 참는 수밖에.

“놔두라. 독 오른 뱀은 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 지금은 건드리지 않는 게 나아.”

그러나 종리성학은 참고 있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마경의 힘이 커질수록 자신에 대한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숨어서 지낼 수도 없지 않은가.

‘사마경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그럴 순 없어.’

 

***

 

우문각은 차를 따라놓고 일각이나 그냥 보냈다. 차는 식은 지 오래, 그럼에도 허공에 시선을 두고 찻잔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보다 못한 우경이 우문각의 눈치를 보며 넌지시 말했다.

“총사, 차를 따뜻한 차로 다시 따르겠습니다.”

그제야 우문각이 시선을 내리고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오늘은 차가운 차를 마시고 싶군.”

찻잔을 들어서 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쓴웃음을 지었다.

“천은방 측의 공격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던 무림맹과 파천회의 공격까지 막아내다니. 내가 소성주를 너무 어리게만 봤어.”

“그게 어찌 총사만의 판단 잘못이겠습니까. 아마 대령주와 대장로 역시 놀랐을 겁니다.”

“그러겠지. 회심의 한수가 실패함으로 인해서 이제는 역공을 걱정해야 할 테니까.”

그 말을 할 때는 우문각의 입가에 고졸한 미소가 피어났다.

“우경, 네가 봤을 때, 토벌대 승리에 있어서 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보느냐?”

“풍운산장이 아닐까 합니다. 철기보야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만, 소장주께서 그들까지 움직였을 줄은 저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저희가 모르는 다른 세력이라도……?”

우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우문각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번 전쟁을 오직 한 사람 때문에 이겼다고 본다.”

“예?”

“장천운. 소성주의 호위를 맡고 있는 그놈 말이다.”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저도 압니다만…….”

우경이 말꼬리를 길게 끌었다.

아무리 군사들에게 주군의 말을 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해도 함부로 말하기에는 마음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우문각은 그가 뒤를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는 거겠지.

“나 역시 너처럼 생각했다. 그놈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런데 그놈을 볼 때마다 나는 내 판단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야 했지. 후후후후.”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놈이었다.

잔머리를 기막히게 잘 굴리고, 잠재된 기재도 무척 뛰어났다.

거기다 간덩이는 천주산 바위만큼이나 크고, 속은 동해의 천길 바다 속보다도 깊어서 사안이라는 그의 눈으로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나름대로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대로 본 것인지 자신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무공조차 그 끝을 짐작키 힘들었다.

괴물!

놈은 단 몇 년 사이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 너무나 뛰어나면 항상 문제가 된다.

본인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위에서 가만두지 않는다. 그를 이용해서 욕망을 채우려는 자들이.

과거에 제왕들이 눈 질끈 감고 피의 숙청을 단행한 것도 대부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던가.

사가(史家)들은 그런 제왕을 욕하고, 대학자들은 덕으로 다스려야한다고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덕으로 다스리려 했던 제왕들이 배신을 당해서 몰락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말이다.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아이야.’

찻잔을 내려놓고 주먹을 움켜쥔 우문각의 눈빛이 서서히 차갑게 식어갔다.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만, 어쩌면 내 손에 네 피를 묻혀야 될지도 모르겠구나.’

 

***

 

옅은 안개가 흐르는 죽림 속 장원은 대나무 잎이 몸을 부비는 소리와 간혹 들리는 새소리만이 들릴 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빈집처럼 고요했다.

그 장원의 후원에는 수련으로 반쯤 덮인 이백여 평의 연못 가장자리에 전각이 한 채 지어져 있었다.

오시가 되기 전,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학자풍의 중년인과 작은 몸집에 얼굴이 쭈글쭈글한 칠순의 노인.

고요를 먼저 깬 사람은 중년인이었다.

“사마경이 이끄는 구천성이 이겼습니다.”

“제법이군.”

“출정할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정도 피해는 어쩔 수 없다고 봐야겠지.”

담담히 고개를 주억거린 노인이 찻잔을 내려놓고 지나가듯이 물었다.

“서문주경이 끼어들었다며?”

“예, 어르신. 서문 선배께서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쯔쯔즈, 그 친구는 다 좋은데 호승심이 지나쳐.”

“모용 선배와 경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경쟁이야 나쁠 것 없지. 문제는 욕심이 더해져서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야. 게다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구천성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아마 이번 일로 깨우친 것이 많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으련만…….”

혀를 차듯 말하던 노인이 다시 찻잔을 들어서 입술을 축였다.

“그건 그렇고, 대법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느냐?”

“칠 할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예정대로 일 년 정도 후면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둠 속에 있는 그들이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어.”

‘그들’이라는 말이 나오자 중년인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예, 어르신.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처럼 보입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침음을 흘린 노인은 허공을 응시했다.

“세상은 아직 모른다,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한때는 그것도 모르고 구천성을 무너뜨리겠다며 설쳤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어.”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그마저도 알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구천성의 주인만 없애면 강호무림이 평안해질 거라고 생각했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줄은 생각도 못하고. 멍청하게.”

자책하듯이 나직하게 말하던 노인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세상을 농락하는 그들을 제거할 거다.”

서릿발이 쏟아지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노인이 중년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산. 강호의 움직임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마라.”

“예, 어르신.”

 

 

 

59장: 선전포고(宣戰布告)

 

토벌대는 강호의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갈 때쯤 구천성에 도착했다.

구천성 무사들은 정문 밖까지 마중 나왔다.

와아아아아!

비록 반도 안 되는 숫자가 돌아왔지만, 환호성은 떠날 때보다 더 컸다.

삼파연합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을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무림맹과 파천회는 그들과 달랐다.

정파의 기둥인 무림맹, 구천성을 멸하겠다고 결성된 파천회 아닌가.

그들마저 이기고 돌아온 것이다.

아마 생존한 무사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면 환호 역시 배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기쁜 마음인 것은 아니었다.

공손백과 나극, 독고태는 입맛이 썼다. 그들을 따르는 자들도 고민이 태산처럼 쌓였다.

―이러다 소성주가 진짜로 성주 되는 것 아냐?

 

패왕거에서 내린 사마경은 도도한 자세로 구천대전에 들어갔다.

공손백과 나극, 독고태, 우문각이 그녀의 좌우에서 걷고, 전쟁에 참여한 간부와 참여하지 않은 간부 모두가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마경의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던 장천운은 심장이 요동쳤다.

‘왜 전쟁을 통해서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구나.’

패를 추구하는 자들은 힘이 있는 군주를 원한다. 전쟁에서 적을 굴복시킬 줄 아는 패왕을.

오늘은 사마경이 그 주인공이다.

마치 앞장선 제왕의 뒤를 신료들이 따라가는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사마경이 상석 앞에 섰다.

공손백과 나극을 비롯한 간부들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간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피해가 크긴 했지만, 결국 이기고 돌아왔어요. 이번 전쟁의 모든 공은 목숨을 던져서 적을 막아낸, 혁련 전주와 손 당주, 그리고 목숨을 잃은 모든 무사들의 것이에요. 나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그들 덕분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녀는 목숨을 잃은 무사들을 먼저 치하하고, 전쟁의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필양으로 가던 중에 사절방의 공격을 받은 일, 당하에 대봉문과 양가장 무사들이 집결한 일, 그들을 공격하던 중 무림맹과 파천회가 나타난 일 등등…….

“……그 과정에서 혁련 전주와 손 당주께서 돌아가셨어요. 백리 전주는 부상을 입고…… 때마침 풍운산장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목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지자 모두가 숙연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전쟁은 이겼지만, 우리 역시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어요.”

설명을 마친 사마경은 입을 꾹 다문 채 대전 안을 둘러보았다.

하후경과 모후 등 청년 고수들은 넋이 반쯤 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동안 자신에게 등을 돌렸던 간부 중 몇몇의 얼굴에도 갈등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자신이 직접 설명할 것인지 고민했었는데, 그 표정을 보니 결코 헛된 일을 한 것은 아닌 듯했다.

사마경은 그 정도로 만족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승리의 술잔은, 그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제를 먼저 올린 후에 들도록 할 것이니, 그리 알고 모두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장로와 호법, 각 단체의 수장 등 간부들이 일제히 사마경을 향해 예를 취했다.

그 중 대부분은 바로 몸을 돌려서 대전을 나섰고, 일부는 남아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봤다.

공손백과 백리호, 나극과 독고태, 우문각은 나갈 마음이 없는지 사마경의 곁에 그대로 남아서 일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마경이 그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는 도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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